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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방탄소년단 정해인 세븐틴 더보이즈 변우석
l조회 875l 2



 

 

모바일로 읽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원래 노래를 이렇게 크게 들어요?"




계절이 바뀌느라 매서워진 바람이 정면으로 스친다. 그 새 노래가 바뀌었는지 한 쪽 귀에만 남은 이어폰에서 흐르는 노래의 템포가 빨라졌다. 하루를 끝내느라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가기 직전, 다짜고짜 붙잡아 귀에 꽂혀있는 이어폰을 뽑아든 남자. 충분히 기분이 나쁠 상황일 만도 한데 오히려 표정의 불쾌감은 저쪽이 더 한 것 마냥 찡그려져 있다.

손에 든 이어폰 한 쪽을 빙빙 돌리며 말 하는 것에 대답 없이 남자를 올려다 보기만 하다 별로 안 큰데요. 하고 대답하곤 남은 한 쪽의 이어폰도 빼 둘둘 말아 주머니에 넣었다.




"뺐는데도 쿵쿵거리는 게 들리는데?"




잔소리라도 하는 듯한 말투로 대꾸한 남자는 몇 분간 말이 없었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별로 높이 있지 않은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그 새 장난스레 바뀐 표정이 나를 내려다본다. 낮 일을 핑계로 시비라도 거는 건가.




"책 읽는 거 좋아해요?"

"...아마 아닐걸요."




좋아했으면 지금 가방에 든 책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지 않았겠지. 분명히 대답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질문을 돌린다.




"그럼 소설은요?"

"그것도 책이잖아요."




방금 책 싫어한다고 했는데. 아니, 그보다 내가 소설을 좋아했던가. 중고등학생땐 로맨스에 빠져있었던 기억은 분명히 있다. 그 후에는 치열하게 공부하느라, 또 그 다음엔 노느라. 지금은 일에 치여 사느라 내가 책을 좋아하는지, 무슨 장르를 좋아하는지도 가물가물해졌다. 살짝 씁쓸해지려는 마음을 어깨를 올렸다 내리는 걸로 대신했다.




"근데, 그건 왜요?"




질문에 생긋 웃고는 아까부터 손에 들려있던 책을 내게 내민다. 주머니에 넣은 손을 빼지 않고 책 한 번, 남자를 한 번 바라보자 오늘 점심의 나처럼 직접 내 손을 빼내어 올려주는 친절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거 왜 주는 건데요?"




쥐어주는 책을 받아들곤 앞뒤로 훑어봤다. 짙은 상아색 표지에 가로등의 빛을 따라 프린팅된 제목이 반짝인다.





"보아하니 책 싫어하는 것 같은데."

"네?"

"읽어봐요."





생각도 좀 해보고.


말 하는 내내 뭔가 재밌는 걸 발견한 듯, 아이같은 표정을 짓던 남자는 낮에 내가 한 얘기를 그대로 따라하곤 말이 끝나자 마자 뒤를 돈다. 초등학생 때 남자애들이 이렇게 장난치지 않았나. 괜히 말 따라하고. 깊은 곳에서부터 어이없음의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니까. 지금 겨우 이거 주겠다고 굳이 나 어디로 가는지 따라다녔던 거야? 아니 따라다닌 거 맞나. 그냥 길 가다가 보고 따라온 건가. 뭐 어느 쪽이던 따라온 건 맞잖아. 집으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에서부터 씻으려 물을 얼굴에 끼얹는 내내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저 남자는 스토커일까, 아닐까.

 

 

 

 

 

 

  

  

 


집 앞 가로등 빛만 어스름이 깔린 방 안. 불쌍하게도 쪼그린 채 침대 구석에서 눈을 떴다. 정신 없이 잠드느라 열어둔 창문 사이로 오늘 날씨가 어떤지 새어들어온다. 나 자신도 이렇게 잠든 이유를 몰라 왜 이렇게 구석에서 잠들었나 하니 낮, 그리고 방금 받은 책 두 권이 나란히 나보다 더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마른 세수를 하곤 침대 옆 테이블에 놓인 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2시 34분. 이렇게 일어났다 다시 잠들면 내일 힘든데. 오늘이 주말이라는 것에 감사를 하며 다시 한 번 잠들기 위해 저 선물인지 짐인지 모르겠는 것들을 집어들자 언제부터 끼워져 있었는지 상아색 책 사이에서 하얀 종이가 발 끝으로 떨어진다. 영수증 쯤이라도 되나 펼쳐본 종이엔 갈겨쓴듯한 글씨가 쓰여있다.



