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파는 처음인데요
w.1억
"…아, 걔들이 그래요?"
"대학교에서 왕따는 처음보네."
"…에? 저 왕따 아닌데요."
"농담인데."
"……."
"그럼.. 쓰레기봉투 하나 사서~ 쓰레기 주우러 돌아다녀볼까?"
무슨 농담을 저렇게 한대.. 기분은 상했지만 그래도 나는 고갤 끄덕인다.
장기용이 워낙 잘생겼고 키도 크고 그래서 사람들이 힐끔 보는 게 느껴졌다. 우도환 때와 같았다.
잘생기긴 진짜 잘생겼네.. 친구끼리 잘생기면 무슨 기분이려나.
같이 쓰레기 줏으면서 별 얘기는 안 했다. 솔직히 뭐 대화할 내용도 없고.. 그냥 서로 말 없이 쓰레기를 줍는데.. 자꾸만 나랑 눈이 마주치면 웃는 장기용이 부담스러울 뿐이다. 아니면..착한 건가.
서로 중간에 사진도 찍어주고.. 쓰레기가 꽉 찬 쓰레기봉투를 들고서서 누군가에게 사진을 찍어달라했고, 우리 둘은 어색하게 서서 사진을 찍었다.
물론 나 혼자만 어색한 것 같았다. 장기용은 바로 '감사합니다'하고 핸드폰을 받기 바쁘다. 그리고..
"커피 쏠게. 커피나 마시면서 얘기도 좀 하고 그러자."
"…무슨 얘기요?"
"어?"
"…얘기할 게 있나요?"
정말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 거였다. 할 일이 끝났으면 바로 집에 가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왜 굳이 커피를...
"그냥.. 5명이서 해야할 일을 우리 둘이서 했잖아. 지 네가 고생한 것 같아서 커피 한잔 쏘려는 거야. 얘기는.. 그냥 한 소리였는데."
"…아. 저는 또..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줄 알고.."
"…에이 아니야."
뻘쭘해졌다. 의심하고 경계했던 내가 너무 한심했다. 그냥 한 소리였다니...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장기용에 비해 나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서로 아무 말이 없었고.. 또 장기용과 눈이 마주친다. 그럼 나는 먼저 입을 열었다.
"ppt요."
"응."
"둘 이름만 넣을 거예요. 선배 이름이랑 제 이름이요."
"…아, 응. 그래야지 그게 맞지. 우리 둘이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네."
"첫인상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강아지같은데."
"……."
"하루만에 이미지가 바꼈어. 경계하느라 털 바짝 선 강아지네. 그리고 똑부러지기까지."
"…에?"
"그냥. 말해주고싶었어."
"…아."
또 어색해졌다. 갑자기 난데없이 나에게 첫인상에 대해서 말을 한다.
사실은 이렇게 아무렇지않게 앉아있지만.. 우도환에게서 무슨 얘기를 들었을까 조금 조마조마했다.
뭔가 내가 섹파라는 걸 알면.. 창피할 것 같다. 우도환이 창피한 게 아니라! 내가... 물어보고는 싶은데.. 뭔가 물어보면 좋아한다고 생각할까봐 말하지도 못 하고 가만히 커피만 마시면, 장기용이 먼저 입을 연다.
"사이가 안 좋아? 여자애들이랑."
"…아.. 저랑 같이 다니는 친구랑 싸웠는데. 그냥 제가 친구니까.. 저도 같이 미워하는 거죠."
"…아아."
"아, 맞다.. 잘 마실게요."
"계산은 아까 했는데. 왜 지금 고맙다고 하지."
"아, 깜빡했어요.."
"ㅋㅋㅋㅋ 아, 맞다. ppt말이야. 그건 그냥 내가할게. "
"네??..아니요? 저도 같이 해야죠."
"아니야. ppt 만드는 건 내 전문이야. 넌 나랑 같은팀 된 걸 진짜 고마워해야된다?"
"네? 아니.. 저도..."
"나중에 커피 쏴."
"…아, 네. 커피야 뭐.."
"아니다."
"……."
"밥 쏴라."
"…네. 근데.."
"응?"
"막 비싼 거는 안 돼요."
"왜? 한우 먹으면 안 되나?"
"…대학생한테 한우는 좀 그렇고.. 삼겹살! 정도는 뭐..."
