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함께 보시면 몰입이 (아마) 잘 될거에요!
[세븐틴/김민규] 기대
“아 이런 씹,,”
이제 5번째인가 하하, 오늘따라 찌뿌둥한 몸에 아침부터 짜증이 확 났었다. 계획에 없었던 야근 때문에 잘근잘근 최팀장 개자식을 씹고있었는데 이젠 컴퓨터까지 말썽이다.
아까와는 다르게 술술써지는 보고서에 나도모르게 입꼬리가 슬슬 올라가려던 참이었다. 저장버튼을 누르려다가 커피 한 잔 마신게 화근, 나도 모르게 창닫기 버튼을 꾸욱-눌렀다.
익숙한 컴퓨터 배경화면이 보이자마자 욕이 터져나오려던 내 입을 간신히 막았다.
“아 진짜 오늘따라 왜 이래”
급하게 문서를 클릭하니 불행중 다행인지 4번째 문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내 보고서..몇 분전 커피마시러 일어나던 내 다리를 붙잡고 울고 싶었다.
“..김민규 보고싶다..”
*
따스한 햇살, 시원하게 부는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싸악 스치며 지나고 참새들이 짹짹거리며 나뭇가지에서 도란도란 얘기를 한다. 잔디라고 하기엔 소파처럼 푹신푹신한 느낌-
여기가 어디지..천국인가? 고개를 저으며 몸을 일으키려할때쯤, 내 볼을 감싸오는 따뜻한 온기에 슬쩍 옆을 쳐다보니
“ㅇ..야 너 뭐야, 너 왜 여깄어?”
“보고싶어서-“
아 이제서야 내가 어디에 누워있는지 자각이 됬다. 푹신푹신한 그 느낌은 소파가 아닌 김민규 팔이였고 난 그 팔에 누워있고..근데 외국에 있는 애가 어떻게 여길..?
내 눈 앞에 있는 애가 김민규가 맞는지 한참을 바라보고 눈을 비볐지만 영락없는 내 남친 김민규다.
“와 이거 진짜 꿈같아..”
“..”
“김밍구우- 왜 이제온거야.. 내가 얼마나 보고싶었는데..나 진짜 힘들었어..최팀장 그 개자식이 나만 구박해 난 진짜 열심히 밖에 안했는ㄷ, 너 왜 웃어..?
꿈인가 생시인가.. 행복한 마음에 민규를 껴안고 뒹굴거리다가 내 스트레스 주범 최팀장 흉을 보며 한참 떠들때쯤, 그런 날 보며 비웃는 민규에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기분나쁘게 왜 웃는거야-눈을 째릿 하며 몸을 벌떡일으켰다.
“꿈 맞아”
“..엉?”
“지각이라고 멍충아”
띠리리리,
누가 들어도 기분 나쁜 소리가 갑자기 귀에 울려퍼진다.
잠깐만, 이 느낌 설마.
8:43
아, 제대로 망했다
*
“아, 잠깐만요!”
회사까지 어떻게 왔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진짜 머리도 엉망 얼굴도 엉망 사실 머리속도 엉망이다 그냥,
아 실장한테 뭐라하지 또 욕할텐데, 나 어제 보고서도 인쇄 안해놨는데 망했다 진짜
생각할수록 망한거 같은 오늘하루에 앞이 깜깜하다. 겨우 엘레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사무실.
숨 한번 고르고 조심스럽게 문열었다. 오 다행히 최팀장 어디간ㄷ
“빨리도 오셨네요. 여주씨?”
오우 쉣..^^
“지각해서 죄송합니다. 보고서 빨리 인쇄해서 드리겠습니다”
저 싸가지..죄송한 마음에 꾸벅꾸벅 땅에 머리닿을듯 숙였는데 쌩하고 지나간다. 그래 오늘은 내가 지각했으니까 속으로 합리화하며 내 자리로 가서 털썩 앉았다.
*
“여주씨, 난 항상 궁금한게 여주씨가 어떻게 우리회사에 왔는지 모르겠어. 이런식으로 할거면 차라리 못하겠다고 말하고 승관씨나 원우씨한테 맡겨”
회사에 피해주지말고-
정신없이 썼던 보고서가 드디어 불타는 최실장 마음에 기름을 부었다. 죄송합니다, 나도 모르게 나올뻔한 눈물을 꾸역꾸역 밀어넣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여주씨..괜찮아요? 혹시 뭐 도와드릴거라도..”
