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파는 처음인데요
w.1억
"이번만큼은 내가 더 행복하면 안 되냐. 너도 그랬던 것 처럼.. 나도 이러면 안 되는 거냐."
"……."
도환의 말에 기용은 주먹을 꽉 쥐었다가도 금방 힘을 풀어버린다.
도환이 저 말을 끝으로 등을 돌리고 가버리자, 기용이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도 못 한 채 한참을 있다가 한숨을 내쉰다.
기용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한 여자는 기용의 앞에 서서 아무 말도 않고 있다가 곧, 입을 천천히 연다.
'기용아 나 너 좋아해'
'…무슨 소리야 그게?'
'너 좋아한다고.'
'너 도환이 여자친구잖아. 이러면 안 돼.'
'알아. 근데.. 항상 도환이 옆에 네가 있는데.. 신경이 안 쓰일래야 안 쓸 수가 없었어'
기용은 혼자 식탁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다가도 그때가 떠오르는지 마른세수를 한다.
그러다가 곧 고갤 숙인 기용이 눈물을 흘린다.
'벌써 세번 째네."
'…….'
'내 여자친구가 널 좋아하는 것도'
네 여자친구가 나를 좋아한 게 왜 내 탓이야.
"……."
난 정말 아무것도 안 했는데.
오늘은 장기용이 학교에 오긴 했지만.. 인사말고는 대화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이제 곧 중간고사라고 다들 바쁘기도 하고.. 조별과제도 많고 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선배!"
"응?"
"오늘은 저녁 같이 먹을 수 있죠!?"
장기용은 내 말에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고갤 끄덕였다.
"당연하지."
"아싸..ㅎㅎㅎ..."
"뭐 먹고싶은 거 있어?"
"음......그냥! 선배랑 아무거나 먹어도 행복할 듯..?"
"참나..ㅋㅋㅋ"
"ㅎㅎㅎㅎ..."
우도환이 먼저 강의실에서 나갔고, 장기용이 우도환을 힐끔 보고선 곧 '갈게'하고 강의실에서 나간다.
맛점!하고 손을 흔들다가도 가영이와 진구가 우리도 가야 돼~ 하며 내 팔을 잡고 끌었고...
"오늘은 왜 따로 가지...?"
우도환이랑 장기용은 오늘 같이 밥을 먹지 않고, 따로 차에 탔다.
약속이라도 있는 건가..
"이게 미쳤네... 그걸 말하겠다고?"
"어... 어차피 우도환이랑 이제 진짜로 끝냈으니까..솔직하게 말하는 게...."
"지랄.. 그걸 왜 말해. 말하지 마..;; 미쳤냐?? 차라리 숨기는 게 낫지.. 그거 아는 순간.. 아무리 착한 장기용이라도 너랑 헤어져."
"…그래도 너무 찔리니까."
"야. 우도환이랑 섹파였던 거 말할 바에는.. 그냥 헤어져. 그게 답이야... 가끔 사람이 어? 거짓말을 해야 될 때가 있는 거야."
"그런 거야...?"
그런 거야? 하며 진구를 바라보자, 가영이도 진구를 바라본다. 부담스럽게 둘이 보고있자.. 진구도 부담스러운지 한참 우리를 번갈아보다가 말한다.
"내가 기용선배라면... 굳이 알기는 싫을 것 같은데.. 너무 너무 사랑하는 여자친구라고 해도.. 내 10년 절친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고 하면... 여친 볼 때마다 절친 얼굴 생각 날 것 같아서.."
"그래서."
"그냥 말 하지 마.. 굳이 알아야 돼? 솔직히! 너랑 도환선배랑 서로 사랑한 것도 아니고.. 그냥 감정 없이 몸으로만 어? 대화를 나눈 거잖아."
"…ㅇ_ㅇ.."<- 지
"ㅍ_ㅍ..?"<- 가영
"왜.........?"
아니야..하고 지와 가영이 고갤 저었고.. 진구는 크흠... 하고 목을 가다듬고선 말한다.
"말 하지 말라고."
"ㅇ-ㅇ..."
"ㅍ_ㅍ..."
"아니 왜애!!!!!!!!!"
"…그냥.. 네 말에 신뢰가 안 가."
