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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 (부제 : 치과가는 것보다 싫은 것)

w.녹차하임

 

 

거울 앞의 한 소년. 오만상을 찡그리며 거울앞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말없이 주시하고 있는 소년은 한숨을 푹 쉬었다. 밖에서는 언제

온것인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년은 볼에 바람을 넣어 이리저리 부풀리며 제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때

자신을 찾던 찬열이 여전히 이름을 부르며 화장실 문을 벌컥 열었다.

"변백현!"

 


흡, 백현은 찬열의 등장에 숨을 들이마시며 바싹 긴장했다. 집 안에 있으면서도 왜 대답을 안했냐며 투덜투덜거리던 찬열은 백현의 이

반응에 투덜거림을 멈추고 가만히 그를 주시했다. 그 눈초리에 백현의 몸이 점점 더 뻣뻣해졌다. 찬열이 한걸음씩 백현에게 가까이 할

마다 백현은 자연스레 발을 뒤로 했다. 곧 세면대에 막혀 더이상 물러설 공간이 없자 제 코앞까지 다가선 찬열의 날카로운 눈빛에 어색한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너…"

백현은 찬열의 입이 떼어지기 무섭게 눈을 꼭 감았다. 그가 알아차린 것일까? 조마조마함이 온몸으로 흘러가며 살짝 떨리는 것이 느껴

진다. 백현은 다 끝났구나… 생각하며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오늘따라…"

-꿀꺽

"더 이쁘네."

엥? 침까지 삼키며 긴장을 유지했던 백현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르륵 주저앉을 뻔 했다. 순간 자신의 작은 변화도 알아차리지 못

하는 찬열이 섭섭하면서도 내심 안도의 숨을 쉬었다. 백현은 괜히 찬열의 말에 너스레로 답했다. 자연스레 그를 살짝 밀어내며 화장실

에서 빠져나오기까지 성공한 백현은 소파에 앉아 쿠션을 꼭 품에 안았다. 곧 따라 나온 찬열 역시 백현의 옆에 밀착해 앉았다. 백현의

몸이 약간 흠칫거리는 걸 느낀 찬열은 이상함을 느꼈지만 평소대로 그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이 볼에 닿자 그 떨림이 더욱 짙

게 느껴졌다. 백현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리며 찬열을 향했다. 어느새 촉촉해진 눈동자를 마주한 찬열의 눈동자 역시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찬열은 분위기에 금새 취해 얼굴을 조금씩 움직였다. 두 사람의 입술이 거의 맞닿을 직전 백현이 급하게 뒤로 빠지며 두 얼

굴 사이에 자신이 안고있었던 쿠션을 끼워넣었다.

"?"

생각지도 못한 백현의 행동에 찬열의 얼굴에는 당황빛이 서렸다. 백현 역시 자신도 모르게 나온 행동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눈

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좀처럼 진정하지 못하던 백현의 모습에 찬열은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굳어있던 표정을 풀었다.

"왜그래?"

둘 사이의 쿠션을 내리며 백현을 살피던 찬열이 물었다.

"오, 오늘은 좀 쉬,쉬면 안될까?"

"…뭐?"

백현은 말까지 더듬으며 겨우 말을 꺼냈다. 자신이 무슨말을 하고 있는지 알긴 아는건지 말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푹 숙인 백현이었다.

찬열은 백현의 말에 잠시 넋이 나갔다. 하지만 곧 정신차리고 그 의미를 파악하려 애썼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해석해보려 해도 결론은

그를 지옥에 밀어넣었다. 찬열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백현도 그것을 느꼈는지 식은땀을 흘리며 해명하려 했지만 찬열의 행동이

더 빨랐다.

 

 

누가봐도 상처받았어요,하는 표정을 지으며 백현을 바라보던 찬열이 벌떡 일어났다. 그에 화들짝 놀란 백현의 입에서는 해명보다 딸꾹

질이 먼저 튀어나왔다. 커진 눈으로 찬열을 보았지만 찬열은 이제 백현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결국 몸을 돌려 집에서 빠져나가려는

찬열이었다. 상황파악이 늦은 백현은 그대로 멍해져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찬열이 현관문을 잡았을 때야 정신을 차린 백현은 후다닥

뛰어 그의 반대편 손을 덥썩 잡았다.

"잠깐!"

"…"

찬열은 여전히 뒤돌아보지 않는다. 그 뒷모습에 백현의 가슴이 욱씬거렸다. 이렇게 보낼 수는 없어. 그를 잡은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 그대로 그의 몸을 억지로 돌려세운 백현은 까치발을 들어 입술을 그의 입술에 붙였다. 찬열의 눈이 잠시 커졌다가 입술사이로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자세를 고쳐 잡고선 백현의 입술 사이를 파고 들었다. 백현은 입을 앙 다문채 열지 않으려 버텼지만 찬열에

질긴 공세에 결국 백현의 입이 힙겹게 벌어졌다.

 

 

백현의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옷깃을 부여잡은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찬열은 조심스럽게 혀를 움직이다가 뱀이 사냥감을 노리듯

정확하고 빠르게 한 부분을 건드렸다.

"윽!"

