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파는 처음인데요
w.1억'
우도환이 자는 걸 한참 보고있었을까..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또 한참 고민을 했다.
장기용한테 그냥 말을 해야 되는 걸까? 의자에 앉아서 장기용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고 있다보면.. 아까의 우도환이 떠올랐다.
어디로 가야하는데.. 나밖에 안 떠올랐다는 말이 너무 신경이 쓰였다.
- Rrrr
장기용에게서 전화가 왔고, 자고있는 우도환의 눈치를 한 번 보고선 바로 전화를 받는다.
이상하게 장기용에게 너무 큰 잘못을 한 것만 같았다. 아, 것만 같은 게 아니라.. 잘못 맞지.
"네, 여보세요.."
- 이제 집에 가려고 하는데. 집 앞으로 갈까?
"네?"
- 응?
"…아, 그게.."
나는 바보다. 여기서 고민을 한다. 그냥.. 완벽하게 우도환을 숨기면 되는 건데.
장기용을 좋아하니까, 미안하니까.
"일단! 저희집으로 와요!"
- 알겠어.
거짓말을 못 하겠는 거다.
"선배!"
"뭐야? 나와있었어? 추운데.. 전화 하면 나오지."
"그냥.. 할 것도 없구요!!"
"그래?"
"……."
"……."
"……."
"왜?"
"네?"
"무슨 할 말 있어?"
"…아."
"뭔데 그래?"
표정부터 티가 났나보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것 마냥 우물쭈물 했던 내 모습을 보고 할 말이 있냐고 묻는데.. 여기서 아니라고 하면.. 난 쓰레기다.
"절대로! 오해는.. 하지 마시구요."
"…응?"
"도환 선배가.."
"……."
"지금 제 방에서 자고있는데요. 술에 취해있거든요!?"
"……."
"술에 취해서 저희집에 온 건데.. 저희집을 어떻게 알았냐면요.. 그때 저 집에 데려다줄 때! 그때.. "
"아.."
"…오해는 하지 말아주세요.."
"도환이 많이 취했나보네."
"네?"
"원래 취하면 집을 못 찾아가. 엉뚱한 곳 가서 자는 게 주사거든."
"……."
"오늘은 도환이를 우리집에서 재워야겠네.."
장기용이 화를 내지 않는다.
"화.."
"……."
"안 나요?"
충분히 오해를 하고 화낼 수 있는 상황인데. 티를 내지 않았다.
"화가 왜 나. 너도 도환이가 찾아와서 놀랬을 거 아니야. 상황 설명도 다 들었는데 화가 날 이유가 있나?"
"……."
"가자, 춥다."
이럴 수록 장기용이 더 좋아졌고, 더 복잡해졌다.
"야... 나.. 물..물..좀..어우..."
도환이 인상을 쓴 채로 책상 의자에 앉아있는 기용에게 말했고, 기용은 일어날 생각도 안 하고 도환을 바라보며 말한다.
"네가 왜 여기있는지 궁금한 것 보다.. 물이 더 급하냐?"
도환이 '엉?'하고 눈을 비비자, 기용은 픽- 웃으며 물을 갖고와 도환에게 건네주었고..
"너 어제 취해서 지 집에서 자고있었어."
"…아."
"요새는 안 그러더니 몇년만에 잠재 되어있던 주사가 다시 솟아오르디?"
"기억 안 나."
"나는 오전에 강의 있어서 가봐야 되는데."
"아, 어."
"있다가 알아서 가라."
"엉."
"정신 좀 들면 청소 좀 부탁해."
"나??? 왜?????"
"취한 거 겨우 부축해서 데리고왔더니 왜?"
"아."
"간다."
"아, 어."
평소와는 다르게 어색했다. 기용이 작게 웃어주고선 나가면, 도환은 괜히 기용이 신경이 쓰이다가도 어제 일이 떠오르는지 한숨을 내쉰다.
