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파는 처음인데요
w.1억
어제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뻗어버렸다. 11시까지 숙소 앞으로 나와야했고.. 일어나자마자 짐을 다 싸고선 너무 졸려서 가영이 팔을 잡고 눈을 반쯤 감은 채로 계단을 밟고 내려왔을까..
누군가 내 머리를 헝클기에 놀래서 고갤 돌려보면.
"잘 잤어?"
장기용이 나를 내려다본다. 우연히 지나가면서 내게 잘잤냐고 물은 것 같았다.
'네?네에!...'하고 대답을 하면, 장기용이 세상 제일 예쁜 미소를 띄우고선 저 멀리 조교에게 향하는데...
"야... 진짜.. 아침에도 저렇게 잘생겼냐.. 저 선배는... 나 방금 헉 했잖아."
"그치.. 나 완전.. 복 받은 거 맞지.."
"너도 예뻐. 복덩이들 끼리 사귀는 소감이 어떠냐?"
"…뭐래애.. 난 진짜.. 그냥... 평범중에 평범이지.."
"넌 진짜 너무 자존감이 낮아. 기용선배 만나면서 자존감 좀 키우자! 어?? 으이그!!"
"…아, 왜애."
우리 옆으로 가영이와 싸운 여자애들이 지나갔다. 이젠 가영이보단 내가 더 미운가보다.
내 옆을 지나가면서 욕까지 하는 여자들에 나는 고갤 저었다. 아, 유치해.. 진짜.. 절레절레하면.. 가영이가 작게 미친년 어쩌고 저쩌고 욕을 하기 바쁘고.. 웃으며 걷고 있었을까..
"호빵이야?"
"…에? 저요?"
"누가봐도 넌데."
"에????"
갑자기 우도환이 나를 놀린다.. 아는 척 하지 말라고 했던 양반이... 뜬금없이 나를 놀린다.............
당황한 듯 우도환을 바라보자, 곧 남자 후배들이 우도환에게 말을 걸었고... 나는 벙쪄서는 가영이를 바라본다.
"뭐지 이 상황..? 나만 이상하게 느껴지는 거 아니지?"
"뭐..가..."
"어제도 저 선배 되게 이상했었단 말이야."
"어? 뭐가 이상해?..."
그 순간 후배들과, 우리과 남자애들이 곧 나를 보더니 저기 있는 장기용을 번갈아보며 '오오오오오~'하고 환호를 한다.
아, 진짜 뭐야... 창피하게ㅠㅠㅠㅠㅠ...몰래 연애할 생각도 없긴 했지만... 그래! 사귄다고 하면.. 이런 반응이 나올 줄도 알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당황스러운 건 어쩔 수가 없다.
버스에선 그냥 뻗어버렸다. 눈을 떠보니 벌써 학교에 도착했고... 버스에서 내리면, 조교가 고생했다며 모두에게 인사를 한다.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집에 가려고 등을 돌렸을까....
"어디 가?"
"네? 집...."
"갈 거면 나한테 인사는 하고 가야 되는 거 아니야?"
장기용이랑 사귀는 게 너무 안 믿겨서.... 까먹고 있었다... 너무 현실같지가...않아서 말이다.....
"어...아니...어.. 아니!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하니까 더 웃겨."
"ㅠㅠㅠㅠㅠㅠㅠㅠ깜빡..했어요....너무 안 믿겨서..."
"ㅎㅎ 데려다줄게."
"네?"
"어차피 집방향 같은데 따로 가는 게 더 웃기지않나?"
"…어어....그런...가......."
"가자. 나 먼저 갈게. 내일 보자 얘들아."
장기용이 손을 흔들었고, 학생들이 모두 장기용에게 인사를 한다. 참.. 진짜 이렇게 인기 많은 양반이 내 남친이라고...?
인기가 많은 건 이뿐만이 아니다.. 저 멀리 여자들에게 잡혀있는 우도환도 마찬가지다.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데 괜히 장기용의 눈치가 보였다.
내가 집간다고 해서.. 데이트 하자고 말 못 한 거 아닌가... 아니면 장기용도 피곤한가... 이런 거에 눈치를 보는 내가 참 병신같았다.
