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눈을 본 순간 바보 같게도 숨을 쉴 수 없었다. 조금 길다 싶은 잿빛 머리칼 아래로 그려진 구리 빛 피부 위에 박힌 잿빛 눈동자.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그 눈을 마주하고 있었던 건, 그 눈동자가 가진 특이함 때문도, 그의 반반한 외모 때문도 아닌 그저 그 속에 감춰진 고독이라는 감정 때문이었다. 누군가를 경계하듯 꽁꽁 감춰진 그 속에 담겨진 것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깊고 또한 낮았으며, 숨 막히게 짙은 그 눈동자 속에 담긴 건 바로 내 모습이었다. 옅은 잿빛 눈동자 속에 비친 내가 나를 바라봤고, 나는 너의 슬픈 눈동자를 바라봤다. 쉴 새 없이 지나가는 바쁜 사람들 틈 끼어든 미묘한 향기가 어지럽게 나를 흔들었고, 그게 너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나는 그 날 너의 그 고독한 향기를 지금에서도 잊을 수가 없었다.
Blue Moon
(꼭 틀어주세요.)
"아아- 네가 온 게 2년 전이니까, 넌 모를 만도 하네."
담담하게 자판기 커피를 들이킨 호석이 내 앞에 자리 잡고 앉았다. 호석은 강력계에 낙하산으로 덜컥 들어선 내게 친절한 몇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어쩌면 그 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었기에 친절할 수밖에 없었던 건지도 모르고. 어렸을 때부터 알던 사이였던 그는 내가 지금껏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두 옆에서 봐왔기 때문에, 낙하산이니 뭐니 말들을 늘어놓는 사람들 앞에서 매번 나를 옹호해주곤 했다. 매일 마시던 커피가 오늘따라 쓰다며 호들갑을 떨던 호석이 어디서부터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며 턱을 몇 번 매만지더니 그제야 정리가 된 듯 찡그린 얼굴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걸 사람이라고 해야 되나, 늑대라고 해야 되나.
말이 좀 그렇지만, 어쨌든 쉽게 말해서 실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지."
남들이 들으면 엄청난 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에 별로 놀라지 않고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2년 동안 강력계에서 일하면서 배운 건 쉽게 놀라지 않는 커다란 간 뿐이었으니까. 예전의 행정 방식과는 달리 보다 높은 효율성을 위해 몇년 전 정부는 여러가지 계열의 부서를 통합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종잡을 수 없는 건 매일 매일 예측할 수 없는 거지같은 실험 결과를 내 놓는 실험부, 그리고 그런 실험부와 사이가 더럽게도 나쁜 우리 강력부. 이렇게 딱 두 부서였다. 얼마 전 봤던 그 잿빛 눈동자를 떠올렸다. 분명 사람의 것은 아닐거라 생각하고, 그렇다면 분명 실험부의 결과라는 것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그 추측이 사실로 돌아오자 짜증스레 인상을 찡그렸다. 그 지독한 눈빛이 실험부의 결과였다니. 그 속에 들어있던 고독함이 이제서야 조금은 이해가 갔다.
"지금은 실험부가 이리저리 나대고 다니지만, 3년 전까지만 해도 실험부는 그냥 누구나 무시하는 그런 식충이일 뿐이었어. 돈은 주구장창 써대는데 결과물이 없으니까 뼈 빠지게 일해서 돈 채워 넣는 우리들도 그들이 아니꼬운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지."
"걔네도 눈치는 보였는지 한동안 자기들끼리 실험실에 박혀서 두 달인가? 세달인가? 한 몇 달 나오질 않더니 실험 대상이라고 조그마한 늑대 한 마리를 내놓는거야. 이 작은 늑대 한마리가 우리 모두를 먹여살릴거라는 그런 터무니없는 말을 꺼내면서 말야. 우린 다 비웃었지. 미쳐도 이렇게 미칠 수가 없다고, 장난도 정도껏 하라고 욕해댔어."
"뭐, 결국 그 실험은 이렇게 성공적으로 돌아갔지만 말이야."
