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이후 우리의 생활은 더 달콤해 졌다. 수시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고 평소 무뚝뚝하던 내가 하루 종일 싱글벙글이다.
[여- 형님 요즘 기분이 좋으신가봐요. 목소리 부터가 다르네-]
"그렇게 다르나? 요즘 좋긴 좋다"
[좋은게 있으면 공유를 해야죠!! 뭔데요 뭔데]
"마, 됐다. 안부 물었으면 된기라. 끊는다"
[형! 형!]
"사내 자식이 말이 너무 많다"
[에이- 형도 참- 오늘 저녁에 형네 집 가도 되죠? 자철이랑 술 사서 갈게요]
"내 지금 집에 없다. 잠깐 지방에 있다"
[에? 형 실망이예요. 제가 그랬잖아요- 휴가 때 형네 집 간다고!! 그랬더니 형이 오라면서요!!]
"그 땐 그 때 아이가- 아무튼 내는 지금 집에 없으니까 그런 생각 하덜 말아라 끊는다"
전화기 저 편에서 형 형 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내가 알게 뭐람- 그 때 내가 그런 얘기를 했던가?
그 때는 올 휴가 역시 할 일 없이 빈둥 거릴게 뻔해서 아마도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번 들리라고 했던것 같다.
근데 올 휴가가 이렇게 달콤하다면 이야기가 바뀐다. 저런 방해꾼 녀석들은 우리 동네를 아예 밟지도 못하게 해야 한다.
"아저씨 아저씨-"
"와"
컴퓨터를 하고 있던 OO이가 발을 동동 거리면서 손짓을 한다. 입으로는 귀찮다 하면서 내 입꼬리는 귀에 걸리기 직전이다.
"뽀뽀"
여전히 발을 동동 거리면서 내 입술을 가르키는데 와- 나 미쳐버리겠다.
"기집애가 못 하는 말이 없노"
"빨리요!"
결국 입술에 살짝 도장을 찍어줬다. 샐샐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애다. 귀여워 죽겠어 아주-
또 발을 동동 대더니 집 업에 달려있는 후드를 뒤집어 쓰곤 벌떡 일어난다.
"와- 어디 갈라고?"
"장 봐올게요. 오늘 저녁거리 하나도 없어-"
"이따 같이 가자 안카나-"
"저번 처럼 사람들한테 들키면 아저씨만 손해라니까 그러네- 빨리 갔다 올게요"
영 혼자 보내는게 찝찝해서 손에 핸드폰을 쥐어줬다. 어린 아이 물가에 내놓은 심정이 이런 심정일까. 현관문이 쾅- 하고 닫힌 순간 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길을 잃는건 아닐까, 나쁜 녀석들이 꼬이는건 아닐까, 계산은 잘 하겠지, 너무 무거워서 못 들고 오는건 아닐까.. 걱정은 잠시 비워두기로 하자.. 잘 할거야.
냉수를 벌컥 벌컥 들이키고 두툼한 서류뭉치를 들고 쇼파에 앉았다. 사무실에서 보내온 이적 서류다.
여러 팀들에 대한 정보도 있고, 각 팀들의 꽤나 구체적인 딜.. 언제 다 읽어보지.. 그래도 맘 잡고 읽다 보면 끌리는게 있으리.
얼마 쯤이나 읽었을까 두툼한 서류의 반절을 읽어가는데도 OO인 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해봐도 안받고 그렇다고 집을 비우자니 길이 엇갈릴것 같고.. 애초 부터 혼자 보내는게 아니였다.
애꿎은 엄지 손톱만 물어 뜯으며 기다리길 2시간. 이 정도 되니 정말 미치겠다. 경찰에 신고를 할까도 생각해봤지만 OO인 사람이 아니니까..
결국 식탁 위에 집에 들어오면 얌전히 있으라는 쪽지를 남기고는 황급히 집을 나섰다.
크지 않은 동네 중형 마트에 가서 샅샅이 뒤졌지만 OO인 없었다. 잠깐 어떤 옷을 입었더라..
마트 점원에게도 물어봤지만 못 봤단다. 점점 날 알아보는 사람들은 몰려오기 시작하는데 머릿속이 복잡하다.
이 마트가 아닌가 싶어 다른 마트에 가서도 뒤져봤지만 없다. 동네에 있는 마트는 딱 이 2개 뿐인데..
온 동네가 들썩일 만큼 큰 소리를 이름을 부르며 사방을 뛰어다녔지만 그 어디에도 없다.
결국 지치고 말았다. 길가에 서서 무릎을 짚고 숨을 고르는데 우는 소리가 들린다.
"OO이가..?"
벌써 날은 어두워지고 가로수 밑 그림자 밖에 보이지 않는 골목길. 이 코너를 돌면 OOO 니가 있었으면 좋겠어.. 제발..
몇 걸음 되지 않을 골목길.. 뛰어가면 금방이겠지만 내 다리는 움직여주지 않는다. 느릿 느릿 몇 되지 않는 발걸음을 떼 골목길 코너를 돌면 주저 앉아 울고 있는 니가 있다.
하얀 다리는 무릎에서 흐르는 피 때문에 여기저기 빨갛 피 줄기가 말라붙어 있고 그런 다리를 끌어안은채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다.
"OO아"
"아..아저씨.."
"와 이러노!!!"
"길을.... 길을 잃었는데..."
"울지 말고 천천히 말해봐라. 누가 이랬노"
작은 체구를 끌어안고 등을 쓰담듬으며 말하자 OO인 서서히 울음을 그치고 끅끅 거리며 말을 잇기 시작한다. 착하지 OO이..
안그래도 횡설수설해서 잘 알아듣지도 못하겠는데 끅끅 거리는 소리 때문에 더 무슨말인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마트를 가다가 길을 잃었는데 교복 입은 나쁜 놈들한테 삥 뜯겼다 이거지? 도망치려 달리다가 넘어져서 상처 난거고. 네...
"됐다. 내가 니 찾았으니까 된기라. 퍼뜩 인나라. 집에 가자"
"아저씨... 미안해요"
"니가 뭐가 미안하노. 퍼뜩 인나라. 배고프다. 가자"
넘어질 때 발목도 다친건지 잘 걷지 못하는 OO일 업었다. OO일 업는건 두번째다.
어둑어둑한 밤길. 가로수 아래를 걷는데 아직도 끅끅거리는 OO이가 안쓰럽다.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는 OO이에게 내가 더 미안하다.
"아저씨..."
"와"
"사랑해요"
오늘은 많이 늦었죠? 수행평가가 뭔지 절 괴롭히네요ㅠㅠㅠㅠㅠ
내일은 불금이네요!! 내일 반나절만 잘 참으면 됩니다!!! 모두 힘내시고 오늘도 부족한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anks to.
킁킁님, 크와왕님, 깡통님, 투게더님, 짤랑이님, 공원님, 현수님
쿠키님, 목캔디님, 카르페디엠님, 자쵸리님, 피클로님
스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