NCT U - Baby Don't Stop
[NCT/서영호] 입사 동기 서대리
*입사 동기 서대리와의 미묘한 텐션*
꼬박 한 달 만이지? 말도 마. 진짜 얼마나 바쁘고 정신 없었는지.. 특히 이번 달은 한 달에 10시간 인정해주는 시간외근무가 이미 다 끝나버렸다니까. 뭐 나보다 더 바쁜 사람(서영호 대리님)도 있었다만... 나도 평소에 비해서는 엄청 바쁜 편이었지. 아무튼 그래서 이런 일 저런 일 겪다 보니 좀 늦었어.
어디까지 말했더라? 아 그때 금요일에 서대리는 남고 나는 퇴근했던 이야기 했지? 그리고 그 다음주 금요일에도 또 둘이서만 남아서 야근을 했어. 그때는 그 분이 나보다 먼저 퇴근했는데, 퇴근하시면서 '먼저 퇴근해볼게요. 주말 잘 보내세요~' 하시길래 끼고 있던 에어팟을 빼고 '아아 네! 안녕히 가세요.'하고 인사를 했지.
괜히 같이 있던 사람이 없어진 게 좀 쓸쓸하기도 하니까, 곧 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타이핑을 하고 있었는데, 서대리님이 몇 걸음 가다 말고 돌아와서는,
"지금 00대리님밖에 안 남았어요."
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아 그래요? 저도 얼른 가야겠네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했더니 하하, 하고 소리내어 웃으면서 가더라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난주 금요일에 내가 먼저 퇴근하면서 최종퇴실자이신 것 같다고 이야기한 것 따라하신 건가? 싶은 거. 뭐야... 나 같으면 그냥 쭉 걸어서 집에 갔겠다. 왜 굳이 쓸 데 없는 데에 정성이시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또 주말 동안 서대리가 한 그 행동의 저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혼자 엄청 고민을 했더랬지.
그 주말이 지나고 바로 수요일부터가 추석 연휴였어. 나는 월요일은 정상 출근했는데, 화요일은 재택 근무라 실제로 사무실에 나가는 건 월요일 하루면 되었어. 그래서 이왕이면 일 많이 하고 오려고 월요일도 늦게까지 남아서 일을 좀 더 했어. 물론 서대리도 계속 남아 있었고. 그러고 보니 야근이 되게 많이 겹치긴 했다. 아마 나도, 서대리도 지금 업무가 너무 바빠가지고 그런 거 아닐까 싶네. 무튼 그 날도 결국 둘만 남아 있었던 걸로 기억해. 그래서 집에 가려는데,
"대리님 저 먼저 들어갈게요. 추석 잘 보내세요."
라고 했는데 서대리님은 앉아 있고 나는 일어서 있어서 얼굴이 안 보이는 거야. 그래서 내가 얼굴 보려고 '얼굴이 안 보이네요-'하면서 낑낑댔더니 자리에서 일어서시더라고. 순간 잘생긴 얼굴이 태양처럼 훅 떠올라서 살짝 심쿵. 뭐야.. 잘생겼어..
"아... 내일 휴가세요?"
물으시길래 아, 아뇨 저 내일 재택 근무에요. 라고 말했지. 그랬더니 아... 그러시구나... 대리님도 추석 잘 보내세요. 하시더라고. 근데 솔직히 난 그때 서대리님 얼굴에 아쉬움이 살짝 비쳤다고 생각하거든? 근데 그게 연휴 전에 하루 못 봐서 아쉬워 하신 건지, 아니면 재택 근무를 하는 내가 부러워서 아쉬우신 건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 무튼 그러고 나서 또 추석 연휴다 뭐다 해가지구 며칠 못 봤지.
사실 추석 내내 좀 궁금했어. 막 혼자 '직장 내 호감', '회사 동료 호감', '호의와 호감 구분법' 이런 거 찾아보고 그랬다니까. 물론 지금도 그런 거 찾아보면서 서대리님 행동이랑 비교해보고는 하는데... 그래봐야 어쩔 거야. 호감이면 뭐 어쩔 거고, 아니면 어쩔 건데. 부질 없다는 거 알면서도 괜히 그러게 된다니까.
연휴 지나고 출근했을 때 또 하루는 사람들 몇몇 같이 남아서 야근을 하는데, 우리 사무실이 복사기 있는 구역 쪽에 정수기가 있단 말이야? 나는 복사기에서 스캔 뜨고 있었고, 서대리님은 정수기에서 가습기에 물 채우고 있었어. 나는 그냥 정수기 앞에 서대리님이 있나 보다~ 하고 스캔이 잘 안 떠져서 몇 번 시도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날 부르는 거야.
"대리님."
