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석진
조그마한 시골 동네에서 피아노 선생님을 하는 너, 그리고 그 시골 동네 보건소의 단 한 명 뿐인 의사 석진.
작은 동네라서 그런지 사람들도 별로 없고 그래도 아이들도 착하고 주위 이웃 분들도 잘 해주시고, 좋은 동네임.
아이들은 매번 네게 와서 피아노를 배우고, 너는 아이들을 좋아하고 사랑해서 잘 가르쳐줌. 가끔씩 학교에 가서 피아노 반주도 해 주면서 도와주고.
그런데 어느 날 작은 피아노 학원으로 편하지만 단정한 차림의 잘생긴 한 남자가 들어옴. 너는 보건소를 한번도 가보지 않아서 몰랐지만 의사인 석진이임.
알고보니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하는 의사 선생님이셨고, 진료를 받으러 간 아이가 '예쁜 피아노 선생님 있어요!' 하는 말에 어른에게도 가르쳐주나, 하는 마음이 생겨서
들려 본 것이라고 함. 너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그렇게 보건소 진료가 끝날 때마다 꼭 연주해보고 싶다는 곡이 있다는 석진이는 어설프지만 열심히 피아노를 배움.
너는 항상 옆자리에 앉아서 석진이의 크지만 섬세한 손가락을 하나하나 짚어주면서 피아노를 가르쳐주고, 그러면서 서로 많이 가까워짐.
그렇게 가까워지니까, 너는 석진이가 좋아짐. 다정하게 잘 대해주고 매너도 좋고, 집에도 데려다주고.
하지만 친구로만 가까워진 지금의 관계를 벗어나게 된다면 더 힘들어질것 같아서 그냥 이 상황에 만족해있음.
그러면서, 석진이가 꼭 끝까지 연주해보고 싶다는 곡을 완성하고, 네 앞에서 연주함. 너는 박수를 쳐주고.
연주를 끝낸 석진이가 피아노 배우게 되어서 참 다행이라며, 네게 말함.
그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 하기 위해. 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
그 곡도 네가 무척 좋아하는 곡이지만, 결국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니까. 그래서 실망함. 마음이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좋아할 것 같아요. 그 분이. 하며 마지막 레슨을 끝내려는데.
좋아해요. 선생님.
네?
좋아한다고요.
2. 김남준
명문 사립학교. 강남 8학군에 위치한 고등학교라서 그런지 몰라도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고, 프라이드도 넘침. 그렇다고 해서 또 공부만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다방면으로 특출난 학생들임.
너는 윤리 교육과를 나온 예비 윤리 선생님. 임용고시에 합격했지만 대기만 기다리고 있던 준비자.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신청함.
사립 학교다 보니 경쟁률도 치열했지만 열심히 준비해 겨우겨우 학교로 임용이 됨.
첫 학교라서 설렘도 잠시, 수업 시간에 각자 인강을 보거나, 필수 위주 과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무시를 당함.
무시를 당하는 것도 서러운데, 선생님으로써의 프라이드도 떨어질 만큼 부모님들 치맛바람이 무섭고,
사립 학교기 때문에 언제든지 짤릴 위험이 있어 그냥 이 수모를 견뎌야 함.
남준이는 이 학교의 학생회장. 학년 1등은 물론이고, 음악적 재능도 뛰어날 뿐더러 매년 학교에 몇천만원씩 기부하는 부모님을 두고 있고,
부모님이 학교 운영회에서 요직을 겸하고 계시기 때문에 아무도 못 건드림. 다만 다행인 건 권력이나 권위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계신 부모님이시기에
남준이 역시 학생회장이거나, 하는 이유로 절대 권력을 남용하지 않는다는 것.
약자가 또 다른 강자가 되어 약자를 괴롭히듯, 오히려 남준이는 가만히 있는데 성적 애매모호한 애들이 네게 더 그럼. 왜 수업 시간에 수학 공부 못하게 하냐. 부터 시작해서.
그래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너를 몇일동안 그냥 쭈욱 지켜만 보다가, 일이 벌어져서
그 학생 부모님이 오셔서 난장판을 만들어놓는데, 너는 그냥 고개숙이고 제 불찰입니다, 죄송합니다. 하면서 고개만 숙임. 전교생 다 보고 놀림거리가 된 기분.
