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똑같은 일상 속 작은 즐거움
그 어느 때와 다를 것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일하고, 퇴근하고...
항상 똑같은 일상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똑같은 일상 속...
어느 순간 내게 작은 즐거움이 찾아왔다.
“ 여주야 무슨 생각해?”
그래 저 놈이 내게 찾아온 작은 즐거움이다.
학창시절 둘도 없었던 친구이자
내 첫 사랑...
“아무것도”
그의 이름은 ‘김선호’
내가 그를 처음 본건고등학교 1학년.
입학식 날 눈이 부시도록찬란한 미소를 지닌 그를 보고 느꼈다.
“사람의 미소가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학창 시절 내 첫 사랑은이루어지지 못 하고 끝이 났었다.
좋아하는 마음을 선호에게고백하기엔
그때의 나는 너무 어렸고,
친구로 지내다 대학교들어와서 종종 연락하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 선호가군대가고, 나도 정신 없는 대학생활을 보내다 보니 점차 멀어졌었다.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김선호와의 인연은 내 나이 27살에 다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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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하는 사랑, 뜨겁고 강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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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회사에 취업한지약 2년,
사람들은 회사 복지좋지 않냐며 부러워하곤 하지만…
현실은 복지가 좋은만큼 업무량도 많다는 사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출근하고 있던 중…
뭔가 비장해 보이는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김선호…?”
지금 내가 잘못 본것이 아닌 이상…
저 비장해 보이는 남자는분명 김선호인데…
얘가 여기 살았었나…?
“아 몰라, 김선호면어쩔거고 아니면 어쩔거야? 내가 회사 늦게 생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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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
“여주씨, 아슬 아슬했어~”
출근시간 1분 전에 완벽 세이프. 크으- 이것도능력이라니까?
지각하지 않은 것에나 홀로 뿌듯해 하며 오늘 할 업무를 정리하고 있던 중…
“여주씨, 좋겠네~?”
“네?”
“오늘 디자인팀에 신입사원 들어와요. 지금쯤 올 때 됐을 텐데…”
“후, 안 늦었다.”
…?김선호…?
김선호 너가 왜 여기서나와…?
설마…
“드디어 왔네. 자기. 다음부터는 빨리 빨리 다녀~ 다들 인사들 해. 오늘부터 일하기로 한 디자인팀 막내야.”
“네??????”
그럼 아까 비장하게어디론가 갔던 사람이…
김선호라고…?
아까 잘못본 거 아니었어?
“안녕하세요. 오늘부터일하게 된 김선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와!!!!!’ 여기저기서들리는 환호소리. 대부분 여자들이다.
‘아씨…’ 종종 들리는남자 사원들의 한숨 소리.
“아니… 갑자기… 신입사원…?”
“여주씨 몰랐어? 오늘신입사원 들어온다 했잖아.”
‘다음주쯤 막내 들어올거야. 다들그런 줄 알고 있어’ 이제야 생각났다…
또 얼마 못 버티고금방 나가겠지 이 생각에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던 팀장님 말…
그게 김선호일 줄은몰랐지…
이렇게 다시 만나게될 줄이야…
그렇게 우리 팀에 새로들어온 김선호를 반겨준 건 잠시.
다시 다들 본인들 업무하느라바빴다.
김선호는 내가 담당했으며,
팀장님은 “여주씨가 일을 잘하니까. 선호씨 궁금한거 여주씨한테 물어보면 돼. 여주씨 이제 막내 탈출이네?”라며 방으로 들어가셨고,
선배는 “우리 막내, 이제내가 알려준 것 그대로 선호씨에게 알려주면 되겠다.”라는 말만 남기고 본인 자리로 돌아갔다.
“여주, 오랜만이네. 보고싶었어.”
“잠깐 탕비실 좀…”
항상 시끌벅적했던 탕비실이오늘따라 아무도 없고,
탕비실 안은 적막했다.
적막함 속 먼저 말꺼낸 건 내가 아닌 김선호다.
“우리…7년 만인가…?”
“어…? 어….”
김선호는 여전했다.