커피 잔을 빙빙 돌리던 손의 움직임이 잦아들었다. 늑대, 늑대라. 잿빛 머리칼과 쟂빛 눈동자. 모든게 딱딱 들어맞았다. 햇빛에 비치던 구릿빛 피부와 굵직하게 그려지던 몸 선. 남을 경계하는 듯 조금씩 흐르던 미묘한 기류. 그래, 그건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빛을 받아 더욱 밝게 빛나던 회색 눈동자를 떠올렸다. 커피 잔을 쥐고 있던 손에 금새 묻어나온 땀을 바지에 벅벅 닦아냈다. 어째서 내가 이렇게 그를 신경쓰는건지는 몰랐다. 그저 그 눈동자를 더욱 깊게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작은 한숨과 함께 의자에 기대에 앉는 나를 바라본 호석이 조금은 진지한 얘기를 하려는 듯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실험부는 그 작은 늑대새끼한테 별 짓을 다 했어. 약물을 투여하고, 그 작은 몸으론 도저히 버텨낼 수 없는 압박을 가했지. 자기들도 눈에 배는 게 없으니까 그냥 미친 듯이 실험으 한거야."
"그 결과, 그 늑대는 결국 처참히 망가진 채 숨을 거뒀고
대조적이게도 실험부는 꽤나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냈어."
말을 잇던 호석이 자신의 서랍을 열더니 갈색 봉투 안에서 수십 장의 종이를 꺼내들어, 곧바로 그 것을 내게 건냈다. 조금 낡은 듯 한 갈색 봉투가 까슬까슬하게 손 안을 파고드는 듯 했다.
"늑대인간."
"늑대인간을 양성할 수 있게 된 거지, 그 쓰레기들이."
종이 속에는 그와 같은 잿빛 머리에 잿빛 눈동자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의 사진이 빼곡히 들어차있었다. 빨갛게 칠해진 사진들을 이상하게 바라보자, 그런 나를 보던 호석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빨간색으로 칠해진 건 실험부작용을 뜻해. 곧, 다 죽었다는 얘기지. 칠해지지 않는 것보다 월등히 많은 붉은 자국에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아마 네가 본 것도 그 계일거야. 잿빛 머리에 잿빛 눈이 흔한 건 아니니까."
마치 사람과 같이 검은 코트를 입고 거리를 걷던 너. 너 또한 저런 잔인한 실험을 거치고 나타난 거겠지. 어쩌면 너도 이 붉은 자국들 사이에 감춰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괜스레 마음이 착잡해졌다. 너와 내가 무슨 사이라도 되는 양 너를 떠올리는 내가 우스웠다.
"…….실험 성공으로 실험부가 얻은 이익이 뭔데?"
"늑대인간이라 해도 힘 좀 센 거 말곤 우리랑 뭐가 달라. 그 힘으로 사람을 죽일 것도 아니고, 막노동을 할 것도 아니고.
겨우 늑대인간 몇 마리론 이목을 끌지 못했을 거잖아."
목이 멘 듯 잠긴 목소리가 튀어나갔고, 또한 마찬가지로 실험부의 잔인한 실험 결과에 인상을 굳히던 호석이 피식 헛웃음을 터뜨렸다.
"힘 좀 센 거. 그 게 생각보다 강력한 메리트더라고."
"물론 네 말대로 요즘 시대엔 사람을 죽이는 힘도, 겨우 짐 몇 개 나르는 일도 별 필요는 없어. 근데 그 대신 사람들한텐 포기하지 못할 욕구라는 게 있잖아."
마주친 두 시선 사이에서 얕은 바람이 머리칼을 흔들었다.
"쾌락."
바람이 닿은 온 몸이 차갑게 시려왔다.
"아마 지금도 약에 취한 늑대 몇 마리가 열심히 몸을 굴리고 있겠지."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를 툭툭 치던 호석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곧이어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안타깝게도 말이야."
안타깝게도,
세상은 생각보다 더욱 더 잔인했다.