그날 저녁 야자 감독인데 가기도 싫고, 그냥 눈물만 나서, 이 학교 때려칠까 하면서 벤치에 앉아있는데
따뜻한 캔커피 건네면서 옆에 앉아서 한참 큰 남준이가 위로해줌. 마치 아빠처럼, 어깨에 손 올리고 토닥이면서위로해주니까 더 서럽고 그래서
펑펑 울고 다 떨쳐버림. 모든걸 다. 힘내기로 해요? 약속. 하고 도장도 꾹 찍고 다음날 상쾌한 마음으로 출근했는데
깽판친 아이가 와서 꾸벅 사과하고, 부모님도 와서 사과함. 이게 무슨일이지? 하니까
밖에서 멀찌감치 서 있던 김남준이 웃는 낯으로 네 눈 마주치면서
찡긋, 하고 윙크하고 감.
책상위엔 ' 우는 것보단 웃는 게 훨씬 예뻐요' 라고 적혀있는 포스트잇 하나.
3. 박지민
30살 회사원 박지민, 27살 대학원 다니고 있는 너.
너는 대학원에서 중어중문학 쪽을 전공했고 지민이는 무역학부를 나와서 기업에 입사해 잘 다니고 있음.
회사에서 필요한 언어 정도는 배워 놓는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중국어 과외를 찾았고,
직장인 상대로 과외 경험이 많고 대학원 학비를 벌기 위해서 고민 중이던 너는 박지민 과외를 맡게 됨. 처음엔 조금 어색했지만
지민이도 열심히 배우려는 티를 내고, 너도 잘 배우려고 따라오는 모습이 좋아서 적극적으로 가르쳐줌. 그리고 자신보다 3살 많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동안에다가, 항상 눈웃음 흘리며 웃는 상이고 다정해서, 오히려 조금 동생 같다는 느낌도 들었음.
매번 카페에서 과외를 하다가, 언제는 한번 지민이 일이 늦게 끝나서 카페 문이 닫아 직접 집으로 향하게 되었음.
일단 밖이 엄청 추웠는데, 어쩌다보니 목을 훤히 드러낸 저를 보면서 혀를 끌끌차며 제가 하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 네게 해주고, 추워요. 선생님. 하면서 웃음. 거기서 1차 설렘.
같이 오피스텔로 올라간 뒤, 너는 현관문에 들어서며 혼자 사는 남자 방은 어떨까, 하면서 궁금함.
근데, 집에 갔는데 깔끔하고 고딕적인 느낌이 물씬한 차분한 방을 보면서 뭔가 지민이가 달라 보임.
가족 사진도 놓여져 있고, 집도 누가 치워주는 지 깔끔해 있고.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너로써는 자기 관리를 꽤 열심히 잘 하는 모습에서 2차 설렘.
그리고 수트 위에 걸친 겉 코트를 벗으면서 제게 오랜만인 것 같아요. 하면서 어색하지 않게 근황을 묻고 분위기를 이끌어가며 그런 모습에 또 설렘.
멍하니 지민이 쳐다보면서 있다가 숙제 확인할까요. 했는데 그 바쁜 와중에도 열심히 공부한 티가 나는 교재랑 노트를 보니까
순간 너도 모르게 네 입 밖으로 아, 진짜 지민씨 너무 좋아요.. 라고 함. 그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너도 놀라고, 지민이도 놀라서 순간 정적.
근데 이야기 듣자마자 박지민이 눈가 주름 접히게 환하게 웃으면서.
저도 좋아해요.
하는 거.
4. 정호석
안무 쪽 전공해서 호석이가 속해 있는 댄스 크루에 단장님 소개로 새로 오게 된 안무가 너. 그리고 거기서 에이스라고 불리는 호석이.
정호석은 처음 크루 들어오자마자 난 놈이라는 소리 들었음. 춤 추는 것부터 보통 애들이랑 기본기 자체가 다르고, 특히 스트릿 댄스에서는 강세를 보임.
매번 연습하고, 집에 안 들어가고. 춤에 대한 열정이 남다름. 그래서 눈에 띄었음. 많은 사람들이 미리 귀띔을 해주기도 했고. 그런 애가 있다. 이렇게
너는 새로 들어오자마자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게 되었고, 안무가로써의 모습을 보여줌. 현대무용 전공인 너는
선이 굉장히 예쁜 춤에는 예쁘게. 파워풀한 춤이나 스트릿 댄스에서는 완급 조절을 잘 하며 멋있는 모습을 보여줌.
박수갈채가 쏟아져 오는데, 누가 무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면서 한참을 눈을 떼지 않음. 호석이임. 웃으면 참 예쁠 것 같은데. 한 번을 웃지 않고 계속 무뚝뚝한 표정으로 있음.
