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파는 처음인데요
w.1억
"아, 아니예요! 안 그러셔도 돼요. 그냥 택시 타고 집에 가면 되는데.."
"택시비 아껴. 아껴서 삼겹살 사줘."
"…에?"
"가자. 도환아 먼저 간다."
당황스러워서 가만히 있으면, 장기용이 가자면서 그냥 나가버렸고.. 나는 우도환의 눈치를 한 번 보았다.
우도환과 눈은 마주쳤지만.. 곧 우도환이 먼저 눈을 피했고.. 나는 하는 수 없다는 듯 가영이와 진구에게 인사를 대충하고서 나오기는 했는데.
"학교로 올라가야 돼."
"네?"
"어제 학교에 차 놓고 집에 갔거든. 학교로 가야 돼."
"…아, 네."
"안 추워?"
"네. 안 추워요."
"추우면 말해."
"왜요? 겉옷이라도 벗어주게요?"
"아니. 난 따듯하게 입었으니까 자랑 하려고."
"…허?"
"ㅋㅋㅋㅋ."
장기용은 내게 장난을 친다. 어이없기도 하고.. 웃겨서 혼자 픽- 웃는데. 갑자기 내 어깨 위로 옷이 걸쳐진다.
"…저 안 추운데...."
"내가 더워서."
"……."
"맡아줘."
진짜 왜 이래.. 사람 설레게.. 완전 여자한테 인기 많겠구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그래도 작게 웃어주면.. 장기용도 나를 보고 웃는다.
근데.. 어쩌지.. 그냥 집에 갔다가 다시 나와야되나.. 방법이 이것뿐이구나.. 귀찮게 증말...
"술 많이 마셨어?"
"아, 아니요? 그냥 적당히.."
"그래? 얼굴 엄청 빨개지는구나? 누가 보면 너 엄청 취한 줄 알겠어."
"아아..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더라구요. 그래서 좀 싫어요. 그렇게 못 마시는 편도 아닌데.."
"아냐, 귀여워."
"……."
저 말을 하고서 다른 곳을 보며 걷는데. 조금은 흔들리다가도.. 솔직하게 말했다.
"다른 여자들한테도 그런 말 해요? 그러면 여자들 다 오해할 텐데."
"응?"
"아니예요. 아마 다른 여자들이었으면 넘어갔을 거예요."
"……."
"근데 선배는 왜 술 안 마셨어요?"
"너 데려다주려고?"
"에????"
"ㅋㅋㅋ."
"또 장난이죠.."
"응ㅋㅋㅋ."
"어휴 참...ㅋㅋㅋ"
드디어 나도 웃음이 나왔다. 특이한 사람이야 정말.. 내가 좀 낯도 가리고, 경계심도 많아서 친해지기가 어려운데..
뭔가 장기용 이 사람이라면 금방 친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다가와서 웃어주는 사람이라면 금방 친해질 수 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그렇겠지만.
차에 타서 운전하는 장기용을 보았다. 진짜 참 잘생겼다. 그런데 왜.
"선배는 여자친구 없어요?"
"나한테 관심있어?"
"에? 아니요?"
"관심도 없는데 왜 물어보지?"
"아니... 그냥 물어본 건데요. 잘생기셨고.. 키도 크시고.. 성격도 좋으신데 없으면 이상할 것 같아서요."
"……."
"진짠데요. 관심 진짜 없는데요."
"누가 뭐라 했어? ㅎㅋㅋㅋ"
"아니..."
"ㅋㅋㅋㅋ농담이야."
"아니 왜 자꾸 농담.."
"반응이 너무 재밌어서."
"…하."
"여자친구 없어. 안 한지 지금 한 1년 조금 넘었을 걸?"
"왜요?"
"글쎄.. 내가 문제가 있나? 남들은 연애 잘만 하던데.. 난 솔로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응?"
"겉으로 보기엔 진짜 완벽해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뭔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뭐라구 ㅋㅋㅋ?"
"저도 농담이에요."
