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여자-paper 무료한 주말에 거실에 누워 천장에 꽃들을 하나씩세며 낮잠이나 자볼까 하고 눈을 감았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때문에 절로 인상이 지어진다. 짜증남. 자는건 포기하고 그냥 대자로 뻗어서 휘적휘적 팔다리를 움직이니까 체력이 달려 그냥 가만히 명상에 시간을가졌다. 눈을감으니우지호가생각난다. 어제봤던 귀요미 내남자. 모든것을 통달할 기세로 집중했더니 들려오는건 쿵덕 거리는 비트소리.이젠 미쳐서 심장이 비트 박스를 하는건가... 잘못들었나 싶어 귀를 귀울였는데 이건 분명 천장에서 나는 소리다. 에이씨발, 방음도 안되는 낡아빠진 아파트 같으니라고... 위층에 올라가서 따질까 했는데 다시한번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바로 윗집이 우지호집이였다. 듣다보니까 상큼터지는게 제이레빗노래다 음악취향도 존나 내꺼 냄새가 폴폴 나잖아! 흥얼거리면서 노래를 따라부를 우지호를 생각하니까 내 심장도 씹덕씹덕 난리를 친다. 위층가서 따지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핸드폰 액정을 들고 얼굴상태를 꼼꼼히 확인했다. 보니까 몰골이 말이아닐 정도를 넘어서 존나 못생김. 곧 바로 화장실로 직행했다. 박박 얼굴을 닦고,눈꼽도 떼고,머리도 감고 마지막으로 촵촵 소리나게 스킨을 쳐발랐더니 강한 수컷같은 생김새가 완성됬다. 이정도면 도도한 새침데기같은 우지호를 울리고도 남을 것 같은 느낌이 불쑥 들었다. 근거없는 자신감이 폭팔 하는 순간이었다. 난 거울에대고 여심과 남심을 단번에 공략하는 미소를 날려주고서 화장실을 나섰다. 그 순간 노래소리가 뚝. 하고 끊겼다. 아 존나, 망했어. 이제 뭔 구실이 없다. 만날 구실이.. 나는 밀려오는 자괴감에 정성스레 만진 머리를 잔뜩 흐트려 놓았다. 시발씨발씨발이다!!! 씨발!! 흐어엉 하고 우는 소릴 내며 바닥에 주저 앉아 병신마냥 오열했다. 그런데 순간 내면에 깊숙히 있던 동물의 감각이 깨어나 귀가 쫑긋 세워졌다. 도어락을 잠그는 소리, 계단을 내려가는 발걸음소리 기회는 지금이야. 주저 할 수 없었다.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만들기위해 다 체워지지도 않은 쓰레기봉투를 대충 묶었다. 그리고 곧바로 현관문을 열어 마라톤 선수처럼 경건한 마음으로 뛸준비를 했다. 숨을 내리쉬고 고갤 들었더니 헤드셋을 끼고 계단을 내려가는 우지호를 볼 수 있었다. 내가 말했지 이거 분명 운명.. "어, 쓰레기버리러 가나봐요. 나돈데" 은 개뿔. 우지호는 씩웃는 날 보자마자 질린다는 표정을 짓고서 못본척 지나갔다. 그래, 튕겨야 제맛이지. 난 얼른 우지호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자꾸 쓸데없는 말을 거니까 틈틈히 뒤를 돌아보면서 째려본다. 꺼지라면서 길까지 터줬는데 난 무시하고 그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우지호가 들고있던 쓰레기 봉투 까지 뺏어 들었다. 내가 생각 해도 존나 귀찮은 껌딱지 같은데 그래도 어떡해 좋은걸. 아파트앞편 분리수거장. 우지호는 그래도 뭔가 걸리는듯 쓰레기를 버리는 날 가만히서서 본다. 미안한건지, 불안한건지 손톱을 잘근 잘근 물어 뜯는다. 손도 예쁘네 아주 그냥! 어? 그런 내맘은 아는지 모르는지. 표정이없는 얼굴 이라 지금 무슨 상태인지도 구별이 어렵다. 근데 이게 매력이다. "제이레빗 노래 좋아하나봐요? " " ... ... ... " 찔린표정. "오랜만에 낮잠 자려고 누웠는데 천장에서 노래가 들려서 봤더니 형네 집이더라고요. 나도 제이레빗노래 좋아하는데 취향이 같네. " 잔뜩 당황한표정. "지금 헤드셋에서 나오는 것도 그 노래에요? " 더 하다가는 울것 같아서 그만뒀다. 웃음이 계속 나온다. 표정변화가 아주 미세한데 그걸 캐치하면 뭔가 뿌듯하다. 