그렇게 몇 일이 지나는 동안, 크루 사람들과 무대 연습도 같이 하고 호석이한테 춤 가르치면서 어느정도 말을 섞음.
사람들은 호석이가 무뚝뚝해서 그렇지 원래는 정이 깊은 놈이라고 함. 너 좋아해서 오히려 더 막 무뚝뚝하게 구는 거 아냐? 이러면서 장난치고.
그럴 때마다 너는 아니라고, 하면서 말도 안되는 소리 하라고. 하면서
괜히 분위기 이상해지니까 정호석이 날 좋아하거나 사귀면 그 날이 우리 댄스 대회 1등하는 날이라고. 택도 없다고 이러면서 둘러댐.
그러다가 연말 결산이 끝나고, 큰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난 뒤 뒷풀이 자리를 갔는데 다른 댄스크루들과 모여 있어서 그런지 정호석은 클럽 안에서
여러 사람들이랑 대화하고, 웃어주고 하고 있음. 솔직히 속상했음. 웃으면 진짜 예쁜데 왜 자기 앞에선 안 웃어줄까. 내가 안무가인데 만만해 보이나. 뭐 이런.
속상한 마음에 술을 마시려고 하는데 어느새 제 옆으로 와서 술잔을 입에 넣던 손을 탁 잡아서 멈추게 하고
예쁘게 보이려고 입었던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옷을 내려보더니 제 수트 마이 던져서 덮은 뒤에 시끄러운 분위기에서 나와 방으로 끌고 감.
큰 음악 소리가 작게 들리고, 너는 끌려 왔던 손목이 아파서 무슨일이야, 하면서 정호석을 올려다보는데
가만히 팔짱을 끼고 제 앞에 서서 너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호석이가 너를 보면서 한 마디 함.
1등 했으니까. 사귀어.
뭐?
사귀라고. 너 좋아.
말이 짧다.
어쩌라고.
5. 전정국
전교 1등 너. 전교 꼴등에서 몇칸 앞에 있는 전정국.
너는 워낙 바른 이미지에다가 학교에서도 여러 요직을 맡을 정도로 선생님들의 신뢰가 깊음. 그리고 호감가게 생기기도 했음.
애들한테 방긋방긋 잘 웃어주고, 친절하게 대답하고, 여자여자하게 청순해서 여러 남자애들한테 고백을 받은 적도 있음. 근데 너는 아직 그럴 생각도 없고,
학생의 본분은 공부하고 학교 생활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다 거절함. 학교에서도 친절하고 공부도 잘 하고 그래서 애들이 잘 챙겨주고 좋아함.
반면에 학교에서 운동부인 전정국. 태권도 국대 준비하고 있어서 학교에서도 잠만 자고, 공부도 잘 안함. 태권도 하니까 당연히 싸움을 잘하고, 애들이 무시 잘 못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정국이 자체는 불량학생은 아닌데 친구들이 일진임. 그래서 정국이를 잘 모르는 애들은 정국이도 그런 축에 끼는 애라고 잘못 알고 있었음. 너도 마찬가지고
새 학기가 되어서 짝이 바뀌었는데 정국이랑 짝이 된 것. 애들은 정말 안 어울리는 짝이라고 말 함. 한명은 전교 꼴찌 후보 한명은 전교 1등.
너는 솔직히 소문 들은게 많아서 그런지 조금 두려운 것도 있고 했는데 처음 옆자리에서 계속 잠만 자길래 괜찮겠지. 함.
그러다가 점심시간 끝나고 얼마 안 되서 깨어나서 앉아있는 거 보고 너도 모르게 조금 긴장이 됨. 집중해야 하는데, 하면서 필기를 열심히 하자
정국이가 그거 계속 쳐다보고. 무슨 할 말 있나? 싶어서 고개 돌리니까 갑자기 교과서에 나 공부 가르쳐줘야 돼. 라고 쓱쓱 써서 보여주길래 순간 살짝 웃음 터짐.
'그 이후부터 정국이 공부 조금씩 가르쳐주고, 정국이는 고개 끄덕이면서 어설프게나마 배우고. 정국이가 그렇게 무서운 애가 아니라는 걸 깨달음.
조금 늦게까지 남아서 같이 공부하기도 하고, 정국이 운동하고 왔다가 너 야자 끝나면 위험하다고 집 데려다 주고.
