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매우 우울해.. 스피커가 고장났어. 너무나 슬프다.. 엠피쓰리로는 음질이 똥이고.. 아무래도 새로 하나 장만해야겠어. 나 돈 겁나많이 벌거든ㅋㅋㅋㅋ
그건 나중에 하고! 개학식 날이었지. 이성종은 내 손목시계에 얌전히 들어가 있고. 지가 답답하다고 안들어가겠다고 버티다가 우리 누나 요정피규어 컬렉션&박제품을 보곤 닥침.. 예전에 우리 누나가 어디서 요정 하나를 주워와서는 박제를 시켰지 뭐야;; 무서운 누나야 정말..
아무튼 개학식 날이었어. 난 다른 애들보다 1시간? 그정도 일찍 가. 왜냐고? 나 선도부거든. 늦어도 상관은 없는데 교문에 서서 머리긴 애들 잡는게 내 삶의 즐거움이야. 재수없지? 근데 난 너무 좋아. 우리 학교 교칙은 매우 간단해.
제 1조 교복은 하의만 갖추면 된다.
제 2조 머리를 지지든 볶든 상관 없는데 남학생은 뒷머리가 목을 반 이상 덮으면 안된다.
남자애들 머리길이를 잡는 이유는 우리 이사장이 대머리라 괜히 그러는 것 같아. 그래서 1학년 선도부 후배 한명 데리고 교문 양쪽에 서있었지. 이른 시간이라 애들은 얼마 없는데 가끔가다 머리 안걸리려고 일찍 오는데 그래도 내가 제일 먼저 오니까 소용은 없지. 멀리서 누가 오는데 머리가 겁나게 긴거임. 쟤는 뭔가 싶어서 봤더니 내 친구였..
어차피 알아도 상관 없으니까 실명제로 갈게. 남우현이 시커멓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오는거야. 진짜 어이가 없더라. 내가 어제 개학식날 강당에서 선생님들 돌아다니면서 잡아서 체력훈련시킨다고 미리 귀뜸도 해줬건만. 그래서 걔 머리채를 잡고 뭐하는짓이냐고 그랬지.
"야, 너 내가 어제 머리 정리해 오랬잖아."
"그래서 머리 검정으로 해왔잖아!"
"멍청아 잘라와야지 염색은 해도 되는거 몰라?"
"헐?"
"지금 잘라와."
그래도 이 멍청이가 하루종일 오리걸음 할 생각을 하니까 불쌍해서 만원짜리 하나 쥐어주고 미용실에 보냈지. 쟤는 이 학교를 2년째 다니면서도 맨날 까먹는거같아. 일부러 저러나? 그렇게 일찍 와서 미용실 갈 수 있는 애들은 다 다시 돌려보내고 있었지. 근데 저 멀리서 또 익숙한 애가 보이더라.
이성열이었어. 얘도 멍청한건 똑같아. 내가 말없이 이성열을 잡고 아련하게 쳐다봤지.
"너 내가 어제 머리 정리 해오랬잖아."
"아 근데 이거 진짜 내가 얼마나 열심히 기른거란말야. 봐주면 안될까?"
"내가 지금 봐줘도 이따 강당에서 걸려. 잘라와. 아직 시간 있다."
"안된다고 진짜. 이거 긴 생머리 되려면 멀었어 진짜로."
"니가 머리를 왜길러!"
"김명수 이상형 찰랑찰랑 긴머리 몰라?"
얘는 진짜 병맛임. 내 친구가 셋이 있는데 남우현, 이성열, 김명수. 이성열이 김명수 좋아하는건 나만 알고. 얘가 김명수 이상형이 긴머리 여자애라서 머리를 길러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개드립을 치잖아. 그래서 내가 말했지.
"머리 기르고 싶으면 여자애 하던가. 빨리 가서 잘라와."
만원짜리 한장 또 쥐어주며 보냈지. 얘가 꿍얼거리면서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갔어. 김명수는 멀쩡하게 오겠지. 생각하고 하던 일 마저 했어. 저 멀리서 익숙한 애가 보이데? 근데 애가 머리가 장님인거임..
"넌 또 머리가 왜 이모양이야?"
"뒷머리만 하면 되는거 아닌가? 앞머리는 상관 없지."
"앞은 보여?"
"안보여. 방학내내 집에서 묶고있다보니까 이렇게 긴지 몰랐어. 묶고오리?"
"들어가라."
그나마 얘가 제일 정상적이야. 걔 들여보내니까 교문 닫기 10분전이었어. 멀리 남병신이 뛰어오는게 보였어. 정말 충격적이었어. 아줌마 파마 알지? 빠글빠글한거. 시뻘겋게 물든 빠글빠글한 머리를 한 남우현이 그 빠글빠글한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휘날리며 뛰어오고 있었어.
"염색은 왜했냐?"
"다시 까맣게 한게 아까워서. 어때?"
"병신같애."
"안귀여워? 미용실 누나가 귀엽댔는데."
"그누나야 그렇게 말하겠지. 빨리 들어가."
이제 슬슬 이성열이 어떻게 할지 기대가 되더라. 설마 머리카락을 위로 다 세워서 오는건 아닌가 걱정도 되고. 근데 이성열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앎? 치마입고 나타남. 진짜 말이 안나오더라.
"야, 너..이게 대체.."
"여자애 하면 머리 기를 수 있다며. 난 이제 이성연이야. 어머 성규야 안녕?"
얘가 목소리 가늘게 하면서 말하는데 진심으로 죽여버리고 싶더라. 이제 시간도 없고 하니까 그냥 들여보내긴 했는데 너무 슬펐어. 왜 내 주위엔 이상한 애들밖에 없는지. 결국 이성열 치마입고 하루종일 오리걸음했어. 불쌍하기도 하지. 아직 이날 얘기 안끝났는데 그건 다음에 쓸게. 슬슬 배가 고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