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은 올해로 스물 네살, 군대를 가는 것도 마다한 채 미친듯이 일자리를 알아보러 다닌 결과는 세일즈맨이라는 직업이었다. 한국의 폴포츠를 꿈꾸며 노래를 흥얼거리던 백현은 에어컨 바람이 빵빵하게 풍겨오는 차가 마음에 드는지 차시트를 두 어번 톡톡 두드렸다. 노란색 메모장을 찬찬히 읽어보자 오늘 돌아야할 집주소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에라이, 신입이라고 미친듯이 부려먹는구나. 뭐든 툴툴대면 감흥이 사라진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머릿속에 꾸겨넣으며 백현은 바뀐 신호에 황급히 핸들을 꺾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이번에 SM에서 새로 나온 상품인…”
“안 산다니까 그래!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빨리 가요!”
백현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뒤돌아섰다. 그래, 나 같애도 안 산다. 연예 기획사면 가수들 관리나 잘하지 왜 별 말도 안되는 곳까지 손을 뻗어 나 같은 희생양을 만들어낼까. 백현은 당장이라도 SM을 찾아들어가 테러를 하고싶은 굴뚝같은 마음을 꾹 억누른 채 어느덧 낡아 너덜너덜해진 메모장을 꺼내들었다. 자, 마지막이다. 한 개의 상품도 팔지 못 했지만 그래도 하루 일과를 끝낸듯한 홀가분함에 백현이 다시 펜을 입에 물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고객님, 이번에 새로 나온 신상품 소개하러 왔는데요. 계세요?”
“누구세요? 아악, 종인아 이것 좀 놔봐 누가 오셨잖아!”
다행히 첫마디가 안 산다는 얘기는 아니기에 백현은 둔탁한 소음에도 개의치않고 현관문 앞에 멀뚱히 서 있었다. 종인이라는 이름을 외치고 외치던 집 안에 있는 누군가는 밀쳐나오듯 현관문을 열어제꼈고, 흠칫 놀란 백현이 이내 상냥히 미소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이번에 SM에서 생활용품을 만들게 되어서 새로 나온 상품을 알리려고 왔는데요…. 심오한 표정으로 백현의 말을 듣던 남자는 냉큼 백현의 손을 잡고 붕붕 흔들었다.
“아아, 안녕하세요. SM? 거기 되게 많이 들어본 곳 같은데, 생활용품까지 만들어요? 대단하네.”
“아…,네. 연예 기획사예요. 이번에 생활용품까지 만들게 되어버렸네요, 하하.”
“제 이름은 김준면이예요. 어후, 날씨가 너무 덥네. 일단 들어오세요.”
네? 괜찮은데…. 거절하려던 백현의 말은 싹둑 잘라내고 자신을 김준면이라 소개한 남자는 억척같이 백현의 팔을 이끌고 집 안으로 이끌었다. 집 안에는 민망하게시리 윗도리는 벗어제끼고 아래에는 수건만 대충 두른 까―만 생명체가 백현을 뚱한 표정으로 훑어보았다. 아마도 종인이란 사람 같았다. 너저분한 차림의 준면은 뿔테안경을 치켜올리며 아이스티에 얼음까지 동동 띄워 백현에게 건넸다. 당신을 보고 영감이 떠올랐어요. 웃는 게 꼭 강아지같네. 우리집 이래뵈도 살만한데 같이 사는 건 어때요? 얼굴만 봐도 별 소재가 다 떠올라서 원. 알 수 없는 소리를 짖껄이며 호탕히 웃어보이는 준면에게 애써 미소지은 백현은 상품이 담긴 가방을 들어올렸다.
“그깟 신상품 내가 백개라도 더 살테니 여기 있어요. 27년 인생의 꽃을 피울 때가 드디어 왔어!”
“네? 여기 있으라구요?”
“세일즈맨이라는 게 그렇지. 물건을 팔지 못하면 회사에 가봤자 구박밖에 더 받아요? 그러니 여기 있어요. 다 살테니까.”
“아, 네, 감사합니다….”
“내가 더 감사하지. 종인아 인사해, 나의 모나리자가 되실 분이야.”