그래서 내가 뒤를 돌아봤지. 그랬더니 '대리님 팀은 원래 그렇게 바빠요?'하고 물으시더라구. 그래서 투정 부리듯이 '힘들어요...' 하고 힘든 티를 냈어. 그랬더니 바쁜 시즌이 있는 게 아니고 계속 바쁜 거냐, 원래 그러냐, 하면서 물어보시더라고. 그래서 대강 답을 했지. 근데 이놈의 스캔이 몇 번을 해도 잘 안 되는 거야. 그래서 대리님 이거 하실 줄 아냐고, 스캔이 잘 안 된다고, 도와달라고 하니까 와서 봐주시더라. '이렇게 하면 저기 다른 인쇄기에서는 됐는데, 이거는 어떤지 모르겠네요.' 하면서.
근데 내 바로 옆에 서계시는데 내 심장 왜 뛰어..? 쿵쾅쿵쾅 무슨 일이야..? 그리고 나 얼굴 왜 빨개지는 것 같아...? 뭐야 이거...? 와... 암튼 그래서 그런 티 안 내려고 일부러 태연한 척. 대리님한테 고맙다고 하고 자리로 돌아왔어. USB 꽂아보니까 스캔 잘 되었더라고.
"괜찮아요?"
서대리님이 내 옆 지나가면서 스윽 묻길래, 아 네 잘 나오네요! 감사합니다! 했어. 그러고나서 그날은 끝.
근데 아마 너도 눈치 챘겠지만.. 대리님이랑 나랑 낮에 대화 안 하는 거 보이지? 사람들 많을 때는 이야기 없다가, 둘만 남겨졌을 때 보통 그렇게 말 거시거나 하더라고. 그게 합리적 의심이었던 게, 낮에 마주쳤을 때는 진짜 뭐가 없었어. 심지어 여럿이서 이야기 같이 할 때에도 내가 거기 있으면 서대리는 자리를 뜨더라? 뭘까.. 왜 그러는 걸까.. 싶기도 했는데 뭐 그걸 대놓고 묻기도 좀 그러니까. 의심만 하고 있었어.
이후로는 사무실에 남아서 야근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서대리님네 팀 자체가 워낙 다 바빠져서 야근을 하더라도 나랑 같이 남아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어. 저녁 식사를 하러 가더라도 따로 먹고 하니까.. 더 마주칠 일은 없구. 낮에는 나는 나대로, 서대리는 서대리대로 또 바빠서 맞닥뜨릴 일은 별로 없었는데, 내가 좀 응? 싶었던 건 서대리가 나만 보면 웃는다는 거? 그리고 원래는 가볍게 목례만 했다면 이제는 안녕하세요, 소리 내면서 웃으며 인사한다는 거. 뭔가... 나만 보면 웃는 느낌이 들었어.
내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한 날 즈음부터 나는 출근할 때 조금씩 옷매무새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어. 원래는 맨투맨에 청바지도 곧잘 입고 다녔는데, 지금은 슬랙스에 블라우스나 원피스 비율을 늘렸달까.. 뭐 가을이 되면서 그런 옷 입기 좋아진 것도 없지 않아 있는데, 그냥 괜히 신경을 좀 쓰게 되더라구. 서대리님도 여름엔 되게 편하게 티셔츠에 면바지 입고 다니셨던 것 같은데, 요즘은 깔끔하게 세미정장 스타일로 다니시더라. 워낙 사람이 옷걸이가 좋으니 그런 거 보는 것도 좀 나름 쏠쏠한 재미야. 예쁜 여자는 많은데 잘생긴 남자는 드무니까. 유니콘이라고, 유니콘. 귀한 것은 소중히 다루어줘야 해. 알지?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사람 꽉 찬 엘리베이터에 같이 타서 출근하기도 하고, 같은 인쇄기로 인쇄물 뽑으러 갔다가 맞닥뜨리기도 하고, 그렇게 소소하게 모먼트들이 있긴 했는데 워낙 둘 다 바빠서 잘 마주치지 못하더라구. 뭔가 그 꽁기꽁기한 기류에 대해서 친구들한테 상담도 해봤는데.. 둘 사이 나이 차이도 있고(서대리님이 나보다 8살 많아), 아무래도 사내니까 마음이 있어도 그 분이 먼저 표현하기가 힘들 거라고, 그래서 열쇠는 너한테 있다고 이야기하더라고.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또 맞는 말 같기도 해. 그래서 무리수를 한 번 던져보면 서대리가 어떤 마음인지 좀 각이 나올까 싶어서 무리수를 뒀어. 지난 주말에.
[안녕하세요, 대리님. 000입니다. 혹시 오늘이나 내일 출근하시나요?]
