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올려서 진짜 죄송해요ㅠㅠ
개학해서 너무 바빴어요;;
원래 처음에 반응연재였는데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도 다 떠나가시고★...또르르....
제 글 잊고계셔도 나중에 메일링할 때 찾아와주세요ㅠㅠ
BGM: 하루-타아
미공개 수사 |
"나도 같이 가." "안 돼." "같이 가!!" "안 된다니까?" "왜!!" 성규가 우현의 옆에 풀썩 엎드리며 팔을 잡아끌었다. '동맹맺었으면서 왜 나만 못 가게 하는데!' 떼를 쓰며 징징대던 성규가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우현의 눈빛에 흠칫하곤 잡고있던 팔을 내쳤다. 남우현한테 스킨십이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것이나 다름없음을 성규는 이미 알고있었다. 짜증난단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성규에 우현이 똑같이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부담스럽게 왜이래." "그럼 소원하나 들어줘." "소원?" "어. 같이 가게 해줄테니까 소원하나만 들어줘." "진짜?" 성규가 우현의 말에 활짝 웃으며 답했다. 벌써부터 범인을 잡는 자신의 모습이 상상돼 기분이 좋아졌다. 아마 이번에 우현을 따라간다면 그가 어떻게 뒷심을 써서 범인에 대한 정보를 얻는지도 알아낼 수 있을 것이고 곧 있으면 연락이 올 미공개 수사 단체에서도 성규와 우현의 동맹을 인정해 줄 것이다. 정말 납득하긴 싫었으나 우현은 이 바닥에선 성규보단 훨씬 프로였다. 경력은 말 할 것도 없었고 그 놈의 인맥이 얼마나 넓은지 무슨 일을 맡기면 척척 해내는 것이 그동안 여간 신뢰를 쌓은 것이 아니였다. [반달공원에 너 같이 생긴 조형물 앞으로!] 기껏 같이 다니게 됐는데 모호한 우현의 문자에 성규가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나 닮은 조형물? 긴가민가하며 도착한 반달공원의 조형물 앞에 선 성규는 허탈감에 허!...허! 만 내뱉었다. 짜증나게도 조형물은 성규를 닮았다. 다만 문제될 건 과하게 찢어진 눈과 반쯤 벗고있는 옷이랄까. 예술이라 하기엔 눈 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은 조형물에 성규가 앞에 있던 돌을 걷어차고 어딘가에 있을 우현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자기!" "야 너 아오-" "닮지 않았어?" 흐흥거리며 자연스럽게 성규의 목에 팔을 두르려는 우현에 성규가 몸을 숙여 빠르게 빠져나왔다. '두 번은 안 당하지.' 우쭐거리는 모습에 다음에는 다른 방법을 써야 겠다고 생각하던 우현이 성규에게 새로 온 쪽지를 내밀었다. [오늘] 아 뭐야 이 싱거운 놈은. "얘 탐정놀이하냐?" "아마도? 소설을 너무 봤네 새끼가...." 우현이 손에 쥐고 있던 쪽지를 못마땅하게 구겼다. 지금까지 범인의 모습으로 보아 꽤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머리카락을 흘려둔 심리전 같은 경우도 추리소설에선 변변찮게 나왔다. 혼자서 쪽지를 받고 성규와 만나기 전까지 일방적으로 행동을 했을 우현에 성규가 가만히 눈을 흘기었다. "장소 어디야. 얼른 가기나 해" "장소 몰라." "뭐?" '이게 끝이였어.' 우현이 구기고 있던 쪽지를 다시 손수 펴곤 성규의 눈앞에 들이댔다. 오늘이라고 써져있는 것으로 보아 오늘 범행을 저지른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너무 넓은 범위의 장소에 막막하기만 하였다. 성규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우현이 가방 안에서 저번 까페에서 보았던 노트를 주섬주섬 꺼내었다. '이거 잘 봐.' 우현이 첫번째와 두번째 범행 장소의 거리를 지름으로 하여 두번째 장소의 위치에서 원을 쭉 그렸다. "여기가 니 범행 예측 장소?" "그렇지." "너무 단순한 거 아니야?" "너무 복잡해질 필요도 없지 않나?" 몇 번 그린 곡선을 가다듬은 우현이 성규의 손에 노트를 쥐어줬다. '넌 이거 들고 나만 따라오면 돼.' 