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파는 처음인데요
w.1억'
씻고 나오면, 장기용이 준비를 다 해서는 소파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괜히 밝은데 쌩얼 보여주기 창피해서 얼굴을 가리고 있으면..
장기용이 tv를 끄고 내게 다가와서는 또 와락 안아주며 말한다.
"아이고 예쁘다."
진짜.. 하나도 안 예쁜데... 그러면서도 기분이 좋아져서 웃으며 나도 손을 감싸 안아버린다.
집에서 옷도 갈아입고, 화장도 대충 하고서 나오면 장기용이 집 앞에 차를 세운 채로 나를 기다린다.
또 차에 올라타서 어색하게 허허- 웃으니, 장기용이 웃으며 말한다.
"모르는 사람이 탄 것 같은데."
"에??? 생얼이랑 그렇게 달라요..?"
"아니? 그거 말고."
"그럼요?.."
"어제 밤이랑 너무 달라서."
"아...! 아아아! 하지 마요!!!"
"ㅋㅋㅋㅋ."
강의실에 앉아서 강의를 듣고있더 난 저 멀리 우도환과 장기용을 본다.
오늘도 또 나는 한숨을 쉰다. 우도환이 며칠동안 되게 조용하긴 한데.... 근데.. 장기용한테 말했을까봐.. 맨날 조마조마.. 하단..말이..야.....
강의가 끝나도 한숨을 쉬는 내 모습을 본 가영이는 왜 그러냐며 하품을 했고, 나는 고갤 젓는다.
오늘은 학교가 끝나고 장기용이 약속이 있어서 같이는 못 있고, 나는 집에 바로 갔다.
집에 가자마자 장기용이랑 같이 찍은 셀카를 보면서 흐뭇해 한다. 그럼 옆에 동생이 와서 진짜 남친이냐며 감탄을 한다.
그래.. 네가 봐도.. 대박이지...? 이렇게 좋아하면서도 또 한숨을 푹- 쉬면, 동생이 왜 그러냐면서 뒤에는 꼭 욕을 한다.. 저년이......
"아, 몰라.........."
갑자기 틱- 하고 거실에 있는 불이 꺼진다. 에에에에? 뭐야.... 불 나갔구나.... 아쒸....
어두운데.. 중얼거리다가도 장기용에게서 온 카톡에 답장을 한다.
[지금은 뭐 하고 있어 ㅎㅎ?]
- 그냥 누워있어여어어어어어.....선배는여....
거실에선 불 꺼졌다고 난리고.. 동생이 엄마한테 '언니 남친 생겼어'하면.. 엄마가 또 난리다.
왜 저래애... 하며 인상을 쓴 채로 핸드폰을 보면... 전화가 온다.
"네! 선배!"
- 밥은? 밥은 먹고 누운 거야?
"아니요오... 집에 있을 땐 저녁 좀 굶으려구요.. 요즘 뱃살이..하..."
- 뱃살?
"네.."
- 없던데.. 오히려 있으면 좋겠다. 귀여울 것 같아.
"아.... 안 돼요.. 진짜.. 극혐이라구요오..."
- ㅎㅎ왜~ 난 네가 100키로 나가도 사랑해줄 수 있는데~
"에이이이.. 운전중이에요??"
- 응. 잠깐 집에 들렀다가 가려구.
엄마가 내 방으로 들어왔고.. 나는 엄마가 통화내용을 들을까싶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선 전화를 한다.
그럼 엄마가 음흉하게 나를 보며 말한다.
"아이고!!!! 집에 형광등이 나갔네!!!!!!!!!!!!!!!!!!!!! 갈 줄 아는 사람이 없으니! 어떻게 사나!!!!!!!!!어떡하나!!!!!!!!!!!!!!!"
너무 너무 크게 소리를 지르는 엄마에.. 결국엔 장기용이 듣고만다.
- 집에 불 나갔어?
"아, 네에...아.......진짜 엄마....!"
"죄송해요................이거 갈 줄 아는 사람이 아빠밖에 없는데.. 아빠는 오늘도 안 들어오신다고 그래서...."
"아, 아냐. 괜찮아. 어차피 지나가는 길이었는데 뭐."
"죄송해요.........."
형광등을 교체하고 있는 장기용의 뒤로는 엄마와 동생.. 그리고 할머니가 부담스럽게 장기용을 바라본다.
내 남친을 집에 데려 온 것도 처음이고... 이렇게 잘생긴 남친도 처음이라서 다들 놀란 듯 했다.
