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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03. 완벽한 이혼 | 인스티즈

w.보낸이

































03

완벽한 이혼


























길 한 가운데에서 한참을 소리 내며 엉엉 울던 도아를 차에 밀어 넣은 지 십 분 쯤 지났을까. 도아는 조금 진정이 된 듯 색색거리며 뻑뻑한 눈을 꿈뻑댔다.


“…잠시만, 그러니까 그쪽이 그… 그 김선호라구요?”


한참을 크읍, 킁 거리던 도아가 퉁퉁 부은 눈으로 선호에게 물었다. 그 김선호가 이 김선호라니. 도아가 선호를 쳐다보며 대박이다, 하며 연신 외쳤다.


“오빠라는 호칭은 좀… 붙여줄래?”

“와… 완전 역변했다…”

“저기요, 내가 방금 너 우는 거 달래느라 얼마나 애썼는지 알아?”


선호가 거울을 보며 번진 화장을 수정하는 도아를 향해 말했다. 도아는 태연하게 눈 밑을 휴지로 슥슥 닦아내며 한 번씩 코를 훌쩍였다.


“아니아니, 잘생겨졌다고요.”

“…뭐, 뭐?”


도아의 입에서 흘러나온 의외의 말에 선호가 고개를 획, 돌렸다. 도아는 쿠션을 팡팡 두들기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갔다.


“오빠 옛날에 막 진짜 알 두께가 내 손목만 한 안경 쓰고 막 더벅머리에다가……”

파우치를 뒤적거리며 세부적으로 묘사를 하던 도아가 옆 통수로 전해지는 선호의 따가운 시선에 말을 하다 말고 손을 내저었다. 선호가 창밖을 보며 하, 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아무튼, 그때 내가 해봤자 여덟 살? 그쯤 됐던 것 같은데… 충격적이어서 기억나요.”

“참나, 너 옛날에 나한테 막 왕자 오빠라면서 얼마나 쫓아다녔는지 알아?”

“으, 내가 언제? 완자를 왕자라고 잘못 들은 거 아냐?”

“야,”

“뭐요, 완자님.”


립스틱을 바르고 입술을 우물거리던 도아가 선호에게 완자님, 하며 한쪽 눈은 윙크를 하고 입은 메롱을 한 채 짓궂은 표정을 보였다. 예고 없이 통통 튀어대는 그녀의 행동에 선호는 멍하니 차 문을 열고 자리를 떠나는 도아를 지켜볼 뿐이었다.


“아 맞다, 오늘 고마웠어!”


무언가를 잊은 듯 걸음을 멈춘 도아가 갑자기 선호의 차 문을 벌컥 열고 고맙다며 손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넋이 나간 채 유유히 걸어가는 도아의 뒷모습만 지켜보던 선호가 이내 미소를 잔뜩 머금고 피식피식, 웃어대기 시작했다. 아, 진짜 권도아, 권도아. 그가 몸을 배배 꼬며 차 핸들에 얼굴을 박고는 도아의 이름을 부르며 계속해서 웃어댔다. 그리고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자신의 얼굴을 두어 번 때리고는 김선호, 정신 차려. 하며 숨을 내뱉었다. 


[김선호] 03. 완벽한 이혼 | 인스티즈
















































[김선호] 03. 완벽한 이혼 | 인스티즈


 벽 한   이 



























































“진짜 다 조져야 되나? 아, 아빠 정도 위치면 조폭이나 청부 살인 업체 이런 곳도 연이 있을 것 같은데…… 아니면 그, 마피아 같은 거 있잖아. 나 그런 조직이나 들어갈까?”

도아가 버스 정류장 통유리에 머리를 콩콩 찍어대며 눈을 굴렸다. 조폭, 청부 살인, 마피아, 조직. 그녀의 입에서 나온 살벌한 말들에 버스를 기다리며 줄줄이 서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도아를 쳐다보며 슬금슬금 그녀를 피했다.


-야 제발, 너 버스정류장이면 입 좀 다물고 있어. 그런 얘기 하면 사람들이 안 쳐다보냐?

통화 속 지원의 말에 그제야 상황을 인지한 듯 도아가 아, 하는 탄식을 뱉으며 박아대던 머리를 대충 슥슥 정리하고는 자신을 쳐다보던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볼일들 보세요.”

-그렇게 말하는 게 더 이상해.

“아 그럼 어떡하라고.”


사람들의 시선을 못 이긴 도아가 결국 자리를 털고 걸음을 옮겼다. 거리의 조명에 비친 그녀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늦저녁의 공기가 쌀쌀했다. 도아가 숨을 가득 들이켜며 터덜터덜 걸어갔다.


