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불러볼 수 없는 그 이름이 계속 이 계절만, 이런날만 오면
입가에 맴돈다.
다시는 부를수도 없으면서, 다시 입밖으로 낼 수도 없으면서.
처마끝에 떨어지는 저 단풍잎이 이렇게 서글펐나
아니면 내가 정말 나이를 먹어 그런가.
-__-____-__-_---_.
'단풍 넷 조 무리 중 하나가 자리를 이탈, 확인 바랍니다.'
"...누구십니까?"
"...지나가시오."
"..아니, 무슨..!"
"..하..지나.."
"피가 아닙니까!"
그날도 역시 야근을 넘은 야근을 마치고서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좋은곳에 들어가 어깨를 떵떵거리며 살거라던
어린날의 나는 어디갔는지,
높은 직위의 사람들의 밀린 업무를 끝까지 보고 난 뒤
퇴근을 하는게 버릇이 되었다.
_어쩔 수 없잖니, 내가 가장인걸.
터덜거리며, 뭉친 어깨를 풀어주며 걷고있었다.
무한한 걸음으로 토끼같은 어머니와 남동생이 기다리는 나의 집으로.
집앞에 다다랐을때,
"..?저 그림자는"
유독 쓸쓸히 집 뒷편 골목길에 그림자가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누군가 집근처 외진곳에 기대어 앉아 있음을 의미했다.
꽤나 불편한 자세로 앉아 있던 그 인영에 나는 그 쓸쓸한 곳으로 걸어나갔다.
피를 잔뜩 흘리며 눈을 감고 있던 사내였다.
이름도 나이도 알 수 없었지만, 꼭 내또래의 사내인 것 같았다.
나는 그 사람의 말을 채 듣지않고는 어서 집안으로 들어가, 동생을 깨워냈다.
"야, 일어나봐라-"
"..누나..야밤아니야..언능 자.."
"어서, 일어나래두"
"하..간에 가기 힘든거야,,?"
"그런게 아니야, 나 좀 따라와."
남동생은 잠에 덜 깬 얼굴로 뒷간에 가기가 무서운 것이냐 물었고,
나는 그런 남동생에게 말할 시간도 없다는 듯이
나보다는 두고개나 큰 동생의 팔을 휘어잡아 이끌었다.
남동생을 데리고나오자, 그사람은 의식을 잃은듯 보였다.
그리고 남동생은 흔들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에도 나는 굳건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남동생은 한참을 망설이다, 집안으로 그사람을 들였다.
남동생의 눈빛은, 흔들림은 모두 사실을 알고있었음을,
난, 알고있었다.
그사람이 외지인이라는 걸.
나는 처음부터 알고있었다.
_그럼에도 망설임이 없었음을 당신이 알아주길.
"처음엔, 잘생겨서 그래서였지 사내다운것이 잘생겨서"
"..연아 그렇게 말하면 나는..얼굴을 들 수 가 없잖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