할머니는 뭐라도 먹여야 되는 거 아니냐면서 계속 시도때도 없이 입을 열었고, 엄마는..
"왜 이렇게 잘생겼어요?? 너무 잘생겼다~~ 모델 해도 되겠는데! 우리 지 어디가 좋아서 사귀는 거예요~~? 우리 지가 좀 귀엽고 예쁘긴 하죠 ㅎㅎ~~"
아주 부담스럽게 질문을 퍼붓는다.. 그리고 동생은...
"……."
장기용을 너무 뚫어져라 쳐다본다. 저거 저거.. 저것도 장기용이 너무 잘생겨서 저렇게 쳐다보는 거야..
장기용이 뻘쭘한지 나를 힐끔 본다. 죄송해요...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면, 장기용이 아니야- 하고 웃는다.
"근데 우리 지랑은 어떻게 만나게 된 거예요 ^^~? 누가 만나자고 했어요!"
"…같은 과예요. 그리고.. 제가 먼저 좋다고 따라다니면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어머어머!!!!! 우리 지 어디가 좋은데요!!"
"그냥 다 좋아요 ^^.. 일단 착하고, 예쁘고.."
"어머어머!!!"
아주 난리다. 어머어머 어쩐담! 하고 엄마가 장기용의 손을 잡으면, 장기용이 세상 보기좋게 웃는다. 부담스럽지도 않나.. 아까부터 계속 웃고있는데.. 그냥 눈치가 보인다.
"저녁 먹구 가요 ~^^"
"아, 저 그.. 선약이 있어서요! 다음에! 또 오면! 그때 ㅎㅎㅎ..."
"어머 어머 다음에도 올 거예요~~??"
"네 ㅎㅎ."
우리 엄마 부담스럽기로 유명한데 .. 장기용이 너무 잘 받아쳐준다. 그래서 더....
"……."
장기용이 좋아진다.
장기용이랑 같이 집 앞에 나왔을까, 주차 할 곳이 없다고 멀리 세워놓은 덕에 같이 걸을 수가 있었다.
"죄송해요.. 저희 엄마랑 할머니랑.. 동생이 너무 부담스럽게 했죠?..."
"아니? 난 진짜 너무 좋았어."
"그래도.. 진짜.. 너무 죄송한데..."
"너."
"네?"
"죄송해요, 미안해요 다 금지야."
"네???"
"자꾸 죄송하고 미안할 일도 아닌데 사과하는 거 난 못 봐줘. 그거 쓸 때마다 사람들 보는 앞에서 뽀뽀한다."
"아으..어... 알겠어요...."
추워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으면, 장기용이 내 손을 꺼내서 손을 잡아주는 것이다. 아ㅏㅏㅏ멜랑꼴리해ㅐㅐㅐ......괜히 부끄러워서 웃으면.. 장기용이 내게 말한다.
"네가 왜 이렇게 예쁜가 했더니 어머님 닮아서 그런 거였나보네."
"아, 엄마요...? 엄마.. 맞아요. 젊었을 때 사진 보면 저랑 판박이에요!"
"성격은 근데 되게 정반대인 것 같던데."
"네엡...선배 밥 뭐 먹으러 가요?"
"음.. 글쎄... 고기 먹으려나?
"아아아아......"
가만히 생각을 해보았다. 장기용 얼굴이라면.. 분명 학교에서 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인기가 많을 테고....
인스타 보니까 예쁜 여자들 댓글도 꽤 있었는데.. 누구를 만나러 가는 걸까..
내가 이런 걱정을 하는 게 참 장기용한테는 몹쓸짓이지만.. 그래도 걱정은 되고, 심기가 불편했다.
"…지야."
"에??"
"왜 멍 때리면서 걸어?"
"…아."
"무슨 생각 해?"
"아.. 아뇨! 그냥.."
"……."
"혹시....."
"응?"
"누구 ... 만나러..가요....?"
내 말에 장기용이 멈춰서서 나를 한참 바라본다. 그러다 곧 푸흡- 하고 웃는데.... 왜요! 왜 웃어요!?!?!?
"아는 형 만나러 가는데 ㅋㅋㅋㅋㅋ."
"아...! 근데 왜.. 웃어요!!"
"너랑 연애하면서 여자인 친구들이랑 약속 잡을 일은 단 한 번도 없을 거고, 만에하나 꼭 여사친을 만나러 가는 상황이 온다고 하면.. 너한테 꼭 말할게."
"아니! 꼭.. 그러라는 건 아닌데.."
