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붕괴)
한 가지 확실한 건 변백현은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다.
지긋하게 좋아했다.
이름만 봐도 떨리게 됐고, 냄새만 나도 반응하게 됐다.
지독하게 좋아했다.
태어나서 사람을 이렇게 좋아해 본 적이 처음일 만큼.
그러면 어느 날
정말
갑작스럽게라도
백현이도 날 좋아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멍청하게.
백현이도 그렇게 될 거라고, 꼭 그렇게 될 거라고.
내가 그렇게 만들 거라고 다짐도 했었다.
뭔가 있을 줄 알았다.
아니,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에 의미만 잔뜩 부여해나갔다.
유일한 삶의 낛이었다.
숨구멍과도 같았다.
근데 이제 그 숨구멍이, 날 지옥으로 내몰고 있었다.
사소한 것이 좋았고, 그런 것들에 설레기도 한참 설렜다.
무너졌다.
한순간이었다.
예고도 없이 갑자기 무너져내렸다.
다시 세워봤다.
세우고 싶어서 모래를 주워다 뿌리고 꾹꾹 눌러 다시 담았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다시 세우고 힘을 주어 꽉 잡고 있어도
버티려고 노력해봐도
또 무너졌다.
반복이었다.
일상이 됐다.
괜찮다.
이제 곧 툭 털어낼 날이 오겠지.
정말로, 꼭 오겠지.
백현이는 아니라고 날 밀어내는데 내가 더 가까이 가서 할 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정말 내 생각 대로였다면,
정말 나랑 백현이랑 생각이 맞았다면
여자친구는 만들지 않았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