"ㅋㅋㅋㅋ뭐야 진짜."
드디어 서로 같은 타이밍에 웃는다. 또 단순해가지고 금방 사르르 녹아버리는 내가 참 웃기다.
이렇게 날 대하는 걸 보니.. 우도환과의 일은 절대 절대 모르는 게 분명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우도환의 얘기를 꺼내보고싶었다.
둘이 정확히 무슨 사이인지.. 얼마나 친한지.
"우도환 선배랑은 친해진지 얼마나 된 거예요?"
"도환이?"
"네. 되게 친해보여서요."
"대학교 1학년 때 친해졌고.. 같이 다니고, 군대도 같이 갔어. 미용실 가서 같이 삭발한 거 있지 ㅋㅋㅋ."
"아아..."
"휴학도 같이 하고, 같이 또 복학도 하고.. 엄청 친하거든. 서로 비밀이 없을 정도로?"
이런.. 여기서 살짝 흔들렸다. 설마 나를 찔러보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근데 또 표정은 너무 태평해서.. 아닌 것 같기도 한..
"왜? 도환이한테 관심 있어?"
"에? 아니요...??? 절대요!"
"절대.. 까지야? 도환이 잘생겼지.. 키도 크지.. 성격도 좋은데 왜."
"아...하하하하."
고개를 저으며 창밖을 보았다. 글쎄요... 성격 좋은 건.. 이제 모르겠네요.
뭐... 섹스할 때마다 나한테 관심 하나도 안 주고 몸만 갈구할 때부터 조금은 알긴 했는데요.....
완전 정색하고 아는 척 하지 말라고 할 때는 너무 쫄았었다구요... 당신 친구가 이렇다는 걸... 본인은 아시나 모르겠..
"도환이 착한데."
"에???????"
너무 놀랬나..? 장기용이 운전을 하다말고 나를 힐끔 보더니 당황한 듯 작게 웃는다.
"왜...? 도환이랑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아뇨! 그런 건 아닌데..."
"……."
"그냥.... 착하게 생기지는 않으셔서요."
솔직히.. 두분 다.. 착하게 생긴 얼굴은 아니죠..네.... 에휴...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아.."
"아냐. 나 저어기 오피스텔 살아."
"아? 그래요? 엄청 가깝네요...!?"
"응. 어차피 가는 길이었는데 고마울 필요는 없어."
"아 하하하.. 그래도...감사합니다."
"시간 맞으면 아침에 같이 학교 가도 되겠다."
"…에?"
"갈게. 좋은 꿈 꿔."
"아, 네!"
진짜 성격 좋네.. 혼자 중얼 거리면서 택시를 타고 매일 가는 모텔로 가려고 했을까.
엄마에게서 전화가 온다.
"어."
- 언제 와!~~
어떡하지... 못 가게 생겼네......
"집에 좀 사정이 생겨서.. 나도 이만 가볼게."
"아, 선배애애애.. 2차 ㅠㅠㅠ 너무 아쉬워요오.."
"2차는 다음 기회에 가는 걸로."
"선배애애애..ㅠㅠ안녕히가세요."
도환이 웃으며 여자들에게 인사를 하고선 가게에서 나오면, 앞에서 담배를 피던 남자들이 도환에게 인사를 한다.
대리를 부른 도환은 담배를 피며 대리기사를 기다리고 있고.. 곧 카톡 소리에 도환이 핸드폰을 확인한다.
[저 오늘 못할 것 같아요! 엄마가 빨리 집에 오라고 그래서.. 죄송합니다]
도환은 카톡을 보고선 곧 담배 한모금 마시고선 허공에 내뱉는다.
"……."
안 한지 좀 돼서 당장 하고싶었는데. 하는 수 없지 뭐.
서로에게 답장이라곤 하지 않는다. 약속 장소와, 시간.. 그리고 늦을 것 같다는 말 뿐이었는데.
못한다고 하는 카톡은 처음이라 그런지 도환도 조금은 당황한 것 같다.