카톡을 보낸 거야, 내가. 그것도 토요일 낮에. 서대리가 이번주에 엄청 바쁠 예정이라 지난 주말에 출근한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 보내고서 거의 15초만에 답장 왔을 걸?
[저는 오늘 내일 다 출근합니다.]
오 칼답 좋아. 내 작전은 시시콜콜한 것 부탁하기 -> 들어주면 커피 사주기, 이거였어. 그래서 시시콜콜한 걸 부탁했고, 대리님은 알겠다고 했어. 답은 빨리빨리 왔는데 그 이상으로 더 이어가거나 나한테 뭘 물으시거나 하진 않더라구. 그래서 뭐.. 그렇게 카톡은 끝났지.
월요일에 출근하기 전에 혼자 시뮬레이션을 그려봤어. 음료 사드린다고, 뭐 좋아하시냐 물으면 1) 메뉴를 답한다, 2) 사양한다, 일 것이고 2) 사양한다, 일 경우 내가 다시 이야기하면 1) 그럼 00로... 라며 메뉴를 말하거나, 2) 그래도 괜찮다 한다, 일 것이라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떠올리니까 마음이 오히려 편하더라.
그러고 월요일에 출근을 했어. 대리님은 인쇄물 가지러 가는 길에, 나는 내 텀블러 씻으러 가는 길에 맞닥뜨려서 대리님이 먼저 나한테 안녕하세요, 했거든. 그래서 눈인사하고 돌아서려는데, 뒤에서 '00대리님!'하고 부르시더라고. 뒤를 돌아봤지.
"그거 옮겨 놓은 거, 봤어요?"
주말에 부탁드린 거 자기가 해놨다고. 확인했냐고 물으시더라고. 텀블러만 씻고 돌아와서 음료 메뉴 물어보려고 했는데.. 봤다고, 감사하다고 하니까, 멋쩍게 웃으면서 자리로 가시더라구. 그러고 나서 난 텀블러 씻으러 갔어.
자리로 와서 메신저 쪽지를 보냈지. [안 그래도 쪽지 드리려 했는데.. 감사합니다! 제가 커피 살게요. 뭐 좋아하세요?] 이렇게. 별 거 아니라고 사양하시더라구. 그래도 여태 고마운 거 퉁치는 거라면서 내가 말해달라고 졸랐어. 그랬더니 시원한 거 아무거나 괜찮대. 그래서 알겠다고 했지.
다른 사람들이랑 점심 먹고 들어오는 길에 내 꺼 하나, 서대리님 꺼 하나 해가지고 사왔는데, 서대리님이 엄청 큰 커피를 이미 들고 들어오는 거야.. 뭐야, 잊으신 건가. 하고서 그냥 책상 위에 슬쩍 올려두고 쪽지로 올려두었다고 보냈더니, 잘 먹겠대. 그날은 또 그렇게 끝. 너무 별 거 없지?
솔직히 내가 커피 사준 거는 '굳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호의라고 생각했는데, 서대리님은 그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았어. 리액션이 내가 뭘 판단할 만큼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래서 여전히 잘 모르겠고 애매한데, 사실 모르겠고 애매하면 아닌 게 맞다는 건 진리 아닌가 싶어서. 뭐.. 원래 마음 있으면 선톡이 온다거나 약속을 잡는다거나 하잖아.
근데 또 내가 어젯밤에 회사 윗분들이랑 회식 비슷한 거 하고 9시가 다 되어서 퇴근카드 찍으러 사무실 잠깐 들어왔을 때, 끼니 때울 거 데우느라고 전자레인지 앞에서 서성이고 있던 서대리님은 왜 그렇게 놀랐던 걸까? 안 그래도 큰 눈이 더 동그래져서는 눈썹까지 팔랑팔랑 움직이시더라. 고생하셨습니다, 하고 인사하는 나 보면서도 여전히 놀래고. 그 큰 눈이 금방이라도 또르륵 굴려질 것 같았어.
뭐 하여간, 한 달이나 지금이나 잘 모르겠는 건 마찬가지네. 그만 생각하고 싶다던 나는 이제 그 생각을 멈추기가 좀 힘들어진 것 같아. 그래봐야 사내연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건 예전과 다를바 없는데,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라고 물으면 그냥 그것도 잘 모르겠어. 네 생각은 어때? 너도 애매하고 잘 모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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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현생으로 극악의 연재텀을 달리고 있습니다... 타는 목마름으로도 쓰고 싶었는데ㅠㅠ 입사 동기 영호 데려왔어요. 영호는 어떤 마음일까요?! 여러분들도 함께 추측해주세요ㅋㅋ 1편에 댓글 달아주신 네 분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