작가 지망생으로 보이는 준면은 바삐 두 눈을 굴리며 백현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그나저나, 모나리자라니. 영 거북한 표현에 백현이 어색하게 종인을 올려다보자 젖은 머리를 말리던 종인은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백현을 향해 고개를 까딱 꺾어보였다. 뭐야 저 깜댕이는. 백현은 기분이 확 나빠짐을 느끼며 앞에 놓인 시원한 아이스티를 벌컥 들이켰다. 준면은 신이 나 상기 된 얼굴로 공책을 들고나와 이것저것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쪽은 이제 아리따운 아가씨랑 불꽃같은 사랑을 나누는 멋진 주인공이 될 거예요. 아, 이름이 어떻게 되요? 산만한 준면의 말 중 자신을 향한 질문만 간신히 끄집어 낸 백현이 어렵사리 대답했다. 아, 변백현이요. 그리고 준면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마저 개같아. 백현은 입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욕설을 간신히 꾸겨넣었다.
“얘는 내 동생 김종인이고, 올해 열 일곱살. 근데 좀 많이 성숙하고 크죠? 얘랑 같은 방 쓰면 될 거예요.”
“아하하…, 열… 일곱 살…. 말씀 낮추세요.”
저 깜댕이가 열 일곱이라니, 이건 말도 안 되는거야! 준면은 신이나서 그럼 편하게 할게 하며 백현을 방으로 이끌었다. 아니, 나는, 여기에, 왜 이러고 있는 것인가. 백현은 정체성의 혼란이 일어나려는 것을 간신히 잠재운 뒤 종인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여기 침대 쓰면 되요. 의외로 깍듯한 존댓말에 교육은 잘 받았다 생각하며 백현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이미 부장님의 미친 카톡과 부재중전화가 백현의 뒷주머니를 뜨끈하게 데우고 있었지만 이런 괴짜들과의 생활도 스물 넷에 값진 경험이 될 것 같았으니까.
“김준면 저 개새끼 샤워하고 나올 때 내 옷 숨길때부터 알아봐야 되는 건데.”
“그래서 아까 시끄러웠나보네.”
“아, 네. 저 형이 글 쓴다고 난리거든요, 신경쓰지마요 그냥.”
친형제 맞아? 백현이 미간을 찡긋거리다 한창 사춘기이니 그럴 수 있다 싶어 잠자코 짐을 풀었다. 추위를 유독 잘 타는 백현이 서늘한 기운에 기침을 내뱉으며 화장실 안으로 들어섰다. 되게 부자인가보네, 엄청 크네. 어마어마한 크기의 화장실에 놀라며 서둘러 씻고 밖으로 나오자 백현의 침대 주변을 어물쩡거리던 종인이 백현을 발견하자마자 놀라 두 눈을 크게 떴다.
“거기서 뭐해 종인아?”
“아, 그, 그러니까…, 전기장판 틀었어요. 형 추운 것 같길래.”
“어, 고마워! 너도 잘 자~”
의외로, 정말 의외로 착하고 다정다감한 모습에 꽤 괜찮은 애라는 생각이 스친 백현은 포근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8월의 전기장판이라니, 미친놈이네. 종인은 낮게 욕을 중얼거리며 책상 앞에 앉았다. 일이 고단했던 건지 여덟시도 채 되지않은 이른 시간에 쿨쿨 잠들어버린 백현이 정말 김준면 버금가는 또라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글거리며 저녁 먹어! 하고 문을 열어제낀 준면이 백현이 안 보이자 두 눈을 뻐끔거렸다.
“백현이는? 내가 오늘 나의 모나리자를 위해 만찬을 준비했다고!”
“자는데. 피곤했나 봐. 저녁은 그냥 너 혼자 드셈, 난 생각 없으니까.”
“힝…, 종인아 이 형이 너무 외로운데 저녁 좀 같이 먹어주면 안될까? 마이 러블리 브라더, 제발!”
“…그렇게 외로워서 다 큰 남정네 빤쓰랑 옷을 다 훔쳐가냐? 변태새끼, 문 닫고 나가.”
종인은 아직도 샤워 직후의 상황이 치가 떨린다는 표정으로 준면을 쏘아붙였고, 할 말이 없는 준면은 그저 입을 앙 다물고 고이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그 시각 백현은 꿈나라에서 다음날 신나게 부장에게 얻어터지는 예지몽을 꾸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쌈장이예요 ^.~
사실 글잡에서 글 쓰는 건 처음인뎈ㅋㅋㅋㅋㅋㅋ 아 뭐가 이렇게 부끄럽지
엑소 독방에서 미리 스포를 터트려놨는데 너무 기대하셨다면 죄송해요
제가 말했잖아요 똥글망글 제조기라고! 푸후 이거 올리고 엑솜 상문이나 쓰러가야짘ㅋㅋㅋㅋㅋㅋㅋ
지조있는 여자라서 반응연재예요
많이 사랑해듀오ㅇ.< 암호닉이랑 신알신은 센스인 거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