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놓쳐야 하는 사람, 잡으면 안되는 사람 이었고
지금은 잡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다시 마주 했다.
햇빛이 쨍쨍한 여름, 열아홉 첫사랑이 끝났다.
정말 사랑했는데, 우리는 다르다고 우리는 특별하다고 믿었는데,
모두가 변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영원할 거라 믿었는데,
이제 첫사랑을 다시 마주해도 괜찮을 만큼 시간이 지난 줄 알았는데,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다 착각이었다.
"새로 오신 감독님 이야, 인사드려. 이번 투어 같이 돌게 될거야."
"안녕하세요. 컨텐츠제작팀 한여주 감독 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럴듯한 소개에 이어서 그럴듯한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같은 공간에서 너를 다시 마주하는 일은 나에게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다.
인사를 건네고, 박수를 치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의식적으로 피하던 한 사람을 마주한다.
그해 겨울, 드디어 자리를 잡고 내 이력서에 당당한 첫 줄이 되어줄 내 행보는 니가 있는 그룹의 콘서트 투어 영상제작이었다.
거절할까 고민도 여러 번 이었지만, 이건 내 일이니까 사적인 감정을 배재하고 일로 하면 된다고, 나는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내 자신을 타일렀고,
나는 다시 너를 마주해도 아무렇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우리가 헤어지고 꼬박 5년.
너를 잊어버렸다는 내 생각에 코웃음을 치듯이
네 눈앞의 나는, 여전히 열아홉이었고
이상 기온으로 시작된 한파 속에서 너를 마주한 나의 계절은
다시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