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화 케이크 상자의 요정
Written by 병화
* 탄소님은 김남준과 남매입니다.
‘야야, 야!!! 김탄소!!! 빨리 와봐!!’
아침 댓바람부터 왜 또 저런다냐.
밖에서 다급히 소리를 질러대는 남준 땜에 원치 않게 잠에서 깬 탄소는 짜증이 역력한 얼굴로 자신의 머리 위에 베개를 덮눌렀다. 안 그래도 머리가 지끈거려서 죽겠는데, 그냥 무시하고 누워있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김탄소!!김탄소!!!’
하아……. 탄소의 마음을 대변하기라도 하는 듯이, 터져 나온 한숨 소리에서 번뇌가 가득했다. 확신하건대, 그는 제 동생을 위하는 마음이 정말 단 1%도 되지 않음이 분명했다. 끙. 마지못해 베개 밑에서 스르륵 얼굴을 빼낸 탄소는 퉁퉁 부어있는 제 두 눈을 찬찬히 끔뻑였다. 어젯밤에 눈물을 펑펑 쏟았던 까닭에, 눈두덩이가 거대하게 불어나 있었다.
이어 널브러진 몸을 꼬물꼬물거리던 탄소는 ‘아이고’ 하는 소리와 함께 허리를 일으켰다. 침대 맡에 걸터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행동이 어찌나 힘겹게 느껴지던지. 탄소는 마치 10년가량의 세월을 직격탄으로 맞은 것 마냥 퀭한 모습이었다. 아마 다른 누군가 이 모습을 보았더라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표정이 심각해졌을지도.
‘우어어어어어!’
고단히 자리에서 일어나던 탄소는 발깍 표정을 일그려뜨렸다. 소리만 들으면 무슨 나얼 뺨치는 보컬 신동인줄. 머리를 절레 절레 내두른 탄소는 무기력한 발걸음을 저벅였다. 그 모양새는 흡사 좀비의 걸음걸이를 연상케했다.
웬만하면 네 주둥이를 물어뜯고 싶구나 곱씹는 탄소가 문 앞까지 걸어가 방 문고리를 잡은 순간이었다.
“…?!?!!!”
일순 남준이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속수무책으로 힘없는 팔이 끌려간 탄소는 몸이 요동치며 앞으로 크게 기울었다. 찰나에 숨이 턱하고 막혔다. 하마터면 바닥에다 무릎을 크게 찧을 뻔했다. 반사적으로 삐 소리를 내뱉은 탄소가 미간을 찡그린 채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평소보다 약 1.5배 정도 커진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남준의 얼굴이 탄소의 시야에 가득 찼다. 그 순간 탄소는 범상치 않은 일이 있어났음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준이 저를 부르는 이유의 8할이 잔신부름 거리를 시켜 먹는데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탄소, 리모컨 어디있냐?’
‘김탄소! 라면 좀 끓여와라’
‘김탄소!!! 충전기 좀’
이런 식으로 항상 손 하나 까딱하기 싫어 동생을 시켜 먹는 질 나쁜 심보로 똘똘 뭉친 만성 귀차니즘 환자가 김남준이었다. 그런데 지금 친히 제 방까지 들어 오려고 했다는 건, 설마 엄마가 애지중지하시는 예술품이라도 망가뜨린 건가?
예상하는 탄소의 얼굴이 삽시간에 하얗게 질렸다.
“왜, 왜 그러는데”
어젯밤의 여파가 많이 컸던 모양인지,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잔뜩 쉬어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것이 탄소에게 문제가 될 상황이 아니었다. 별안간 따끔거리는 목을 손바닥으로 대충 감싸 쥔 탄소는 몹시도 심각해 보이는 얼굴로 남준의 대답을 기다렸다.
아니지?
“……….”
“어?”
“너 눈이 왜 그러냐”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날아들었다. 행여나 하는 마음에 마른침까지 삼켰던 탄소는 일순간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 했다. 급격히 표정이 굳은 김남준은 물론이거니와, 들키고 싶지 않은 어젯밤 일 때문이었다.
“…….”
“…….”
둘 사이에 잠시 무거운 정적이 오간다 싶은 때였다.
탄소는 문 앞을 가로막고 있던 남준의 옆을 투박스럽게 지나쳤다. 그 몸짓에 남준의 몸이 뒤로 밀려 휘청거렸다. 다분히 노린 탄소의 행동이었다. 남준이 도대체 왜 그러냐는 표정을 짓자, 탄소는 그저 시니컬한 웃음으로써 무마했다.
알면 다쳐, 이 인간아.
탄소는 저에게 할 말이 많아 보이는 남준을 뒤로 한 체로, 제 방 바로 맞은편에 있는 욕실로 들어 가려던 찰나였다.
“야아…거실에……”
“……?”
욕실 손잡이를 잡은 탄소는 뒤에서 들려오는 남준의 목소리에 멈칫하며 돌아 보았다. 거실에 뭐?
