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와중에 참 예쁘게도 웃는다.
이건 반칙이지, 모지리인데 예쁘면.
사람을 그렇게 당황시켜놓고는 뭐가 저렇게 해맑을까.
아까 당황한 걸 숨긴다고 숨겼는데 대 놓고 뒷걸음을 치는 바람에
티가 많이 났는지 선호가 피식 웃더니 손을 내민다.
" 김선호. 3학년으로 복학하는데 잘 부탁해. 말 놔도 되지? "
" 아, 네! 잘 부탁드립니다아.. "
손을 마주 잡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선배도 같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 엇 선배, 이렇게 인사 안 하셔도 돼요! "
의외의 정중한 모습에 아까 그 인사하던 깨발랄 하던 모습은 그냥 장난친 거였나? 하고 고민이 되었다.
그래 별명이 김댕댕 이라는데 첫인상 가지고 판단하면 안 되지.
그냥 처음 보는 후배라서 분위기 풀어주려고 했을 거야.
" 저는 19학번 2학년 정다은 이라고 합니다! "
괜히 사람 모지리라고 생각한 게 미안해서 최대한 밝게 웃으며 내 소개를 했다.
더없이 예뻐 보이게 지은 내 미소를 보더니 김선호도 마찬가지로 웃으며 해맑게 말한다.
" 아우, 벌써 나한테 반하면 곤란혀~ "
아까 생각했던 거 취소.
확실하다 이 선배는 모지리다. 김모지리
*
*
*
" 선배, 안 바쁘세요? "
" 응! 나 안 바빠~ "
아까 그렇게 인사하고는 나가려고 했는데 김선호는 2년 만에 학교 왔더니 잘 모르겠다며 소개를 시켜 달라고 아까부터 졸졸 날 따라다녔다.
아니 친구들 많이 있던데 왜 내가 소개 시켜줘야 되나고! 라고 묻고 싶었지만, 다른 선배들이 다들 수업 들어간다며 선호 잘 부탁해! 이 말만 남기고는 다 떠나버렸다.
그냥 만만한 게 나라서 날 데려왔구만. 이 선배 떠넘기려고. 아.. 너무 늦게 깨달았어!!
결국 학교 내에 있는 카페로 들어왔고 김선호랑 둘이서 커피나 마시게 되었다.
" 아. 그러시구나 "
" 응! 오우 여기 커피 맛있다 "
나의 소울리스한 말과는 정반대로 뭐가 그렇게 좋은지 하는 행동마다 하이텐션이다.
그러면 테이크아웃 하셔서 들고 가시면 안 될까요, 저는 집에서 넷플릭스나 보고 싶은데요..
라고는 차마 할 수 없으니 어색하게 웃으며 커피나 빨대로 쪼로록 마시며 김선호를 바라봤다.
" 근데 아까부터 카톡 오는 것 같던데 "
" 아 맞다! 저 잠시만 통화 좀 하고 올게요! "
아까 애들이랑 카톡 하다가 얼떨결에 여기까지 와버려서 신경을 못 쓰고 있었네.
뒤늦게 화장실로 가서 카톡을 확인해 보니 누가 폭탄이라도 던진 듯 채팅창이 난리가 나있었다.
[ 나 학교 왔는데 너 어디야아아아 ]
[ 선배랑 만났어? 아 빨리 후기ㄱㄱㄱㄱ ]
카톡 확인을 했다는 1이 사라지자마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 여보세..
- 야, 선배 만남?????
- 엉 만났ㅇ
- 어때 어때?? 잘생김? 뭐야 어떻게 생겼는지 빨리 말해봐 빨리!
- 나도 말하고 싶으니까 끊지 말아 줄래
- 아 미안ㅋㅋㅋ 잘 경청할게 얼른 말해봐 봐
- 얼굴은... 뭐 나중에 보면 알 거고, 성격이...
- 성격이 왜?? 귀여워? 장난 아니야? 뭔데 뭔데
- 사람이 약간..
- 약간 뭐? 뭔데?
- 아..! 너 직접 와서 볼래?
*
*
통화를 마치고 나와 선배의 앞에 다시 어색하게 앉자 선호는 그런 나를 보더니 몸을 앞으로 당겨 앉았다.
왜요, 뭐요. 왜 날 그런 눈빛으로 봐요
" 넌 뭐라고 했어? "
" ?? 뭘요? "
뭘 뭐라고 하나요? 화장실 갔다 와서 방금 앉았는데?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선호는 손으로 전화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며 말했다.
" 친구들이 나 잘생겼냐고 물어봤을 거 아니야 "
???? 뭐야. 소머즈세요? 엿들었나? 아닌데.. 들릴 수가 없는데,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선호 선배는 이 상황이 재미있는지 보조개가 들어가게 씨익 웃는다.
나만 당황스러운가
" 엇... 그 물어보긴 했는데.. "
" 넌 뭐라고 했을까? 1번 잘생겼다. 2번 귀엽다. 3번 예쁘다? "
손가락을 하나씩 피며 보기까지 친히 들어주는 김선호의 모습을 보니 이젠 당황스러움을 넘어 경이로워 보였다.
참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 있는 사람이네. 나한테만 빼고
" 4번. 직접 와서 봐라 "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는지 생글생글 웃던 얼굴에서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난 손을 들어 카페 입구에서 들어오는 친구를 향해 흔들었고, 친구는 날 보더니 급히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고는 다가왔다.
김선호는 이내 당황했던 얼굴빛을 지우고는 아주 예쁘게 웃어주며 인사했다.
" 안녕. 다은이 동기? 반가워~ "
" 안녕하세요 선호 선배님!! "
아 드디어 벗어나겠다.
집에 갈 수 있겠다는 해방감에 나는 가방과 휴대폰을 챙기자 선호는 그런 날 보더니 입모양으로 '어디 가?' 하며 물었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하던 영상이 머릿속으로 자동 재생이 되며 말이 나올뻔했지만 그러진 않았다.
" 아 저는 좀 바쁜 일이 생겨서요, 궁금하신 거 있으시면 친구한테 물어보세요. 얘가 아주 친절하게 알려드릴 거에요!"
친구의 어깨를 토닥이며 최대한 아쉬운 듯 이야기하자 친구는 걱정 말라며 급한 일 있으면 얼른 가보라며 날 등 떠밀었고
나는 이때다 싶어 얼른 꾸벅 인사를 하고는 나와버렸다.
" 선호선배, 그럼 다음에 뵐게요! "
그다음이 오늘이 될지는 몰랐지만...
*
*
*
곧장 자취방으로 가서 후다닥 씻고는 침대에 누워 어제 보다 만 넷플릭스를 마저 봤다.
친구랑 선호 선배랑은 괜찮은지 쪼금 걱정은 되었지만, 아직까지 뭐 연락 없는 거 보면 잘 있겠지 싶었다.
" 아 목말라. 맥주가.. 아 다 떨어졌네 "
냉장고를 보다 딱 떨어진 맥주를 보고는 나갈까 말까 고민하다 안주도 살 겸 위에 얇은 롱패딩만 걸치고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 이것도 사고.. 어, 신상 나왔네? 먹어봐야징~ "
" 그거 맛없던데 "
어디서 들어 본 목소리에 뒤돌아봤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다.
" 안녕? 많이 바빠 보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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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독자님들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