오늘은 일찍 눈이 떠졌고. 꾸며서 입고 학교를 가게 되었다.
고데기도 잘 되고, 화장도 잘 되고.. 너무 너무 퍼펙트한 날이다. 그치만.. 남자친구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도환한테 잘 보일까..싶다가도.. 아는 척 하지 말라는 사람한테 잘 보여봤자 뭐하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그냥 기분 전화도 할 겸.. 평소에 귀찮아서 안 뿌리던 향수도 뿌리고 학교 앞에 도착했을까.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꾸몄냐? 1년에 한 두 번 보는 모습인데.."
"뭐냐 넌? 가영이랑 같이 올라간다며."
"문가영 올라오다가 친구 만났다고 나 버리던데."
"오호.. 그래?.. 넌 태생부터 왕따잖아."
"왕따랑 놀아줘서 고맙네요."
"ㅋㅋㅋㅋ고마워해야지... 나 오늘 너무 일찍 눈이 떠져서 꾸몄어 헤헤."
"그래.. 내 눈도 좀 호강 시켜줘."
"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하고 인상을 쓰면서도 웃으면, 진구가 나에게 어깨동무를 한다.
아, 우리는 진짜 찐찐찐 친구다. 안 믿으면 어쩔 수 없지만! 우린 진짜 진짜 서로 감정 하나 없는 찐찐 친구!...
진구랑 같이 학교 건물로 들어섰을까... 또 익숙한 향기가 난다. 놀래서 그쪽을 보면.. 우도환이다..
우도환이 내 옆을 지났고.. 우리는 아는 척을 하지 않는다. 진구도 물론.. 우도환이랑 어색한지 인사 없이 지나쳤고...
"도환 선배!!!! ><"
"…아, 안녕. 일찍 왔네?"
"네! 선배! 오늘 점심에 같이 밥 먹어요 !!!"
"그래."
"아싸아아..!!"
여자들은 아주 우도환과 장기용에게 열정적이다.
멀리서 저 모습을 보고있으면 계속 우도환의 다른 모습이 떠오른다.
밤에 옷을 벗고 있는 우도환은 정말로 섹시하다.. 근데 문제는..
"평소에서 섹시하단 말이야 ㅠㅠㅠㅠㅠㅠㅠ"
"뭐래.. 누가 섹시해?"
"아니... 그냥 어느 배우를 떠올렸단다..."
"난 또 우도환 저 선배 말하는 줄."
"엉?"
"저 선배 되게 섹시하게 생기지않았어? 가만히 있어도 막 19금 오로라가 온몸에서 퍼져나오는 느낌."
"…어,음."
"키도.. 얼굴도.. 다 가지고.. 심지어 공부도 잘한다니.. 진짜 대단해...으휴.. 저 선배는 누구랑 연애하려나.... 몸도 좋고..어휴."
"…몸..좋지."
"ㅡ_ㅡ?"
"뭐."
"본 것 처럼 말해서."
"그냥 딱 봐도 보이잖아. 그 피지컬이."
"하긴.."
여진구 이 쓸데없이 눈치 빠른 자식.... 겨우 후- 하고 숨을 내쉬고선 저 멀리 사라져가는 우도환을 보았다.
너무 멀게 느껴져.. 어제.. 그냥 모텔에 갔어야 했나.. 너무 후회가 된다.
가영이랑 그냥 화장품 얘기나 하고 있었을까.. 누군가가 빈 내 옆자리 의자를 끄는 것이다. 놀래서 옆을 보면..
"지 너 남자랑 데이트 하러 가?"
"에???"
"오늘 되게 예쁜데?"
"저 원래 예쁜데요."
"어?"
"저 원래 예쁘다구요."
"뭐라고?"
"아니!!"
"ㅋㅋㅋㅋ."
"근데 왜 제 옆자리 앉으세요...?"
아.. 하고 자리에 완벽하게 앉은 장기용이 원래 앉았던 자리를 턱짓으로 가리키고선 말한다.