앞서서 척척 가는 우현을 보며 노예가 된 듯한 성규가 노트를 열심히 쳐다보며 우현의 뒷꽁무니를 따랐다. "이게 다 뭐야?" "그냥 도서관에서 책 좀 빌려왔어." 성종이 호원의 대답에 탑을 쌓아놓은 책의 개수를 세었다. 많이도 빌려왔네... 다시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호원에 성종은 기분이 좋아졌다. 몇 번 까칠하다 말 것이라는 성규의 말이 맞는지 요 며칠 새에 소원은 싱글벙글이었다. 하고있는 일이 잘 풀린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인지는 절대 알려주지 않았다. 성종이 호원의 옆자리에 앉으며 다시 말을 걸었다. "추리소설 좋아해?" "그냥 제일 좋아하는 장르?그 정도야." "그렇구나.." 곁표지를 뒤적거리던 성종이 눈에 띠는 책 하나를 집어들었다. [한 밤중의 아파트] 삽화들이 섬뜩해보였다. 평소에 무서운 걸 즐기지 않던 성종이였지만 흥미로워 보이는 책에 관심이 갔다. '나 이거 빌려줄 수 있어?' 성종의 부탁에 새로 읽기 시작한 소설에 집중하던 호원이 고개를 들었다. "빌려줄께. 난 그거 다 읽었거든." '마지막에 재밌더라. 꼭 읽어봐.'호원이 팔자주름이 패이도록 웃으면서 성종의 머리를 헝클였다. "아 여기가 어딘데...." "좀만 더 가면 이제 끝이야." "아오...더워 죽겠다 진짜.." 땡볕에 우현과 하루종일 돌아다녔던 공원은 어느새 어둑어둑해져 공기가 습하게 느껴졌다. 반팔티를 손으로 잡아당기며 볼멘 소리로 불평하던 성규가 우현이 손에서 놓지않고 촬영중인 캠코더를 슬쩍 쳐다보았다. 이 새끼 이거 그냥 촬영하러 왔는데 심심해서 나 부른 거구만... 어쩐지 아무 계획 없이 넓디 넓은 범행 예측 장소를 돌아다닌 우현이 의심스럽긴 했었다. 그러나 지금껏 해오던 것이 있었기에 범인 실루엣이라도 보겠거니 하며 같이 가겠다고 졸랐건만 예상치도 못한 개고생에 성규가 쪼그려 앉았다. "이제 끝이다!" "뭐야! 나 왜 데리고 온건데!" "응?니가 오겠다고 했잖아." "오늘 범인 잡는 거 아니였어?" "오늘 잡을 필요가 있나? 미공개 수사 단체에서도 연락 안 온거 보니까 그리 급한 것 같진 않던데." "아이씨 나 뭐한 거야..." 성규에게 팔짱을 끼며 진득하게 달라붙으려던 우현이 더운 날씨에 금방 떨어져나갔다. 여름이 이럴 때 도움이 되기도 하네... 우현이 끈적거리는 팔에 성종이 기다리고 있을 집을 향해 몸을 일으킨 성규를 붙잡았다. "우리집에서 샤워하고 갈래?" 낮에 죽을듯이 더웠던 날씨가 저녁이 되어서야 선선해진 듯 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그렇게 흘려댔던 땀도 조금씩 말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필요없다는 성규의 만류를 깡그리 무시하고 기어코 집 앞까지 데려다 줬더니 성종은 집에 있지 않았다. 걱정이 되어 서둘러 집에 도착한 성규가 성종에게 전화를 거니 오늘도 주번이라 늦게 온단 말이 들렸다. 지치지도 않는지 우현의 애정공세를 무시하다가 집앞까지 데려다 준 것은 고맙긴 했는지 냉장고에서 차가운 음료수 한 병을 꺼내 던져주는 성규에 우현이 싱글벙글했다. 비록 그 다음에 바로 내쫓긴 했지만 성규가 준 음료수 병을 손에 꼭 쥐고 집으로 오니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고싶어졌다. ".....어?쟤..." 아파트 입구 현관키를 인식기에 가져다 대던 우현의 손이 딱 멈췄다. 어디서 많이 본 듯 익숙한 얼굴에 열심히 생각을 굴려 누군지 떠올려보니 "이호원?" 이호원이였다. 오늘도 성종과 함께 하교하는 건 아니였는지 그새 사복으로 갈아입고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 맞지 않게 문학소년 같아보였다. 근데 왜 쟤가 여깄어? 호원의 집은 두번째 사건의 발생지. 우현의 집과는 꽤 거리가 있는데 아무리 우현네 집 앞 공원 풍경이 좋다고 해도 여기까지 와서 책을 읽는 것이 의심스러웠다. 저 새끼 저거 좀 수상한데... 우현이 벽 뒤에 숨어 책장을 신중하게 넘기는 호원을 관찰하다 시선을 돌렸다. 우현은 일을 정말 잘 처리해내었다. 이만큼의 내공을 쌓은 것도 그의 신중성 덕분이였다. 아무리 수상한 용의자가 있어도 물증이 없으면 절대 찔러보지 않았다. 정말 범인이라면 후에도 잡을 만한 증거를 알아서 남기리라고 그는 생각했다. [엘레베이터 점검중. 