"네가 그러지 말라고 해도. 그럴 거야."
"왜요?.."
"그런 일로 싸우고싶지 않거든."
그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도 또 우도환이 떠올랐다. 그런 일..로 싸우고 싶지 않다고?
내가 우도환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란 걸 알면 장기용은 내게 화를 낼까?.. 이해를 해줄까..
장기용이 갔고, 나는 침대에 누워서 sns를 본다. 할 것도 없이 있으면 가영이에게서 전화가 온다.
"어, 여보세요."
- 술 마실래?
"아..술...싫은디............."
- 마시자 ㅡㅡ 우리과 남자 두명 있음.
"…아."
- 학교 밑에 오면 전화해~~
"…일단 알겠어."
결국엔 나가게 된다. 귀찮지만.. 안 가면 가영이가 얼마나 나한테 짜증을 낼지 가늠 조차 안 하서 준비를 하고 나오면서 장기용에게 카톡을 남긴다.
-선배! 저 가영이랑 진구랑 술 마시러 가요!..우리과 남자애들 두명도 있대요!
그럼 금방 답장이 온다.
[ㅎㅎ술 자주 마시는 것 같네? 친구들이 술을 좋아해?]
"야 이지! 우리 엠티 간 날에.. 숙소에 애들 바꼈었잖아. 그거 기용선배가 조교오빠한테 애들 바꿔달라고 한 거래.
그년들이랑 같은 방 쓰면 불편할까봐.. 개쩔지않냐?"
오니까 조교오빠도 있었다. 그리고 진구랑 친한 친구들도 두명이 있다.
기용선배가? 내 말에 가영이가 폭풍으로 고갤 끄덕였고, 웃음이 나왔다. 불편할까봐 바꿔준 거였구나..
괜히 흐뭇해서 웃고있으면 조교오빠가 내게 말한다.
"야 지야.. 근데 너 장기용이랑 어떻게 사귀게 된 거야? 좀 자세하게 얘기 해줘봐."
맞아맞아! 하고 진구의 친구들이 나를 바라본다. 그럼 나는 안주를 하나 입에 넣고선 말한다.
"그냥..."
"그냥???"
"그냥.......... 서로 좋아하게 돼서.."
"아씨!!!"
아니 왜 궁금한데!!!................ 밥맛 떨어진다며 장난으로 짜증내는 세명에 웃음이 나왔다.
뭔가 말하기.. 부끄럽다고 해야 되나.
"근데요... 기용선배가 지를 엄청 좋아하는 것 같단 말이됴..."
"이 새끼 취했네."<- 가영
진구는 내가 오기 전부터 조금 취해있었다. 지금은 많이 취해서 얼굴 빨개져서는 막 했던 얘기 또 하고 난리가 났다.
근데...
"어! 왔냐?"
정말 예상치도 못 한 사람이 등장한다.
"못 볼 거 봤냐?"
입을 벌린 채로 우도환을 바라보면, 우도환이 내 옆을 지나 내 맞은편 빈자리에 앉는다.
아니.. 갑자기 우도환이 온다고? 갑자기?????
"내가 불렀어. 내가 술 사주기로 했던 것도 있어서 ~"
조교를 때리고 싶었다. 정말정말.... 아직도 놀란 듯 우도환을 바라보면.. 가영이가 왜 그래? 하고 나를 팔꿈치로 툭- 건드렸고....
"……."
우도환은 대놓고 나만 쳐다본다. 분명해.. 분명히.. 내가 있어서 온 거야.. 나 괴롭히려고.. 저 나쁜새끼.............
"나 술은 안 마실 거야. 그냥 너네 보려고 온 거야."
우도환의 말에 조교가 아, 재미없게~ 하며 야유를 하다가도 고개를 끄덕인다. 저봐 저봐!... 백퍼라니까.
우도환이 오고, 진구의 친구들은 힐끔 힐끔 우도환을 본다.
같은 남자가 봐도 섹시하고 잘생겼나보지.. 하긴.. 저 얼굴이.. 평범한 얼굴은 아니지..
멍때리다가 고갤 들면 또 우도환이랑 눈이 마주쳤고, 우도환이 웃는다.
"지 너는 술을 잘 못 마셔?"
이젠 질문도 한다.
"아, 아니요. 그냥 남들처럼 마셔요.."
"아, 그래? 다 마시면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
"네?"
"기용이가 부탁을 해서."
"…ㅇ,,ㅏ.."
