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하고 처음만난건... 우리 둘 다 초등학생이였을 때였다. 우리학교에서 유명한건 축구부. 그래서 주위에 축구 꽤한다는 애들이 진학해오고, 전학도 해오는 곳이라 반에는 있지만 수업시간에는 없는 애들이 많았다. 나는 그때당시에도 공부를 꽤 했었다. 우리집안은 이사람도 교수, 저사람도 교수이런 집안이라 초등학생일 때부터 공부 하나는 정말 열심히 했었다. 그 날도 수업이 끝나고 과외시간이 되기 전까지 교실에 남아서 공부를 했다. 학교에는 축구부 아이들을 빼고는 학생은 몇 없었다. 집이 꽤 먼 편이라 여섯시 과외에 늦지 않기위해 다섯시 반에 교실을 나섰다. 밖에 나가보니 부활동도 끝났는지 몇몇애들만 남아서 공을 차며 놀고있었다.
"어..."
내쪽으로 날아오던 공은 결국 나에게 부딪쳤다. 그것도 꽤 쎄게.
그래서 그런건지 기억이없다.
"어떻하지? 전교 일등인데 머리 나빠지면 어떻게..."
"그럼 너는 축구하기 전부터 머리 맞았냐?"
"뭐?"
머리 아픈데 누가...
"시끄러."
"어, 깼다."
"죽은줄 알았어."
"조용히 좀 해."
윗몸을 일으키는 나를 당황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축구부애들이 보인다. 주위를 둘러보니 양호실로 추정이된다.
"미안."
"미안하다."
"왜..."
지끈거리는 머리때문에 올라간 손이 이마에 닿는 순간 찌릿한 아픔이 느껴진다.
"혹?"
"진짜 미안. 아, 진짜 그러니까 잘 좀 차라니까."
"니가 자꾸만 나한테 차려니까 그거 피하다가 그런거 아니야."
또 싸운다. 소리가 머리에서 울린다.
"저기 나 머리아프거든? 조용히 좀 해줄래?"
금새 조용해진다. 사실 축구부하면 무서운애들이라는 공식이 위에 졸업했던 사람들을 통해 수 없이 증명이 되었던 터라 정신이 깨나면서 이제야 조금씩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몇 시..."
"6시야."
과외는 늦었구나.
"어디가려고?"
"집에..."
"괜찮아?"
"뭐, 괜찮은 것 같아."
"집이 어디야?"
"나 ㅁㅁ아파트인데..."
"너도 거기 아파트이니까 쟤 데려다 줘."
"그러지 뭐."
내 의견은 어디로 가는거니?
"가자."
"어? 응..."
축구부가 무서운 나는 그냥 조용히 따라야지.
"너 이름이 뭐야?"
"나?"
"응."
"나 ㅇㅇㅇ인데."
"그래?"
마치 자신의 이름도 물어봐달라는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너는 이름이 뭐야?"
"나는 기성용."
씩 웃으면서 말해준다. 아, 기성용이면...
"아..."
"나 알아?"
"뭐, 그냥..."
"왜?"
새삼 다시 보는 얼굴에서도 잘 생긴게 느껴진다. 이러니까 애들이 좋아하는구나.
"유명해서."
"내가?"
"뭐, 잘 생겼잖아. 운동도 잘하고..."
"그래?"
내가? 라고 했던 애 치고는 너무 뿌듯한 표정이다.
"너 몇 동이야?"
"나 105동."
"난 103동."
아, 그러세요?
"특별히 데려다줄게."
"아니 괜찮아."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온 소리라 그런지 내가 태어나서 제일 빨리 대답한 것 같다.
"알았어. 데려다줄게."
난 축구부애들하고 엮이고 싶지 않다고. 정말 어색하게 축구부가 하는 말에만 대답을 하고 집에 도착했다.
"ㅇㅇ이 왔... 어머, 너 성용이 아니니?"
"아, 안녕하세요."
"엄마가 얘 알아?"
"성용이네 아버지랑 느이 아빠랑 친하잖니."
설마 그 축구협회 어쩌구 하시는 그 분?
"아참, 너네 둘끼리는 서로 본 적이 없지? 이제 저녁때인데 성용이 밥먹고 가라."
"저 많이 먹는데..."
"괜찮아. 우리집 쌀 많아."
나의 이마에 대한 이야기도 없이 축구부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가는 엄마다.
"아직 밥하는 중이라. 둘이 놀고 있을래?"
내 나이, 13살. 나름 나도 남자, 여자 내외를 하는 시기라고. 거기다 축구부랑은 더더욱.
"여기가 니 방이구나."
"어."
"진짜 깨끗하다."
"더럽게 쓸 것도 없으니까."
"책도 많다."
저녁밥하기 전까지 어색하게 이야기를 했다.
"차린건 없지만 많이 먹으렴."
"먹을게 정말 많은데요?"
차린게 없다니. 우리집 원래 식탁에서 업그레이드 됐는데... 엄마 진짜 이러기야?