계단 이용 바람.] "아씨...." 지친 몸을 침대에 뉘일 생각에 만족감에 젖어있던 우현이 엘레베이터 앞에 붙여진 공고문을 보곤 낙심하였다. 오늘 아침에 나올 때까진 멀쩡하였던 엘레베이터가 갑자기 점검중임에 짜증이 솓구쳤다. 점검할꺼면 미리 공지를 알려주든가 했어야지. 투덜대며 꼭대기 층을 향하는 우현의 발걸음에 힘이 실렸다. '이럴 때면 내가 꼭대기 층에 사는 게 차암 싫다-' 꽤 크게 중얼거린 목소리가 아파트 현관 특유의 냉한 공기에 울려퍼졌다. 열심히 돌아다니며 찍은 캠코더 영상은 그럭저럭 쓸만하였다. 우현은 스스로 장담컨데 그가 찍은 캠코더 영상 속 지나가는 사람들 중엔 범인이 섞여있었다. 사실 우현이 노린 것도 그것인지라 계획대로 되어가긴 하였으나 중요한 건 지금부터였다. 성규가 목소리를 낮추라고 주의를 주었으나 일부러 크게 범인 이야기를 한 것도 계획의 일부분이였다. 범인은 이미 우현과 성규가 공원에서 만난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몰래몰래 쳐다보는 시선이나 모른 척 돌아가는 뒷모습이 이미 우현에게 커다란 확신을 주었다. 이대로라면 범인은 스스로 찔려 우현이나 성규에게 한발자국 더 다가올 것이다. 이제부턴 그냥 운. 운에 맡기는 것이였다. 과연 타겟은 성규가 될까 우현이 될까. "우리 성규 많이 무서울려나..." 우현이 그가 확신하는 범인의 모습을 되감기해가며 읊조렸다. 성종이라도 있으면 안심될텐데 아무리 주번이라고 해도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는지... 아마 성종은 모를것이다. 그가 가장 믿는 그의 친구가 성규와 우현이 그토록 목매는 범인이란 것을. 이호원은 자신을 완벽히 숨겼다고 생각할테지. 누가봐도 용의자 중에 제일 이상하고 제일 심증이 많은 것은 호원이였다. 눈에 담지 않으려 해도 튀는 행동이나 성규가 그 동안 눈치챘던 경계하는 눈빛은 호원 자신이 자신을 범인이라 광고하고 다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연쇄 살인 사건도 별 거 아니네.' 어깨를 으쓱하며 성규가 준 음료수를 그대로 냉장고에 넣은 우현이 물 한 컵을 마셨다. 그러고보니 범인 쫓는 데 열중하여 낮부터 지금까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던 것 같았다. 이호원 잡히기만 해봐라. 넌 가둬서 공기도 못 마시게 할꺼야. 우현이 복수할 생각에 킥킥대었다. [문이 열립니다. 문이 닫힙니다. 문이 열립니다. 문이 닫힙니다.] "아 저거 아직도 저래." 경비원들은 수리도 안하고 대체 뭐하는 거야. 평수도 좋고 경치도 좋은 우현의 아파트의 단점 중 하나는 방음이였다. 애초에 집에 잘 들어오는 일도 없어 신경쓰지 않았지만 오늘같이 쉬고싶은 날에는 골칫거리가 되었다. 소파에 드러누워 쿠션으로 귀를 막으며 눈을 감고 있던 우현이 참지 못하고 현관으로 쿵쿵 다가갔다. 짜증나게 진짜. 아까 들어올 때 다 걸어놨던 잠금 장치들을 하나씩 풀며 우현이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좇같다 진짜. ".....아......아 이호원....." 우현이 허탈함에 제자리에 주저앉아 헛웃음을 내뱉었다. 실행도 빨라라... 벌써 이러기야? 우현이 바닥에 널브러진 아이의 눈을 벌렸다. '그래. 이번에도 눈깔만 쏙쏙 빼갔네.' 눈알 요리라도 해먹나? 덜커덩거리던 엘레베이터 소음의 원인은 우현에게 휴식을 주지 않았다. 허리 부근이 엘레베이터 입구에 걸려 [문이 닫힙니다. 문이 열립니다.]를 반복하게 만들었다. 우현이 닫히다가 시체라는 장애물에 다시 열리는 엘레베이터 문을 고정시켰다. 이 새끼 이거 아주 그냥 정도 없이... 초등학교 3학년 쯤 되보이는 남자아이의 허리는 계속되는 충격에 이미 뼈가 나갔는지 너덜너덜해졌다. 이미 죽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인가? 엘레베이터 안의 감시카메라는 똑똑하게도 마구 줄무늬가 그려진 검정 도화지로 막아놨다. 경비원은 CCTV가 고장난 줄 알겠지. 우현이 아이의 골반 부근을 한손으로 껴안으며 안다싶이 들어올렸다. 이젠 시체처리도 내가 해야 겠네. 2시가 넘은 시간에도 우현의 업무는 끝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