그래서 두눈 꼭 감고서 한참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 선배!"
"응?"
운전대를 잡고선 응? 하고 나를 힐끔 보는 장기용에 나는 침을 꿀꺽 삼킨다.
"점심..!"
"……."
"같이 먹을래요...?"
내 말에 장기용이 힐끔 또 나를 보았다. 그리고선 이번엔.. 픽- 하고 웃는데. 난 심장이 여기서 터져버렸다.
"안 피곤하겠어?"
나를 먼저 챙긴다...
"네! 안 피곤해요!"
내 말에 고갤 끄덕이며 그래, 먹자- 하고 웃는 장기용에 나는 얼굴이 붉어진다.
들키지않기 위해 바로 창밖을 보면, 장기용의 웃는 소리가 들린다.
"왜요! 왜 웃어요...!"
"어??"
"…왜 웃냐구요...!"
"아니 그냥 귀여워서 웃은 건데."
"……."
"어? 얼굴 왜 이렇게 빨갛지?"
"아닌데요!!"
"ㅋㅋㅋㅋㅋㅋㅋ."
"웃지 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아..!"
뭐 먹고싶냐는 말에 순대국밥을 외치면, 장기용은 한참을 또 웃었다. 왜요...첫데이트인데... 순대국밥은 좀 그런가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기지개를 쭉- 피면, 장기용이 갑자기 내게 가까이 다가왔고.. 놀래서 뒷걸음질을 치게 되었다.
무심하게 자신의 핸드폰을 내게 건네주기에 벙찐 표정으로 장기용을 올려다보니, 장기용이 말한다.
"우리 번호 없잖아."
"아! 네! 선배가 전화 걸어주세요!"
"그리고 그 선배."
"네????"
"선배라고 안 하면 안 돼?"
"그럼 장기용이라고 불러도 돼요?"
"^^그거 말고 다른 것도 있지않아?"
"야 기용아?"
뭐만하면 귀여운가보다. 장기용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고... 허헛- 하고 어색하게 웃으면... 먼저 가게 안에 들어가서는 문을 열어준다.
아, 진짜.... 너무 너무 좋다.. 여태 만났던 애들은 먼저 쏙- 하고 가고 그랬는데...진짜아...
밥을 시키고 기다리는 동안에는 장기용이 내게 질문을 마구 던졌다. 그래서 심심할 틈이 없었다. 사실.. 장기용 얼굴만 봐도 재밌다.
"여동생이랑 엄마,아빠, 할머니랑 같이 사는 거야?"
"네!"
"나는 네가 외동 아니면 막내일 줄 알았는데.. 첫째였구나."
"왜요???"
"그냥 딱 보면 사랑받고 자란 것 같아서."
"아, 그럼 선배는요???"
"나는 형 있어."
"음....! 아 맞아요! 선배 키 몇이에요????"
"188?9? 왔다갔다 해."
"히익................저...진짜...이렇게..큰 사람은 처음..봐요...."
"ㅎㅎ 넌 몇인데?"
"…전 165 정도 될 걸요...근데 고등학생 때 재고 안 재서... 아마 더 클 수도..있고오..."
"생각보다 키가 크네..."
"하핳..."
"근데 첫째고.. 부모님 일 나가시고 그러면 할머니 모시느라 지 네가 많이 고생했겠다."
"…아, 그건 그런데! 요즘엔 동생도 많이 도와줘요!"
"ㅎㅎ 착하네."
"ㅎㅎㅎㅎ...저 하나도 안 착해요... 선배가 착하죠.."
"나도 하나도 안 착한데."
"저두요!"
"못된 사람들끼리 사귀는 건가? ㅋㅋㅋ."
"그런가봐욯ㅎ..ㅎ.ㅎㅎㅎ...ㅎ핳."
그냥 일상 얘기를 하는데도 이렇게 즐겁다. 아까도 말했지만.. 사실 이렇게 앞에 앉아있는 장기용 얼굴 보는 것도 행복한데.. 얘기까지 하니까 더 행복한 거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때... 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우도환은 항상 생각이 나지만.. 왜 하필 나일까 싶었다.
