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투 하트
ⓦ.노란양말
EP01.트라우마
서울에서도 꽤나 알아준다는 명문대를 수시로 합격하고, 제일 먼저 정한 전공 과는 유아교육과였다.
사실 성적은 의대를 가도 됬으나, 집안형편이 조금 안좋다보니 의대는 오빠에게 양보를 하고 그 대신 부모님께 자취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자취할 집을 얻었다. 처음 말씀드렸었던 당시에는 요즘 세상무서워서 안된다며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그건 안된다며 결사반대하셨지만, 오빠가 의대도 포기했는데 자취하면 좀 어떠냐고 나름 서포트를 해줘 결국엔 자취집을 얻었다. 그렇게 매일 학교-도서관-유치원-집 이라는 마의 코스를 반복했고, 그 결과로 몸이 감당을 못했다. 때마침 그 무렵에 사고가 일어났다. 유치원 놀이터에서 그네를 밀어주다 잠시 한 눈을 판 사이에 그네에서 떨어져버린 것이였다. 아이의 부모님은 괜찮다고 하셨지만 아이도 꽤 심각하게 다쳐 병원에 입원했고 또 이런 경험을 처음 접해본 나로써는 매우 놀라 어쩌면 나로 인해 아이들이 또 다치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들었다. 그래서 주위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덜컥 휴학신청을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도 많이 불안하지만 부모님의 걱정을 달래기위해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복학하고 들은 첫 수업은 어때?]
“오랜만에 들으려니까 피곤한 것 같아.으…”
[너 약 꼬박꼬박 잘 챙겨먹고, 별 것 아닌 일로 왜이렇게 트라우마가 심하냐. 몸관리 잘해.]
“어…”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 역시 바쁘긴 바쁘구나. 몇 년 전만 해도 집에서 귤까먹으면서 만화책 보던게 생생한데. 순간 오빠의 모습이 보여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은 멋있지만 옛날엔 도저히 눈 뜨고 못봐줄 지경이였지.
“어,이름아! 복학했다더니 진짜네?”
“아,선배 오랜만이에요.”
“복학 한 첫날에 미안한데 우리 내일 심리학과랑 같이 실습이 있어서…미리 말 못해줘서 미안.”
실습.
아, 결국엔 걱정했던 일이 발등에 떨어지고 말았다. 복학하면 당연히 실습할 것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머릿속이 새하얗다. 내일 바로 아이들을 마주해야한다니. 잘할 수 있을까? 아이들을 다치지않게 해줄 수 있을까? 문득 이런 고민을 하는 내가 한심해졌다. 별일이 아니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겁을 내는 내가.
그러나 다음 날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니! 이거 어뜨케 하는거에요?”
“응? 이거? 이리와봐!”
내 걱정과는 달리 아이를 품에 안고 눈을 맞추며 놀 수 있었으니까.
그러다 잠깐 시선을 앞으로 향하니
“아!!! 만세야!! 머리 좀 놓자아악!!!!!!!!”
“시러!”
“……”
안쓰럽게 쳐다보다가도 눈이 마주쳤지만 날 애타게 쳐다보는 윤형선배를 애써 무시했다.
그리고 갑자기 어깨에 턱-하고 올려지는 손에 윤형선배임을 직감하고 눈을 꾹 감고 아이를 품에 더 꼭 안으며 경계태세를 갖췄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도 없어서 눈을 슬며시 뜨니,
“뭐하세요?”
“…네?”
“다음 상담차례 겨울인데, 애 좀 놔주실래요?”
생판 처음보는 얼굴이 날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에?하고 벌리고 있던 내 입을 황급히 닫고 품에 안고 있던 겨울이를 살며시 내주었다.
그리고 겨울이의 손을 꼭 잡고 상담실로 향했다. 간간이 겨울이와 눈을 마주치면서.
“너 진짜 너무하다 성이름. 나름 오빠친군데…”
“오ㅃ…아니 선배, 저기 상담실에 있는 남자분 누구에요?”
투명한 상담실의 유리창을 가리켰다.
쟤? 김한빈. 우리 과 후배인데, 좀 달까?
근데 가끔 실습할 때 보면 되게 환자볼 때 눈에서 꿀? 이 떨어진다고 그러더라 여자애들이.
그래서 페북에서 심리학과 꿀벌남이라 하던데 으…오글거려라.
암튼 환자한테만 꿀 떨어지면 뭐해, 다른 사람들한테는 완전 차가워.
막 말도 자주안하고 말 한다해도 곱게 나가지는 않아.
환자한테는 꿀이 떨어지는데 일반 사람들한텐 냉정하다…? 지가 무슨 곰돌이 푸우야?
생긴건 미키마우스 닮아가지고는. 한참을 궁시렁궁시렁 거리며 아이들이 어질러놓은 것들을 치우고 있었을까 위에서 그림자가 졌다. 그리고 다급한 선배들의 목소리까지. 영문을 몰라 위를 쳐다보니
와르르-
“….”
머리위로 형형색색의 레고블록들이 떨어졌다. 사실 레고까지는 괜찮았는데 높은 곳에서 히히 웃으며 날 바라보는 아이가 걱정이 되긴했다. 책을 힘겹게 쌓아놓은 곳을 밟고 올라서있으니.
아니나다를까 책이 휘청거렸고 책과 함께 미끄러지며 떨어지는 아이를 나는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순간 그네에서 떨어지던 아이와 오버랩되서 사고회로가 정지된 듯 했고, 마음은 아이에게 달려가고 싶었으나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그리고 남자가 내 어깨를 치고 아이에게 달려가 간신히 받아냈고, 나는 그 충격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꽤 강하게 밀쳐졌음에도 불구하고 밀려오는 건 아픔이 아닌 두려움이였다. 그리고 정신이 번쩍든 것은 놀란아이의 울음소리였다. 소리를 찾아 두리번거리고있을 때 내 시선에 맞춰 쪼그려 앉아 내 두 눈을 마주했다. 그 사람이.
“지금 당신 장난해? 유아교육과라면서 아이하나 제대로 못잡아?”
나도 안다. 내가 잘못한 것을 때문에 죄송하다고 말을 하려했으나,
입이 덜덜 떨려 목소리가 나오지않았다. 하고픈 말들이 목안에서 얹혀 맴도는 듯 했다.
“내가 보기엔 쟤네들 보다 그 쪽 치료가 더 시급한 것 같은데.”
“…그게,”
아직까지도 떨리는 손을 감추기위해 다른 손으로 진정시켜보려 했지만 그게 마음처럼 될 리가.
“…트라우마.”
낮게 읊조리는 목소리에 흔들리는 눈을 간신히 마주쳤다.
“맞네. 트라우마.”
***
안녕하새오.노란양말이애오.
사실 글 맺음을 좀 더 써서 길게 맺고싶었는데
오늘이 지나면 계속 안 올릴 것 같아서
이렇게 써오..
모든 신알신과 더불어 암호닉은 받아오..
그럼 2편은 더욱 더 길게 만나요!
(어쩌다보니 마지막에 벌레체 f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