"아, 난 그냥 술마신 다음 날 해장국 생각했는데. 삼겹살까지 된다고 하면.. 삼겹살 먹어야겠네."'
"에?? 아, 아니요!..."
"ㅋㅋㅋ아, 학교 밑에 삼겹살 집 맛있던데."
"…그래요. 그럼 삼겹살로.. 아, 그냥 제가 ppt..."
"ㅋㅋㅋㅋ."
웃는데 어찌나 사람이 웃는 게 저렇게 예쁠까. 우도환과는 이미지가 비슷한데.. 성격이 이렇게 다른 게 신기했다.
나를 보고 정색이라곤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장기용이 천사처럼 보였다.
어제 밤에 진구랑 가영이랑 술을 너무 마셨나.. 화장도 제대로 못한 채로 학교로 향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계속 핸드폰을 확인한다.
우도환에게서 연락 한 번 안 오는 게 너무 화가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 아는 척 하지 말라고 했던 게 어이가 없어서 계속 혼자 속으로 욕을 했던 것 같다.
투덜투덜 티 안 나게 혼자 걸으며 건물 앞에 다 도착했을까..
"뭔 걸음이 이렇게 빨라?"
"…아, 안녕하세요."
"응, 안녕."
장기용이 웬 차에서 내려 내게 다가왔고... 차 운전석에 앉아있는 사람은..
"……."
우도환이었다. 저 차는.. 몇 번 봤었다. 모텔에 먼저 도착해서 밖을 보고 있으면.. 몇 번 저 차가 보였었다. 그리고 저 차에서 우도환이 내렸었다.
벨트를 풀어서는 차에서 내린 우도환에 나는 긴장해서는 가만히 서서 우도환을 바라보았고, 예상치도 못 하게 우도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안녕."
"…아, 네. 안녕하세요."
되게 어색했다. 분명 조금 웃으며 안녕- 했는데.. 내가 너무 어색하게 받아친 것 같았다.
가자- 하고 먼저 앞장서서 문을 열어주는 장기용에 나는 여전히 긴장을 한 채로 학교 건물에 들어선다.
"어제는 잘 들어갔어?"
"아, 네."
"오늘 학교 끝나고 개강파티 있는데."
"네?"
"갈 거지?"
"아."
뭔가 별로 가고싶지 않았다. 내 섹파가 그 자리에 있는 것도 불편한데.. 그것도.. 서로 모르는 척을 해야 한다면.. 더 싫다.
그냥 핑계대고 안 가고, 집에서 영화나 볼 생각으로 '아니요'했을까.
"같이 가자."
같이 가자는 우도환에 말에 나는 무너졌다.
여기서 어떻게 싫다고 해. 저게 진심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일단.. 섹파이기 전에 선배가 하는 말인데...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 근데.. 정말 가고싶지가 않으니까.. 용기를 내ㅅ..
용기를 내서는 개뿔
결국엔 만오천원 내고 개강파티에 왔다.
4년 동안 개강파티는 모두 감자탕집에서 한다. 아, 지겨워라.. 다른 곳에 좀 가면 안 되나.
다들 술을 마시기 바쁘고.. 나는 저 끝에 우도환을 본다.
여자들은 우도환과 장기용이 앉은 테이블에 앉았고.. 여자들의 목소리만 들려올 뿐.. 우도환과 장기용에 목소리는 듣기 힘들었다.
"너네 많이 마셔. 난 원래 술을 잘 안 마셔."
"아~ 선배~"
우도환이 궁금해졌다.
나랑 단둘이 밤에 있을 때는 말도 별로 없고, 웃어준 적도 없고.. 그냥 차가운 사람 같았는데.
이렇게 학교에서 볼 때는 또.. 웃음도 많고 되게 부드럽다..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여기서 우도환이랑 제일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다.
"근데 넌 어제부터 왜 이렇게 애가 시무룩하냐? 정신 못 차리네."
"아냐... 어제 밤에 너네랑 술을 너무 마셔서 그런가봐."
"야 술은 나랑 진구가 많이 마셨는데 왜 네가 힘들어해?"
"하하 힘드네 좀...."
고개를 숙인 채로 핸드폰만 본 것 같다. 재미없는 게임만 하고 있으면, 진구가 재밌냐? 하면서 핸드폰 화면을 같이 들여다본다.