물을 마시고선 다시 침대에 눕더니만 눈을 감는다.
어제 일을 떠올려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장기용이 너무 착했고, 나는 장기용을 더 사랑한다.
우도환이랑 장기용이랑 헷갈려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안다. 근데.. 자꾸만 신경을 쓰이게 하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요즘들어 그때와는 다르게 잘 쳐내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고, 어제도 잘 해결한 것 같아서 뿌듯했는데.
"야."
야- 한 뒤에는 빵빵-하고 클락션 소리가 울려퍼진다. 놀래서 그쪽을 보면.. 우도환이 나를 바라보고 손을 흔든다. 물론 무표정으로.
"뭐예요....?"
"태워줄게."
"……."
"뭐야, 그 표정은."
"왜 또 왔어요?"
"내 절친 여자친구 학교 데려다주는 게 뭐 이상한가."
"…절대 그런 마음으로 온 거 아니잖아요."
"그럼 무슨 마음으로 온 것 같은데?"
"그야!"
"……."
"몰라요! 암튼..저는 그냥 버스타고 갈 거예요."
"그냥 가지."
"……."
"너 늦었는데."
에? 하고 시간을 봤을까. 강의 시작 10분 전이다... 헐.. 뭐야! 이렇게 늦었었다고?? 아씨...하고 우도환을 바라보다가 결국엔 한숨을 내쉬며 차에 탄다.
그렇게 차에 타고, 아무말도 없이 가다가 조용히 우도환에게 말한다.
"주사가 다른 사람 집 찾아가서 자는 거라면서요...?"
"군대 가기 전엔 그랬지."
"…아."
"어제는 미안하다."
"네?"
"술 마시고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절친끼리 참 이상하다. 장기용은 장기용대로 이상하고, 우도환은 우도환대로 많이 이상하다.
여기서 사과를 한다. 사과라는 것 자체를 모를 것 같았던 사람이..
"…아니예요."
결국 나는 고갤 저으며 창밖을 본다.
잘 끝난 것 같아서.. 그래서 그냥 봐주는 거예요. 말은 못 하지만 속으로만 이 생각을 하고서 우리 둘은 아무 말도 없이 학교로 향했다.
오전엔 강의가 너무 빡쎄서 서로 인사할 틈도 없었다.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지가 기용에게 손을 흔들었고..
기용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받아준다.
"야.. 솔로 기죽이지 마라."
"야 그래! 문가영 기죽이지 마."
"뭐래 등신이? 너 말한 건데."
"같은 솔로끼리 그러지 말지 ^^"
"'같은'이라고 하지 말아줄래. 난 너랑 달라. 넌 못 하는 거지만, 난 안 하는 거라고."
"어~ 그래그래~"
"아니 진짜! 이게!"
지가 가운데 앉아서 피곤하다는 듯 한숨을 쉬자, 도환이 지를 보며 픽- 웃는다.
노트와 교재를 챙기던 기용이 도환을 보았다.
"……."
정확하게 지를 보고 웃는 도환을 보았다. 핸드폰을 챙긴 도환이 가자- 하고 먼저 일어서면, 기용은 고갤 끄덕이며 따라 일어선다.
그럼, 지가 기용에게 말을 건다.
"선배!"
"……."
"맛점!...해요!!"
지의 목소리에 모두가 지와 기용을 바라본다.
그러면 모두가 아, 우웩! 하고 야유를 했고, 기용은 웃으며 말한다.
"너도 맛점해."
여전히 여자들은 도환과 기용을 보며 부끄러워하기 바쁘다. 아주 유치하게 지가 지나가면 대놓고 욕을 하기도 한다.
"야.. 근데 지 행동하는 거 완전 여우같지않냐.. 기용선배만 불쌍해."
그 말에 기용과 도환이 멈춰섰다. 기용이 그 여자들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입을 열었을까.