"잘 먹겠습니다."
거의 대화의 주도는 엄마가 하고 나는 짧은 대답만 했다.
"그럼 잘가."
"그래."
그렇게 축구부가 가고 영원히 안 만날 줄 알았지만 애석하게도 축구부와 나는 같은 학교,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이였던거다. 왜인지 그 날이후부터 계속 보인다. 내가 집에 갈 시간이면 버스정류장에 있고, 그 축구부네 집이랑 우리집이랑 같이 외식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그렇게 안 붙을 것 같은 정이 붙어버렸고, 생각보다 괜찮은 애였다.
"왔네?"
"어."
"그 과외 그만한다며?"
"넌 별걸 다안다."
"좀 친해야지."
"그건 그래."
"그럼 이제 좀 놀 시간이 있는거야?"
"난 학원이라도 다녔음 좋겠지만 엄마는 그게 아닌가봐."
"너는 유학... 안가?"
"무슨 유학?"
"그냥 영어 배우러."
"난 그냥 한국에서 할래. 외국나가는거 힘들잖아."
"그렇긴하지."
그렇게 서로 팍팍한 얘기만 하다 집에 도착했다.
"ㅇㅇ이 왔니?"
"어."
"밥먹어."
"어."
식탁에 앉아서 엄마랑 둘이 밥을 먹고 있는데 엄마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을 꺼낸다.
"ㅇㅇ아, 유학 갈 생각없어?"
"웬 유학?"
"요즘에 영어는 필수래잖아.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빨리 갔다오는게 좋을 것 같아서."
"어디로?"
"호주."
"엄마랑 아빠는 일 때문에 안 가지?"
"가면 너혼자 가야지."
"그럼 나 안 갈래."
"그래? 그럼 알았어."
"근데 갑자기 왜?"
"성용이가 호주 간다고 해서."
"성용이가? 왜?"
"성용이 아버지가 영어도 익힐 겸 축구도 익힐 겸 갔다오라고 했나봐."
"얼마나?"
"그건 잘 모르겠는데 못해도 3년은 다녀올 것 같던데."
"그렇구나..."
왠지 모르게 축 쳐지는게 잠이나 자고 싶어졌다.
"잘 먹었습니다."
"더 먹지?"
"아니, 됐어."
방으로 들어가서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니 있었다.
"야, 기성용."
"응? 왜?"
"나 유학안갈거야."
"알아. 어제 말 했잖아."
"엄마랑 아빠도 안 간다고 하니까 안 갈거야."
"알았어."
"나는... 한국에만... 있을거야."
"아, 그게... 내가 미안해. 울지마. 응?"
"나는 진짜로 한국에만..."
"왜 울어. 진짜. 미안해. 울지마."
당황하는 녀석을 두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냥 눈물이 났다. 결국 난 내방에 들어까지 울어버렸다. 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겨울방학이 될 때까지 유학이야기는 꺼내지 않으면서 잘 놀았던 것 같다. 그러다 출국날짜가 다가올 때 성용이네 가족과 나를 뺀 우리 가족 모두가 성용이를 배웅하러 갔다. 그냥... 가기가 싫었다. 그 이후로 종종 메일을 주고받긴 했었지만 어느새인가 뜸해지더니 중학교 3학년이 될때는 완전히 끊겨버렸다. 아이러니하게 성용이네 가족하고는 계속 잘 지내고.
성용이가 다시 한국으로 왔을 때도 만나진 못했다. 그냥 내일이 바쁜 이유도 있었다. 아무래도 그땐 내가 수능준비를 하고 있었으니까. 졸업을하고 영국으로 대학원을 다녔다. 물론 성용이가 그쪽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간게 아예 없던건 아니다.
"뭐해?"
"아, 초등학교때 쓴 일기보고 있어."
"그래?"
"언제꺼 보고있게?"
"몰라."
"6학년때꺼."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응. 지금보니까 진짜 웃긴다. 좀 오그라들기도 하고..."
"나도 보여줘."
"싫어. 이거 일기거든? 나혼자 볼거야."
"치사하다."
끝까지 내가 안 보여주니까 삐진 것 같다.
"삐졌어?"
"아니? 안 삐졌는데?"
삐졌네.
"오빠 화났어요?"
"아,아니."
오빠란 소리에 약하다니까. 처음에는 그냥 해주기 싫었는데 요즘엔 놀려먹느라 쓰고 있다.
"오빠 오늘 저녁 뭐해줄까요?"
"뭐, 아무거나, 다 괜찮은데..."
"오빠가 좋아하는 김치찌개 먹을까요?"
"어...응."
진짜 당황해하는거 귀여워죽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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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요
중간에 인터넷이 맛이가서 복사해둔다고 한게 중간까지만...
임시저장도 안돼있어서 완전 급하게 기억을 더듬어서 썼어요....
내일 개강이네요...................
개강이라니!!! 빨리 자야되는데 수정한다고 이러고 있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