자꾸만 방해하는 진구에 하지 말라고 인상을 쓰면, 여진구는 늘 항상 같은 반응이다.
"왜애 ㅋㅋㅋ 같이해~"
"아쒸 네 걸로 해 ㅡ_ㅡ.."
"ㅋㅋㅋㅋㅋ뭔가 네 거로 하는 게 더 재밌어."
"아씨."
"ㅋㅋㅋㅋㅋ야 술 좀 마시자!"
"너네나 마셔.... 나 진짜 죽을 것 같은데..."
마셔어! 하고 진구가 나를 억지로 잡았고, 가영이가 내 입 속에 술을 들이붓는다. 으으으으으! 하다가도 그래도 웃음이 나왔고..
가영이랑 진구도 막 소리를 내어 웃는다. 아 진짜 마시기 싫은데...그러다 내 뒤로 장기용이 지나갔고.. 지나가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다...
"…적당히 마셔."
"ㅇ_ㅇ...??????????????????"
나랑 진구.. 가영이 셋이서 모두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장기용을 바라보았다. 잠깐만.........
"……."
"……."
날 왜 그렇게 쳐다봐.. 아무것도 아니야!! 진짜..아무것도..........
아니야아- 하고 막 고갤 저으면.. 가영이가 조용히 내게 묻는다.
"뭐냐? 어제 뭔 일 있었어? 다 말해라!!"
"아니이이! 진짜 아무 것도 아니라니까아...!!!"
"말해애애!"
말하라면서 내 볼을 막 누르는 가영이에 나는 울상을 짓는다. 아니! 진짜 아무 것도 아니라니까!!!.....
결국엔 한병 정도 마셨다. 다행이도... 주량이 두병이라 살 수가 있긴 했지....
엄마에게서 오는 전화에 안에는 너무 시끄러워서 전화를 받으러 밖에 나왔을까..
"……."
"여보세요."
- 오늘 많이 늦어?
"아, 아니! 2차 안 가고 그냥 바로 집 갈 거야. 한 1시간 안에는 집 가!"
- 알겠어~~ 치킨 시켰거든 ^^
"먼저 먹어! 뭐 사갈까?"
- 그냥 과자 몇개만 사와죠~~
"알겠어~~~"
전화를 끊고서 우도환에게 아는 척 한 번 안 하고 다시 들어가려고 했을까, 우도환 옆에 오빠는 먼저 들어가고...
우도환이 담배를 바닥에 던져놓고서 발로 비벼 끄더니 날 보고 말한다.
"왜 2차 안 가고."
"…아."
"……."
"어제도 술을 마셔서요. 좀 힘들어서."
"2차 가지 말고, 하자."
"네????"
"안 한지 좀 됐잖아."
"…아."
"먼저 가있어. 나도 갈테니까."
"아니..그!"
아니!!! 한다고 한 적도 없는데.. 그냥 쏙 - 하고 들어가는 우도환에 나는 벙쪄있다.
아니 뭐!... 싫다는 건 아닌...데....근데...아니...!
근데 모텔로 가기는 개뿔....1차가 끝날 생각을 안 한다. 다들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시고 난리가 난 것이다.
그래도... 가기는 가야되니까.
"나 먼저 갈게."
"야! 어딜 가!! 2차 가야지! 술 마셔야지이!!"
가영이가 무조건 같이 가잔다.. 그래도...
"아냐... 난 빠진다... 너네 둘이 마셔!! 나 좀 가자아아!...."
"ㅡㅡ 그래! 가라!! 가!! 너 택시 타고 가라! 버스 정류장까지 또 걸어가지말고!!"
"알겠다고오..."
손을 훠이훠이 저으면.. 누군가 내 앞에 뿅-하고 나타난다.
"어디 살아?"
"아, 저 초록공원 쪽에요."
"나 그쪽 지나. 내가 데려다줄게."
"에?"
"나 술 안 마셨어."
진짜야- 하고 웃는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구요.... 저는요... 저희집이 아니라... 모텔에 가야 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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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녁씨 글 진짜 몇장면 쓰다가 다시 여기로 넘어와버리기...
흠냐,,아직은 뭐 장굥이 주인공같은 느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환아 힘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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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이 글 불마크는 내용이랑 이어지고... 불마크에서 야한 부분 뿐만이 아닌,, 다른 내용들도 나오기 때무네.. 꼭 읽으셔야 되기 때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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