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파는 처음인데요
w.1억
솔직히 말해서 눈치는 보였다. 장기용이 모를 수도 있는 건데도. 우도환이랑 같이 그러고 있던 게 너무 찔려서 장기용한테 어색하게 대해버렸다.
오늘은 가영이랑 같이 저녁을 먹기로 해서, 각자 저녁을 먹고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어차피 장기용도 조별과제 때문에 바쁘다고 했고.. 가영이랑 같이 학교에서 빠져나왔을까...
우도환이 문 옆에서 혼자 담배를 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굳이 아는 척 하고싶지도 않고, 아는 척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지나치려고 했을까..
우도환은 계속 나를 보고있다. 빨리 가자, 빨리 빨리- 하고 가영이의 손목을 잡으면... 우도환이 담배를 잠깐 입에서 떼고선 말한다.
"네 친구는 아나?"
"……."
"우리 섹파인 거."
가영이가 우뚝- 멈춰섰다. 정확하게 나를 보며 말했기에.. 가영이가 우도환과 나를 번갈아본다.
여기서 당황한 티 하나 내지않고 그냥 무시하고 갔어야 됐는데. 난 상당히 당황했고.. 그 표정을 가영이가 이미 봐버렸다.
나도 멈춰서서 우도환을 바라보았고, 숨이 턱 막히는 것만 같았다.
"…아.. 그게.. 무슨 소리예요..? 지.. 말하는 거예요..?"
"장기용이랑 사귀기 전부터."
"……."
"되게 머리 복잡한 일이라 친구는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네."
우도환이 나를 보고 웃었다.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선 그대로 자신의 차로 향하는 우도환에.. 나는 입을 벌린 채로 우도환의 뒷모습을 본다.
그럼.. 가영이가 나와 같은 표정으로 우도환을 바라보다가 내게 말한다.
"저게..."
"……."
"무슨 소리야?"
"네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뒤에서 섹파라는 걸 하고있었던 것도 충격적이지만.. 장기용이랑 사귀면 안 됐었지 그럼..!"
"…그치만, 나보고 좋아한다는데 어떡해!... 그것도.. 우도환이랑은 정반대로 착하고, 잘해주고.. 그런데.."
"…그건 또 맞는 소리기는 한데.. 그래도.. 좀.. 뭐랄까.. 섹파의 친구랑 사귀면...."
"……."
"그래.. 너도 충분히 머리 아플 것 같은데 내가 여기서 지랄하면 더 아프겠지..."
"……."
"그래서? 어쩔 건데."
"내가 그래서.. 섹파 그만하자고 했는데.. 싫대. 자기가 그만하자고 할 때까ㅈ.."
"아니 그 선배도 진짜 미친놈 아니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기 절친인데!! 심지어 그 둘..!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래! 10년친구!"
"…진짜?????????????????????"
"어! 나는 우도환 머리에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친구랑 사귀는데.. 비밀로 해줄게- 우리 이제 섹파 그만하자.. 라고 해도 모자랄판에.. 와.."
"…자꾸 기용선배한테 말하려고 해. 그래서 미치겠어.. 부탁을 해도 계속 놀리기만 하고.. 분명 내가 예전에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는 듣는 시늉도 안 하더니.. 왜 이러는 거지 진짜..!
그냥 진짜 인성에 문제 있나봐.. 안 좋아하겠다잖아아! 그래서 그냥 다른 사람이랑 사귀겠다는데 왜!"
"잠깐...그 선배.."
"……?"
"너 좋아하는 것 같은데?"
"뭐???????????????????????????"
여태 작게 말하다가 뭐??하고 소리치면 모두가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눈치를 보고선 가영이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뭔 이상한 소리야 그게........."
"하는 행동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어제도 술 마실 때.. 계속 너만 봤고, 기용선배가 데려다주랬다고 거짓말까지 했잖아.
자기 섹파인 여자애가 좋아한다고 한 것도 거슬리는데.. 자기 절친이랑 사귄다? 심술도 나고, 신경도 엄청 쓰이지!.. 심지어 섹스까지 한 사인데.. 안 그래?
모든 사람은.. 좋아한다는 말 들으면, 그 사람한테 호감 가게 돼 있어."
"…에이."
"내가 내 왼쪽 손목 건다."
"…우도환은 절대로 날 안 좋아해. 그냥 놀리려는 거라고..."
"이게 뭐냐 진짜.. 장기용한테는 그냥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18번이 되겠군..."
"야아..!.. 그냥.."
"뭐."
"장기요한테 솔직하게 말할래..."
"뭐래 미쳤냐??"
