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찬열을 제외한 나머지가 카페에 둘러 앉아 음료를 마시며 별 영양가 없는 얘기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근데 찬열이형 왜 이렇게 안 와여?"
"박찬열이 약속지키는 거 봤냐? 걘 지금 일어났어도 일찍일어난 거야."
세훈의 질문에 백현이 답했다.
"전화라도 해볼까? 근데 나 찬열 번호 없어!"
"희수형 친구 번호도 모르고 실망이야. 기다려봐 내가.... 어? 나도 없어. 경수야 넌?"
경수가 말없이 도리질쳤다.
"헐... 찬열이형 슬퍼서 어떡해여.."
"오세훈 너도 없어? 김종인 넌?"
"010..."
"야!"
찬열이 발소리를 크게 내며 카페의 2층으로 들어섰다.
"형 왜 이렇게 늦었어여? 헐.. 형 눈에 그거 뭐예여?"
찬열의 눈옆은 멍이 꽤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내가 진짜 분해서! 아오 내가 더 쳤어야 되는 건데."
"헐 박찬열 너 왜그래? 많이 아파? 얻어 맞은 거야?"
"야 김종대 넌 지금 내가 맞았는데 웃음이 나오냐?"
"내가 언제!"
"지금도 웃고있네!"
"입꼬리가 안 내려가잖아!"
종대가 결국 손가락을 들어 억지로 입꼬리를 내렸다.
"찬열. 맞은 거야? 졌어?"
"지긴 누가 져!"
"씨발 누가 우리 찬열이 때렸어. 우리 말고 박찬열 건들 수 있는 사람 아무도 없어!"
"박찬열, 누구야."
"뭐 해! 빨리 앞장 서. 야 도경수 너도 일어나 빨리."
"야."
경수기 표정을 굳히고는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연장챙겨."
"여기야! 야! "
"박찬열 제대로 찾아온 거 맞아?"
"그렇다니까!"
찬열을 뺀 나머지 표정이 하나같이 다들 일그러졌다.
"형 지금 농담하시는 거 아니져?"
"미친놈아 내가 왜 그런 짓을 해."
문구점 앞 오락기를 하던 초등학생 세명이 뒤를 돌아 무리를 쳐다봤다.
"OMG."
"도경수 이런 애를 상대로 연장 챙기라 한 거야?"
내가 알았냐고. 백현의 말에 짜증낸 경수는 다시 그 무리를 쳐다봤다.
"뭐야 저 아저씨. 또 왔어."
"야 아저씨 아니고 형이거든? 몇 번을 말해. 보이냐 내 친구들? 니네 다 뒤졌어."
"아저씨 초딩이에요? 졸라 유치해."
"뭐? 유치? 야 이 유치들도 다 안 빠진 새끼들이. 보이냐 이 눈에 멍? 잘생긴 얼굴에 상처나면 치료비 두 배야 알아? 너네 그거 모르지?"
"잘생기다는 기준은 주관적인 건데 그런 게 어떻게 법이에요?"
안경을 쓴 초등학생 말에 세훈과 크리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대한의 미래가 밝군.
"하, 나 얘네들 봐라? 야 경수야 빨리 가서 쟤네 한 명씩 헤드락 걸어줘."
"저 아저씨가 제일 힘 없어보이는데."
그 중 머리 몇 가닥을 노랗게 물들인 남자애가 말했다. 경수의 미간이 좁혀졌다.
"야! 노란꽁치 너 지금 말 다 했냐?"
백현이 경수대신 소리지르며 나섰다. 경수가 옆에서 흐뭇하게 백현을 바라봤다.
"에- 뭐야 둘이 사귀나봐!"
노란꽁치 말에 나머지 두 명까지 백현을 쳐다 보며 웃었다.
"야 너네 오늘은 봐줄테니까 찬열이한테 사과하고 그냥 꺼져."
"우리가 촛불이에요? 꺼지게? 사과는 마트가서 사드세요."
또 노란 꽁치였다. 나머지 둘까지 다시 웃었다.
"야 봐봐. 씨발 존나 빡치지? 아오 진짜."
"Hey, 너네 이러면 안 …."
"양키는 빠져!"
양키라니..양키.. 크리스는 충격을 받은 듯 양키를 중얼거리며 패닉에 빠졌다. 그를 본 종대가 결국 소리를 질렀다.
"야! 씨발 초딩새끼들이 진짜 보자보자하니까. 너네 그런 말 어디서 배웠어? 빨리 이 형한테 사과해."
"싫은데요? 제가 왜요? 아저씨는 왜 웃고 있어요?"
"나 안 웃거든? 안 웃는다고!"
종대가 화를 내며 날뛰었다. 종대는 대학을 다니면서 초딩에게 화난다는 사실이 자존심 상했으나 화나는 건 화나는 것이었다. 원래 가장 기본적이고 클래식한 약올림이 더 짜증나는 법이다. 초등학생은 과연 대단했다. 벌써 이렇게 몇 명을 보낸 것인가.
"다들 왜 그래여? 유치하지도 않아여? 꼴만 더 안 좋아 지는 거 같으니까 그냥 가여!"
"저 아저씨 봐 발음도 되게 이상한데 쫄았나봐."
"야 노란꽁치 너가 제일 문제야!"
결국 세훈도 노란꽁치의 약올림에 넘어가고 말았다. 가만히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종인이 나가 초딩들 바로 앞에 서 그들을 내려봤다. 무리는 살짝 주춤했다.
"야."
"왜…. 왜요."
종인이 가만히 무리를 쳐다봤다. 어느 말 보다도 위협적이었다.
"야. 그냥 가자…."
"씨…. 존나 짜증나!"
그렇게 퉁퉁이와 안경쓴 멸치, 노란 꽁치가 자리를 떠났다.
"종인이 형…."
"대박 김종인 존나 멋있네!"
"이렇게 쉽게 끝날 일이었어?"
김종인 짱을 외치며 달라붙는 찬열을 종인이 밀어냈다.
"떨어져."
"김종인 만세!!!!"
"퇴마사야 퇴마사!"
"퇴초사!"
백현과 종대가 서로 저런 인물은 국가에서 관리해야 한다며 날뛰었다.
"오늘 그럼 종인이 하나 했으니까 종인이 술 사!"
"예! 가자!"
"김종인 잘 마실게!"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자기들끼리 신 나서 뛰어가는 걸 본 종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힘내라. 술은 잘 마실게."
"너도 똑같아 인마!"
어깨를 툭툭 치며 위로를 건네는 경수에게 소리 지르며 발길질을 하려 했으나 피한 경수가 뛰어가며 웃었다.
"야! 씨발 내가 사는데 같이 가!"
"빨리 오던지 아니면 안 와도 돼!"
"카드도 없는…. 어? 내 카드."
"그거 아까 찬열이가 빼감!"
"야! 박찬열!"
오늘의 마무리도 조용할 것 같지는 않았다.
난 분명 글만 썼는데 왜 이렇게 시끄럽죠...ㅁ7ㅁ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