"앉던 자리 주변에 저 친구들이 있어서 피신."
"아... 시끄럽긴 하죠.."
"응. 강의 집중 안 돼. 아, 어젠 잘 들어갔어?"
"집 코 앞에 떨궈주셔놓고...."
"그래도 안부차 묻는 건데 ㅎㅎ."
"잘 들어갔어요. 선배는요?"
"나 잘 들어갔지. 분명 안주 많이 먹었는데.. 집 가서 라면 끓여먹고 치킨도 시켜먹은 거 있지?"
"에...? 살 안 찌는 체질이죠??? 그렇게 먹고도 살 안 찌는 거 보니.."
"뭐.. 그런 편이기도 한데. 운동을 좀 해."
"오.. 운동 해요??"
"응. 넌 안 해?"
"으 극혐이요."
"ㅋㅋㅋ극혐이긴 해."
서로 웃었을까.. 갑자기 가영이가 내 허벅지를 꼬집었고.. 놀래서 가영이를 바라보니, 가영이가 의심하는 눈빛을 하고선 나를 본다.
절대 아니라는 듯 고갤 저으면, 가영이가 일부러 진구에게 귓속말 하는 척을 했고, 나는 야 -_- 하고 가영이를 바라본다.
그럼 장기용이 웃으며 내게 묻는다.
"셋이 제일 친해?"
"아, 넵."
"보기 좋다. 잘난 애는 잘난 애들이랑 다닌다더니 진짜인가보네."
"…아... 가영이는 그렇다쳐도.. 여진구 쟤는 아닌데.."
"왜 잘생겼는데. 나 저렇게 생긴 친구 좋아해. 듬직하게 생겼잖아."
"키가 작은데."
"키는 상관 없지. 사람은 성격이 중요해. 성격도 좋아보이는데?"
"그쵸오..!? 우와... 선배님..진짜.......우어어...역시이이..."
"ㅋㅋㅋㅋ선배님이라고 하지 마. 그냥 형이라고 불러... 너희도 그냥 편하게 불러.. 선배는 어색하다."
"아, 아닙니다!!........"
"편해지면 불러줘 그럼 ㅋㅋㅋ."
"넵..!!"
그리고... 장기용의 옆자리엔 우도환이 앉는다.
그리고 정적이 흐른다. 나는 우도환이 있는 쪽을 보기가 힘들었고..
우도환은 장기용이랑 대화하기 바쁘다.
강의가 끝나고 졸려서 잠시 엎드렸을까..
갑자기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건드리길래 놀래서 뒤를 보면.... 그 사람보다는.. 주위에 여자들의 눈빛이었다.
왜 나를 그렇게 쳐다봐...?
"너 캐드실 가봐야겠더라."
"…에?"
"어제까지 신청 하라고 한 거 안 했더라."
"어.. 그거 했는데요.."
"가서 확인해봐."
"아..."
"……."
"네..."
어색하다. 과대로서.. 나한테 말해주는 건데.. 근데... 너무... 어색하다....
대충 다음 강의까지 20분 정도 남았고, '갔다올게'하면 가영이가 핸드폰을보며 손을 흔들고, 여진구는 자느라 날 보지도 못 한다.
5층에 있는 캐드실에 들어섰을까.. 아무도 없었고..
그냥 캐드실 아무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켰을까.. 우도환이 갑자기 캐드실 안에 들어온다.
왜 온 걸까.. 내가 모를까봐 와준 건가.. 괜히 그런 생각을 하다가 못본 척 마우스를 잡으면,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면.... 우도환이 내 앞에 서있다. 무슨 말을 하지도 못 했는데 우도환이 갑자기 내 허리를 감싸 안으면서 말한다. 너무.. 가깝다..
내 귀에 가깝에 숨을 불어넣은 우도환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자."
"…네?"
"하자고."
"뭘....어떤..걸.."
"섹스 하자고."
"여기서요???????????????????????????"
"……."
"아니... 신청..그거.."
"거짓말인데 그거."
"……."
"지금 당장 하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