[읽고 서점으로 반납하러 와요.]



진짜 이상한 사람.

 

 

 

 

 

 

 

 

 

 - 로맨스 마니아 그 남자 2 -

: 둘 중에 하나.




 

 

 

 

 


오후 2시가 되어서야 산발이 된 머리로 일어났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하루 종일 잠이나 자볼까 싶어 다시 눈을 감는데 머리 근처에서 진동이 울린다. 앓는 소리를 내며 배게 주변을 툭툭 치다 손에 들린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발신인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스피커 모드로 전화를 받아 배게 옆에 내려놓자 기다렸다는 듯 하이톤의 목소리가 목소리가 방 안을 울린다.



-너 또 주말이라고 아직까지 침대에 누워있지?



다 알고 있다는 듯 오랜만의 연락에도 인사대신 튀어나온 잔소리에 딱히 아니라고 반박을 하지 못 하는게 억울하진 않았다. 아니라고 해봤자 믿어줄 사람이 아닌게, 김기범이 나에 대해 모르는 게 몇 갠지를 세는 게 내 하루 일정을 정리하는 것보다 빠를 테니까. 굳이 대답을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 눈을 감고 너 혼자 떠들어라. 눈 위로 손등을 덮었다.




-너 그러다 진짜 살찐다니까?

"내가 뭘."

-방학때도 하루 종일 누워있다가 퉁퉁 불었잖아, 너 고등학생때 몸무게가...

"거기까지."





한동안 정 떼고 살던 몸무게 얘기는 갑자기 또 왜. 잔뜩 싫은 소리를 하며 그래서 원하는게 뭔데. 하자 기다렸다는 듯 연극이나 보러 갈래? 하고 대답이 돌아온다. 굳이 나가야 하나 고민하다, 이대로면 정말 김기범의 말처럼 될 것 같아 새벽에 깼다 다시 잠들어 잔뜩 무거워진 몸을 일으켰다. 본인 패션이나 신경쓰지 나한텐 관심 없겠지 하는 생각으로 아무 옷이나 주워입곤 입에 칫솔을 물고 한 손으로 김기범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급하게 입을 행궈냈다.




[3시. 혜화역 1번 출구]

 


배려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놈아.

 

 

 

 

 

 

 

 

 

 

 

완전히 말리지도 못 한 머리를 살살 털며 급히 차에서 내렸다. 웬만해선 늦을 리가 없는 김기범을 찾아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 멀리서부터 튀는 옷차림의 남자를 찾아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다가갔다.




"인간적으로 여자한테 30분 주는 건 심하지 않냐?"

"더 준다고 더 꾸미고 올 것도 아니면서."




덕분에 누군 이렇게 입고 오고, 누군 머리도 제대로 못 말리고 말이지. 뭔가 삐딱한 말투에 굳이 더 말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김기범이 이렇게 나오는 건 내게 뭔가 불만이 있을 때고, 주로 그 불만은 내 잘못에서 비롯된 거라는 걸. 친구로 지내온 오랜 시간을 통해서 깨달았으니까. 알아서 풀겠지 싶어 더 건드리지 않고 몸을 사리자 했던 건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내게 뭔가를 바라는 것 같던 김기범은




 

 

 

연극을 보고 나왔을 때도.





"아까 연극 재밌었지?"

"그냥저냥."





 

거리에 있는 음식을 보고도.





"너 저거 좋아하잖아, 저거 먹을까?"

"살 빼는 중이야."





 

노을이 진 거리에서 기타를 치는 사람을 보는 이 순간까지도.





"야, 저 노래 예전에 니가.. 어디가!"




살짝 잡은 옷깃을 놀리기라도 하듯 쌩하니 지나치는 김기범을 보며 꽤나 큰 소리를 질렀다. 하루 종일 온 몸으로 불만을 표현해내던걸 받아주는 것에 한계가 와 가는 김기범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아무 표정 없는 얼굴로 돌아보는 김기범은 금방이라도 날 밀쳐낼 것 같지만 굳이 그런 수고를 더하진 않는다.





"뭐가 불만인데?"

"뭐."

"무슨 말이라도 해야 알지."





몇 년 사귄 연인도 아니고, 남녀가 바뀐 것도 아니고. 잔뜩 날이 선 눈으로 노려보는 걸 한참 바라본 김기범은 이제야 뭔가를 말 할 용의가 생겼는지 반대쪽 손을 들어 힘이 빠지지 않은 내 손에서 손목을 빼내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다.





"너 취업한 지 몇 개월 됐어?"

"...6개월."

"그동안 뭐 하고 지냈어?"