양 볼에 홍조가 띄어지고 한손으로 얼굴을 가리는데 이런 졸귀도 찾아보기 힘들꺼다. 안아주고 싶은 마음을 눌러담고 주먹만 꽉쥐었다. 시간 있으면 나랑 같이 카페나 갈래요? 자꾸 히죽히죽 웃으니까 자존심이 상했나... "귀찮으니까 꺼저버려." 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푸릇푸릇한 고딩 표지훈. 간만에 상처 제대로 받았다. * 지호야... 보지도못하고 만지지도 못하는 내지호야.. 앓다죽을 우지호야.. 생각하니까 급 우울해졌다. 팔을 뻗어도 만져지기는 커녕 먼지만 손안에 들어온다. 졸라 보고싶다. 넌모르겠지.. 입맛만 쩝다시고 침대위에 드러누워 뒹굴거리니까 엄마가 방문을 벌컥 열고 코끼리처럼 쿵쿵 발소릴내며 들어왔다. "이눔시끼야! 넌 친구도없어? 집안에 뒹굴고 있는 꼴 보기도 실으니께 언넝 나가라잉?" "싫어어-귀찮어-" 찡찡대다가 기어이 엄마한테 등짝스메시를 당했다. 불난것처럼 화끈거린다. 눈물이 찔끔났는데 맞아서 그런게 아니라 눈에 먼지가 껴서그런다. 엄마의 반강요에 어디라도 나가려고 옷을 주섬주섬챙겨 입는데 카톡이왔다. 언제들어도 경박스러운 소리. 귀찮은 마음에 고개만 돌려 누군지 확인하니 김태연이다. 연속으로 계속보내는데 귀따가워 죽을 지경. '야 심심하당' '쎄씨 카페로나오삼' '이 누나가 쏠게' 오-짠순이가 왠일로? 잘됬다 싶어 심플하게 'ㅇ'하나만 보냈다. 그리고 읽씹을 당했지만 이게 일상이라 신경쓰지 않았다. 무슨 꼼수가 있길래 쏜다고 그러실까..김태연은 내오래된소꿉친군데 서로에게 연애감정이라곤 털끝도 없는 사람친구사이 라고 할 수 있겠다. 얼굴은 반반하니 예쁘긴하지만 성격이 고약한 마귀할망구라 그런 감정따위 태어날때부터 지나가는 개한테 준지오래다. 운동화를 신고 밖에 나왔는데 꽤 날씨가 쌀쌀하다. 요즘은 다이어트중이라 계단을 자주 애용하는데 바닥에 무슨 학생증같은게 떨어져있다. 허리를 숙여 가까이 보니, 익숙한 얼굴이 있다. 우지호네. " 칠칠 맞기는 " 혀를 쯧쯧차며 학생증을 줏어들었다. 먼지가 내려앉은 카드를 손으로 탈탈 털고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로서 만날구실이 하나가 더 생겼다. 아침부터 상쾌하다. 찬공기도 그렇고 내기분도 그렇다. * 카페오기전에 제과점에서 생크림 케이크하나 샀다. 학생증보니까 오늘이 생일이던데 좋아하니까 원래 없던 오지랖도 생기나보다. 막 도착했는데 김태연 머리털끝도 안보인다. 이놈에 기집애는 지가 먼저 나오라고 해놓고 소식이 없고. 아무 테이블에나 앉아서 폰을 켰다. 그러자 우수수 쏟아지는 카톡 메세지들. '나좀 늦을듯' '삼십분 정도?' 에이 시발. 뭐? 삼십분? 아메리카노 하나 시켜놓고 기다릴까...하다가 마음속에서는 내가왜 저 마귀할망구를 기다려야되나 하고 내적갈등이 일었다. 주말아침이라그런지 테이크아웃해가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앉아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구경이나할겸 눈을 돌렸더니 많이 본 뒷테가 노트북을켜고서 뭔가에 열중하고 있다. 근데 뭔가 다르다. 갈색에 착 가라앉은 머리. 다르긴 해도 저건 분명 우지호다. 허구언날 운명드립만 쳤는데 이건 레알이다. 난 주저없이 바로 김태연에게 카톡을 보냈다. '걍 오지마. 나도 집간다.' 아무리봐도 나 존나 쿨내 나는 듯. '그래ㅗㅗㅗㅗㅗ시발새끼야ㅗ' ' ㅗㅗㅗㅗ먹어' 이럴때만 답장한번 되게 빠르다. 카운터로 가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시키고 우지호가 앉아있는 테이블에 가서 무턱대고 반대편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바로 앞에 앉았는데도 모르는 눈치. 헛기침을 몇번하니까 우지호가 검은색 뿔테안경을 들어올리며 날쳐다본다. 눈이 점점 커진다 싶더니 인상을 찡그리며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하.. 그리고 깊은 한숨. 그래도 포기는 없다. 