장기용이.. 부탁을 했다...? 그럼 어쩔 수 없기는 한데.. 그래도 부담스러운데.
계속해서 술을 마시면, 우도환이 이번엔.
"이제 그만 마셔."
술을 못 마시게 한다. 무슨 남자친구냐고... 남들이 보면 어쩌려고.. 일부러 사람들한테 쪽 주려고 저러는 거지..!
경악하고 우도환을 바라보면, 우도환이 웃는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별 신경을 안 쓰는 게 더 웃겼다.
나만 의식 했던 건가...
"도환 선배! 죄송합니다.. 하필이면 선배 절친이 우리 지랑 사귀니..뭐... 너무 죄송하네요오...."
"왜 죄송해?"
"우리 지가 진짜 많이 부족한데..하.."
"엥? 무슨 소리야...? 지 예쁘고, 성격도 좋잖아."
"에에에에에에에???"
미쳤다. 저 반응은 또 뭐람.. 진짜 속을 알 수가 없잖아.. 혼자 주눅들어서 우도환의 눈치나 보면, 우도환이 '아 맞다'하고 나를 본다.
"너네 그거 아냐."
"뭐?"<- 조교
"우리과에 이상한 애 있는 거."
"누구??어떻게 이상한데??"
푸흡- 하고 마시던 맥주를 뿜어버렸다. 그럼 다들 '아, 디러'하고 나를 피하면서도 휴지를 챙겨주었고..
나는 우도환을 미친놈 보듯 바라보았다. 진짜 저거 미친 거 맞아. 진짜 미친놈이야!!!! 제발 말하지 마. 제발.. 미친 소리 하지 말라고...!
"조교. 이 새끼가 나랑 안지 얼마 안 됐는데 전화해서 엉엉 울었거든. 여자친구랑 헤어졌다나 뭐라나."
나를 정확하게 바라본다. 우도환의 말에 모두가 아~ 뭐야~~ 하며 기대하던 눈빛이 아쉬운 눈빛으로 바뀐다.
한참 술을 마셨을까.. 우도환이 있는 이 자리가 너무 초조하고.. 불안해서 그냥 집에 가려고 간을 보고 있다가.. 2차 가자는 조교의 말에.. 마침 우도환도 담배를 피러 갔으니까. 먼저 선수쳐서 말을 했다.
"저는! 먼저 가볼게요!"
"야, 뭘 가! 같이 놀아!!!"
"아...그.. 속이 별로 안 좋아서.."
"아,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럼 이만...하고 급히 일어났을까.... 뭔 담배를 이렇게 빨리 피는지... 담배를 피고 들어 온 우도환이랑 눈이 마주쳤고..
조교가 우도환에게 말한다.
"야 이지 집에 간대. 데려다줘."
"그래? 가자."
가자며 턱짓으로 밖을 가리키고선 먼저 나가는 우도환에 나는 좌절을 한다.
하.. 이게 아닌데.......
술도 마셨으니..라면으로 해장이나 해야겠다 싶어서 편의점에 들어와 라면을 고르자, 우도환이 내게 묻는다.
"또 먹냐?"
"저 안주 안 먹었잖아요."
"못 봤는데."
"…그냥 가세요. 전 이거 먹고 갈 거니까요."
"너 말투가 왜 그러냐?"
"제 말투가 뭐요?"
"되게 싸가지 없어."
"아닌데요."
"야."
"왜요."
"너 화났냐?"
"제가요?????"
"……."
"아닌데요."
우도환을 지나쳐 계산을 하고서 물을 붓고 의자에 앉으니, 우도환도 내 옆자리에 앉는다.
안 어울리게 새콤달콤 사서 하나씩 먹는 우도환을 보니 웃음이 잠깐 나온다. 진짜 안 어울려....
라면이 다 익을 때까지 계속 나를 쳐다보는 우도환에 나는 한입 먹고선 말한다.
"동물원도 아니고 자꾸 쳐다보지 말죠."
"돼지같아서 보는 건데."
"에???????????"
"ㅋㅋㅋ."
웃는다. 나랑 있을 때.. 단둘이 있을 때 웃는다. 궁금해졌다.
"근데요 저기요."
"ㅇㅇ?"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시는 건가요..."
"뭐?"
"저보고 학교에서 아는 척 하지 말라고 그럴 땐 언제고 이젠 막 저한테 먼저 아는 척도 하시고.."
"……."
"그리고! 왜 자꾸 저 놀려요? 일부러 그러시는 거예요?"
" 너 지금 나한테 짜증내는 거야?"