-
너를 다시 보게 되면 마냥 기쁘진 않더라도 적어도 이 오묘한 감정만은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너의 그 잿빛 눈동자를 다시 한 번 볼 수만 있다면 난생 처음 느껴보는 이 이상한 기분을 없앨 수 있을 거라고. 너를 처음 봤던 그 때처럼 그 짜릿한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너를 다시 마주한 내 마음 속에서 피어오르는 감정은 불쾌감. 더럽고 또 더러운 그런 불쾌감 오직 하나였다. 앞에 놓인 보드카만을 바라보다 헛웃음과 함께 머리를 쓸어 넘겼다. 언젠가 한 번 본 적이 있는 것도 같은 여자 연구원의 신음소리가 거슬리도록 두 귓가에 울려퍼졌다. 흥분으로 가득 찬 여자의 두 눈이 금방이라도 뒤집어질 듯 위험해보였다. 그녀의 긴 머리칼 사이로 은밀한 부위들을 매만지는 손길은 능숙했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비참하게도 그녀를 그토록 애타게하는 범인은 너였다. 여자의 몸 위로 올라탄 네가 끊임없이 그녀의 몸을 탐했다. 너의 굵직한 두 손이 닿는 자리마다 높은 신음 소리가 울려퍼졌고, 땀방울을 송글송글 매단 너는 그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여자의 달뜬 얼굴과는 다르게 너의 잿빛 눈동자는 전과 같이 무겁게도 가라앉아있었다.
"어때요?"
다리를 꼬고 앉아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남 연구원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아래부터 위까지 훑어보는 더러운 눈빛에 금방이라도 총을 꺼내들 것만 같은 손을 겨우 붙잡았다. 처음부터 나를 미친 듯이 싫어하던 남자였다. 낙하산이라는 이유로 부서도 다르면서 나를 죽어라 깎아내리던 사람. 그가 도대체 나를 왜 이렇게까지 싫어하는지는 몰랐지만, 점점 도를 지나치는 그의 행동은 화를 불러오기 십상이었다. 비릿하게 웃으며 안경을 고쳐쓰는 그의 모습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노려봤다. 방 안을 맴도는 술내음에 금방이라도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빽으로 들어온 탄씨는 모르실 것 같아서 자랑 좀 하려고 데려왔어요.
김태형. 쟤가 에이스거든요. 몸값이 좀 비싸긴한데,"
"우리 형사님이 원하신다면 몇 번 빌려드릴 수는 있습니다."
선심 쓰듯 올라가는 입 꼬리에 작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시발, 쟤 뭐래. 자신의 판단으로 한 순간에 나를 바닥으로 추락시킨 그의 눈 속에 흔들리는 태형이 가득 들어찼다. 어느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여자 연구원의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축 늘어졌고, 그녀의 몸 위에서 끈적끈적하게 젖은 손은 매만지던 태형이 아무렇지 않게 여자의 옷에 손을 비벼 닦아냈다. 태형의 몸에 기대있던 여자가 정신을 놓은 듯 스르륵 옆으로 쓰러졌다. 거의 맨 몸으로 쓰러지듯 누워있는 여자와 대조되게 흐트러짐 없이 단정히 검은 옷을 차려입은 태형이 뚜벅뚜벅 내 옆으로 걸어와 소파 위에 자리 잡고 앉았다. 그 날 맡았던 지독한 향기가 또 한번 코 끝을 흐쳤다. 술 내음보다, 비릿한 밤꽃 향보다 더욱 자극적인 향에 나 또한 정신을 놓을 것만 같아 주먹을 꽉 쥐었다.
"저런 년들은 플레이 없이도 쉽게 가지만, 김태형 진짜 장점은 플레이거든요.
아마 형사님도 좋아하실 것 같은데, 한 번 해보실래요?"
물건 취급하듯 태형을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온 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 했다. 소름이 돋아 온 몸을 부르르 떠는 나와 달리 무덤덤히 바닥을 바라보던 태형의 회색빛 눈 속에 내가 담겼다. 그는 그렇게 끈적이는 눈길로 하염없이 나를 바라봤다. 그 잿빛 눈동자 속에는 분명 무언가 숨겨져 있는 듯 했다. 그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제대로 된 사고가 불가능했다. 그의 체취에, 또한 그의 눈빛에 취해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태형아, 우리 형사님 섭섭해 하시잖아."
