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 한 바탕 시끄러웠던 성균관...
새로운 유생들의 입학으로 떠들썩 했던 성균관이 조용해지고...
달이 뜨고 별이 뜬 새벽...
호수가 보이는 마루에 앉아 있다 서서히 일어나 어딘가로 걸어간다.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았는지 먼지가 쌓인 복도로 사내가 걸어간다.
이윽고 사내는 오랜 시간 아무도 접근한 흔적이 없는 문 앞에 멈추어 섰다.
그 사내는 오랫 동안 그 문을 쳐다 보더니 조용히 문을 밀고 들어갔다.
자네는 방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흔적을 찾듯이 방을 둘러 본다.
그리고 곧 사내의 눈은 벽에 걸려 있는 먼지가 쌓인 옷으로 향한다.
그 옷을 보던 사내의 두 눈에서 눈물이 글썽인다.
사내는 조심스레 옷을 들고 방의 구석으로 간다.
사내는 자신의 몸에 먼지로 더럽혀 지던 말던 상관을 하지 않는듯
조용히 옷을 품에 꼭 안고 중얼 거렸다.
" 종현아... 내 새끼 보고 싶다... "
사내는 조용히 옷을 끌어 안고 두 눈을 감고 추억에 빠져들었다.
종현이와 자신이 압학 했던 날
종현이랑 싸웠던 날
돈을 모아 저잣거리로 나가 종현이 가지고 싶어 했던걸 사줬던 날
종현이가 자신에게 작은 가락지를 선물로 주며 다솜 한다고 했던 날
종현이를 떠나 보내던 날
하나 하나 다 생각 한다...
" 멍청하다 최민호 , 이럴꺼면 왜 떠나 보냈냐... 그리워 할꺼면서 아파 할꺼면서 왜 보냈냐..."
그렇게 말 하던 사내는 또 추억을 떠올린다.
김종현이 떠나가던 그 날...
" 잘 해준거 하나 없는데 미안하다..."
" 민호야 울지마 , 미안하지도 말고 , 난 너랑 있어서 즐거웠고 행복했어 "
" 미안하다... 내가 미안해... "
" 최민호 난 너 한테 늘 고마웠어! "
" 미안해... "
" 나중에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
" .... "
" 그 동안 즐거웠고 고마웠어! 내가 다솜하는거 알지? "
...............
.................
...................
사내는 감은 눈을 뜨고 말했다.
" 멍청한 최민호야 미안다하는 말 밖에 못하냐 , 그리 쉬운 다솜한다는 말 한 마디 못하냐... "
" 하아... "
" 종현아 보고 싶다... 내 새끼... "
사내의 두분에서 눈물이 흐르고 사내는 품에 안고 있던 옷을 더 꼭 품안으로 끌어 안았다.
다솜한다 : 사랑한다는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