"…아니요??"
"내일 우리 집으로 와."
"…왜요?"
"뭘 왜야. 너랑 나랑 단둘이 만나는 게 섹스밖에 더 있냐."
"…아니 그걸 왜 그렇게 크게 말해요..?"
"나쁜 말도 아닌데 왜."
"…나쁜 말이죠!"
"너 그럼 나쁜 짓 해서 태어났냐?"
"아니 그건 아닌ㄷ..ㅔ..."
"내일 한.. 10시쯤이면 되냐?"
"아니..요? 저 이제 안 한다니까요.."
"아, 그럼 그냥 장기용한테 다 말하기로 다짐한 거야?"
"…그건 아직!"
"……."
"왜 웃어요...?"
"너 되게 웃기게 생겼어."
"…-_-.."
"먹어."
"자꾸 쳐다보는데 어떻게 먹어요...."
"아니면 오늘 할까.. 오늘 할 것도 없는데."
"아니.. 안 한다니까요..!..."
"내가 그때 한 말을 뭐로 들은 거야."
"……."
"넌 내가 끝내자고 하기 전까지는 절대 못 끝낸다니까."
저 말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하니까 더 무서웠다. 그래서 아무 대꾸도 못 한 채로 라면만 먹으면, 우도환이 나를 보더니 또 픽- 웃는다.
"아, 어제 너무 마셨나.. 속 너무 안 좋네..."
"…2차 가서 더 마셨어?"
"응..."
"좀 줄여........ 너 술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아."
"토할 것 같아.."
"따로 앉을래?"
"미친년..."
"ㅋㅋㅋㅋㅎㅎㅎㅎ."
진구는 죽겠다며 뻗어버렸고... 가영이랑 강의실 안에서 조용히 떠들고 있었을까....
책상 위로 초코우유 두개가 놓인다. 고갤 들어보면...
"선배ㅠㅠㅠ..."
"가영이는 죽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네에.. 어제 엄청 많이 마셨대요 ㅎㅎㅎ..."
"그래? 지 너는 조금만 마셨다며."
"네!...그래도! 선배가! 도환선배한테 부탁 해주셔서.. 편하게 집에 갔어요!"
"응?"
"도환선배한테 집에 데려다주라고...."
"…내가?"
"아니예요?"
"…글..쎄? 그랬나? 어제 도환이도 거기 있었어?"
"…네."
"…그래? 내가 어제 술 마셔서 기억을 못 하는 건가...?"
뭐야... 우도환.. 거짓말 친 거야...? 괜히 뻘쭘해져서 하하하하 하고 웃으면, 장기용이 다정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고선 자리에 가서 앉는다.
그리고 가영이랑 눈이 마주치면.... 가영이가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았고.. 나는 바로 고갤 돌린다. 나도.. 나도 몰라.. 무슨 상황인지 모른다고.... 그렇게 보지 마...........
점심시간이 되었고.. 잠깐 장기용은 조교실에 올라간 듯 했다.
강의실에서 잠이 든 가영이와 진구를 깨우고 있는데.. 우도환이 '야'하고 나를 부른다.
"왜요.."
"왜요?"
"왜 부르시냐구요...!"
"립스틱."
"네?"
우도환의 손에는 립스틱이 들려있다.. 내 립스틱... 어제 차에 떨궜나보다.
아씨이.. 어쩐지 없더라..! 급히 일어나 우도환에게 다가가 손을 뻗자, 우도환이 고갤 저으며 팔을 위로 뻗는다.
"뭐예요.. 줘요."
"가져가."
"그렇게 높이 드는데 어떻게 가져가요."
"재주껏."
"아, 줘요..그냥...!"
자꾸만 주지 않으려고 위로 뻗고, 서로 발꿈치까지 들어보인다. 왜 저래 진짜.. 왜 이렇게 나를 못 괴롭혀서 안달인 걸까..
뭐 그냥 만원짜리 립스틱이라면 '버리세요!'할 텐데... 비싼 립스틱이라서 저런 말도 못 하겠고....
"아, 줘요..!"
"……."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나와 우도환은 동시에 놀라 문쪽을 보게 된다.
"…그냥 줘. 애 울겠다."
우도환이 '왔냐?'하고 무심하게 내게 립스틱을 건네주었고.. 나는 '왔어요..?'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장기용을 바라본다.
누가봐도.. 너무 너무 어색한 표정을 짓고있는 내가... 너무 병신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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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냐냐 ,,,,,,
어쭤지~! 둘 다 좋을 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