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와인향이 감도는 Bar, '바스타즈'
단정해보이는 신사들과 우아해보이는 숙녀들.
소담스럽게 얘기를 주고받으며 나즈막히 웃는 소리까지, 이곳은 너무나도 평화롭고 아름답다.
과음을 하는 손님도 없고, 진상을 부리는 손님도 없다.
그건 이 곳, 특별한 '바스타즈'의 첫번째 룰.
"자신의 주량보다 많이 마시거나, 진상을 부릴 시 퇴실처리 합니다..? 뭐 이런가게가 다 있어?"
입구에서 키만 멀대같이 큰 사내가 건네준 Rule 이란 책자의 첫번째 문장이 바로 저것이었다.
뭐, 어쩌면 이태일 자신의 키가 작기때문에 더 크게 느껴졌을 수도 있고..
"여기여기 한잔 더 주세요!"
"손님, 조금 쉬었다 드시는게 좋으실것같은데요"
태일이 취기에 신이나 손을 방방 흔들며 '한 잔 더!' 를 외쳤지만
얼굴 한가득 미소를 머금은 바텐더가 그런 태일의 주문을 받아주지 않는다.
"뭐야, 니가 뭔데. 사장이라도 돼?"
불편한 기색을 손가락 끝에 한데모아 바텐더의 가슴 언저리를 세게 꾹꾹 눌러 밀어대지만
여전히 바텐더는 생글생글 웃을 뿐이다. '주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를 말하면서 말이다.
"와- 내가 내돈주고 사먹겠다는데도 안팔겠다그러네. 완전 웃기잖아. 그렇지않아요 다들?"
순간 태일은 뭔가 이상하다 느꼈다.
주변의 손님들이 전부 자신을 '벌레'쯤으로 보는듯한 눈이다.
모두가 정상인데, 태일 자신만 정상이 아닌것처럼 쳐다보는 이질적인 시선.
'여기 뭔가 이상하다.'
앞에 서 있던 바텐더는 여전히 웃고만있다.
뭔가 이상하다, 불편하다, 이상하다, 불편하다.
나가자
이윽고 태일은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치다가 나가기 위해 뒤돌지만
그 앞엔, 아까 Rule의 책자를 나눠줬던 키 큰 사내가 서 있었다.
"손님"
쭈뼛거려질 만큼 깊고 낮은 음색이다.
미소라고는 뭔지도 모를것같은 차가운 인상.
하지만 그의 입꼬리가 아주 신난다는듯 씨익하고 올라간다.
"바스타즈, 규칙 위반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