날 헷갈리게 했던 눈빛부터, 다정한 말투까지.
이런 김선호의 모습에내가 고등학생 시절 홀로 가슴앓이 많이 했었지.
“여전하네 김여주”
“뭐가…”
내가 먼저 탕비실로불러 놓고 이게 무슨 꼴인가.
김선호 앞에 있으면난 항상 제대로 하고 싶은 말을 못했던 것 같다.
고백하고자 했을 때도, 친해진 후 친구로 지내면서도.
“탕비실엔 왜 부른거야?”
“그게…”
그의 눈빛을 보고 있으면해야하는 말도 안 나왔다.
그냥 ‘잘 지냈어…?’, ‘그동안 왜 내 연락 안 받았어?’, ‘왜 하필 우리 회사야…?’ 등 할말은 많았지만.
그저 바닥만 볼 뿐이었다.
“나랑 단 둘이 있고 싶었구나?아님 어색한 건가…? 하긴 7년만에 보는 거니까… 난 오자마자 여주보고 너무 반갑고 좋았는데”
또 김선호는 항상 이렇게넘어갔다.
조금만 어색한 분위기가흐른다 싶으면 장난스레 넘어가는 게 김선호다.
“여기 회사잖아. 내가그래도 너보다 먼저 들어온 선배인데…”
“아~ 오케이! 알았어. 공과 사 잘 구분하네 우리 여주~ 멋있다!”
“말도….”
결국 원래 하고 싶었던말은 하지도 못 하고 괜히 이상한 것만 트집 잡은 후 자리로 돌아왔다.
뭐… 이게 맞으니까. 틀린 말을 한 건 아니니…
그렇게 시간이 어떻게흘렀는 지도 모르게 퇴근 시간이 되었다.
과거 내가 신입일 때한 번쯤 선배가 된 내 모습을 그려본 적은 있었지만,
그런 선배가 되진 못했다. 내 할 일도 많은데… 인수인계까지 하려고 하니 생각처럼잘 안됐다.
강준 선배는 어떻게내게 인수인계 하면서 본인 일까지 다 해냈는지…
다시 한번 강준 선배가대단하다고 생각할 때쯤
“다들 오늘 시간 있죠? 오늘선호씨 들어온 기념으로 환영회 하죠.”
하 오늘 야근해야 시간내로여유롭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환영회 하자는 팀장님의말에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목소리들이 들렸고,
나는 오늘 해야했던업무량을 보고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갑작스런 회식에 처음엔분위기가 다운되었던 것도 잠시,
‘오늘은 먹고 싶은 거 다 먹어.내가 쏜다.’라는 팀장님의 말에 분위기는 어느 순간 파티 분위기가 되어 눈치 보는 사람없이 환영회를 즐겼다.
“여주씨, 처음 여주씨의후배가 들어왔는데 어땠어요?”
“선배가 진짜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내가?”
“저 일 알려주시면서 어떻게 선배 업무까지 다 해냈는지… 저는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그땐 내가 업무가 많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많이 힘들었어?”
“조금…?”
선배와 시시콜콜한 대화를나누고 있던 중 “여기 저 앉아도 되죠?”라며 비어있던 내앞좌석에 김선호가 앉았다.
“오늘 일은 어땠어요?”
“어유 뭐, 직장생활은처음이라. 긴장 많이 했었는데… 여주 선배가 잘 가르쳐 주셔서잘 적응 했습니다.”
“다행이네요. 한 잔받아요.”
어색할 줄 알았던 우리테이블도 술 몇 잔 들어가니, 금방 어색함도 풀고
이런 저런 의미 없는대화를 나눴고, 원래도 내게 다정하게 잘 챙겨줬던 선배지만 어딘가 모르게 오늘따라 더 나를 챙겨주는듯한 느낌이 들어
선배를 쳐다봤지만,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오늘도고생했어 여주~”라는 말만 하고 화장실 갔다 온다며 자리를 비웠다.
하… 또 둘만 남았네.
“여기 회사도 아니고, 이제 여주 너랑 나 뿐이니까 말 편히해도 되나…?”