"그럼 어떡해! 자꾸 우도환이 하자고 그러고, 놀리고 그럴 텐데."
"야 우도환 하는 짓 보면 절대 장기용한테 말 안 해. 그냥 네 반응이 귀여워서 놀리는 거야."
"뭐래애!"
"너 놀리는 거 진짜 재밌어. 너만 빼고 모두가 아는 사실이야."
"-_-..."
"암튼.. 그냥 말하지 마. 미쳤다고 우도환이 10년 친구한테 '네 여친.. 내 섹파다..'이러겠냐?... 죄책감 든다고 술 마시고 질질 짜면서 장기용한테 말할까봐 무섭다.. 으휴..
너무 솔직하지 않아도 돼. 가끔은 속이면서 사랑해도 된다구. 그거 알면 장기용이 얼마나 상처겠냐? 좋아하는 사람한테도, 자기 절친한테도 배신 당한 느낌일 거 아니야...
뭔가.. 엠티 때부터 좀 이상했어. 기용선배랑 너랑 안고있을 때.. 보는 눈빛이 좀 이상했다니까."
"…아."
들어보니까 맞았다. 그냥.. 죄책감 때문에..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절대.. 말을 하면 안 됐었다.
"기용선배 진짜 착한데.. 그거 생각해서 죄책감 들면 더 잘해주기나 해. 우도환한테는 좀 화 좀 내고! 네가 너무 헤렐ㄹ레 하고 다니니까 우도환이 만만하게 보는 거 아니야."
"…그치?"
"그래! 정확하게 말해! 선배! 나 선배랑 섹파 안 할 거예요. 장기용한테 말하려면 말 해요! 이러면 우도환이 쫄아서 이제 너 안 괴롭힌다구."
"그치???????"
"그래!"
"그럼 밤에 잠깐 만나자고 할까..? 만나서 얘기 하자고 할까..?"
"만나서?"
"응!"
"할 수 있겠냐...?"
"…당연하지!"
"…그러던가."
"그래! 카톡 보낸다!?"
"보내."
"뭐라 보내지?"
"에라이!!"
"아, 햄버거 좋아해? 그럼 내일 먹으러 갈래?"
"어..네! 좋아요!......."
"ㅎㅎ 좋아한다면서 왜 망설여?"
"뭔가.. 선배 앞에서 입을 크게 벌려야 되니까....좀 민망하잖아요오.."
"에이.. 그런 것도 신경 써? 우리 지~?"
"아, 우리 지 뭐예요................................................."
"싫어???"
"아뇨..? 저 콧구멍 커진 거 안 보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장기용이랑 같이 카페에 왔는데. 아주 이놈의 인기는 장난이 아니다. 카페에 있는 여자들이 힐끔 거리는 게 너무 잘 보여서 신경이 쓰였다.
괜히 시무룩해져서는 커피 위에 올려진 휘핑크림을 빨대로 툭툭- 건드리고 있으면, 장기용이 내게 말한다.
"무슨 일 있어?"
바로 알아채고 무슨 일 있냐고 묻는 당신은 도덕책.. 천사가 아니면 무엇인가요?...
에? 하고 고갤 들고 장기용을 바라보자, 장기용은 역시 스윗하게 웃고있다.
"아니요!.. 그냥...여자들이 다 선배만 쳐다보길래 기분 나빠서요."
"…아."
"…왜..요...?"
"너무 솔직해서."
"……."
"그래서 더 좋아지는 것 같아, 네가."
"아, 진짜 뭐예요오......................................"
부끄러운 척 아니라, 진짜 부끄러운 거다. 진구랑 가영이는 지금 내 모습을 보고 헛구역질을 하겠지.
잠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며 전화 좀 받겠다는 말에 고갤 끄덕이면, 장기용이 또 웃어준다. 진짜.. 어쩜 저렇게 다정하지.
전화를 하고있는 장기용은.. 친구에게도 다정하다. 상대가 여자가 아닌데도 말이다. 장기용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정하다.
근데 나한테는 유독 더 다정하다.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거다. 통화하는 장기용을 대놓고 쳐다보는데.. 갑자기 문득.. 아까 강의실에서 일이 떠올랐다.
충분히 기분이 나쁠만한 상황이었다. 자신의 절친과 여자친구가 대화하는 걸 별로 본 적이 없는 장기용은.. 갑자기 친해진 듯 붙어있는 절친과 여자친구를 보았다.
그리고.. 가깝게 붙어서 물건을 달라며 투닥거리기 까지 했고, 어제는 자기도 모르게 절친이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다줬다.
