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추억
W. 공기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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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좀 물어볼께
다들 기억 저편에 잘 감싸놓은 예쁜 추억 하나씩은 다 있지 않아?
다들 한번쯤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마음깊이 좋아해본적도 있지?
또,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해보고 속앓이 해본적도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내가 말한 경험들이 하나씩은 있을거야 나는 내가 말한 세가지 경험을 다 해봤어 그리고 그 추억은 모두 같은 추억이야
그 추억은 흔히들 말하는 첫사랑인데 난 고등학교때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해봤어 사실 그때는 그 아이가 내 전부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어
쓰고보니까 많이 부끄럽지만 그때는 쓰지도 않던 일기를 쓰겠다고 공책을 사두고 매일매일 그아이에 대해 열심히 일기를 써내려갔지
그거 아직도 보관하는 중인데 꺼내봤더니 온통 그애 칭찬 뿐이더라
어떻게 그 사소한걸 다 잡아냈나 싶을정도로 세밀하고 꼼꼼하게 칭찬하고 있었어
참 새로워 어린 나는 지금보다 더 서툴기만 한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열정적이더라고
어쨌든 내가 말하는 그 아이는 그 나이대 특유의 불안정함과 풋풋함 그리고 나이대보다 조금 더 성숙한 내면을 가진 아이였고, 내가 아주아주 많이 좋아했었어
물론, 그 아이도 나를 좋아했었어 이건 정말 확신할수 있어 그 아이도 나를 무척 좋아했었어 그렇기에 더욱 예쁜 추억이지
가슴속 어딘가에 꼭꼭 예쁘게 감춰놨던 기억이지만 요즘따라 불쑥 생각나곤해 왜 그런거 있잖아 진지한 눈빛이나 예쁜 미소 잔잔한 목소리 그런거
어쩌면 내가 지나간 세월동안 내 마음대로 그 아이를 많이 미화시킨걸지도 모르지만 원래 자꾸만 예뻐지고 아련해지는거 그게 첫사랑 아니겠어?
그러고 보면 참 이상해 첫사랑, 첫연애, 첫키스 모두 첫 만 들어갔을 뿐인데 왠지 모르게 엄청 특별해지고 대단해지고 그러잖아
시간이 지나서 그때의 기억을 꺼내보면 꼭 세월의 흐름에서 그 순간만 잘려져있는 것 처럼 여전히 생생하고 선명하곤 하거든
사실 그래서 왔어 마땅히 말할만한 곳도 그럴 사람도 없는데 자꾸만 떠오르니까 여기에라도 말해야지 싶어서
이제부터 내가 이야기를 하나 할거야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이성에 엄청난 로망을 가지고 있던 고등학교 2학년때 일이야
열여덟, 말만 들어도 오글오글하면서 푸릇한 나이잖아
지금까지 늘어놓았던 대로 내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야 한번 들어나 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