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왔다. 얼른 내려."
차 문을 열어주며 큰 소리로 이야기 해주는
매니저 오빠의 목소리에 너징과 멤버들은 각자 소지품을 챙겨서 내려.
"으아, 춥다."
너무 많이 기다리게 한 거 같다. 어떡해.
두 손을 비비며 걱정을 하는 너징을 보던 찬열이는
너징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그만큼 이야기도 많이 해주고 좋은 추억 만들어 드려야지."
너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찬열이의 느려진 발걸음에 맞춰 따라 걸어.
앞에서 한참 장난을 치며 투탁거리는 백현이와 종대,
그리고 그걸 혼내는 준면이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래 절래 저으면
지잉-
문자가 하나 와.
[또 박찬열이랑 있네? 내가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왜 자꾸 다른 남자랑 놀아나는데. 응?]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연달아 오는 문자에
너징은 얼른 핸드폰 화면을 꺼버려.
뭐냐고 물어보는 레이에게 대충 친구들이라며 둘러대고는
어색하게 웃어보여.
사실 너징은 몇달 전부터 지독한 사생에게 시달리고 있어.
남자 멤버들과의 관계에 대한 헌담은 물론이고
너징에게 성적인 모욕을 주는 말까지 서슴치 않아.
너징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없어 해결방법도 없을 뿐더러
회사에서는 이미지 때문에 이런 일은 쉬쉬하는 편이야.
차오르는 걱정에 작게 한 숨을 내쉬면
아까부터 너징을 살피던 레이가 꼬옥 안아줘.
"오랜만에 하는 사인회다. 그치?"
"응, 그러네."
"오래 기다리게 한 만큼 좋은 모습 보여주자."
우리를 사랑해주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니까.
입꼬리를 예쁘게 올리며 말하는 레이에게
크게 고개를 끄덕여준 후 너징부터 무대에 올라가.
"안녕하세요~"
"헐 언니 진짜 이뻐요."
"헐 나는 니가 더 이뻐요."
"언니 오빠들이 괴롭히면 말해요!"
"백현이 좀 잡아가요. 내가 쟤때문에 살 수가 없어."
귀엽고 이쁘고 사랑스럽고.
참 여러가지 매력을 가지고 있는 팬들에
점점 문자가 잊혀져 가고 있을 때.
"안녕하세요~"
"..."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징어야."
"네?"
"왜 내 문자 답장 안해?"
눌러 쓴 모자 밑으로 보이는 입은
부드럽게 유선을 그리며 웃었어.
"..무슨."
"내가."
박찬열 저새끼랑
"붙어있지 말라고 했잖아."
"저기, 그러니까."
"가자."
나랑
남자는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손을 빠르게 빼며 탁자 너머에 있는 너징을
무자비하게 앞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해.
"징어야!"
"누나!"
"저 사람 뭔데!"
양 옆으로 앉아있던 찬열이와 민석이가 얼른 너징을 끌어당겨
하지만 쉽게 너징을 놓지 않는 남자야.
"예쁘다, 너무 예뻐."
너 너무 예뻐. 징어야.
대기하던 안전요원들에게 끌려가면서도
입꼬리를 올리며 소리치는 남자의 목소리가 귀에서 울려퍼져.
얼굴은 눈물 범범이 되고 온몸을 떨며
주저 앉은 너를 민석이가 안아 달래고
빨갛게 부어오른 손목을 찬열이가 연신 어루만져.
멍하게 허공을 보는 백현이와
표정을 굳히고 남자가 간 곳을 끝까지 쳐다보는 종인이
많이 놀란 건지 얼굴을 가리고 있는 세훈이
매니저와 이야기하는 준면이와 경수
정신 없는 와중에 팬사인회는 그렇게 중단 되고 말아.
*
"징어야."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숙소에 도착해서도
침묵은 깨질 생각을 안 해.
조금 쉬겠다며 방에 들어와
누워있는 너징에게 경수가 찾아 와.
"..어."
"좀 어때."
"괜찮아. 조금 놀란 거 뿐이야."
웃으며 말하는 너징을 바라보던 경수가 너징을 꼭 안아.
"억지로 그럴 필요 없어."
여기는 우리만 있잖아.
경수의 말에 너징을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려.
"나, 사실, 너무 무서워서."
"우리 막내, 무서웠지."
등을 토닥여 주는 경수의 품에서
너징은 한참을 울다 지쳐서 잠들어.
"징어는"
"자."
"..."
멤버들이 다 모인 거실에는 다시 정적이 찾아와.
"...우리 뭐한거지."
백현이의 자책어린 말에 다들 고개를 숙여.
*
범인은 30대 초반의 남자였어.
멤버들의 주장으로 강력한 처벌을 받도록 조치가 치뤄졌고
너징은 불면증과 공황장애로 치료를 받기로 결정됐어.
"세훈아, 종인아 징어 챙겨."
그 뒤로 너징에게는 항상 멤버들 3명이 붙어서 움직이게 됐어.
언제 한 번 괜찮다고 말 한 번 했다가
모든 멤버들에게 잔소리를 들은 후에는
잠잠히 다니는 중이야.
그뒤로 팬들에게는 스젤사의 보디가드라는 엑소의 또 다른 이름이 생겼다지.
그리고 그렇게 너징이 잠이 들었던 당일 날.
자신의 사비로 너징에게 경호원을 붙이면 안돼냐며 고집부리는 준면이와
그 남자 얼굴 한 번만 보게 해달라며 때려도 정당방위 아니냐는 종인이와 세훈이
준면이의 말에 슬쩍 동의를 하는 민석이
한대정도는 괜찮지 않냐는 비글들
너징의 방을 보며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는 경수와 레이가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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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헤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