백현은 경기를 일으키며 찬열의 몸을 세게 밀어냈다. 자칫 그의 혀를 깨물뻔 했지만 찬열이 순순히 물러났기에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백현의 눈가에 충혈이 일어나며 눈물이 맺혔다. 찬열은 역시나하며 그런 백현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백현이 곧 떨어질

눈방울을 두렁두렁 단 채 찬열을 노려보았다.

"너, 너 알고 있었지?!"

찬열은 대답 대신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백현의 머리에 손을 턱 올렸다. 백현이 뭐야?! 하며 날카롭게 물었다. 찬열은 백현의 머리를

마구 헝클였다. 정말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건지 찬열의 표정과 목소리는 평소처럼 부드럽게 돌아와있었다.

"애도아니고… 그런걸 왜 숨기려 드는거야?"

"…쳇."

백현도 지은 죄가 있으니 그저 토라진 표정을 지으며 더이상 따지지 않았다. 찬열은 백현의 턱을 조심스레 잡아 올렸다. 조심스러운

손길에도 통증이 일었는지 백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볼이 많이 부었네."

"…"

"아- 벌려봐"

찬열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백현에게 입을 벌려보라고 말했지만 백현은 입을 꾹 다문채 열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시 찬열이 아- 하

며 요구했지만 백현은 고개를 저을뿐이었다. 그때였다. 찬열의 눈이 번뜩이며 입맛을 다셨다. 백현은 몸을 흠칫 떨었다.

"입으로 다시 열기 전에 얼른 벌려."

"… 아…"

 

 

의사는 아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입안을 이리저리 살핀 찬열은 곧 손을 뗐다. 꽤나 부어오른 잇몸사이로 드러난 흰색. 아마 사랑니가

나는가보다. 세상 사람 다 나는 사랑니가 그를 잡아먹진 않을테지만 만일을 대비해 치과에 가보는 것이 좋겠지. 하지만 찬열은 그것을

바로 백현에게 말하지 않았다. 말해봤자 백현이 어떻게 반응할 지는 누구보다도 잘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백현은 치과가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녀석이었다. 단 것을 그리 많이 먹어도 치과 가기 싫어서 양치는 꼬박꼬박 잘하던 백현이었다. 그런 녀석인데 고작

 때문에 치과에 가려하지는 않을것이다. 찬열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찬열은 퉁퉁 부은 이로 여전히

울쌍인 백현을 보았다.

"많이 아파?"

"… 안아파"

"당장이라도 울것같은 얼굴로 그런 말 해봤자 믿겠냐?"

"… 안,안아파"

찬열의 말에 금새 표정을 고쳐 억지 웃음을 지으며 대답하는 백현의 모습에 찬열은 답답함이 일었다. 이런 녀석을 어떻게 치과까지 끌

고 가나… 찬열은 일단 백현을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차분히 대화를 시작했다.

"큰일이네."

"?"

"그거 그대로 놔두면 며칠은 갈텐데…"

"… 버틸 수 있어."

아직 찬열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백현은 담담한 척 말했다. 그러나 그의 입가가 파르르 떨리는 것을 찬열은 보았다. 속으로 피

식 웃은 찬열은 속과는 달리 슬픈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럼 그때까지 널 만질 수 없는거야?"

"뭐?"

백현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찬열은 더욱 슬픈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널 며칠이나 안을 수 없다니…"

"… 그거랑 이거랑 상관없잖아."

"왜 상관이 없냐? 너 혹시라도 아플까봐 키스도 못하겠고, 그럴바에야 차라리 널 만지지 않는게 나아. 그래, 며칠동안은 여기 오는거

참아야겠다. 며칠이 아니라 몇주가 걸릴 수도 있겠네. 그럼 나는 몇주동안 널 만지지 못하는건가… 아아,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백현

이가 아픈건 싫으니까 내가 참아야지. 오늘부터 참아야겠네… 그럼 난 이만 가야겠다. 백현아, 그동안 잘있어. 내가 보고싶어도 연락

하면 안되. 목소리 들으면 내가 여기 오고 싶어지니까 전화도 하지 말자…"

찬열은 최대한 극단적인 말로 그를 자극했고 표정 또한 할리우드 뺨쳤다. 찬열의 말이 먹혀들었는지 백현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연락도 하지 말라니… 고작 사랑니때문에 며칠, 아니 몇주동안 찬열을 볼수없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새하얘졌다. 찬열은 백현의 표정을

살피며 좀 더 말을 이었고 기어코 백현은 그 꼬리를 덥썩 물었다.

"… 치,치과가자."

결국 제 입으로 치과가자는 소리를 꺼내게 만든 찬열은 스스로 기특한 마음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정말? 너 치과싫어하잖아."

"치과 가는것보다… 널 못보는게 더 싫어."

"…"

찬열은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 저런 말까지 들을 줄은 몰랐다. 혹여 그가 치과를 결국 안가겠다 하더라도 자신은 그를 안볼생각은 전

혀 없었다. 연기는 연기일 뿐 찬열은 백현이 버티더라도 이집에 매일같이 출근했을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감동에 찬열은 백현을 꽈악

안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백현은 찬열의 품에 포옥 안겼다. 백현의 머리를 쓰담으며 잔잔한 감동의 물결을 느끼던 찬열은 그의 이마에

쪽- 입을 맞추며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백현이 잠시 머뭇거렸지만 손을 살포시 위로 올렸다.