"...어?"






멍청한 대답에 김기범은 얼굴을 거칠게 쓸어내리고도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회사는 어때? 무슨 일 해? 서러운 건, 짜증나는 건 없었어? 힘든 일은 없었어? 아픈 적은 없었고? 상황과 맞지 않게 점점 걱정이 가득한 단어들로 넘어와 눈만 깜빡이는 나를 보며 김기범은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한 번 연락하는 게 힘들어?"




 

 

 

 

 

 

 

 

 

[현재 영동대교의 상황은...]



침대 구석에 쪼그려 앉아 놓아둔 핸드폰을 보며 시트를 톡톡 쳤다. 생각이 많을 때 버릇처럼 켜놓은 라디오의 소리가 멀치감치 느껴진다. 원래 불만이 많은 편도, 칭얼거리는 편도 아닌데다 연락에 연연하는 성향도 아닌 지라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일이 바빠지면서 자연스레 잊고 살았었다. 그리고 그런 내 행동이 가족보다 날 더 챙기는 김기범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참다못해 먼저 온 연락조차 귀찮다는 듯 밀어내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원망 섞인 말에도 먼저 연락할 용기가 없어 절절매는 꼴이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다 하며 9월 23일, 생일축하한다는 인사와 이모티콘을 마지막으로 멈춰진 메세지창을 괜히 올렸다 내렸다 했다.



[0]



젠장. 미련하게 메세지창이나 왔다갔다 하다 마음대로 전송된 숫자를 보곤 될 리가 없는 취소를 해보려 데이터를 껐다 켰지만 나보다 네트워크가, 메세지를 확인하는 김기범의 속도가 더 빨랐다. 차라리 전화를 걸 껄. 한참을 당황한 나완 달리 돌아온 김기범의 메세지는 아무렇지 않다.





[잘 들어갔어?]

[응. 방금 누웠어]





무슨 대답이 돌아올까 액정에서 손을 떼지 않고 계속 올리고만 있는데 전화로 화면이 바뀐다. 손가락으로 무작정 올리다보니 고민할 새도 없이 실수로 받아져버린 전화를 보다 귓가로 휴대전화를 가져갔다.




- 회사는 어때?

"... 그냥 할만 해."

- 힘든 일은 없고?

"다들 똑같지 뭐."




 


앞으론 자주 연락할게.

미안하다는 말을 대신한 약속을 끝으로 잠시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해 같은 침묵에도 느껴지는 풀어진 말투가, 밤이 되어 가라앉은 김기범의 목소리가 나쁘지 않아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옆으로 누워 볼 위에 전화기를 올려놓은 채 이불 끝자락을 잡아 손장난을 치다 김기범의 마지막 말에 침대에 바로 눕고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었다.





- 잘 자.





대답을 하기도 전, 끊긴 전화에 배경화면으로 돌아온 휴대폰을 바라보다 전화번호부로 들어갔다. 평소 사람들과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아 아무도 등록되어 있지 않은 단축번호 9번에 김기범을 등록했다. 또 뭘 할까 하다 열려있던 창 목록에서 카카오톡을 들어갔다. 몇 개월만의 메세지. 김기범답게 셀카로 등록돼 있는 프로필을 눌러 즐겨찾기에 추가하곤 읽을 것도 없는 글씨를 몇 번이나 다시 읽다 너도 잘 자. 하곤 액정을 껐다. 부모님을 제외하고 나를 가장 잘 아는 친구. 그런 사람에게서 연락이 오고, 나를 아직도 걱정한다는 생각에 괜히 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어 웃으며 이불을 꼭 쥐었다 폈다.

덜 닫힌 창문 틈의 바람이, 조금 따뜻해진 것 같은 기분이다.

 

 

 

 

 

 

 


 


- 작가입니다. -

두 번째 주인공 기범이가 나왔습니다.

저는 여전히 산하엽을 읽지 못했고, 다음 편에선 서점 속 그 남자의 이야기가 나올 예정입니다.

텀이 많이 길어 죄송합니다...



 
글쓴이
컴퓨터로 글 올리고 읽는 거 처음인데 무슨 결벽증 환자같네요. 엔터를 더 쳐야겠어요....
9년 전
비회원202.71
헐 자까님ㅠㅠㅠㅠㅠㅠ김기범 이 멋있는 남자야ㅠㅠㅠㅠㅠ와 진짜..ㅠㅠㅠㅠㅠ다음편도 기다릴게요!!♥♥
9년 전
독자1
작가님ㅠㅠㅠㅠ재밌어요!!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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