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필수)
*절대 여왕의 매력을 두고 가져온 글이 아닌 맛보기 글입니다*
생전 꾸지 않던 악몽을 꿨다. 주변이 온통 파란 물로 가득 차 있었고, 바닥 사이사이를 가득 매운 수풀이 내 다리를 꽉 붙들고 있었다.
그제서야 턱- 막혀오는 목을 감싸쥔 채 다리를 이리저리 흔들었지만, 꽉 묶긴 수풀은 내 다리를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몸 속으로 들어가야할 산소가 부족해지자, 머릿 속이 새하얘졌다. 살아야한다는 의지가 가득 담겨있던 머리통이 멍하니 굳어버렸다.
이리저리 허우적거리던 팔이 물의 흐름에 따라 살랑살랑 흔들리고, 수풀에 묶긴 발이 가만히 멈춰섰다.
그리고 그 때였다. 어두운 물 속에서 네가 모습을 드러낸건. 특유의 두터운 눈두덩이를 뽐내며 나타난 네가 유려하게 물 속을 헤엄치며 나에게로 다가왔다.
너의 다갈색 머리칼이 물 속에서 아스라히 흩어졌고, 그 아름다운 모습에 멍하니 너를 바라보자 순식간에 내 앞에 다가선 네가 조그마한 두 손으로 내 두 볼을 움켜 쥐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가 사라질 정도로 환히 웃은 네가 나를 바라봤고, 그렇게 닿은 건 입술이었다.
촉촉한 입술이 아랫입술 위로 부드럽게 닿아왔고, 말캉한 무언가가 입속을 파고들어 정신없이 안 속을 헤집어 놓았다.
멍청하게 멍하니 너를 바라보던 두 눈을 질끈 감았고, 포동포동한 볼 살 사이로 혀를 내어 내 입술을 진득히 빨아당기던 네가 나를 물 밖으로 끄집어 올렸다.
드디어 그토록 원했던 산소가 목을 타고 흘러들어왔고, 순간 무언가 잘못 되고 있음을 느꼈다.
내 어깨를 꽉 붙든 네가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고, 예상치 못했던 괴로움에 허덕이던 내가 다시 물 속으로 빠져들었다.
물 밖에서도 여전히 나는 숨을 쉴 수 없었다.
*
흐핫-
짧은 쉼호흡과 함께 입 밖으로 물을 뱉어냈다. 방금 물에 빠졌다 나온 것처럼 갈라진 목에서 진득한 물과 함께 쉴새 없는 기침 소리가 튀어나왔고,
시큼한 눈가에서 뚝뚝-처량한 눈물 방울이 흘러내렸다. 날개 뼈가 있는 등 부분이 불에라도 데인 듯 미치도록 아려왔다.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던 고통이 나를 한 순간에 덮쳐왔고, 입가로 흘러내리는 침을 닦을 새도 없이 아래에 있는 흰 이불을 꽉 붙들었다.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며 등가를 이불 위에 마구 비비자, 누군가의 손이 내 팔목을 붙잡았고 움직이지 못하도록 내 몸을 꽉 눌러왔다.
제발, 제, 제발.
무언가를 애타게 찾 듯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뜨지 못한 눈으로 마구 울어재끼자
이불에 닿아있는 등 부분이 더욱 더 아려왔다. 눈물과 침으로 범벅이 된 얼굴이 물기로 가득했고, 내 몸이 닿은 이불이 피로 점점 물들어 갔다.
환자 분, 환자 분!!진정하세요!!진정제!!진정제 가져 와!!
다급한 남자의 목소리가 귓 가를 울렸고, 마구 움직이는 내 팔을 잡는 손길과 함께 살을 파고드는 주사바늘의 감촉이 느껴졌다.
내 몸을 일으키는 손길이 나를 돌아 눞혔고, 이불 속에 파묻힌 얼굴로 달뜬 숨을 뱉어내자 조심스러운 손이 아린 등가를 매만져왔다.
불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점점 잦아들고, 이불을 잡았던 손을 풀어내자 어떤 이의 손에 잡혀있던 손목이 풀려났다.
나의 흐느끼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매웠고, 힘겨운 한숨을 뱉어낸 남자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처음 보는 병입니다.
남자의 허탈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 들었고, 다시 한 번 쿨럭이며 물을 뱉어냈다.
감은 눈 사이로 점점 몽롱한 정신이 돌아오고 있었다. 내가 왜 여기에 누워 있는 거지? 막연한 질문이 머리를 뚫고 들어왔고,
하얘진 머리 속에는 아무런 정보가 들어있지 않았다.
살짝 뜨여진 눈에서 속눈썹 사이로 흐릿한 형상들이 들어찼다.
온통 하얀 방이었다. 붉어진 눈을 매만지며 안간힘을 쓰자 흐릿했던 형체들이 더욱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등 살을 뚫고 지느러미가 나오고 있어요.
다시 한 번 이어진 의사의 말에 곁에 있던 남자가 풀썩-하고 자리에 주저 앉았다.
남자의 눈을 타고 투명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고개를 더 돌리자 병원 안의 풍경들이 눈을 가득 채웠고, 더 돌리자 옆에 놓인 거울 하나가 눈에 띄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이상 증세가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곤란한 듯 머리를 글쩍이며 뱉어내는 남자의 말과 함께 내 비명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매웠고,
거울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보던 의사가 한숨을 푹 내쉬며 거울 근처로 다가가 내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거울을 반대로 돌려버렸다.
등 뒤로 가느다란 지느러미가 튀어나와 있었고, 다리가 하나로 묶긴 채 그 끝엔 긴 꼬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눈물 범벅이 된 얼굴 위로 자잘한 비늘들이 즐비하고 있었고, 귀 옆으로 지느러미가 하나 더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거짓말, 거짓말.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눈물과 함께 터져나왔고,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떠올리다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일상생활로 돌아가긴 힘들 것 같습니다.
거울 속에 비친 나는 믿을 수 없게도
물고기, 물고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여왕의 매력 독자님들은 놀라실텐데, 절대 다른 글로 먼저 돌아온 게 아니구요!ㅎ
(여왕의 매력과 다른 글을 병행해서 적을 실력이 저에겐 없답니다...ㅎ)
여왕의 매력이 막바지로 달려가는 지금, 다음 글로 인해 고민을 하다가 시간이 나는 김에 일단 독자님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먼저 글을 가져와봤답니다.
여왕의 매력 글이 너무 어두컴컴한 글이였던지라 이번 글은 조금 밝은 글로 돌아오려고 노력해봤구요,
여왕의 매력이 끝난 후에 다음 글을 가져 올 때면 이 글을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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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까지는 내용에 대한 투표이고, 4번 부터는 남자주인공에 대한 투표입니다!2표 투표 가능하게 해 두었으니 둘 다 참여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