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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이 놈! 어느 안전이라고 고개를 똑바로 들고 있느냐?"
"......"





 감시할겸 둘러보러 온 포도청에 들어서자 포도대장 윤석위와 종사관들이 맨발로 뛰어나와 아부를 떠는 모습이 역겨웠다. 대충 둘러보고 갈 작정으로 빠르게 포도청을 훑는 중 미처 닦지 못한 핏물이나 밧줄등이 널브러져 보기 흉해 미간을 찌푸렸다. 자네의 반질한 얼굴과 다르게 포도청 바닥은 관리를 하지 않나보군? 일그러진 포도대장의 얼굴에 미소를 던지고 고개를 돌렸다. 청결한 모습을 보이라며 조언하곤 이내 귓구멍을 찌르는 고함소리에 흠칫하여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발을 옮겼다. 혹여 내 심기가 불편해질까 안절부절하는 포도대장의 얼굴에 짜증이 일어 신경질 적이게 문을 열었다.





"왠 소란인가?"





조선의 백성치고 얼굴이 너무 하얀데? 포도청 바닥에 엎어져있던 몸뚱아리가 고개를 들자 보이는 얼굴이 너무 하얘서 1차로 놀라고, 입고 있는 옷이 특이해서 2차로 놀라고, 짧은 머리에 3차로 놀라 다행히 아무도 못 들었겠지만 짧게 신음했다. 하얀 얼굴이 바락 바락 소리를 지르다 날 발견하고 굳은 포졸에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쫙 째지고 작은 눈 주제에 크게 뜨고 날 정면으로 응시하는 못생긴 얼굴과 그의 배짱에 대한 놀라움이 뒤섞여 새어나오려는 웃음에 입을 꾹 다물었다.





"무슨 일이옵니까, 저하."





고개 숙이라며 자신을 한대 친 포졸에 의해 다시 고개를 숙인 하얀 얼굴이 어째서인지 익숙한 얼굴이라는 생각을 한 그때 뒤에서 사락사락 치마 끌리는 소리와 함께 미성의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세자빈 신씨, 수현이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이제서야 내가 세자빈과 이곳을 방문했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순간 그녀의 얼굴과 마주한 동시에 빠르게 고개를 돌려 하얀 얼굴을 응시했다.





"고개를 들라."





잔뜩 심통나 보이는 얼굴로 소심하게 고개를 든 그에게서 느끼는 기시감의 정체를 알아냈다. 하얀 얼굴의 얼굴과 세자빈의 얼굴이 똑 닮아있었던 것이다. 어찌하여 이런일이. 헛웃음을 들이키곤 멍하니 하얀 얼굴을 응시하고 있자니 세자빈 또한 고개를 갸웃거리다 내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어머. 흠칫 놀라는 목소리와 뒤로 주춤하는 소리가 내 귓가를 맴돌았다. 이내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화들짝 놀라며 세자빈과 하얀얼굴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에구머니나, 엄마야, 세상에 등의 추임새를 뱉어내 나의 귀를 괴롭게 했다. 술렁이는 사람들에 미간을 좁히던 하얀얼굴이 내게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시선을 양 옆으로 옮기다 세자빈의 얼굴 쪽으로 안착했다. 헐 씨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정체를 알 수 없는 추임새에 결국 웃음이 터졌지만 아무도 보지 못하였다. 누구보다 익숙한 외향에 그 누구와도 같지 않은 속내라, 이거 참.





"이자는 누구인가?"
입을 헤벌래 벌리곤 멍을 때리던 포졸이 대답했다.





"이,이자는 한나라의 후손으로 첩자이였사옵니다, 세자저하."
"이였다?"
"허...허나, 세자빈 마마와 같은 용모를 보아하니 천년 묵은 구렁이가 틀림없사옵니다 저하!"





얼굴만 보면 첩자와는 거리가 먼데. 구렁이라... 그럴 수도 있겠군.





"씨발! 누가 첩자냐고! 요괴같은 소리하네! 박지...아니 저기요! 저 아니에요!"





세자로써의 체통을 지켜야 하지만 어쩐지 웃음을 멈출 수 없어 싱글벙글 웃는 낯을 숨기지 않으며 하얀 얼굴앞으로 가 섰다.





"...진짜...아닌데"
"......"
"...뭘 봐요?"