"짐승새끼인거 티내지 말고 머리 좀 굴리자, 어?"
연구원의 비릿한 말투에 앉아있던 태형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까지만 해도 여유롭던 그의 손가락 끝이 살며시 떨려왔다.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무 것도 담겨있지 않던 눈동자 속에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얼핏 스쳤다. 마치 오랫동안 학대를 받아 온 동물 같았다. 주인이 나타나기만 해도 무서워서 벌벌떠는. 순식간에 거칠어진 숨을 뱉던 그가 자그마한 한숨소리와 함께 눈을 감았고, 어느새 맹수를 쫒는 듯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그가 내 앞에 다가섰다. 어깨에 닿은 뜨거운 손과 함께 귓가로 얼굴을 가까이 한 그가 목으로 얼굴을 파묻었고, 나에게만 들릴 만큼 낮고 작은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우리,"
"이 전에 만난 적 있죠."
바닥을 끌어내리 듯 낮은 목소리가 막힘없이 부드럽게 귓속으로 들어왔다. 그 또한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온 몸이 흠칫 떨렸다. 연구원에게 들키면 안 된다는 듯 그에게 보이지 않도록 내 입을 막은 그가 애무하는 척 손가락을 움직이며 더욱 더 귓가로 파고들었다. 귓볼에 닿는 뜨거운 입술에 온 몸이 경직되듯 굳어섰다. 비밀을 얘기하듯 은밀한 목소리가 심장을 긁어내리는 듯 했다.
"…….형사님."
"이거 위험한 거 아는데."
어쩌면 그 또한 나와 같이 서로에게 끌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틀림없었다. 나를 내려다보는 눈이 아까와 달리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무언가를 참아내듯 살짝 붉어진 눈에 가득 힘을 준 그가 입술을 깨물었다.
"저 좀."
"저 좀, 살려주세요."
귓가를 가득 울리는 숨소리에 숨이 멎는 듯 했다.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믿을 수 없는 말에 멍하니 그의 회색 눈동자를 바라봤다. 농염하게 목 뒤편을 매만지는 손가락이 점점 깊숙한 곳을 파헤치려하고 있었다. 아까보다 더욱 붉어진 듯한 눈에 비친 내가 위험하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머리에서 세차게 울리는 적색 경보에, 가까이 다가온 그의 팔을 거세게 쳐내며 허리 뒷편에 숨겨져 있던 총을 꺼내들었다.
"…….전 이렇게 더럽게 노는 취미는 없거든요."
태형의 이마에 닿은 검은 총이 반짝 빛났고, 이미 예상했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총구를 밀어낸 후 다시 자리에 앉는 그의 모습에 입술을 깨물었다. 총을 쥔 손에 힘을 준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또 다시 바닥을 응시한 잿빛의 눈동자는 나를 바라보지 않고 있었다.
"제가 있을 자리는 아닌 것 같은데, 이만 가보겠습니다."
꽉 깨문 이 사이로 억눌린 소리를 뱉어내고 태형을 바라봤다. 푹 숙여진 잿빛 머리칼이 눈 속에 가득 들어찼고, 그 미치도록 깊은 분위기에 주먹을 꽉 쥐었다. 도대체 왜 처음 본 나에게 그가 절박한 목소리를 꺼내놓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만큼 상황이 정말 절박한 것일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이 곳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나 밖에 없었던 것일 수도 있고. 그 중 딱 한 가지 확실한건.
그의 눈은 그 때와 같이 여전히 짙은 잿빛을 띄고 있었고, 나 또한 여전히 그 눈빛을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
"얜 뭐야?"