“……”
그러나 남준은 대답 대신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탄소는 그런 남준의 얼굴을 의심스러운 눈길로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설마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런 탄소의 마음이 무색하게도 남준은 끝끝내 대답을 하려 하지 않았다. 어휴. 결국 욕실 문고리를 잡은 손을 떼어낸 탄소는 거실 쪽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뒤가 구린건 정말 질색이었다.
아…….
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로 들어선 탄소는 그냥 욕실에나 갈껄 후회가 밀려 들었다.
거실에 전시 해놓은 예술품의 파손 여부를 판단하기도 앞서, 탁상에 놓인 케이크에 탄소는 완전히 시선을 빼앗겨 있었다. 차라리 다 먹어서 없애 버리기라도 하지. 단면을 내보이는 반쪽짜리 케이크를 보는 탄소는 잊혀진 마음 한 켠이 뜨끔뜨끔하게 아팠다.
지긋했다.
탄소가 테이블 앞까지 다가간 건 순식간이었다. 다다른 탄소는 테이블 위에 놓인 반쪽짜리 케이크와, 케이크가 들어있던 빈 상자를 무심하게 훑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빈 케이크 상자를 손으로 집어 들었다.
“???”
그 안에 남은 케이크를 담아 내버리려고 했던 탄소는 상자 안에 들어있는 묵직한 무언가에 손을 주춤했다. 뭐지? 하는 순간, 예사롭지 않은 느낌에 놀란 탄소는 황급하게 상자를 다시 내려 놓았다.
움, 움직이는 것 같았는데.
다시금 바라본 상자는 미동도 없이 잠잠해져 있었다. 분명 이 상황에서 평소의 탄소 같았으면 무엇이 든지도 모를 상자는 그대로 방치해 두었을 것이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지금탄소는 상자 안에 들어있는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치만 다시 상자를 열어보기엔 쉽사리 용기가 생기지 않았던 탄소는 손잡이 근처에 자그만 비닐 부분을 통해서 그 안을 바라보았다.
“?!”
그 순간, 탄소는 경악을 금치 못 했다.
손 크기 만한 그것은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섬세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 피규어인가? 아님 구체 관절 인형? 그렇다면 움직인다고 생각했던 건 제 착각이었을까?
그 모습을 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탄소는 자신의 눈을 더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
눈을 떠?
너무 놀라 재빠르게 시선을 떼어낸 탄소는 방금 전 자신이 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머릿속에서 엄청난 혼란이 일었다. 혹여나 제가 잘못 본 건 아닐까 하고도 생각했지만, 저를 향했던 시선이 너무나도 또렷하게 뇌리에 박혀 있었다.
고로 멘붕이었다.
“저…저, 저…저게 뭐야?”
“케이크 꺼냈더니, 같이 나오더라”
어느샌가 옆으로 다가온 남준이 탄소의 한쪽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서 엄숙한 말투로 말을 했다.
뒤이어 그가 말하는 상황이란 그랬다.
매 평일마다 아침이 되어서야 들어오는 김남준은 집으로 돌아 오자 배가 무척이나 고팠다. 그래서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주방 한켠에 놓여 있던 케이크 상자를 발견하고 싱글벙글해서 거실로 가져왔다. 그러나 케이크 상자가 흔들리면서, 안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본인은 그것이 자신의 착각인줄로만 생각했고, 케이크를 꺼내든 순간에 저것이 함께 딸려나왔다. 너무 놀란 나머지 손으로 쳤는데, 소리를 지르길래 안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아서 너를 불렀다.
장황한 남준의 이야기를 들으며 더불어 진지해진 탄소가 말했다.
“그래서, 저게 뭔데?”
“나야 모르지”
“근데 계속 시끄럽더니, 지금은 진짜 조용하네”
“그게 무슨…”
톽!퇑!톾!!
“%*@#!!!”
제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들려온 소리에 탄소가 몸을 움찔거렸다. 뭐, 뭐야? 눈이 휘둥그레진 탄소가 남준을 쳐다보았지만, 어깨만 들썩여 보일 뿐 무어라 말은 없었다.
“%밥안ㅈ*해샴@”
“…?”
설마 지금 말을 하는 건가?
일순간 탄소는 잘까닥잘까닥하는 상자 안에서 나는 소리를 더 정확히 듣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다.
톽!퇑!!톽!톾!!!
“썩글!!! 바보입니까!! 송충이!!!!”
“……세상에”
그것은 분명 사람의 말이었다.
??? |
태형이가 케이크 상자에 들어가 있었던 이유는??? 탄소가 전날밤 울었던 이유는??? 어떤 멤버가 울렸을까???? 태형이 친구도 나올텐데 과연 어떤 멤버가 나올??? + 빙의글 첨이라 넘나 부끄러운것... + 작아진 태형이 역시도 말을 잘 못합니더ㅋ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