열번찍어서 안넘어오면 백번은 더 찍어야지. " 과제하러 온거에요? " " 상관마. " " 와- 여태까지 내말에 제대로 대답해준거 이번이 처음인거 알아요? " " 방해되니까 꺼지라고. " 에이~ 이웃끼리 삭막하게 왜이러시나! 넉살좋게 밀어 붙였더니 말이없다. 고개를 두어번 젓더니 다시 과제에 집중. 형, 과제하는건 좋은데 학생증 없이 학교들어갈 수는 있어요? 카드를 주머니에서 꺼내 눈앞에서 흔들었더니 날 올려다보는 눈이 심각하다. 근데 귀여워. 시발 미쳤나봐. " 내놔. " "싫은데~ 그냥주면 섭하죠" 눈꼬리가 더 매섭게 올라간걸 보니 열 받은 듯, 테이블 위에 손이 어떻게해야할지 갈피를 못잡는다. 눈을 폭 감아서 파르르 떨리는 긴 속눈썹, 진정 하려는 것 같은데 툭 나와있는 오동통한 입술 때문에 갑자기 뽀뽀하고싶게 만든다. 이형 옆에있으면 내가 점점 음란마귀가되가는 것 같다. " 어떻게하면 줄껀데. " "놀러가게해줘요. 형 집에. " " 미친놈, 너 게이냐? 왜 자꾸 들러붙는데? " 그런가봐요. 나원래 여자에 환장하는데 형아때매 게이될것 같아요. * "너 진짜 거머리구나 " 카페에서 나혼자 한참 떠들고 있는데 노트북을 들고 홀랑 나가버리는 우지호를 바짝 따라 집앞까지 진입 성공. 한쪽 손엔 케이크를 들고, 우지호의 눈앞에 학생증을 짤짤 흔드니까 바로 도어락을 연다. 0000이라니 단순하기는. 와서 뭐할 건데. 퉁명스러운 목소리도 내 고막필터를 거치면 달콤하게 바뀐다. "생일파티하려고." "... ... ... " " 요. " 벙찐 표정을 보니까 자신도 몰랐나보다. 9월14일, 형 생일이던데? 생일도 잊고 살 만큼 바빴나보네. 현관에 들어서니 꼭있어야할 가구만 있고 집안이 휑하기 그지없다. 우지호는 자리에 굳어서 움직일 기미가 안보인다. 눈을 살짝 덮는 앞머리가 살랑. 울어? 조심스럽게 물어보니까 코를 훌쩍 이면서 죽어도 아니란다. 씨발, 진짜. 울먹이는 목소리로 욕지꺼리를 내뱉어도 좋다. 존나게 사랑스럽다. " 뭔데 내 생일을 신경쓰는데!! 니 인생이나 잘 챙겨 남 참견할 시간에!! " " 난 그냥.. " " 존나 ...ㅆ발... 니 이름도 모르는 사람 뭐가 좋다고 난리야" 표지훈, 이제부터 알면되지. 생일노래 불러줄까? 장난스럽게 대꾸하니까 한대 칠 기세로 다가온다. 아무리 예쁜이라지만 체격도 비슷하고 키는...그래 키도 나보다 쪼오끔 큰 것 같다. 그래도 성장기니까 더 클 수 있다. 근데 지금 그게 문제가아니고 나 존나 맞게 생겼다. 그래, 스트레스받은 만큼 맘껏쳐라. 하는 마음으로 눈을 꼭 감으니 돌아오는건 뜨겁고 말캉한 입술. 상상속에서만 물고 빨았던 입술이 지금 내 입술을 뭉개고 있다. 바들바들 떠는 손으로 내어깨를 감싸고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쪽 빨고선 혀가 내입안을 침입. 혀끼리 엉켰다가 입술을 몇번 마주대고 삼켰다. 우지호의 혀가 내입천장을 쓸어올리는 순간, 현실에 번쩍눈이 뜨였다. 난지금 맞는줄 알았다가 덮침을 당해서 뒤로 발랑 누운 상태고, 우지호는 내위에서 열심히 쪽쪽 빨고있는 상태. 그토록 원하던 건데 실감이안난다. 게다가 꿈에서와는 달리 우지호도 꽤 잘한다. 그래서 촉촉소리나게 내입술위에서 장난을치는 우지호의 볼따구를 양손으로 잡아서 잠깐 떼어놨다. 존나 가까이있어. 대박사건이야. 붕어같은데 귀여워. " 지금 뭐해요? " " 너 짜증나, 맘에 안들어. " " 난 너가 좋아, 맘에 들어. " " 방해하지말고 손 치워. " 분부대로 합죠. 손을 치우니 나한테 그대로 돌진 이마를 콩 밖고서 입술에 뽀뽀한번하고 내어깨에 머리를 부빈다. 가슴이 간질간질하다. 천상 요부같은 우지호. 이러려고 한건 아니지만 존나... ... " 손 치워라. " 설뻔했다. 나도 모르게 티셔츠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살살 쓸고 있다. 본능이라는게 이렇게 무서운줄 오늘 처음 앎. " 나한테 찝적 거린거 후회하게 해줄꺼야. " " 나한테 키스한거 먼저 후회 하게 해줄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