충분히 오해를 할 수 있고, 기분도 나쁠 거라.. 물어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어제는 어떻게 된 거냐, 오늘은 둘이 왜 그러고 있었냐. 충분히 그냥 궁금해서라도 물어 볼 것이다.
가영이와 장기용이 그러고 있었어도.. 나는 물어봤을 것이다. 이건 절대 이상한 게 아니다. 절대.
그래서 장기용에게 더 미안했고, 물어보고 싶었다.
"친구가 결혼한다고 그러네."
"우아...스물아홉에 결혼이요..............?"
"결혼한 친구들 꽤 많아. 스물아홉에 대학 다니는 것보다.. 결혼이 더 어울리지않나 ㅎㅎ?"
"…아..! 근데.. 선배!"
"응?"
"선배는 왜 안 물어봐요?"
"어떤 걸?"
"아까요.. 도환선배랑 강의실에서 막.. 제 물건 달라고 하고 그랬던 거요. 그 상황이 궁금해서라도 물어볼 것 같은데.. 저라면! 제 절친이 제 남친이랑 그러고 있어도 질투날 것 같은데.."
정확하게 물어봤다. 내 말에 장기용이 한참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할 틈도 없이, 장기용은 바로 말을 내뱉었다.
"절친도 믿고, 너도 믿으니까. 난 질투 같은 거 안 해. 선을 넘은 것도 아니잖아."
당황한 걸 티내지 않았다.
"선이요?"
"바람 핀 것도 아닌데 뭐. 내 친구랑 여친이랑 친하면 좋지."
"……."
"너는 질투가 심하구나? ㅎㅎ"
"ㅎ..핳..네..좀.. 많이......."
"걱정 마. 신경쓰일만한 짓 절대 안 해."
이럴 수록 죄책감이 더 커졌다. 그래서.. 확실하게 오늘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 정확하게...!
"뭐."
못 하겠다. 저렇게 진짜 세상 띠꺼운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면서 '뭐' 하는데... 내가 여기서 화를 내?? 절대 못 하지!!!!!!!!!!!!!!
"아니 그게.."
"아니 그게... 이것만 지금 몇 번째냐? 오늘 안에 말을 하긴 할 거냐?"
"…그."
"……."
"저희.."
"간다."
"아니!!!!!!!!!!잠깐만요!!!!!!!!!!"
진짜 가려고 등까지 돌리길래 급하게 우도환의 손을 잡았다가 화들짝 놀래서는 손을 놓으면, 우도환이 어이없다는 듯 나를 내려다본다.
저봐! 저 표정이 날 좋아하는 거냐, 문가영!?!
"말 할게요!"
"얼른 말해. 피곤해."
"저희! 섹파요! 진짜! 진짜 진짜 끝내요! 그리고 계속 기용선배한테 말한다, 말한다 하시는데! 말 하시던가요! 그건 알아서 하세요! 암튼 전 안 할 거니까요!"
개멋지다.
진짜 존나 멋지다. 내가 소리치면서 저 말을 하니까.. 우도환도 당황한 듯 나를 내려다본다.
내가 이긴 거다. 이건 진짜로 끝이다. 이제 섹파도 끝이고! 내가 눈치보는 것도 끝이다!!!!!!!!!!!!!!!!
"뭐 하세요?"
"장기용한테 전화."
"아니! 잠깐만요!! 아니!!!!!!!!!!"
진짜로 장기용한테 전화를 걸고 귀에 대길래 급히 핸드폰을 가져가 꺼버렸더니, 우도환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진짜로 전화를 하다니!! 미친 거 아니야? 이 상황은.. 내가 예상 못 한 상황인데.
"하라며."
"…진짜! 솔직히! 이건 아니잖아요. 선배는 감정도 없어요? 기용선배한테 미안하지도 않아요?? 기용선배가 알면 얼마나 슬프겠냐구요!.. 기용선배랑 연 끊고싶어요?"
"연 안 끊으려고, 너랑 섹파 계속 한다잖아."
"아니..!진짜! 계속 이러시면!"
"……."
"계속 이러시면!!!!!"
"뭐."
"이러시면!!!!!"
"이러시면 뭐."
"협박죄로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참나."
"왜 웃어요! 진짜 할 거예요!"
"하세요~"
"진짜 한다구요!!"
"하시라구요 이 초딩아."
"…제가 왜 초딩인데요!!! 섹파 끝인 거죠? 그쵸? 이렇게 가시면! 끝인 거예요!!!"
"몰라."
"대답 해달라구요오!!"
우도환이 내 말을 무시하고 자꾸만 차 쪽으로 가기에 졸졸 따라갔더니, 갑자기 우도환이 우뚝- 멈춰서더니 나한테 키스를 갈겨버린다.