세자 저하, 그자, 아니 구렁이에게 가시면 위험하옵니다! 세자 저하! 극구 만류하는 자들을 무시하고 하얀얼굴의 턱을 들어 이리 저리 살폈다. 진짜 세자빈과 똑같군, 거 참 신기한 일일세. 이 자를 배척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 자를 궁에 데려가야겠소."
"예? 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저하!"
"부당? 부당이라 하였소?"
"저 구렁이를 어찌 신성한 궁안에 들이시려 하옵니까!"
"말 조심하시오. 옛 선인들의 말씀으론 눈을 보면 그자의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고 하였지. 허나, 저 자의 눈 속에선 악함이 느껴지지 않으니 어찌 요괴라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저 자를 하늘이 주신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또한 저 자를 그냥 둔다고 한들, 세자빈이 짧은 머리에 남자행색을 하고 다닌다 백성들 사이에 소문이라도 나면, 그대들이 책임 질 생각인지 궁금하군."






...이제 보니 옳은 말씀이옵니다 저하. 얼굴빛이 붉으락푸르락 변하기를 반복하던 자들이 두 손을 모아 쥐곤 헤헤 웃으며 동의했다. 말도 논리적으로 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보지 못한 것은 무조건 요괴라고 판단하는 자들이 어찌 이 나라를 관리하겠는가? 막막한 현실에 한숨이 절로 내쉬어졌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저 하얀 얼굴을 궁으로 들이는 게 맞는 일인지 확실이 가질 않았다. 제게 곧 왕위가 내려올 시기에 세자빈과 같은 얼굴의 사내라니. 어찌 왕과 같은 얼굴의 사내, 한마디로 두 명의 왕이 생길 것이라는 징조이면 어떡하나? 그렇지만 하늘의 사람을 내버려 두는 것은 하늘이 가만 두지 않을 것 같았다.





"너."
"......"
"이름이 무엇이냐?"
"...여기 사람들은 왜이리 내 이름을 궁금해하고 지랄이야 지랄은."
"이름이 무엇이냐 물었다."
"...김성규"





...요. 세자빈과 눈이 마주친 후로 입을 꾹 다물고 있던 하얀 얼굴이 심통 난 얼굴로 알 수 없는 말을 뱉는 모습을 보자 또다시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아 뒤를 돌았다.





"세자빈."
"...하명하시옵소서."
"쓰개치마로 얼굴을 가리시오."
"......"
"아무래도 여인이 쓰개치마를 사용하는 게 낫겠지."
"그러하겠사옵니다."
"아니지, 그대의 쓰개치마를 저 자에게 주시오."
"여인의 쓰개치마를 말이 옵니까?"
"그렇지, 나와 그대가 아니고 그대를 닮은 사내가 나와 가는 것을 굳이 백성들에게 보일 필욘 없지."





하얀얼굴이 옷태까지 세자빈과 비슷한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야. 뒷말을 꿀꺽 삼키곤 포도대장에게 말을 한 필 더 부탁한 뒤 포도청 뜰의 말에 올라탔다. 쓰개치마를 써 여인으로 보이는 자가 말을 타는 건 좀 그렇겠지만, 지금으로썬 가마를 하나 더 준비하기엔 어려우니 어쩔 수 없다.





"뭐하시오?"
"...진짜 말....?"
"설마 말을 못 타는 것은 아니겠지."
"......"
"진심이오?"
"못 타, 못 탄다고! 나는 혼자 움직이는 수레만 타고 다녀봤지! 자동차 알아? 어?"
"......"
"자전거...라던지..."





김성규가 갑자기 돌변하여 내게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자 손가락질을 하자 세자익위사의 좌익위가 미간을 찌푸리곤 칼집으로 손을 가져갔다. 손을 들어 저지하곤 점점 목소리가 땅을 향하는 하얀 얼굴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자동차 라던지, 자전거 라던지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잘 모르지만."
"......"
"그대가 말을 타지 못하는 것은 잘 알겠소."
"......"
"진작 말했다면, 내 뒤에 태웠을 것을."
"...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뒤에 타시는 게 좋겠소."





