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오늘 산책을 하다 원우를 닮은 흰 장미꽃을 봤다.
꽃을 보다보니 원우생각에 잠겨 오랫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난 하루에도 몇번씩 니 생각이 나는데,
넌 어때?
"아 전원우!"
"왜~"
"진짜 죽을래?"
"아 내가 왜~"
원우는 항상 반 아이들과 잘 지냈어.
난 그런 원우를 바라만 봤었고,
원우가 여자애들이랑 웃고 있을 땐 질투도 났지만,
그래도 웃고있는 원우의 얼굴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버려서
질투했던것도 금방 잊어버려.
"너 한번만 더 그러면 죽여버린다."
"뭘 죽이기까지...아 맞다!"
"뭐가."
"너 말고, 이름!!"
"나?"
"응!"
"왜...?"
"너 수학여행 갈때 나랑 같이 버스앉아."
"왜?"
"나 앉을 사람 없어."
"필요할때만 찾는거야...?"
"꼭 그런건 아니고...알았지?같이 앉는다?"
"그러시던지..."
맞다,
다음날 수학여행을 간다는걸 까먹고있었다...
친구도 없는데 그냥 가지말까.
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원우가 나에게 다가와 불쑥 주먹을 내밀어.
"뭐야..."
"너 수학여행 안가면 죽는다."
"..."
"알겠지?"
"..."
"내가 계속 니 옆에 있을테니까...가는거다?"
"..."
"진짜 안가면 죽어!"
"하..."
"너 돈도 다 냈잖아!돈 아깝게 안갈려고?"
"가..."
"간다고했다~?"
"응..."
원우는 왜 신이 난건지
폴짝폴짝 뛰면서 자기자리로 가서 앉아.
그러고 다음날...
수학여행.
난 혼자 밴치에 앉아 아이들을 보고있었어.
그때 우리반 한 여자아이가 내쪽으로 와서 날 끌고
반 아이들이 서 있는곳으로 데려다 놔.
"어..."
"안녕!"
"안녕..."
"수학여행인데도 너 혼자 있으려고?"
"..."
"이번 기회에 친해지는거지~"
"하하..."
수학여행 전날 원우랑 타격태격 하던 그 여자애가
나에게로 와서 먼저 손을 내밀어주었었어.
"내 이름 알아?"
"응...슬기...강슬기 맞지?"
"맞아!알고있구나...감동..."
"..."
"가자!버스!"
슬기가 날 끌고 버스로 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슬기의 후드티 모자를 잡고 놓질않아.
"아아...!뭐...야...아!전원우..."
"얘 나랑 앉을꺼거든."
"뭐?"
"야 성이름 너 나랑 약속했잖아~나랑 앉기로."
"어...그랬...지..."
"아니야!이름아 나랑 앉아...전원우는 어차피 앉을 애 많아~"
"없다고..."
"없기는~"
"아 그냥 성이름 나랑 앉아!"
"어...?"
"아 싫어!!이름아 따라와"
슬기는 날 끌고 버스에 올라타.
자기자리 옆에 날 앉혀놓았지.
"원우는..."
"앉을 애 넘쳐~없으면 다른 반 가서 타라해~"
"어..."
한참 슬기와 얘기 중에
원우가 버스에 타.
"강슬기...죽을래?"
"아니."
"성이름...지금 나 배신한거야?"
"아니...그게 아니라..."
"실망이다."
"아니...원우야...!"
"실망."
원우는 정말 삐진건지 슬기와 나를 지나쳐
버스 뒷쪽으로 가서 앉아.
"저 삐쟁이...어휴..."
"하하하..."
.
.
.
몇시간이 흘렀는지 버스는 수학여행지에 도착했고,
아이들 한둘씩 버스에 내리기 시작해.
"가자!"
"응...!"
버스에 내리자 햇빛에 눈이 부셔 손으로 햇빛을 가려.
"으..."
"뭐해...안가?"
"어...?"
"가자."
원우는 내 팔을 잡고 선생님을 뒷따라가.
"내가 안챙겼으면 계속 거기 서서 그러고있었겠네."
"아니거든..."
"아니긴..."
원우는 내 머리를 헝클이듯 쓰담고,
살짝 웃었어.
"아...머리..."
"괜찮아~그렇게 있어도 예쁘네."
"뭐...?"
"어...아냐 가자."
"..."
원우의 걸음이 빨라졌고,
덩달아 내 걸음도 빨라졌어.
"야...걸음...너무 빠르잖아..."
"어?"
"걸음이 너무 빨라...천천히 걸어..."
"힘들어?"
"응..."
"알았어. 천천히 걷자."
"응...!"
그제서야 원우는 걸음을 늦췄고,
원우가 내 걸음에 맞춰 걷느라 내 발에 시선이 집중 됐어.
"내 발 뚫어지겠네..."
"니가 걸음 빠르다며...그래서 맞춰걸으려고."
"고~맙네~"
"비꼬는거야?다시 빨리걷는다,나?"
원우는 다시 걸음을 빨리해서 날 앞질러 걸어갔어.
난 서둘러 원우를 따라잡고 원우를 째려봤어.
"그렇게 째려보면 내가 무섭잖아."
"치사해."
"뭐가 치사해~"
"나 안 비꼬았거든!"
"뭐~?"
"내 말투가 원래 그런거거든!"
"그래~?"
"응!"
"정말~?"
"정말이라니까!"
"아~"
"못 믿어?"
"믿어 믿어..."
"...치"
원우가 이번엔 소리내서 웃더니
내 손목을 잡고 걸어가.
그러곤 날 내려보고 말했어.
"가자...내가 맞춰걸어야지 어쩌겠어~"
"..."
"가자."
"응..."
"귀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