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밥은 먹었어? 요즘 영화 재밌는 게 뭐지? 보고싶은 거 있어? 우리 오늘 뭐할까? 아 맞다 OO아 오늘 성용이가 어쨌냐면…"
어두운 내 표정에 되려 자기가 안절부절못하는 그에게는 복잡한 마음만이 들었다.
"오빠 나 할 말 있어 내 말 좀 들어줘" 내 말에 눈에 띄게 어두워지는 안색이었다. 조용한 카페 안에 사람들은 우리 밖에 없는 듯 고요함만이 흘렀다.
"오빠 우리 헤어지자"
미동없는 그가 조금은 야속하기도 했다. 왜 아무 반응이 없는거야? 혹시 바래왔던거야?
한참을 묵묵히 찻잔만 바라보는 그에게 툭 던지듯 나 갈게 라며 일어서자 손목 언저리가 불에 타듯 뜨거워졌다. 그가 내 손을 잡았다.
순간적인 악력에 고통스럽다는 신음을 터트리자 그가 당황한 듯 사과하며 나를 올려다봤다.
그의 구릿빛 얼굴에는 언제 흘렀는지 모를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동안 너 힘들게하고 틈만 나면 다치고오고 꼴에 축구선수라고 바빠서 너한테 소홀했던 것 그 외 모든 것들 다 미안하다
우리 이렇게 쉽게 헤어질 사이 아니란 것 너도 잘 알고있고 진지하게 사귀고 있잖아. 너한테는 내가 짐이 될 지 몰라도 너 못놔주겠다"
2
"오늘 날씨 좋네 오랜만에 데이튼데 갑자기 비도 오고 니 남친 오늘부터 휴간데 왜 이렇게 표정이 어두워 어디 아프냐"
오랜만에 본 그가 내게 툭 던지듯 걱정스레 물었다. 그에게 도리짓을 하며 애써 웃어보였다. 어떻게 말을 해야하지? 우리 헤어져? 미안한데 힘들어?
그의 욱하는 성격을 알기에 어떻게 말할 지도 걱정이 되었다. 눈을 못마주치는 내 얼굴을 그 큰 손으로 감싸쥐고 내게 말했다.
"안보고싶었냐 왜 눈을 못마주쳐? 우리 얼마만에 보는 지 아냐 보고싶어 죽는 줄 알았어 임마"
가슴 저 끝자락부터 알 수 없는 감정이 치밀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심장이 쿵! 하며 큰 소리를 내며 뛰기 시작했다.
"헤어지자"
그의 얼굴이 잿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또 다시 심장이 쿵쾅쿵쾅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요동쳤다.
그는 묵묵히 내 얼굴을 쳐다보기만 할 뿐 표정을 짓는다거나 말을 한다거나 하는 반응은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알아들었을거라 생각하고 나 이제 갈게 그리고 여기 반지" 함께 맞췄던 커플링을 그에게 건네주며 카페를 나섰다.
이제 정말로 끝이다 끝이라고 생각하니 얼마 안되는 짧은 연애 동안 좋아하긴 많이 좋아했는 지 복잡한 마음만이 들었다.
뒤에서 누군가 억센 손으로 어깨를 돌려잡았다. 그 였다. 비도 많이 오는데 그 비를 전부 다 맞고 왔는지 온통 젖어 있었다.
"다시 생각해봐. 일주일만 더 만나봐. 그리고 헤어지자고 해. 지금은 너 혼자 헤어지는거지 난 아직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