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한빈씨는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요?]
[A. ....나는...자격이 없어요...]
정신병동 이야기 02
한빈은 학교에 가지 않았다. 아침에 깨우는 엄마의 소리에 한빈은 귀를 틀어 막았다.
"한빈아. 뭐때문에 그러는데. 나와 봐. 엄마랑 얘기 좀 하자"
"...."
한빈의 방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한빈의 엄마는 그저 답답했다. 학교도 잘 가던 녀석이었고, 공부도 중상위권이었다. 한빈이 대체 왜 저러는지 엄마마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한빈아...그렇다고 학교에 안 간다는게 말이 되니? 나와 봐. 나와서 학교..."
"안 간다고! 싫다고! 가면 뭐해? 내가 뭘 어떡하라고! 더러운 놈 자식이라잖아!!!"
충원과 이야기를 한 날 밤, 한빈의 핸드폰의 알람이 울렸다. 모두들 한빈에게 등을 돌린 후 온 첫 번째 알람이었다. 한빈은 의아해할 수 밖에 없었다. 충원이 보낸 문자였다. 충원이가? 왜? 자신에게 그렇게 더러운 눈빛을 보내고 상종도 못할 것처럼 만든 충원이가 왜 자신에게 문자를 보내왔는지 한빈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빈은 문자 내용을 보기 두려웠다.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그 문자는 판도라의 상자같은 느낌을 주었다. 절대 열어봐선 안된다. 열어보면 그곳은 파멸의 끝이리라....
한빈도 사람이었다. 호기심은 어쩔 수 없었다. 문자 내용이 궁금했고 충원이 저에게 왜 문자를 보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진실을 알고싶은 마음도 있었다. 충원이 보낸 문자메세지에 그 해답이 들어있을 것 같았다. 한빈은 문자를 열어보았고, 문자는 아무 내용 없이 한장의 카톡 캡쳐본만 있었다. 한빈이 생각한 끝은, 현실이 되었다.
『김한빈 걔, 걔네 아빠 이혼 전에 생긴 애잖아ㅋㅋㅋ 엄마가 뭐였더라 스폰이었나? ㅋㅋㅋㅋㅋ반듯한 척은 다하더니ㅋㅋㅋㅋ』
『헐 진짜??? ㄹㅇ??』
『ㅇㅇ 니 되게 소문 느리다. 애들한테 전 부인 사진도 있던데ㅋㅋㅋㅋㅋ이쁘게는 생겼는데 거의 원조교제지 뭐ㅋㅋㅋ』
『헐....대박...그러면서 뻔뻔하게 학교 다닌거야??』
『ㅇㅇ걔네 아빠 잘 나가는 대학교수잖아ㅋㅋㅋ선생님들한테 뇌물 먹이고 성적조작도하고ㅋㅋㅋㅋ가관이다 아주ㅋㅋㅋㅋ』
한빈은 손이 떨렸다. 한번도 듣지도 못했던 말이다. 한빈이 한빈 부의 전 부인의 아들이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한빈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였다. 이혼? 스폰? 모두 한빈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그 한줄의 기정사실화된 소문은 아이들에게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아이들은 진실을 원하지 않았다. 그저 자극적인 소재만을 원했을 뿐이다. 항상 여학생이든 남학생이든 상관없이 인기가 많은 한빈이었다. 그러나 인기가 많을수록 한빈을 시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많은 사람들이 한빈을 무너뜨리려했지만 할 수 없었다. 한빈은 쉽게 무너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곁에 사람들도 많았고 선생님의 총애도 무지막지하게 받는 아이였다. 한빈을 시기하는 사람들은 이를 갈며 있었다. 그 때 눈에 띈게 한빈의 아버지였다. 한빈의 아버지는 유명한 대학교수로 메스컴까지 탄 사람이었다. 뛰어난 언변과 센스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한빈에게 아이들이 등을 돌리기 며칠 전, 증권가에서는 한빈의 아버지에 대한 루머가 퍼지기 시작했다. 한빈의 아버지가 이혼을 했고, 그 전 부인은 스폰을 받았던 한빈 아버지의 대학원생 제자라는 것이었다. 한빈을 시기하고, 한빈의 아버지를 시기한 사람들에게 이것은 큰 떡밥이었다.
"한빈아...뭐라고?"
한빈의 엄마는 문 밖에서 정색하며 한빈에게 물었다.
"...."
"김한빈. 너 지금 뭐라 했어."
한빈의 엄마는 한빈의 방 문고리를 잡았다. 한빈의 방은 잠겨있었다. 한빈의 엄마는 방 문고리를 거세게 흔들었다.
"김한빈!!!! 너 뭐라고 했냐고!!!! 더러운놈?"
한빈의 엄마는 소리를 지르며 방문을 두들겼다. 한빈은 방안에서 소리를 질렀다.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리고 한빈은 울기 시작했다. 처음 느껴보는 고통과 소외감. 다른 사람들의 등돌림. 한빈에게는 모든 것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이기적이겠지만 자신의 잘못도 아니었다. 대체 자신이 왜 그렇게 고통을 받아야하는건지 한빈은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흑....엄....마....흐윽..엄마....."
한빈의 엄마는 한빈의 부름소리를 듣고 눈물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사실 한빈과 어머니는 한빈의 아버지와 떨어져서 산지 7년이 지났다. 쇼윈도 부부로 밖에서는 모두들 잉꼬부부라고 하지만 이혼을 결심한 적도 더러 있었다. 이혼을 할 수 없었던건 한빈의 탓이 컸다. 한빈이 중학교 들어가면 해야지 했던 생각도 한빈이 막상 중학교에 들어가자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떨어져는 살지만 홀어머니라는 말은 듣게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무서워.....다들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내가...내가 태어나지 말았어야하는거야...? 엄마....나 무서워...."
한빈의 말에 한빈의 엄마는 가슴이 찢어졌다. 이럴 수는 없는 것이었다. 애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더군다나 한빈은 한빈 엄마의 자식이 맞았다. 한빈의 엄마가 태동을 듣고 한빈의 태명을 지으며, 한빈의 이름을 지으면서 행복했다. 그러나 이상한 소문이 돌았고, 한빈은 그것에 고통받을 수 밖에 없었다.
"밖에 나가면....죽을 것같아...엄마....밖에를 못 나가겠어....그냥 죽을 것 같아...."
한빈은 일이 있은 후 밖에 나갈 때마다 공포감을 느꼈다. 사람들의 눈빛이 무서웠다. 모두들 자신을 쳐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동차 정비소 앞을 지나갈 땐 정비소 사장님이 몽키스패너로 한빈을 내리 칠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모든 사람들이 무서웠고, 이러다 죽을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빈아....얼마나 힘들었니...."
"엄마....나...무서워....무서워 엄마...."
"괜찮겠니...?"
"...."
한빈은 정신병원에 가겠다고 했다. 자신의 병을 치료하려면 그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막상 밖을 나가기가 두려웠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런 감도 잡히지 않았다. 복도 계단을 봐도 위에서 누가 쫒아와 배에 칼을 꽂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한빈은 눈을 질끈 감았다. 무너질대로 무너진 한빈의 마지막 처절한 의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