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Business 00 |
[Prologue] "115번부터 120번 들어오세요" 철컥-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115번… 이름이.. 김영운씨?" "네, 115번 김영운입니다!" "김영운씨. 바로 질문 드리겠습니다. 이력서에는 경호과를 나왔다고 써있는데요.. 어째서 비서면접을 보게 되었죠?" "솔직히 저는 비서가 꿈은 아니었습니다. 비서보다는 몸과 힘을 쓰는 경호원이 저에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비서직을 하면서 경호원 역할까지 하게 된다면 회사의 경제 사정에서도 더욱 도움이 될 것이고, 제가 모시는 간부에게도 더욱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비서라는 직업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김영운이라..' "네,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16번…." |
Real Business 01 |
[1] "야 너 거기 안서!!?!?!?" "싫은데 메에롱!!!!!" 사무실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쌓인 서류를 검토하는데 밖에서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창밖을 보니 앳되보이는 샛노랑 머리의 아이 하나가 다른 아이를 쫓아가고있다.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옛날 추억이 생각나 확인하던 서류를 잠시 내려놓고 의자에 기댄채 눈을 사르르 감으며 생각에 잠긴다. 내가 그 아이를 만난건 15년전 고등학교신입오리엔테이션에서였다. 그 아이는 새까만 머리에 하얀 피부로,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눈을 반짝이며 '너 이름이 뭐니?' 라고 나에게 말을 붙인 그는, 나에게 말을 건 흔하지 않은 아이들 중 하나였다. 쑥스러웠다기보단 귀찮았단 말이 더 맞을까. 난 그 아이의 말을 무시하곤 벤치에 앉아 MP3를 틀었다. "내 말 무시하지 말구! 난 박정수인데, 넌 이름이 뭐냐구-" 내 귀에 꽂힌 이어폰을 빼내며 나에게 말을 건 그는 내 가슴을 떨리게 하기 충분했다. "니가 알아서 뭐하게" "쳇, 흥이다 흥! 난 갈거다!" 나는 이어폰을 나한테 주며 일부러 발소리를 크게 내며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고 피식,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아이의 첫인상은 마치 강아지 같았다. 날 보며 반갑다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강아지. 그렇게 신입환영회때만 보고 지나칠줄 알았던 그는 개학하고 나서 나의 짝이 되었다. "어어? 너 나랑 같은 반이었구나! 이름이.. 김희..철?" 그는 나를 보며 반갑게 인사하더니 내 교복에 붙어있는 이름표를 보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날 밤 게임하다 못잔 잠을 자기위해 책상에 엎어졌다. "희철아 나랑 놀자아아아 나 심심한데 흐잉" "…" "치잇, 넌 왜 나한테 한마디도 안하냐! 쳇이다 정말!" 그는 나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말을 걸어댔고 결국 그에게 진 나는 그와 둘도 없는 단짝이 되었다. 조용한 편은 아니었던 나는 언제나 그를 골탕먹이고 놀리는데 하루를 보냈다. 어느날의 일이었다. "희철아 희철아 희철ㅇ..아악!!" "왜 그ㄹ……………… 크크크크크ㅡ크크크ㅡ킄킄크ㅡ크크크" "에이씨, 쪽팔려! 으헝" 길을 걷다가 지 발에 걸려 넘어진것이다. 다행히 모래가 가득한 놀이터 바닥에서 넘어졌기에 망정이지 시멘트바닥에서 넘어졌다면 피가 나는건 당연한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닌 나이가 몇살인데 아직도 넘어지고 다니냐?? 큭..크하하ㅏㅎ하흐하ㅏ하흐핳" "에이씽, 웃지마!" "킇ㅎ핳ㅎ햫하하하흐하하하" "야, 너 거기 서!!!" "내가 왜 서냐? 푸헤헤ㅔㅎ헤헤" 고등학생 두명이 그네를 주변으로 뱅뱅 돌면서 서로를 잡으려 안달이니 다른 사람이 이상하게 쳐다본것은 말안해도 알거다. "저.. 본부장님, 시간이 다 돼가는데요.." "아, 네 알겠습니다. 지금 가도록 하죠." 추억에 잠긴 나를 나의 비서 시원씨가 깨운다. 오랜만의 기억이었는데… 내가 지금 가는 곳은 바로 경영기획 1팀 본부장, 정수의 비서를 뽑으러 가는길이었다. 쉽게 말해, 비서직 면접 심사를 보러 간달까나. 나는 현재 세진그룹 경영기획 2팀 본부장 및 팀장을 맡고있다. 그리고 그 1팀의 본부장은 박정수. 난 공부를 그닥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정수를 만나고 나서 괜히 경쟁심이 발동해 성적을 최대한 올려놓았고, 세진그룹의 사장님인 박진한, 정수의 아버지는 나를 2팀의 본부장 및 팀장을 맡게 해주셨다. ""으허어허어허ㅓㅎ엉희철아.." "애새끼도 아니고 왜 또 질질 짜면서 와." "내 비서 또 나갔어! 그나마 정들라고 했는데 왜 자꾸 나가는걸까.. 흐어헝" "안그래도 지금 니 비서 새로 뽑으러 가는 길이야. 대신, 너도 이젠 애처럼 행동하는것 좀 고쳐보란 말이야. 이번 비서도 나가면 죽는다, 그냥." "야! 나 고등학교때랑 비교해봐 얼마나 고친건데 또 고치래!!! " "고쳤다는 게 맨날 이 형님한테 와서 질질 짜는거?" "에이씨..누가 형이야!" "그럼 오빠?" "미쳤어? 내 비서나 얼른 뽑아와 그지야!" "아주 너 같은 애로 뽑아올테니까 기대해" 저 박정수 때문에 내가 늙는 기분이다. 저렇게 아직 어린 애를 내가 좋아하고 있다니, 김희철 너도 한심하다 한심해. 어느새 시험장에 다 왔다. 난 의자에 앉아 이력서들을 한번 쭉 보고, 1번부터 심사를 시작했다. 제발 이번 비서는 오래가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