"난 뒤에서 마음에 안 드는 친구 욕하는 너네가 더 여우같은데."
"……."
점심을 먹고나서 남은 시간 동안에는 장기용이랑 같이 있게 되었다.
학교 건물 앞에 벤치에 앉았는데.. 지나가면서 계속 사람들이 힐끔 보는데.. 누가봐도 장기용은 참 잘생겼다.
"어?"
누군가 지나가다가 나를 보고 어???하며 섰고.. 누군가 싶어서 한참 바라보면..
"어..! 성혁아!"
고등학생 때 같은반이었고, 좀 친했던 애가 우리 학교였던 것이다. 너무 놀래서 입을 틀어막고선 바라보니, 성혁이가 반갑다며 내 손을 잡고, 껴안기까지 했는데..
"엇.. 남..자친구...?"
"ㅇ..ㅓ..어!! 선배! 저.. 고등학교 친구예요!!"
"…아, 네. 안녕하세요."
"어이..구....키가 엄청..크시..네요.......... 연예인인 줄 알았어요!.."
성혁이가 몰카냐면서 자꾸 나에게 장난을 쳤고, 나는 고갤 젓다가도..
"야! 얼른 가! 연락할게!"
"아, 어!! 다음에 또 봬요! 형님!!!"
그냥 성혁이를 보내버렸다. 근데.....
"선배???"
"……."
"선...배~~?"
"무슨 스킨쉽이 그렇게 자연스러워.. 보자마자 껴안을 정도면.. 뭐.. 서로 짝사랑이라도 했나."
"엥!! 선배! 아니예요! 쟨! 진짜! 진짜 여진구처럼 친했었었었어요!!! 지금은 아니지만!"
"……."
"헐! 선배!! 설마 삐지신 거예요!?!?! 아니예요!! 절대! 오해 하지 마요ㅠㅠㅠㅠㅠㅠ!절대! 절대 아니예요!!! 쟤랑 저는 거의 앙숙이었다구요! 그리고 졸업하고 5년 동안 연락 한 번도 안 했어요! 한 ~번도!!"
"ㅋㅋㅋㅋㅋ."
"……?"
"장난이야."
"에???"
"질투 안 해. 딱 봐도 친해보였어."
"아, 선배.. 진짜 놀랬잖아요오.........나 진짜.. 세상이 다 무너지는 주우우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아! 웃지 마요!!"
"ㅋㅋㅋㅋ알겠어."
"ㅡ_ㅡ..?"
"아, 참.. 끝나고 약속 없어?"
"네!"
"그럼 오랜만에 저녁 먹자. 우리 지금 학교 끝나고 바로 집에 간 것도 벌써 4일 째야."
"맞아요오....데이트 못 했어요............."
"우리과가 좀.. 과제가 빡세잖아."
"네!"
"예뻐."
"ㅡ_ㅡ 아!!"
"진짜야. 예쁘다니까."
갑작스럽게 예쁘다고 하기에 부끄러워서 하지 말라며 가슴팍을 퍽! 쳤더니, 진짜 아픈지 충격 받은 얼굴로 나를 본다.
"야 이지.. 너밖에 없다... 문가영은 썸남 만나러 간다고 나 버렸는데. 역시 너밖에 없어. 만만한 이지."
"아니 시작은 좋은데 왜 끝이 그렇게 끝나냐 십.."
"농담 ㅎㅎ."
"진짜 너 때문에 기용선배랑 약속도 1시간 미루고 왔거든? 빨리 골라."
"야쓰!"
여진구랑 시내에 나와서 옷을 고르고 있다. 물론 내 옷이 아니라, 여진구의 옷.
늘 이렇다. 우리는 서로 옷도, 신발도.. 모두 골라주기도 한다. 대충 여진구한테 어울리는 옷들을 찾아주고서 음료수도 얻어먹었다.
물론.... 비싼 음료수 말고, 편의점 음료수이긴 하지만..