그런 관계를 반복하면서 너는 정국이가 좋아짐. 정국이는 모르겠는데. 근데 정국이랑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 무서운 친구들이니까 정국이 좋아했다간
그 여자애들이나 남자애들의 타겟이 될 수가 있으니까 그냥 마음을 접어보려고 함. 근데 한없이 제게 다정하면서 또 잘 배워보려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럴 수가 없어서 괴로움
하루는 전정국이 모든 과목에서 50점 이상 맞으면 소원 들어달라고 함. 그래서 알겠다고 함.
정국이가 시험을 봤고, 안타깝게 한 과목에서 50점을 넘지 못함. 그래서 되게 아쉬워하길래 그냥 소원 들어준다고 했는데, 야자 끝나고 같이 갈 때 말한다고 함.
너는 야자시간에 집중이 안 되고, 어영부영 야자를 끝내고 집으로 가는데 전정국이 갑자기 춥다면서 제 손을 잡고 자기 패딩 주머니로 깍지 낀 손을 넣음.
너는 두근두근 하면서도 놀라고, 그렇게 네 집까지 감. 정국이가 손 놓아주면서 너 마주보고, 너는 정국이 올려다 보고.
전정국은 거기서 소원 말 하고.
사귀자. 나랑. 소원이니까 못 물러.
어?
사귀자고. 그리고 너 손 왜 이렇게 차냐.
6. 김태형
과외 선생님 20살 너, 18살 남고 고등학생 태형.
공부 지지리도 안 하는 태형이 덕분에 엄마가 앓아 눕고. 엄마 아는 지인 통해서 좋은 대학교 간 너에게 과외를 맡김.
초반에는 누나, 공부 하지 말아요. 하면서 말도 안 듣고 땡깡도 많이 부림. 애가 남자답게 생긴건 잘 생겨서 오빠미 넘칠 것 같은데
과외 시간 길어지거나 숙제 안 해왔을 때마다 대형견처럼 굴음. 그래서 진짜 귀여운 동생 같음. 혼내지도 못하고, 누나 누나거리는데 웃김. 바보같고
근데 태형이네 집으로 과외 가려던 날 밤. 뒤에서 누가 자꾸 쫓아오는 소리가 들림. 자기가 터벅터벅 걸을 때마다 쫓아옴. 너무 무서워서 누구한테 연락할지도
생각 못하고 당황해서 막 걸어가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림. 누나! 하면서 사탕물고 오는 태형이 모습이 보이자 너 다리 풀리면서 주저 앉음.
갑자기 그러니까 태형이도 당황해서 후드티 뒤집어쓰고 사탕 물은 모습으로 너 일으키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봄.
너 괜히 속상해서 태형이 팔 때리면서 놀랐잖아, 바보야! 이러면서 엉엉 울음. 김태형 당황해서 네? 이러면서 계속 물어보는데
니가 엉엉 울면서 놀랐잖아. 끅. 어. 너때문이야. 다 이게. 이러면서 우는데 김태형이 처음에는 당황하다가 너 우니까 씩 웃으면서
그 잘생긴 얼굴 들이밀며 어이고, 그랬어요? 우리 과외 누나 놀랬어요? 나 때문에? 김태형 그것도 모르고 그러니까 막 서럽고 그랬어요? 하는데
네가 끄덕끄덕하면서 태형이 올려보자 김태형이 아, 씨 귀여워. 이러면서 네 머리 쓰다듬음. 너는 뭐가 귀여워, 이러면서. 그런 얘기 들으니까 설렘. 남자 같고. 손도 커서.
주머니에서 사탕 꺼내고 네 입에 물어 주면서 뚝. 이렇게 말하고 추우니까 얼른 들어가자. 어? 그만 울고. 반존대 섞어가면서 제 어깨 위에 손 올리고 팔에 지 손 비비면서
문 쪽으로 감. 무서우면 말을 하지. 누나 공부만 잘 하고 쯧쯧. 이러면서 까불기도 하고.
그 날 이후로 김태형한테 설렜던 제 스스로가 한심하고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태형이 뚜렷한 이목구비나, 큰 손이나, 제 머리 쓰다듬었던 그 손길이
잊혀지가 않아서 힘듦. 학생에 불과한 태형이가 자꾸 남자로 보이니까 힘들고. 그래서 과외 관두려고 태형이한테 태형아.. 실은 할 말이 있는데... 이러면서
과외 그만 둬야 할 이유를 막 생각하고 있는데 시선도 하나 안 주고 김태형 책에 눈 두면서 대답함.
과외 그만둔다는 얘기 하면 혼날 줄 알아.
어? 어떻게...
나 지금 공부하잖아. 대학 갈 테니까. 기다려줘요.
뭘?