“그러던가”
내 말에 보기 좋은미소를 지으며 “오늘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라며
술잔에 술을 채워주는김선호.
“아니 뭐… 딱히”
“아까 강준 선배에게 말하는 거 다 들었는데.”
“아… 그냥 뭐… 그렇다고 많이 힘들었던 건 아니고.”
“그래도 힘들었다는 거네?”
“조금…?”
“우리 여주 힘들지 않도록 내가 빨리 적응해서 도움되는 후배가될게”
“그래…”
“아, 나 궁금한거 하나 있어. 물어봐도 돼?"
"안된다고 해도 물어볼거잖아."
"헤헹, 역시 여주는 날 너무 잘 알아~"
"궁금한게 뭔데?"
"너... 강준 선배랑 무슨 사이야…?”
“응?”
“아니… 느낌이 좀… 그냥 선후배 사이라기엔… 뭔가 더 돈독한 느낌이길래…”
“그냥 선후배 사이야. 내바로 위 상사가 선배라서 그런가… 회사 내에서 가장 친하긴 해”
“아, 그렇구나… 난 너 고등학교 동창이니까. 이젠 내가 회사 내에서 가장 친한건가?”
고등학교 동창이라… 그치. 선호는 내가 본인을 좋아하는 것을 몰랐으니까.
그냥 고등학교 동창이맞는거지.
알면서도 괜히 마음이아려왔다.
선호에겐 그저 난 ‘고등학교 동창’일 뿐이지만,
내게 선호는 ‘그냥 고등학교 동창’이 아닌 처음으로 좋아하는 감정을 알게 해준 ‘특별한’ 존재였으니까.
“둘이 무슨 얘기해?”
강준 선배가 다시 자리로돌아왔고, ‘잠깐 저도 화장실 좀…’ 내가 잠깐 화장실 간사이 선호는 어디 갔는지 안 보였고,
내가 선호를 찾는 것을 알았는지 잠깐 나갔다고 말해줬다.
“우리도 잠깐 바람 쐴 겸 나갈까요?”
강준 선배의 제안에고개를 끄덕이며 밖에 나온 선배와 나.
회사에서 업무 얘기외엔 개인적인 얘기는 많이 안 했던 터라
그냥 조용히 걸어 다니는사람들을 쳐다볼 뿐이었다.
“생각보다 춥다. 여주씨는괜찮아요?”
겨울은 지나갔지만, 아직 완벽하게 날이 풀린 건 아니라 그런지
공기가 찼고, 쌀살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밤공기를 여유롭게 마셔서 그런지.
아니면 오랜만에 술을마셔서 그런지 마냥 춥기 보단 오히려 이 느낌이 좋았다.
잡생각들로 가득했던머리 속이 맑아지는 이 느낌
얼마만에 느끼는 건지…
“여주씨, 표정 좋아보이네요. 편안하게 웃는 거 되게 오랜만에 보는거 알아요?
“네?”
“그동안 여주씨 회사에서 웃고는 있지만… 뭐라고 해야하지… 되게 지쳐보였어요.”
“그랬나요?”
하긴… 다들 바쁘긴 했지만, 우리 부서가 특히 쉬는 날 없이 일했다.
팀내 인원이 없는 편도아니고 어떻게 보면 다른 부서에 비해 많은 편인데
가장 정신없고 바쁜부서가 우리 팀이었다.
“근데 지금은 되게 편안해 보여.”
“맞아요. 지금 좀복잡했던 머릿속이 되게 편안해진 느낌이에요. 이렇게 여유롭게 밤공기 마시며 길 걸어 다니는 사람들 보는것이 얼마만인지…”
“그쵸. 우리 부서가좀 바쁘긴 해. 그래도 가끔씩은 바람도 쐬고, 길도 걷고해요.”
“그래야 하는데…”
“그래서 그런데… 여주씨시간 제게 좀 양보해줄 수 있어요?”
“네?”
“나 지금 되게 용기내고 있는건데... 여주씨, 저랑 할래요?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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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여주는 강준 선배의 데이트 신청을 받았을 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