"근데 선배."
"응."
"왜 하필 저예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선배는.. 진짜 키도 크구요.. 잘생겼고.. 몸도 좋고.... 성격도 좋은데.. 왜 더 잘난 여자 안 사귀고.. 저랑 사겨요?"
"……."
"그래서.. 더 안 믿겨져요.. 제가 좋은 사람을 한 번도 못 만나봐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긴 한데요... 그냥... 현실감이 없다고 해야되나.."
"나한테는 네가 그런데."
"네..?"
"네가 너무 대단해보여서 그래서 차일 줄 알았어."
"…에에에에에에에!?!?!??!?!?!?!??!?!?!?!?!?!?!?"
타이밍 좋게 순대국밥 두개 나왔습니다~ 하고 직원분이 순대국밥을 주고 갔고... 장기용이 나를 놀란 듯 바라보다가도 감사합니다- 하고 감사 인사를 잊지 않는다.
내게 수저를 건네주면서 말하길..
"그렇게 놀랄 일이야?"
"…너무 말도 안 돼서요..."
"말 엄청 되는데."
"아아 뭐예요오.."
"ㅎㅎ너 엄청 예뻐. 엄~~청 예뻐 진짜."
"아아아 하지 마요...."
"내가 맨날 예쁘다고 해줄 거야. 자기가 예쁜 줄도 모르고 있는데 어떻게 그냥 지나쳐?"
"-_-..............."
"예뻐."
"아아아,선배!..."
"내가 그랬잖아. 다 예쁘다고."
에..? 그때가 떠올랐다. 침대 위에서 여기도,여기도 하면서 예쁘다고 했던 장기용이 떠올라서 얼굴을 가린 채로 비명을 지르자, 장기용이 소리내어 웃는다.
아, 진짜.... 은근 섹드립 치는 것 까지 진짜 너무 완벽하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집에 와서 짐을 풀고서 장기용과 카톡을 했다. 진짜.. 카톡을 하다보면 상대방의 그 성격이란 게 잘 보이는데.. 장기용은 퍼펙트하다..퍼펙트...
무조건 배려가 먼저인 사람이다. 무조건... 침대에 누워서 카톡만 하다가 시계를 보니 벌써 저녁시간이 되었다. 허얼- 시간 개빨라.. 하고 혼자 좌절을 하고 있었을까...
장기용에게서 전화가 오길래 화들짝 놀라 바로 전화를 받았다.
- 바로 받네?
"핸드폰!.. 보고 있었어요."
- 나는 아는 형이랑 같이 밥 먹으러 나왔어.
"아아... 아는 형!..."
- 응. 너는? 저녁은?
"아, 저녁 차려 먹어야 돼요 ㅎㅎㅎㅎ!"
- 네가 저녁 차려?
"네!"
- 예쁘네~~밥도 차리고~
"에이이이....식은죽 먹기죠~~"
- ㅎㅎㅎ지야.
"네???"
- 셀카 잘 안 찍어?
"ㅇ..ㅓ..음... 찍긴 찍죠...?"
- 사진 좀 보내주라.
"사진이요? 아, 네! 보내줄게요...! 선배두요! 선배도 보내줘요!"
- 음, 싫은데?
"에에!?!??!"
- ㅋㅋㅋㅋㅋ
"아 진짜아......!!"
전화를 끊고 저녁을 차리고나서 할머니랑 동생이랑 같이 밥을 먹는다. 내가 보낸 카톡을 장기용이 읽었을까 싶어서 대화방에 들어갔을까.
"……!!!"
밥풀이 다 튀어나왔다. 동생이 미쳤냐면서 혀를 쯧쯧 찼고.... 나는 입을 틀어막는다.
장기용이... 내가 보내준 셀카를.. 프사로 해줬어.........................................................................................사진을 옆으로 좀 넘겨보니.. 장기용의 사진이 있길래..
사진을 동생에게 보여주니, 동생이 뭐냐는 듯 나를 힐끔 보더니 말한다.
"뭔데 이번엔 또 무슨 연예인인데."
"그치, 연예인같지.."
"ㅇㅇ."