누나랑 나랑 같이 생각하고 있는 그거.
7. 민윤기
서울대 법대 조교 민윤기. 법대 교수 너.
강남 8학군 출신에 명문대학교를 나온 부모님, 언니와 같은 루트를 타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법학 전공한 후 서울대 법대 교수가 됨.
교수라는 타이틀을 달기에는 젊은 나이. 젊은 여자 교수들이 그러하듯. 그리고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자제들이 그러하듯
너는 세련된 스타일의 모습을 항상 갖추고 있고, 자기관리나 외모에도 열심히 해 사람들이 닮고 싶어하는 여자들의 워너비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음.
그런데 네가 요즘 신경쓰는 한 사람이 있음. 민윤기. 서울대 법대 수석이자 법학 대학원에서 수학하며 교수 준비 중인 조교 민윤기.
가르칠 때도 신경이 많이 쓰였음. 아무래도 수석이고, 교수직 준비해야 하니까 전임교수인 너와 교류가 많기도 하고, 그래서 항상 붙어 있음.
근데, 너는 윤기 같은 남자는 처음 봄. 자신보다 몇살이나 더 어리지만 하는 행동이 자신의 주위에 있는 또래 남자들과 다름. 오빠나 더 연상같음.
선을 보게 하려고 부모님이 만남을 주선하는 남자 다른 윤기의 행동이 매번 비교되고, 그래서 솔직히 민윤기 만큼의 남자를 본 적이 없음.
매번 그 특유의 무표정을 짓고, 저와 대화를 할 때마다 가끔은 자신보다 더 나이 많은 사람 같은 느낌이 들음.
어느 날은, 네가 부모님의 등쌀에 떠밀려 선을 봐야 하는 상황이 임박했음. 스스로도 공과 사를 잘 구분한다고 생각했지만 부모님과 가족들의 등쌀에 떠밀려서
평생을 살아야 할 사람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 너무 씁쓸하고 또 마음에도 없는 사람을 만난다는게 참 힘들었음.
그런데 그런 상태로 수업을 해야 하고, 또 민윤기를 만나야하니까 더 힘듦. 눈치 빠른 윤기는 분명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볼테니까.
짤막하게 오늘은 아파서 휴강이며, 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자마자 몇 시간 안 되서 제가 혼자 사는 오피스텔의 인터폰이 울림. 민윤기임.
너는 돌아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윤기는 기어코 기다려서 결국에 들어옴. 상태가 별로 안 좋아 보이는 널 보자마자 소파에 앉아 무슨 일이냐고 하고.
너는 점점 더 머리가 아파오고, 솔직히 자신이 의지할 만한 곳이 하나 없다는 사실이 서러워 눈에서 뚝, 하고 눈물을 흘림. 갑자기 조용하게 우는 너 때문에
윤기는 조금 놀랬지만, 이내 네 옆으로 와서 등을 토닥이면서 무슨 일인데요. 하면서 나긋하게 물음.
너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민윤기는 하나하나 다 들어주면서 중간에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네 말을 들어줌. 네가 말을 끝내자마자 휴지 가져다 주고,
연하라고 생각 안 들 만큼 오빠처럼 구는데 그 때 무심코 반함. 그 때부터 신경쓰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옴.
조교한테 이런 마음 갖는게 맞는 건가. 이러면서 엄청 고민하기도 하고, 마음도 포기하려고 하는데 자꾸 훅 들어오는 윤기 행동,
자신이 힘들 때마다 위로해주고 의지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마음을 열어주는 행동이 고마워 마음을 포기 못함.
그렇게 전전긍긍하면서 있다가 자기 좋아하는 거 눈치 챈 민윤기가 너 보면서 특유의 그 웃음 짓고 너 수업 끝나자마자 교수실로 가서 오늘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봄.
교수님.
네?
데이트부터 해요.
네? 그게 무슨 소리..
천천히 알아가자고. 그러니까 데이트부터.
아, 저기 윤기ㅆ..
갑시다.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예전에 써놨었는데 오늘에서야 완성을 시키네요 ㅠㅠ
늦은 대신 분량 낭낭하게 넣었습니다. 댓글 달고 가세요! 댓글이 힘을 줍니다 댓글
아 참 그리고 서울대 법대는 있다고 가정하고 쓴 거에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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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암호닉도 더 추가해서 받을게요!
그리고 저는 호석이가 물론 희망희망하지만 가끔 나오는 진지한 모습이나 무표정 버전에서 발리기 때문에 ㅠㅠㅠ
그래서 반전을 줘 봤습니다 어떠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