몇 시간 전 호석을 부른 건 나였다. 실험부 일로 할 얘기도 있었고, 무엇보다 태형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상대는 그 밖에 없었으니까. 허심 탄탄한 이야기라도 하며 짜증스런 마음을 풀 생각이었다. 근데, 호석의 옆에 멀두커니 서 있는 남자는 정말 의외였다. 나를 내려다보는 무거운 시선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도대체 태형이 여기 왜? 그를 처음 봤던 날 입었던 검은 재킷을 길게 늘어뜨린 태형이 호석의 뒷편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연구실 지하에서 봤던 모습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그 때와 달리 조금은 나른하게 풀린 눈동자 속에 멍하니 서 있는 내가 담겼다.
"아, 연구실로 데려가는 중."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온 호석의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실험부 팀도 아니고 강력계인 호석이 도대체 왜 태형을 데려 가냔 말이다. 이해가 가지 않는 그의 말에 인상을 찡그리자, 차가운 바람에 코트 속으로 손을 숨긴 호석이 멀쑥하게 웃어보였다.
"폐기처분 중인가 본데, 중간에 일이 좀 꼬여서 또 출동했잖냐."
"다시 연구소로 곱게 보내드려야지."
폐기처분. 그 말이 가리키는 끝은 태형이었다. 그 때 나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꺼내놓은 이유가 이 때문인건가? 폐기처분 될 사실을 알았던건가? 머릿속이 복잡하게 엉켜갔다.자신을 향한 무서운 말에 조금은 두려울 법도 한데, 태형은 마치 자신의 일이 아닌 것처럼 바닥만을 바라봤다. 조금 길다싶은 그의 속눈썹이 잿빛 눈 아래로 흩어졌다. 왜인지는 몰랐다. 아무 말도 없이 바닥을 노려보는 그 시선이 도대체 왜 슬퍼보였던건지, 정말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슬픈 눈빛이 싫었고,
"근데 너 할 말 있다며, 뭔데?"
그 공허한 눈 속을 더욱 가득 채워주고 싶었다. 더욱 더 아름답고 미치도록 황홀한, 그런 것들로.
"야, 정호석."
"어?"
내 목소리에 너의 눈이 나를 바라봤고, 잿빛 눈 속에 담긴 내 모습을 봤을 때 무언가에 홀리듯 말을 내 뱉을 수 밖에 없었다.
"그거,"
"나한테 폐기처분 하고 가."
너는 그토록 아름답고, 또 아름다웠으니까.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오늘은 저번 투표에서 무려 2위를 차지한 장편을 들고 와버렸네요ㅎㅎ
분명 구상도 다 해놨고 그냥 쓰기만 하면 되는 건데, 이거 쓰는데 이틀이나 걸렸어요…….이게 말이 돼?
제가 또 포토샵 같은 거엔 소질이 없어서 저 사진하나 만드는 데도 진짜 오랜 시간이...,
그렇게 저는 글잡에 제 주말을 납부해버렸답니다.(울적)
이 글은 불맠이 주로 연재될 것 같지는 않구요!스토리를 이어가면서 불맠이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구상을 떠올려보면, 불맠이 있긴 있어요!!분명!!!이건 확실합니다!!ㅎㅎㅎ
그리고 이만큼 쓰고 나서 느낀 건데, 이 글 정말 더디게 연재될 것 같아요..ㅎ
이렇 어둑어둑한 글이 밝은 글보다는 훨씬 잘 맞기는 한데, 머리 쓰는 글을 쓰는 건 오랜만이라…….핳
일주일에 하나 가져오면 다행일 듯.....오마갓…….미안해요 이런 작가라…….ㅎ
'내가 너에게 선택권을 선사하겠다.' 이 글은 조금씩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들고올게요!ㅎㅎ저도 욕구 분출이 필요하니까!!
아, 그리고 암호닉이 문젠데…….이 글은 따로 받아야 하나요????제가 이렇게 한 필명으로 글 두 개 쓴 건 처음이라…….잘 모르게쒀여...
독자님들이 알려주신다면 정말 정말 사랑해드릴듯…….ㅎ
그럼…….예쁘게 봐주시고 또 예쁘게 봐주시고!!저는 이만 기숙사로 돌아가겠습니다!!ㅎ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