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라이브카페에 들어가는게 아니었다. 맨날 가던 바에 사람이 많다며 칭얼거리던 수정이가 날 끌고 향했던 곳은 그 근처에 있던 라이브카페. "여기 이번에 신입들어왔는데,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른대." "아 그게 뭐- 상관없어- 나 술마시러 나온거지 노래들으러 온 거 아니거든?" "너 듣고 뻑가지나 마라- 어?" 다른 친구들과 자주 왔었던건지 들어서자마자 주인장과 살가운 인사를 한 정수정은 날 끌고 무대 가까이에 위치한 한 테이블로 향한다. 털썩 주저앉아서는 뭐 먹을거냐며 메뉴판을 휘적휘적 넘기며 조잘거리는데, 아 머리아파. 주위를 휙휙 둘러보면 왠 고딩들이 아주 어른처럼 꾸미고와서 제얼굴을 거울로 확인하며 시끄럽게들도 떠든다. "쟤네가 다 걔 팬이야-" "팬? 라이브카페 딴따라 주제에 그런것도 있어?" "야 너는 무슨 말을 그렇게." "딴따라 아닌데." 뭐야 누구야? 살짝 노랗게 머리를 물들이고는 눈에는 무슨 렌즈를 꼈는지 말똥말똥한게 내 앞에 떡하니 서서 말을 해온다. "얘야 얘! 걔!" 옆에서 내 등을 퍽퍽치며 속삭이듯 얘기하는 정수정을 째려보다가 여전히 날 쳐다보며 가만히 서있는 녀석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녀석은 정수정에게 살짝 눈인사를 건넨다. "자주오시네요." 그말을 들은 정수정이 내 등을 더 세게 내려치며 웃는다. 아프다고! 이게 다 저 새끼 때문이잖아.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눈으로 녀석을 죽일듯이 노려보자 메고있던 기타위로 팔짱을 휙 껴보이더니 그 조그만 입술을 오물거린다. "사과해요. 나한테." "뭐?" "나 딴따라 아니니까. 그런 말 한거." "그래, 그건 니가 잘못했다. 사과해-" 이 년이 남자한테 홀려서는. 샐샐 웃으며 대답하는 정수정머리를 아프지않게 밀치고 녀석의 명찰을 바라보니 '오세훈' 이라는 이름이 적혀있다. "됐고. 오세훈?" "사과하면 쿨하게 내가 오늘 돼지 너 밥사줄게." "뭐? 돼지?" 돼지란 말에 발끈해 일어나는 날 새치름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인 오세훈이 닮았어 돼지랑- 하며 말을 하면 그 말이 비수가 되어 내 가슴에 꽂혀온다. 기죽지마 ㅇㅇㅇ. 절대 기죽지마! "너 말 다했냐? 어?" "응 다했어. 그러니까 사과해." "됐어! 사과못해! 안해!" 씩씩거리며 화를 내는 나를 어이없다는 듯 쳐다본 오세훈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이내 무대쪽으로 터벅터벅 걸어올라가 버린다. 개새끼. 뭐 저런 새끼가 다있어? "야야. 쟤 노래하려나봐 어? 나 어떡해. 응?" "아 쫌!" "기집애야 너도 니가 여자라는걸 자각이라는 걸 좀 해봐라. 응?" "하고있거든?" 삐딱하게 의자에 주저앉아 녀석을 노려보다가 어느새 시킨건지 점원이 가져온 스푼피자를 푹 떠 한입먹자 그제서야 마음이 조금 누그러진다. 맛은 참 괜찮은데, 저게 문제네. "노래 부를게요-" 한참 기타를 만지작거리던 녀석이 준비가 다 된듯 생긋 웃으며 우리쪽을 향해 말한다. 그 말에 뒤에 앉아있던 여자애들의 함성에 사레가 들려버렸다. 아오 저. 다급히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시는데, 저놈은 또 그런 내 모습이 웃긴지 풉 하고 웃더니 다시 여자애들을 향해 종알거린다. "오늘은 첫곡으로 자작곡을 부를까해요." "꺄아아아아아아!" "제목은- 사과해주세요." 풉. 먹고있던 물을 뿜어내자 정수정이 옆에서 여러가지 한다며 내 등을 두들겨준다. 저거 나한테 하는 말 맞지? 어? 머리를 넘기고 녀석을 바라보는데 녀석은 그런 나를 보고 어깨를 한번 으쓱여보이고는 기타반주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부드러운 멜로디에 얹히는 녀석다운 통통튀는 목소리. "오늘 처음 만났어- 그리고 처음 들었어- 라이브 카페 딴따라- 그런 가시 돋힌 말-" "내가 뭘 잘못했나요- 내가 뭘 잘못했나요- 나쁜 돼지- 스푼피자 돼지-" "야 저거 너한테 하는 말 아니냐?" 흐르는 노래를 듣다 그제서야 정수정이 날 툭 쳐오며 물었고 이미 벌게질대로 벌게진 얼굴을 들고 벌떡 일어났다. 아 오늘 진짜 재수 드럽게 없다. 가방을 챙기며 짜증난다는듯이 얼굴을 구기자 가게? 하며 물어오는 정수정이다. "나 먼저 간다. 내일 학교에서 봐." "돼지야. 왜 벌써가? 나 아직 노래 다 안불렀어-" 노래를 하다가 반주까지 멈추고 나에게 말해오는 오세훈이 그렇게 얄미울수가 없다. 진짜, 내가 드럽고 치사해서. "미안하다! 됐냐? 어?" 그렇게 대충 사과하고 카페를 나와버리면 안됐었다. 집에 와서 집앞에 소금을 뿌려놓든 무슨 수를 썼었어야 했는데. 애초에. 우리는 한번 만나고 끝날, 그런 쉬운 사이가 아니였었다는 거다. * 프롤로그는 구독료 안받아요 헤헤 반응보고 계속 보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