세자 저하, 그것은 아니 될 말이 옵니다! 아니, 그럼 하늘이 내려주신 분을 네게 맡길까? 그것은... 얼굴이 새파래져 극구 말리는 좌익위를 돌아보며 빙긋 웃어주었다. 머리는 좋은데 생각이 없어서 어떡하냐 쟨. 말 아래로 내려와 잔뜩 굳어버린 김성규를 말 위에 태웠다.





"불편하시면, 말해주시지요."
"......"
"제 무릎 위라도 괜찮으시다면."





내 안장을 좌익위에게 넘기곤 새로운 안장을 말 위에 깔곤 얼굴이 새빨개져 나를 노려보는 김성규에게 웃어주곤 말 위에 올라탔다. 재미있는 사람, 특이한 사람. 얼굴은 세자빈과 똑 닮았지만 어째 성격은 저렇게 개차반인지, 이상하게 밉지는 않고.







-





사람들이 세자저하라 부르는 저 인간은 지 멋대로 나를 하늘이 내려줬니 뭐니 할 때는 저 미친 인간들이 내게 구렁이라고 할 때 보다 더 어이가 없었다. 하늘이 내려줘? 하늘? 기가 차서 진짜. 그렇게 기지배들이나 입는 치마를 둘러싸고 말을 못 탄다고 조롱 받고, 또라이 세자... 똘자의 말에 올라탄 것도 짜증나는데 능글능글 웃어대는 게 진짜 세자가 맞을까 의심이 갔다. 하마터면 저 똘자 때문에 내 도플갱어를 만나게 된 것도 까맣게 잊을뻔했다. 





-야 김성규, 이거 봐봐.
-뭔데.
-도플갱언데, 똑같이 생긴 사람 두 명을 말하는 거야
-알거든, 누굴 호구로 아나.
-야 더 중요한건,
-어.
-세 번 만나면 죽는다네? 둘 중 하나가!
-아이고 지랄 똥을 싸고 자빠졌다 진짜.





순간 핸드폰을 끼고 살던 정림이 내 달팽이관에 전달해준 도플갱어란 단어가 머릿속을 빠르게 뛰어 놀곤 사라졌다. 아까 한 번 만났으니까... 두 번만 더 만나면...아, 안 돼! 






"저기..."
"왜 그러시오?"




내 또래 같은데 존대를 해 말아? 고민되지만 일단 상황이 쫄리므로 존대를 사용 했다.





"그...아까 나랑 닮은 여자분 있잖아요."
"세자빈?"
"아 뭐...세자빈...네, 그 분."
"그런데?"
"지금... 궁인가 가면 그 분 또 만나요?"
"그렇다만... 왜, 싫소?"






차마 죽을지도 모르잖아요. 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자전거로 갈기고 싶은 면상이 입 꼬리를 올리며 나를 응시했다. 남의 목숨이 달렸는데 실실 쪼개는 게 짜증났다. 말도 안 꺼냈는데 저러는걸 보면 죽을지도 모르잖아요, 라는 말은 절대로 꺼낼 수 없었다.






"아니... 됐어요."
"싱겁군."





알아서 피하면 되겠지 뭐. 조선시대에 내가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솔직히 어떤 사람이 자신이 동굴 속 물 웅덩이에 빠져 조선시대에 왔다고 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귀찮은 건 질색이기에 아무런 생각 없이 여기가 조선이구나. 내가 존나 타임워프를 했구나. 나는 요즘 유행인 웹드라마 퐁X퐁X 러브의 여주 김슬기 누나구나. 하고 납득 할 수 있었다. 솔직히 처음 타보는 말에 엉덩이가 아파 뒤질 것 같았지만 왕세자가 타는 말의 안장이 이 정도면 다른 건 얼마나 아플까 생각된다. 엉덩이에 치질이 똑똑 주인님 안녕하새오!하고 기어들어오는 기분이겠지.





"아, 참. 엉덩이 아프면 말하시오. 시간이 없는데 안장이 없어서 연습용 안장을 깐 것이니."





아 씨발 어쩐지, 저놈의 똘자새끼!
그래도 엉덩이 아프단 말은 자존심 상해서 절대 안 할 거다.

 

 

 

 

 

 

--- 

 

 

 

하아 시간이 없어서 쓰자마자 올렸더니 시제 뒤죽박죽에 말투 뒤죽박죽에 망했네요 곧 수정하도록 하겠습나다 ㅜㅅㅠ 

 

*좌익위- 호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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