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2072년, 문명은 분명 발전했지만 사람들이 상상하던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없었고, 기차는 아직도 그 길을 따라 바닥을 달리고 있었다.
새로운 지구가 발견되는 일은 있었지만 행성을 옮긴다는 식의 SF 같은 이야기는 여전히 미래의 몫이었다.
Sulplus People, 그리고 복제 인간. 그 위로 노란색 밑줄이 죽 그였다.
무덥고, 텁텁한 여름이었다. 윤기는 목덜미 아래로 비죽비죽 삐져나와 흐르는 땀을 닦았다.
염병. 졸라 덥다. 지금 축구하면 뒤진다니까, 진짜.
윤기와 태형의 머리 위로 수돗물이 쏟아졌다. 차가운 물이 닿음과 동시에 온몸에 오스스 소름이 돋음을 느꼈다.
여름은 7월의 중순이 지나고 있었지만 좀처럼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윤기는 점점 말라가는 머리칼을 털었다.
그리고 순간, 갈라지는 머리칼 사이로 무언가 지나갔고.
그것은 씁쓸한 아몬드 향이 났다.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 2
한 점 흐트러짐 없는 모습이었다.
각이 잘 잡힌 교복이었고, 걷는다는 표현 보다 바닥에 닿는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 했다.
햇살은 그 머리 위로 쏟아졌지만 어떤 빛도 다 삼킬 것만 같은 검은 머리카락이었다.
뒷모습 하나에 그렇게 시작해버렸다.
첫사랑을.
#. 3
오늘은 무슨 곡이야?
윤기는 노래가 좋았고, 피아노가 좋았다.
아이의 발걸음처럼 건반 위에 닿는 손가락의 느낌이 좋았고, 들어주는 이가 있는 피아노 소리가 좋았다.
방과 후에 그 아이와 있는 시간이 익숙해졌다.
윤기는 매일 다른 곡을 쳤고, 아이는 언제나 창틀에 앉거나 곡에 맞춰 끝과 끝을 찍으며 걸어 다녔다.
윤기의 시선 끝에 치맛자락이 나풀거렸다.
창틀은 낮았지만 윤기는 아이가 창틀 위를 걸어 다닐 때면 불안한 마음을 가릴 수 없었다.
위험해, 그만 내려와.
아이는 윤기의 앞에 선다. 창틀은 낮았기 때문에 윤기가 손을 뻗으면 언제나 아이의 발목을 잡을 수 있었다.
그 발목은 가늘었고, 동그란 뼈가 동산처럼 자리 잡아 있었고, 뒤는 움푹 들어가 윤기의 손에 딱 맞았다.
안녕하세요
복제인간을 주제로 이야기가 쓰인 거에요 ㅎㅎ
잘부탁드립니다 댓글 달고 포인트 거둬가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