-그냥 아까 네 남편 차 타고 가지 그랬냐? 괜히 쪽팔리다고 나와가지고는.

“아이씨, 남편 아니라고.”

-받아들였다며, 그 제안. 식도 다음 달인데 그럼 남편이지!


지원과 의미 없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걷던 도아가 고층 오피스텔 건물 앞에서 걸음을 멈춰 섰다. 불어오는 바람이 도아의 머리칼을 휘날렸다. 도아가 고개를 들고 오피스텔 맨 위층까지 올려다봤다. 



“……야, 술 마시자.”

-아휴. 너 어딘데 지금.

“…역삼동.”

-…거기는 또 왜 갔어. 기다려 언니가 간다.



보고 싶다- 빨리 와라-.
헤실헤실한 웃음으로 마무리된 통화에 도아가 핸드폰 화면을 끄고 주머니에 꽂아 넣었다. 나도 모르게 온 거야. 너 보고 싶어서 온 거 아니야. 도아는 계속해서 멍하니 오피스텔을 올려다봤다. 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아, 화장 다 고쳤는데. 도아가 손으로 눈물을 대충 닦고는 핸드폰으로 자신의 얼굴을 확인했다. 아주 꼴좋아 보인다 너. 까만 화면 속 자신을 향해 자조적인 말을 했다. 그 순간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 소리에 깜짝 놀란 도아가 뒤를 돌았다.


“혼자 뭐 해 바보야. 술 마시러 가자.”

[김선호] 03. 완벽한 이혼 | 인스티즈


지원이 창문에 팔을 올리고 도아를 맞이했다. 그 순간 나타난 지원은 도아에게 백마 탄 왕자보다 훨씬 멋있고 감동적으로 보였다.


“나 갑자기 눈물 나올 것 같아.”

“이게 나이 먹고 주책이야. 타 빨리.”

너마저 없었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됐을까. 도아는 괜히 벅찬 마음을 다스리며 아까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원의 차에 올라탔다.


작지만 아늑하고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술집 안에 지원과 도아가 자리했다. 노란색의 따뜻한 조명이 우드톤의 인테리어를 돋보이게 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인테리어용 큰 나무 옆에 자리한 둘의 테이블은 그들의 고정석이나 마찬가지였다. 도아는 그 자리에 앉자마자 거침없는 손길로 술병의 뚜껑을 따고 안주도 없이 첫 잔을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어우 야, 안주 나오려면 아직 한참 남았어.”

“…없어도 될 것 같은데.”

“어머? 이게 지금 날 앞에 두고 어디서 주당인 척이야.”



지원의 말에 도아가 기어코 웃음을 터트렸다. 옆에 있던 과자를 하나 집고 도아의 표정을 하나하나 뜯어 살피던 지원이 맹한 눈으로 톡톡 소리를 내며 술잔만 건드리는 도아를 향해 물었다.


“뭔데.”

“……내가 결혼을 해도 될지 모르겠어.”


허, 도아의 말에 지원이 헛웃음을 지으며 과자 하나를 더 집어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바삭거리는 소리를 내며 씹히는 과자는 지원이 가장 좋아하는 안주용 과자였다. 도아가 지원을 따라 과자 하나를 집어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야, 너는 지금 선택권이 없어. 왜, 이도현이 너보고 결혼 하지 말래?”


함부로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았던 그 이름, 내가 죽을 때까지 꽁꽁 숨겨두고 아무도 모르게 하고 싶었던 그 세 글자. 기어코 지원의 입에서 튀어 나온 그의 이름 세 글자에 도아의 눈이 번뜩였다.  


“…야 김지원,”

“왜. 이도현은 이름도 말하면 안 돼? 걔가 볼드모트야?”

“…너 내가 얼마나…”


힘을 주어 꽉 쥔 손이 조금씩 떨렸다. 지원은 도현의 얘기만 나오면 무어라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늘 손만 떨어대는 도아가 안쓰러웠다. 자기 속은 다 곪아서 너덜너덜해진 줄도 모르고, 헤실헤실 웃고나 다니고. 지원은 작게 떨리는 도아의 주먹에 시선을 한 번 두고, 다시 도아의 눈으로 시선을 옮기고는 그녀와 똑바로 마주 보고 말을 이어갔다. 난 내가 이 얘기 하다가 뺨 맞아도 너랑 친구 할 거니까 때리든지 욕을 하든지 알아서 해라. 지원은 그런 결심으로 계속해서 도아의 속을 건드렸다.


“권도아. 나는, 너가 이러는 게 더 바보 같아. 걔 이름 부르고 싶으면 불러. 생각하고 싶으면 생각하라고.”

“내가 어떻게 그래.”