"-_-..........그럴 거면 왜 물어보냐고오오!! 너넨 왜 맨날 나한테만 그러냐고!!"
"일단 1순위는 이지고, 2순위는 너지."
"다행이다."
"왜 다행인데!!!!!!!"<- 지
장기용이랑은 밥을 먹고나서 드라이브를 했다. 운전을 하면서도 피곤해보여서 중간에 공원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잠깐 그냥 차 세워놓고! 얘기해요!"
"아, 그럴까."
오늘따라 더 말이 없었다. 아침보다 더 조용해진 장기용에 슬슬 눈치가 보였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묻고싶은데.. 너무 피곤해하고 힘들어하니까.
"선배는 학생 때도 인기 많았어요?"
"많았나..."
"뭐예요 그 반응은!"
"ㅎㅎ 인기 없었어. 그냥 그랬어.."
"거짓말......."
"너도 인기 많았지? 아니다.. 괜히 물어봤네..너무 확실한 건데.."
"아 뭐예요.. 아니거든요 ㅡ_ㅡ........"
"ㅎㅎㅎ.. 어제 밤에는 뭐 했어?"
"어제 밤에는! 영화 보다가 잠들었어요오...근데 해봤자 10분 봤나 ㅎㅎㅎ..."
"영화 보다 말았어?"
"네..재밌는데..헿."
"그럼 같이 볼까?"
"어! 네!ㅎㅎㅎ좋죠!!!! 괴물 나오는 건데 존잼 존잼!"
"그래, 보자."
장기용이 내 볼을 꼬집었고, 아 뭐예여~~ 하고 웃으면, 장기용도 따라 웃는다.
같이 한참 영화를 보고 있었을까..
"…어.."
장기용이 잠들었다. 엄청 피곤했나보네.. 괜히 보니 웃음이 나왔다.
몰래 사진을 찍다가도 너무 잘생기고, 잠든 게 귀여워서 풉- 웃으면 깰까봐 바로 입을 틀어막았다.
"……."
기용이 눈을 뜨자.. 차 안에서는 아까 틀어놓았던 영화 소리만 들려올 뿐..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자기가 잠에 들었다는 걸 알고 놀란 듯 바로 옆을 보지만..
"……."
옆에는 지가 없었고, 기용은 창밖을 본다. 창밖을 보니.. 편의점 앞 벤치에 앉아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것이다.
기용이 안심하듯 한숨을 쉬다가도 지를 바라보며, 전화를 건다.
- 어.. 선배! 일어났어요?
"지야."
- 넵..?
"왜 밖에서 그러고있어."
- …아.
"……."
- 갈증나서 나오긴 했는데... 괜히 차에 탔다가 소리 때문에 깰까봐.. 일어날 때까지 좀 기다리고 있었어요..ㅎㅎ...
"…진짜 넌.."
- ㅎㅎ....나가면서 문 닫고 너무 커서 아차 싶었다니까요...
"…추워."
- 네?
"얼른 들어와."
- …….
"보고싶어."
다음 날_
"…할머니 다음에 또 올게요."
도환이 병실에서 나왔을까, 복도에서 마주친 익숙한 누군가에 도환이 '안녕하세요'하고 웃어보인다.
"여기서 마주치네. 요즘 얼굴을 못 봐서 보고싶었는데. 잘 지냈어?"
"네. 잘 지냈죠. 아저씨 여기 입원해계세요?"
"응. 기용이가 말 안 했어?"
"아저씨 얼굴 보러 간다고 하니까 안 된다고 하던데요."
"아저씨가 한달 사이에 진짜 많이 상태가 안 좋아졌거든.."
"아.."
"아, 참.. 기용이 여자친구 생겼니?"
기용의 어머니였다. 표정이 안 좋다가도 여자친구 얘기를 하며 활짝 웃는 기용의 어머니에 도환은 잠깐 멈칫- 하다가도 웃으며 대답한다.
"네. 생긴지 얼마 안 됐어요."
"그래..? 아무리 물어봐도 없다고는 하는데.. 요즘 계속 저녁마다 나가는 거 보니까. 있는 것 같았는데.. 진짜였구나? 보고싶다.. 누군지."
"그냥 같은과 후배예요."