“아뇨 괜찮아요 제가 할 수 있어요”
지나가다가 최실장한테 털리던 내 모습을 봤는지 안절부절못하며 내 걱정을 해주는 승관씨에 고맙다고 웃어보이며 호의를 거절했다. 내 일은 내가 끝내야지..
*
조용한 사무실에 타닥타닥 자판 두들기는 소리밖에 안나는 이유는 오늘도 야근인 나를 제외하곤 모두 퇴근했다.
“2021년..정산 보고서.."
더 이상의 실수를 면하고 싶은 마음에 입도 바쁘게 움직이며 보고서를 작성했다. 오늘은 저장까지 완벽하게 누르고 창을 닫았다.
“휴우..”
10:29
저녁도 못먹어가며 밀린 업무, 오늘 망쳤던 보고서, 2021년 정산 보고서까지 다 마치니 검은물감 칠한마냥 어둑해진 하늘이 보였다.
*
집으로 가는길, 편의점에 들려서 맥주 두캔 샀다. 아무래도 곧 쓰러질거 같은 느낌에 발이 이끄는 대로 갔더니 술을 사고있더라.
이렇게 힘들때쯤엔 넌 항상 날 꼭 안아줬다. 자기전엔 쫑알대는 내 입에 뽀뽀도 해주고..팔베게 해주면서 등을 토닥토닥 해줬었는데,
아-그러고 보니 꿈 생각이 났다. 엉엉우는 아기에게 달콤한 사탕을 손에 쥐어주듯, 꿈에서라도 만나자는 김민규 말이 스치듯 지나갔다. 불현듯 2년전이 내 머리속을 가득 채운다.
*
“..안가면 ,안돼,..?”
“..나도 안가고 싶어 여주야...그래도 우리 2년만 참자, 응? 연락못해도..”
김민규가 회사출장때문에 출국하는날, 연락 자주 못하더라도 자긴 변함없이 사랑한다고 딱 2년만 참자는 김민규에 엉엉울며 손가락 걸고 약속한지 어느덧 2년이 되간다.
갑자기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가랑비마냥 툭툭 떨어지던 눈물이 소나기 내리듯 거세게 떨어졌다.
날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도 모르게 더 울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툭,
“악..죄송,함미다..”
“..왜 울어요”
“..”
눈물때문에 앞도 안보인채로 집으로 향하다가 툭, 앞사람과 세게 부딪혀서 엉덩방아를 세게 찧었다. 물기어린 목소리로 죄송하다며 사과하고 일어나려 하는데 손목을 탁 잡는다.
영문모르고 잡힌 손목, 순간 최실장이 나한테 때려박았던 말이 생각났다. 김여주.. 또 남에게 피해주었구나 죄책감에 얼굴도 못들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근데, 저 신발 어디서 본거 같은데
“우리애기- 누가 울렸어”
순간 포옥 안긴 내몸. 꿈에서 느꼈던 그 느낌이랑 똑같다. 익숙한 향기와 목소리에 고개를 살짝 들었다.
“누가 그랬어 한명도 빠짐없이 다 말해, “
외국에 있어야 할 김민규가 또 내 눈앞에 나타났다. 이건 꿈 아닌데..진짜 아닌데.. 하며 점점 울먹거렸다.
“야..너 누가, 말 없이, 오래”
울먹이는 내 목소리가 보기좋게 끊겼다. 조금은 추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내 앞에 김민규가 있다. 내 남친 김민규가,
민규는 아무말없이 울면서 부리는 내 투정을 한참이나 들으며 날 품에 가둔채로 등을 토닥토닥, 머리를 쓰담쓰담,
“..”
“여주야”
“..”
“너무 보고싶었어”
어두워진 하늘을 배경삼아, 오늘따라 밝은 가로등을 스포트라이트삼아, 난 너에게 기대고 넌 내 목소리에 귀대고
우린 다가올 아름다운 추억들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