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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호원은 나에게 형이라는 호칭대신 자연스레 야,동우야,장동우 이 세가지로만 부르기시작했다.
처음엔 나도 화를내면서 반말은 뭐라 안하는데 형은 붙이시지? 이랬지만 사람의 적응력이란게 참으로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도통 내 말을 듣지않는 호원에 그냥 나도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를 불리우는 호칭이 잊혀지고 있을쯤이었다.
"동우형,나랑 잠시 얘기 좀 해요"
왠일로 형이라고 붙는 말과 반말이 아닌 존댓말에
처음 호원을 만났을 적을 보는것같아 괜시리 설레버렸다. 바보같에 장동우.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을 못차렸어.
"...무슨 얘기?"
"형,아직도 남우현이란 형이랑 선 안그었죠?"
이젠 남우현한테까지 형이라고 하는 모습에 더욱 당황해버렸다.
평소에 우현의 말만나와도 진저리치던 녀석이 이젠 자기 스스로 입에 우현을 담고 형이라고 까지하다니.
"..미안,아직 못했어..곧 할ㄲ.."
"제가 있는 앞에서 결판지어주세요."
"지금..나 못믿는거야?"
"못믿는게아니라, 전 아직까지도 형을 모르겠어요."
날 모른다하지만 녀석이 날 모를리가 없다.
나를 나보다 잘아는게 녀석이었다고 판단되는 내 머릿속의 결론,
지금 녀석은 날 믿지 못하고있었다
"만약에 그러게 못하겠다면?"
"..절 시험에 들게 하는거라면 관두세요.
만약 진심이라 해도 형이 못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꺼에요."
"..이호ㅇ"
"그땐 이미 형이랑 난 여기에 없을꺼거든요, 물론 그땐 가족이든 친구든 우릴 찾지못하겠죠
적어도 가족이랑은 연락하고 살아야하잖아요,안그래요? 그러니까 얼른 하세요."
"알았어,3일만 시간을 줘."
하-.하고 한숨을 깊게 쉬며 고갤 숙인 호원이
갑자기 어느순간 숙인 고개를 들었다. 화를 억누르는듯 습관처럼 한쪽 주먹을 움켜쥔 녀석이었다.
"그냥 넉넉 잡아서 일주일 줄테니까,확실하게 처리하세요
졸졸 따라오는 일 없게 깔끔히. 연락이란게 올수없게."
어느정도 잠깐 떨어져있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연락을 하려는, 그냥 호원 몰래 연락하려했던 내 생각을 읽어낸듯 골치아프단
표정으로 나에게 웃음한점없이 딱딱한 어조로 말하는 호원이었다. 무서운 놈.
"그리고, 방금 까지 형소리는 오늘로 끝이에요. 이젠 형이 아니라 인간 장동우를 상대할꺼니까."
확고한 녀석의 모습에 난 더욱 머릿속이 꼬여만갔다.
대체 녀석은 지금 무슨 생각을할까. 알수있을것같은데 알수없는 이상한 느낌이다.
양파같은 놈 까도까도 항상 새로운 모습만 보이고 깔수록 내 눈엔 물만 고일 뿐이었다.
**
"어쩔까 우현아"
"내 의견이 아니라 너한테 너 스스로 물어봐야지.
내 의사를 표현에도 어차피 넌 너 의견대로 할꺼잖아"
"너도 날 잘알아서 가끔 짜증나."
"나뿐만 아니라 널 아는사람 대부분은 널 잘알꺼다. 넌 금방 얼굴에 너에 심리상태가 쉽게 보이거든."
"..도망가 버릴까? 그 새끼가 뭐라고 내가
내 친구도 하나 제대로 못사귀고 만나지도 못하고. 이게 무슨 인간사냥이야?"
"가지도 못하는 주제에 무슨놈에 도망?
너가 그새끼한테 만약 도망갔다해도 다시 그새끼한테 돌아갈 놈이 바로 너다."
"진짜 그만 좀 내속을 들여다봐."
"나도 보고싶지않은데 너가자꾸만 보여주잖냐, 그리고 이번에 그새끼 그렇게 쉽게 안넘어 갈것같다.
그러니까 신중하게 생각해 장동우. 기간은 일주일이고, 시간은 6일이나 남았으니까."
그래, 아직 6일이나 남았지.
"힌트를 주자면, 내가 아까침에도 말했지만 너 의사대로 하는게 가장좋을꺼야. 그게 결과가 좋든 나쁘든 간에
답은 없으니까. 너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너 생각대로해. 이제 난 손님 올것같으니까 준비나 하러 갈란다."
내 생각대로라, 난 그게 지금 어렵다는건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