"아저씨도 죽기 전에 소원이라고 그렇게 말했거든.. 여자친구가 뭐 그리 보고싶다구.. 아주 죽기 전에 한 번만 보고싶다고 난리야, 난리."
"……."
"아저씨 한 번 보고갈래?"
"아, 네."
아저씨가 있다는 병실 문을 연 도환은 멈칫하고서 들어가지도 못 하고 표정이 굳었다.
한참 있다가 병원 밖에 나온 도환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조별과제까지 다 끝내고 온 기용은 8시쯤이 되어서야 병원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기용은 병실에 있는 누군가에 의해 놀란 듯 멈춰섰다. 그런 기용을 본 어머니가 기용에게 웃으며 말을 건다.
"왔어? 왜 이렇게 늦었어."
"……."
"어..! 선배!"
의자에 앉아서 아버지의 손을 잡고있는 지가 뒤돌아보고선 곧 웃으며 기용을 부르자, 기용이 당황한 듯 지에게 말한다.
"뭐야..?"
"네?"
"지 네가 왜 여기있어..?"
"아..."
'일단 들어와~ 과일 먹어' 어머니의 말에 기용은 지의 대답도 듣지 못 한 채로 지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주 위독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지를 보고 웃고 있자, 기용이 의자에 앉아서 지와, 아버지를 번갈아보았다.
"아까 병원에서 도환이랑 만났거든. 도환이가 지한테 와달라고 했대. 네 아빠가 네 여자친구 보고싶어 한다고 말했더니 ㅎㅎ..."
"도환이랑 만났다구요..?"
"응. 도환이 할머니가 여기 입원해계신대."
"…아."
"근데 왜 여자친구 소개 안 시켜준 거야? 너무 예쁜데 ㅎㅎ~~ 한 2시간 전부터 여기 있었어."
"…2시간 전부터요?"
기용이 당황한 듯 지를 바라보자, 지가 웃으며 말한다.
"어차피 저 할 것도 없었구요!.. 궁금했거든요..! 어머님이랑 아버님!..."
"…그래도 나한테 말이라도 하지.."
"에이~ 그냥 깜짝 놀래키고 싶었달까요오.."
"……."
지가 해맑게 웃는다. 기용이 결국엔 버티지 못 하고 웃어버렸다.
"선배가 되게 아버님이랑 판박이더라구요.. 진짜 신기했어요! 완전 똑같이 생겼어 ㅎㅎㅎㅎ."
"맞아. 그냥 쏙 빼 닮았다고 다들 그래."
"ㅎㅎㅎ맞아요.. 진짜! 그리고 심지어 되게 젊으셔서! 더 놀랬어요."
"어렸을 때 사고쳤다고 맨날 내 귀가 닳도록 말씀해주시거든."
장기용의 표정이 좋지 않았던 게, 아버지 때문이었을까.
평소와 똑같이 나한테는 잘 해주지만, 나랑 대화를 하지 않을 때는 멍 때리면서 표정도 좋지 않아서 너무 걱정이 됐다.
집 앞에서 맨날 우리는 이렇게 대화를 나눈다. 그냥 들어가도 되는 건데.
내일도 볼 수 있고, 모레도 볼 수 있는 건데.. 뭐가 아쉽다고 이렇게 있는 걸까.
"지야."
"네?"
"오늘 고마워."
"에?? 에이.. 뭐가 고마워요! 당연한 거죠!"
"당연한 거 아니야. 되게 힘든 거야."
"……."
"애인의 부모님을 뵙는다는 게. 쉬운 일은 절대 아니야. 진짜 고마워."
"…에이 제가 하고싶어서 한 일인데.. 고맙다고 해주시면..."
갑자기 장기용이 나를 끌어안았다. 평소에도 이렇게 안아주지는 않는다.
근데.. 오늘따라 너무 이상했다.
"큰일났다."
"…에?"
"네가 너무 좋은데 어떡하지."
"……."
"좀.. 미워할만한 짓좀 해."
"아, 진짜 이거 안 되겠네요... 선배가 날이 갈 수록 저를 너무 너무 너~무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증말."
"……."
"어구... 힘들었죠... 진짜 많이 힘들면 저한테 말이라도 하죠.. "
-
-
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