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떠오른 그날의 기억에,
눈 앞에 서있는 민 교수의 모습과 겹쳐지는 순간
나는 도저히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민 교수님이 왜 이래? 02
written by 슨상
" 앉아. "
머리도 복잡한데 바로 개인 면담이라니!
늘 덤덤하기만 한 민윤기 조교, 아니 교수님은...
앞에 놓인 의자를 턱으로 가르키며 그 앞에 앉아 펜을 돌리고 있었다.
아까 후배들이 묘한 눈길로 저를 쳐다보던 것도 그렇고,
학기 첫날부터 꼬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탓에
힘이 빠진 채 그의 앞에 조용히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종종 마주치면 묘하게 눈이 맞춰지던 그가,
막상 이렇게 마주보고 앉아 있으니 무심하게 종이만 쳐다볼 뿐
전부 내 착각이었나 싶었다.
" 생각해둔 건 있어? "
" 음... 저는. "
수업에 관한 면담이었다.
앞으로 할 작품에 대해 생각하며 몇 마디 나누다가,
고민이 잠깐 들어 눈을 굴리는데
나를 쳐다보는 그의 눈길이 느껴졌다.
" ... "
" 저, 저는...
사람 얘기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음, 네. "
눈이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횡설수설하는 말투로 말해 버렸다.
여전히 조용하고, 말이 없는 그는
지긋이 나를 쳐다보던 눈을 다시 종이로 돌려
무어라 적어둔 글을 펜으로 툭툭 건드리며 말한다.
" 구상이 어려울 때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있어. "
" 네? 어... 뭔데요? "
" 본인 얘기 하는 거. "
이 사람,
분명히 무언가 기억하고 있다...!
" 저는 재미없게 사는 편이라... 글쎄요, 그래도 될지. "
" 재미있게 살던데. "
" 아니에요, 저 정말 재미없는 사람입니다... "
" 왜 휴학했어. "
이렇게 직접적으로, 갑자기 묻는다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자
약간 픽 하고 웃으며 다시 펜을 굴리다 날 쳐다본다.
대답 안 하냐는 듯.
" 개인 사정으로요...
근데 교수님은 저 어떻게 기억하세요? "
이번엔 그쪽이 대답할 차례다.
" 글쎄. "
아무래도 고단수인 모양이다.
그 대답에 무어라 덧붙일 수가 없어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무는데,
다시 바람 빠지며 웃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내가 조교였던 건 알고 있지. "
" 네. "
" 조교면 학생들 명단부터 얼굴 사진까지 다 가지고 있어. 벽에 붙여놓고, 매일 볼 수 있게. 학교 행사 때도 후배들 보고 하니까 얼굴 기억 대충은 다 하지. "
" 아... 그러셨구나. "
예상 외로 꽤 납득 가게 설명해 주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고,
아무래도 내가 특별하거나, 특이한 짓을 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아
약간은 고마웠다.
" ... 큽. "
" ...? "
그런데 갑자기 그가 웃었다.
" 방금 거 거짓말이야. "
...
네?
" 너밖에 기억 못해. 네 학번 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