진짜 갈겨버린다는 말이 왜 있나 싶었는데.. 이런 것이 갈긴다는 뜻이구나 싶을 정도로.
갑자기 확!! 내게 입을 맞추고선 떨어지는 우도환에 입을 벌린 채로 가만히 우도환을 바라보니, 우도환이 내게 말한다.
"너 이럴 때마다 키스한다. 그럼 넌 장기용한테 죄책감 더 들어."
"…아니!.."
"따라오지마. 귀찮으니까."
"아니! 저기요!!"
"저기요???"
"선배."
"……."
"아니!! 정확하게 얘기를 해달라구요! 안 한ㄷ.."
우도환이 확씨! 하고 키스하려고 다가오길래 놀래서 후다닥 뒤로 도망가니, 우도환이 콧방귀를 뀌고선 저 멀리 가버린다.
아니 !!! 진짜!!!!!!!!!!!!!!!!!!!
점심시간에 가영이한테 말하려고 했더니.. 진구가 있는 걸 깜빡했다. 어떻게 됐냐? 하고 눈치를 주는 가영이에 나는 진구 눈치 한 번 보고선.. 카톡으로 가영이에게 어제 상황을 말해준다.
그럼 가영이가 밥을 먹다말고 숟가락을 내려놓고 카톡을 보내기 시작한다. 이렇게 밥도 안 먹고 서로 카톡을 하고 있었을까...
"…너네 나 왕따시키냐??"
여진구가 여기서 삐져버린 것이다.
계속 서로 핸드폰만 하는 것도 웃긴데.. 카톡 하는 걸 본 진구가 여기서 삐져서는 우리를 번갈아보다가 콧방귀를 뀐다.
"아니 둘이 할 말이 뭐가 그렇게 많냐? 왜 나만 빼고 얘기해? 내 욕 하냐?????"
"야.. 우리가 뒷담을 깔 게 있냐? 맨날 앞에서 욕하는데."〈- 가영
"인정..."〈- 나
우리의 말에 진구가 잠깐 멈칫 하고서 그런가..? 하다가도 또 시무룩해져서는 말한다.
"나도 알려줘! 뭔데!! 뭔 얘기하는데!! 단톡방 말고! 왜 갠톡하는데!!!!!!"
"왜 이런 거 가지고 또 지랄이야... 얜 진짜 이상하다니까.. 그냥 여자들끼리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너는 들어봤자 좋은 것도 없어."
"난 서운하다고! 뭔데! 대충 뭔지는 알려줄 수 있잖아!! 너네 여태동안 이런 적 없었잖아! 맨날 뭐든지 말해줬잖아! 너네 둘끼리 이렇게 나 옆에 두고 갠톡 한 적도 없잖아!"
"미안한데 갠톡한 적 많아."〈- 가영
"인정.."〈- 나
"아니이!!!!! 진짜! 서운하다! 너네!!!!!!!!!!! 문가영은 그렇다쳐도!! 이지! 너는 진짜 더 실망이야! 너는 그래도 문가영보다 인성이 덜 터져서!! 그래서!!!!!!!더 좋은 애라고 생각했는데!"
여진구가 터져버렸다. 저 말을 하고서 그냥 나가는 것도 아니고.. 떡볶이를 와구와구 입에 넣고선 문을 박차고 나가는 여진구에 나랑 가영이는 풉- 하고 터져버렸다.
아니 쟤 왜 저래 진짜.. 근데..
"쟤 저렇게 화내는 거 처음 봐......."
내 말에 가영이가 인정...하고 고갤 저었다.
우리도 대충 입에 다 넣고선 여진구를 따라 나왔더니.. 저 멀리 씩씩 거리면서 걷고있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엔 그냥...
"야 여진구!!"
"…뭐."
"이건 진짜 내가 쪽팔려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
"꼭 들어야겠냐..................."
"……."
"듣고 나 이상하게 생각 하지 마.진짜 놀라지도 마..."
"안 놀래."
"진짜.."
"안 놀랜다고."
그래도 제일 친한 녀석들이니까.. 말하고.. 같이 고민을 공유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다 말해주고나니...여진구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놀란 표정을 한 채로 얼어버린 것..
"……."
거봐.. 개새끼야..
놀래지..
점심을 먹고 장기용을 깨우러 갔다. 오전엔 강의가 없던 장기용은 여전히 자고있었다.
아침에 잠깐 통화했을 때.. 못 일어날 것 같다고 하길래 깨워준다고는 했는데...
"히히히..."