 

 

"…"

"괜찮아?"

"… 으,응"

대답과는 달리 백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맞잡고 있던 손 위로 찬열이 다른 한 손을 포개었다.

"내가 옆에 있어줄게. 걱정마"

찬열의 말에 조금이나마 긴장이 풀렸는지 한껏 위축되어 있던 어깨가 조금 펴졌다. 그때 간호사가 백현을 호명하고 백현이 쭈뼛쭈뼛

자리에서 일어났다. 찬열 역시 따라 일어났다. 백현은 침을 꼴깍 삼키고는 천천히 발을 떼었다. 찬열 역시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뒤를

따랐다. 손을 꼭 잡은 채 들어가는 두사람을 간호사가 잠시 이상하게 바라보았지만 치과를 유독 무서워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터라 그

러려니 하고 금새 눈을 돌렸다.

 

 

그 날, 한 치과에서는 클만큼 큰 소년이 그의 친구로 보이는 한 소년의 손을 꼭 잡은 채 의사와 씨름을 하는 치과에선 별 놀랍지 않은

광경이 연출되었다.

 

 


진료를 끝내고 집에 온 백현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넋이 나가있었다. 아직도 입안을 활보하던 것들을 떠올리면 소름이 돋는다.

찬열은 물을 건네주며 그를 기특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일곱살 꼬마가 빙의된 듯 울면서 진료를 받은 백현의 모습이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린 찬열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간호사 누나도 이해한다고 했잖아."

"이익@"

찬열의 놀리는 듯한 말에 백현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큭큭 웃는 찬열을 째리고는 받아든 물을 벌컥벌컥 마신 백현은 잠시 깊은 생각에

빠졌다. 찬열은 그의 옆에 앉아 백현의 얼굴을 가만히 주시했다. 지루해졌다 싶었을 때 백현은 휙하니 고개를 돌려 찬열을 다시 노려봤다.

주먹을 꽉 쥔 채 찬열을 응시하던 백현은 작게 중얼거렸다.

"… 이야"

"응?"

"사랑니는 사랑하면 난다던데… 이게 다 너때문이라고. 책임져"

귀기울여 듣던 찬열은 투덜거리듯 흘러나온 한마디에 푸핫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에 백현이 찬열을 노려보다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찬열의 입이 어느새 귀에 걸려있었다. 찬열은 백현을 그대로 안아 목 뒤로 팔을 두르며 머리를 헝클였다. 백현은 찬열의 손길을 가만히 느꼈다.

 

 

 

이런 귀여운 소릴 하는 이녀석을 어떻게 이뻐해주나?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녹차하임입니다.

첫 단편글인 '하나 더'의 반응이 좋아 기분이 좋아요~ ㅋㅋㅋ

앞으로도 가끔씩 생각나는 소재로 조각글을 써서 올릴 생각입니다!

자유롭게 연재할 생각이니 너무 기다리시진 마세(- 퍽 그럴일없겠지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럼 이번 글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다음에 또 봐용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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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악! 백현이 넘 귀여운거 아니예요? 아이고 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3
헐 ㅂㄱ현이 완전 귀여워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잘읽고가요 작가님!
11년 전
독자4
진짜정말정말귀엽구ㅠㅠㅠ제가다설레네요ㅠㅠㅠㅠ저를치유해주는글이예요ㅠㅠㅠ작가님사랑해요
11년 전
독자4
백현아ㅠㅠㅠㅠ아유귀여워ㅠㅠ완전 달달해요!!
11년 전
독자5
흐앙 진짜달달해여 엉어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6
달달하네요ㅜ다정한 차뇨리와 귀여운 배큥이라니ㅜㅜ
11년 전
독자7
헐 진짜 좋다 작가님신알이요 자주오세요 글보고싶어요
11년 전
독자8
아작가님 진짜 제 사랑 다 드려요ㅠㅠㅠㅠㅠㅠㅠ백현이 왜 저렇게 귀여워ㅠㅠㅠㅠㅠ찬열이 못 보는게 더 싫구나? 응 그렇지ㅠㅠㅠㅠㅠ아구 이뻐ㅠㅠㅠㅠㅠㅠㅠㅠㅠ둘이 분위기도 너무 좋고.. 풋풋하면서 달달하면서.. 박찬열 다정돋네 정말ㅠㅠㅠㅠㅠㅠㅠㅠ찬백이들은 달달이 짱이죠 정말... 우리 배큥이 사랑니 축하해 럼펌펌펌!! 찬백앞으로도 쭉 행쇼!!ㅎㅎㅎㅎㅎㅎㅎ
11년 전
독자9
진짜 달달해요ㅠㅠㅠㅠㅠ백현이 진짜 귀여워..ㅋㅋㅋㅋㅋ 찬열이도 완전 다정다정해가지고 괜히 제가더 설레는기분?ㅋㅋ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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