"내 남친이야."
"언니 망상증은 정신병 아니야?"
"진짜야."
"웃기지 마................언니 이렇게 잘생긴 남자 안 만나봤잖아! 여태동안 버섯닮은 남자들 만나다가?"
"진짜."
"진짜??????????????????"
"진짜."
"지랄."
"아니 진짜라니까!?!?!"
"같이 찍은 거 없음?"
"…없는데?"
"안 믿음."
"아니 진짜라니까!!!!!!!"
동생은 일단 안 믿는다.
한참을 고민했다. 우도환과 대화를 나눈 카톡 대화방을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다.
확실하게 끝내야 되는 건.. 맞다. 근데...
"용기가 안 난다고오...하.."
그럴 깡이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멀어지면 되는 거 아닐까?? 그럼 되잖아! 그래!...
아니야... 근데 우도환이 장기용한테
"야, 나 네 여친이랑 섹파임 ㅋㅋ."
이러면 끝인 거잖아ㅠㅠㅠㅠ장기용이랑도 끝이고, 우도환이랑도 끝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절망하며 머리를 막 쥐어뜯고있다가.. 결국 그냥 용기를 내서 우도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음으로 거는 전화였다.
안 받는다... 한참 신호음 소리가 들리고 끊으려고 했을까.
- 여보세요.
받았다...!
"여보세요....!?"
- …….
"저.. 그.. 지인데요."
- 응. 알아.
"그...."
-…….
"할 말이 있어서.."
- 갈게.
"에????"
- 만나서 얘기해.
"에? 아니요! 굳이 안 그래도..되기는 한데..."
- 어디야.
"집인데요...."
- 어차피 지금 나와있으니까, 너네집으로 갈게. 주소 불러.
"에?.................................................."
- 주소.
"아,..네!"
아니야.. 이건 아니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집 주소를 부르라는 말에 쫄아서 부르기는 했는데....
집 앞에서 핸드폰이나 하며 우도환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익숙한 차가 건너편에 섰고, 우도환이 차에서 내려 나에게 다가온다.
아따.. 잘생겼구마이........... 그래도 확실히.. 그떄처럼 심장이 마구 안 뛰는 걸 보니.. 이젠 정말 장기용에게 기울었나보다.
"추운데 왜 미리 나와있냐."
"…아, 그냥요....."
"말해."
"네?"
"할 말."
면전에 대고.. 말을 하기가 힘들었다. 아니! 이게 왜 힘들어? 그냥 우리 섹파 그만해요. 하면 되는 건데... 아씨 몰라.
"부탁이.. 있어서요."
"부탁?"
"…장기용 선배랑 사귀게 됐거든요.. 제가."
"알아."
"…아, 네.. 그래서...말인데요.. 일단 기용선배한테는 저희 있었던 일.. 비밀로 해주셨으면 좋겠구요. 저희.. 섹파도 없었던 일ㄹ.."
"그건 싫은데."
"네?"
"그때 섹파 시작할 때 애인이 생겨도 상관 없다고 서로 말했잖아. 그리고 서로 합의를 해야지만 섹파를 끊을 수 있을 거라고도 했고. 분명 네가 알겠다고 대답했어."
"……."
"난 끊기 싫어. 너랑 계속 자고싶어."
"…그래도 이건!"
"뭐."
당당하게 뭐- 하는데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제가 그쪽 친구랑 사귀잖아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쪽 친구인데요.. 근데도 싫다구요? 그건.. 그쪽이 이상한 거잖아요! 어떻게 자기 섹파가 자기 친구랑 사귀는데!.."
"네가 제일 이상한 거 아니야?"
"…뭐가요."
"섹파의 절친이랑 사귄다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냐?"
부정을 할 수가 없었다.
"네가 정해."
"뭘.. 정해요?"
"몰래 나랑 섹파 하면서 장기용이랑 사귈 건지, 장기용한테 밝힐 건지."
우도환은 참 못 됐다.
정말 정말.. 못됐다. 그리고 나도.
"…둘다 싫으면요?"
못 됐다.
-
-
-
흐ㅡㅁ냐
다음화 불마크일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