뭔가.. 남자친구 집에 비밀번호 치고 들어가는 게 설렜다.
혼자 웃으며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가면.. 집이 조용하지는 않았다. TV 소리가 들리길래 거실을 보니.. TV는 틀어져있고 장기용은 없다.
키고 잠들었나.. 조용히 방문을 천천히 열었을까...
"선배애........."
장기용이 진짜 예쁘게 자고있다. 예쁘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자는 모습이 저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있나...
"……."
아주 아주 무방비한 장기용을 한참 바라보았다. 이불 걷어차고.. 배 까고.. 바지 안에 손 넣고 자는 내 모습과는 다르게 너무 얌전하게 잔다.
그때 같이 잤을 때도 느겼지만.. 참 잘생겼다.
"선배...!"
나랑 같이 잘 때는 안 깨워도 잘 일어나더니.. 이번엔 내가 두 번을 불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게 너무 귀여워서 장기용에게 다가가 볼에 뽀뽀를 한 번 하고선 '선배애애애~~~'하고 귀에 대고 장난을 쳤더니.. 깼나보다.
비몽사몽.. 제대로 뜨지도 못 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데 너무 귀여워서 입을 틀어막아버렸다.
"…아.. 어떻게 들어왔나..했네.."
"아침에 제가 온다고 했잖아요..!"
"…으응."
"졸려요~~?"
"…응."
"그래도 일어나요!!! 강의 들어야죠!!"
"응."
장기용이 정신을 차리려는 듯 기지개를 핀다. 그러고선 나를 바라보기에 난 풉- 웃으며 말한다.
"선배.. 같이 자고 일어났을 땐 부끄러워서 몰랐는데.. 머리..까치집....."
"어?"
"머리 다 뻗쳤대요~"
"……."
내 말에 장기용이 핸드폰 화면으로 머리 상태를 보더니 곧 한숨을 내쉬었고, 그래도 예뻐용~~ 하고 안아주려고 하니, 장기용이 '멋져요도 아니고, 예뻐요야?'하며 나를 안아서 옆에 눕혀버린다.
오늘은 장기용이 친한 형을 만나러 갔고.. 난 집콕이다....하품을 길게하면, 동생이 졸리면 자라며 괜히 시비를 걸고선 갔고.. 나는 욕을 조용히 읊다가도 장기용에게 카톡 답장을 보낸다.
참 좋다.. 진짜.. 여태 사귄 남자들은 집착도 심하고, 카톡 답장도 무조건 빨리 해야 됐는데..
지금이 딱 적당하다. 오히려.. 답장이 조금 느린 장기용이 신경쓰일 정도.. 헤헤헿... 이런 게 더 애틋하지~~~ 답장 좀 늦게 와~~줘야~~? 그래야 더 신경이 쓰이지.
헤헤.. 혼자 웃으면서 핸드폰을 하고 있으면.. 장기용에게서 전화가 온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선배ㅠㅠㅠㅠ."
- ㅎㅎ 뭐하고있어.
"저 그냥!!! 앉아서 노트북 하고 있었어용...영화 보고!! 그냥.. 인터넷 보고?"
- 그랬어~? 아직 배달 시킨 거 안 왔어?
"네엡...헿.. 내일부터 진짜 저녁 굶으려구요...! 하핳.."
- ㅋㅋㅋ안 굶어도 된다니까~ 뱃살 있으면 귀여운데 왜.
"어후우우우우 그러면 안 되죠오...아, 선배! 집에 언제 들어가세요??"
- 으음... 한 2시간 뒤? 애들이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도망치려구.. 어차피 난 안 마시니까.
"그러엄... 피곤하겠지만! 잠깐 보면 안 돼요? 보고싶어서..."
- 왜 안 되겠어. 집 가기 전에 또 전화할게.
"네!"
- 나도 보고싶어.
참 주책이다. 학교에서 계속 봐놓고.. 또 보고싶단다. 전화를 끊고나서 흐뭇한 얼굴로 노트북을 보고 있었을까.
누군가에게서 카톡이 왔길래 확인해보면.....
[창밖]
??? 우도환이 갑자기 나에게 창밖이라고 보냈다.....엥? 무슨 소리지.
[봐]
또 왔길래 확인했더니 보란다... 뭔가 싶어서 서서 창문을 열어 확인해보면...
"……."
우도환이 집 앞에 서있다. 그리고 웃고있다. 입을 벌린 채로 서서 우도환을 바라보자.. 곧 우도환이 또 카톡을 보낸다.
[5분 안에 안 나오면 벨 누른다.]
-
-
-
-
-
하아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