나는 무수히 많은 이 문장들 속에서도, 네 이름 석 자에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지는데. 너 하나 없다고 이렇게 비참해지는데. 내가 어떻게 그래.
도아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지원이 한숨을 쉬고는 옆머리를 손으로 쓸어넘겼다.


“걔는 하늘에서 네가 자기 이름 한 번도 안 불러주고, 한 번도 떠올려주지 않는 것에 더 서운해할 거다.”

“……”

“너 그거 습관이야. 왜 늘 꾹꾹 참아. 왜 맨날 혼자서만 끙끙 앓냐고, 미련하게.”


그사이 나온 안주에 지원이 감사합니다. 하고 간결하게 인사한 후 국자를 들고 냄비를 뒤적거렸다. 도아의 손에 점점 힘이 풀렸다. 지원이 도아의 앞접시에 음식을 담아주며 말했다.


“야, 차라리 욕을 하든지, 아님 속 시원하게 날 잡고 울든지.”

“…울면 안 돼. 나 아까도 울었단 말이야.”


도아가 국물을 한 숟갈 뜨고 마시며 말했다. 으음, 그녀가 짧은 탄성을 뱉고는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었다.


“와, 어쩐지 눈이 부었다 했네. 왜 울었냐?”

“……”


지원의 물음에 도아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를 무어라고 불러야 할지 몰랐다. 지원이 그랬던 것처럼 남편…이라고 하기에는 저의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었고,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누구냐고 꼬치꼬치 캐물을 게 뻔했다. 모든 행동을 멈추고 돌처럼 굳어버린 도아에 지원이 숟가락을 탕 내려놓고 다시금 물었다.


“이게 또 대답을 안 하네. 왜 울었냐ㄱ,”

“김선호 앞에서 울었어.”


아, 몰라. 얘는 내가 말 안 하면 지구 끝까지 쫓아와서 물을 애란 말야. 그의 호칭을 뭐라고 해야 할지 고민하다 얼결에 선호의 이름까지 말해버린 도아가 자신의 이마를 살짝 때렸다.


“김선호가 누군데.”


도아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지원은 도아가 계속해서 내보이는 그녀의 행동에 이거다 싶었는지 팔짱을 끼고 제대로 취조에 들어간 듯 보였다. 지원이 눈썹을 까딱이며 도아에게 물었다.


“……남…”


도아의 시선이 마구 흔들렸다. 그녀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가자 답답했던 지원이 크게 말하라며 도아를 타박했다.


“뭐라고? 크게 말해”

“남펴…”

“아이씨 뭐라는 거야. 크게 말하라고!”

“남편!…”




“……이런 미친…”

결국 터져 나온 그 단어. ‘남편’이라는 말에 지원이 단단히 고정되어 있던 팔짱을 0.1초 만에 풀고 입을 틀어막았다. 지원의 광대가 계속해서 씰룩거렸다. 남에게 감정을 매번 숨기고 사는 도아가 울었다는 것도 놀라운데, 심지어 사람 앞에서 울었다니, 그것도 그녀가 싫다고 노래를 부르던 예비 남편 앞에서 울었다니. 이건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에 제보해야 해. 아니면 그것이 알고 싶다에다가 해야 하나? 그 남편 놈이 우리 도아한테 무슨 짓을 했길래 도아가 그 새끼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아니야, 근데 이건 축하할 일이지. 지원은 그와 관련된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며 계속해서 도아를 흘겨댔다. 지원이가 저럴 때마다… 너무 불안하단 말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 도아는 남편이란 단어를 입에 올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알 수 없는, 아주 많은 뜻이 담긴 지원의 시선을 받아내며 계속해서 쓴 술을 들이켰다.







































[김선호] 03. 완벽한 이혼 | 인스티즈


 벽 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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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로드 주기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분량은 괜찮나요...?

고민이 많아요...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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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80.45
저는 그냥 와주시기만 하면 감사한 독자 나부랭이일 뿐이라구여ㆍㆍ
자기전에 작가님 글 읽을수있어서 넘 조아써여🥰

3년 전
독자1
너무너무너무 좋아요 ㅠㅠㅠㅠ 글솜씨 대박
3년 전
독자2
우엥 재밌어서 그런지 너무 짧게 느껴져요ㅜㅜㅜㅜㅜㅜ 엄청엄청 재밌어요!!!!!!!ㅜㅜ
적게 일하고 돈 많이 버세요 진짜루ㅜㅜㅜ!!!!!!!!!!!❤️❤️❤️❤️❤️❤️

3년 전
비회원181.37
선호랑 도아가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네요~
그리고 분량 좋았어요!

3년 전
독자3
자주와주시면 더 많이 사랑할께요>♡<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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