편의점 앞 테라스에 앉아서 차가운 음료수를 음미하며 마시고 있었을까...
"야, 기용선배 슬슬 불러. 생각보다 옷 빨리 골랐네."
여진구의 말에 나는 고갤 끄덕였다. 그래- 하고 장기용에게 내 위치를 알려주자, 데리러 온단다.
한참 여진구랑 떠들며 있었을까.. 내 앞으로 익숙한 차가 선다. 잠깐만.. 익숙해도 너무 익숙한데....어...?
익숙한 차에서 익숙한 사람이 내려 나에게 다가온다. 아니, 왜?
"뭐하냐 여기서?"
"…네?"
여진구 저 미친놈... 당황한 거 티내지 말라고.....!! 여진구가 당황해서는 우도환을 바라보자, 우도환이 '얘 왜 이래?'한다.
그럼.. 나는 고갤 저으며 '몰라요....'라고 대답을 하지...
그리고 여진구는 이 조합이 참 불편했는지 갑자기 일어서서는..
"아, 약속 있는 걸 깜빡했다!!! 그럼! 안녕히!계세요!!!"
가버리는 것이다. 바람처럼 쌩-하고 사라지기에 나는 입을 벌린 채로 앉아있다.
"뭐야 쟤 왜 저래?"
"…모른다니까요......."
"여기서 뭐 하냐니까."
"…그냥 진구 옷 골라주고, 음료수 마시잖아요."
"아."
"저기요."
"?"
"저희 섹파요."
"……."
"진짜로 진짜로.. 이제 끝인 거죠?"
"다시 하고싶어서 묻는 거야? 아니면 진짜 몰라서 묻는 거야?"
"…아니! 몰라서요.. 정확하게 대답을 듣고싶어서."
"나도 물어보자."
"……."
"내가 좋았다가, 갑자기 장기용이랑 사귀게 된 이유."
"그야!"
"……."
"기용선배는 저를 좋아해주고, 예뻐해주고! 그러니까.. 저도 관심이 갔고.. 좋아하게 된 거예요."
"그럼 나도 너 좋아해주고, 예뻐해주면 다시 관심이 가냐?"
"에??"
"넌 나랑 섹파가 하기 싫은 게 아니라, 그냥 장기용한테 죄책감 느껴서 그런 거잖아."
"…그러는 그쪽은요."
"……."
"그쪽은 기용선배한테 죄책감 같은 거 하나도 안 느껴요? 오래 알고 지낸 친구잖아요."
"……."
"……."
"어."
"……?"
"안 드는데. 죄책감."
"…에?"
"나도 네 마음을 알고싶어. 확실하게. 죄책감 때문에 관두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싫어져서 관두고 싶은 건지."
"……."
"대답 못 하곘지?"
우도환은 나를 너무 잘 알았다. 내 마음을 모르겠어서 대답을 못 하겠는 게 아니라. 너무 당황스러워서, 우도환의 행동이 나를 막아버리는 것 같았다.
"확인해보던가."
우도환이 내 손목을 잡았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 향한다. 아무리 뿌리치려고 해도 어찌나 세게 잡고있는지 뿌리칠 수가 없었다.
얼마가지 않아서 있는 모텔 문을 열고 들어서는 우도환에 나는 손목을 뿌리치고선 모텔에서 다시 나왔다.
방금 막 지가 있는 장소에 도착한 기용은 지가 보이지않자, 전화를 걸며 주위를 둘러보았을까..
지가 모텔에서 화가 난 듯한 얼굴을 하고서 나왔고, 도환이 따라나와 지의 손목을 잡는다.
"저 그쪽이랑 이제 진짜 섹파 안 해요. 그러니까 제발 그만 좀 해요!"
지가 섹파를 안 한다며 손목을 세게 뿌리쳤고, 도환은 아무 표정도 없이 지를 내려다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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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호 !! 으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