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 너였냐?"
송민호가 아침부터 내 자리로 다가와 한 첫마디였다, 난 무슨소리냐며 태연하게 물었다. 그러자 송민호는 날 일으켜세우더니 니가 진우형한테 손댔냐고. 송민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난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송민호의 목소리가 더욱 떨리면서 시발, 어땠냐? 좋았냐? 밑에서 앙앙거리니까 좋아미치겠더냐? ...더 이상은 나도 못참았다. 난 주먹으로 송민호에게 뻗었고, 송민호는 그 주먹을 그대로 받아냈다. 그러며 나는 송민호의 행동에 더욱 열이받아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였다. 응, 좋더라. 그냥 한번 안아줬더니 바로 몸을 대주더라? 와, 밑에 조이는데 니가 왜 좋아하는지 알겠더라. 송민호는 나를 향해 미친사람처럼 주먹질을 하기시작했다. 그러며 너가 할말이냐? 좋아한다며 진우형이란 말을 내뱉는 송민호. 그러나 또 내 마음과 다른 반응이 나와버렸다. 난 송민호를 향해 비웃으며 누가 좋아한다냐? 그러자 송민호는 더욱 날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때 송민호의 주먹을 잡는 한 사람, 손이 참 하얗다. 여리고. 난 그 손을 빤히 보다 시선을 점점 위로 올렸다. 곧 눈물이 떨어질꺼같은 표정을 짓는 진우형. 그러더니 나와 송민호를 떼어놓으며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준다. 들었을텐데, 내가 한 말. 내가 했던 그 거지같은 소리들 다 들었을텐데. 그런데도 저렇게 웃는거야? 바보같이? 진우형은 송민호의 손을 잡으며 반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용해진 우리반, 나 또한 그 둘을 따라 밖을 나갔다. 아니라고 해야돼, 진우형한테. 형 좋아한다고, 형을 그렇게 생각한적이 없다고. 형. 진우형.
***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 그 속에서 들리는 나와 진우형의 거친 숨소리들. 형의 실루엣이 보였다. 숨을 거칠게 내쉬며 나와 입을 맞추고 있으면서도 선정적인 소리를 반복하며 내는 진우형. 섹시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실루엣만으로도 형은 미치도록 섹시했다. 입술을 떼자 내 목에 손을 두르며 어깨에 얼굴을 묻는 진우형. 그러면서도 그 선정적인 목소리는 멈출 생각을 않는다. 형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고, 나의 숨소리 또한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이내 우리 둘은 하얀액체를 서로에게 남기며 침대에 누웠다. 땀을 흘리며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는 진우형, 난 그런 형의 머리를 헝클다 이마에 쪽 소리나게 입을 맞추었다. 진우형은 놀라 내 얼굴을 보다 이내 환희 웃어버린다. 바보같아. 내 목소리를 들은것이였는지 형은 미간을 찌푸리며 날 바라본다. 난 그 미간을 엄지손가락으로 피며 이쁘다고라며 웃어주었다.
"누가 이렇게 이쁜 형을 탐내면 어떻하지? 난 형 못 놓아주겠다"
"…그러면 안 놓으면 되잖아"
어젯밤까지 이렇게 좋았는데, 형과 있는것만으로도 좋았는데. 형에게 또 실수를 저질렀어. 얼마나 상처가 클까. 그 여린 마음에 내가 얼마나 큰. 또다시 형을 잡을수있을까? 또다시 나에게 와줄까? 이번엔 내가 형을 못 잡을꺼같아, 안 놓는다고 약속했는데. 그때 뒤에서 내 손을 꼬옥 잡는 손길이 느껴졌다. 역시나 하얗고 여리다. 그리고는 형의 웃는 얼굴이 보인다. 난 형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형은 나의 이런 표정이 맘에 안 들었던 것이였는지 인상을 찌푸리더니 내 입꼬리를 억지로 올린다. 그러며 웃으면 얼마나 예뻐라며 또다시 바보 같이 웃는다. 난 그런 형의 손을 내쳤다. 형은 놀란 표정으로 날 보더니 내 손을 꼭 잡는다. 그러며 또다시 웃는다. 바보야, 이제 그만 하자. 너한테 내가 얼마나 더 큰 실수를 저질러야 날 포기할껀데. 난 이 말을 꾸욱 참으며 형을 밀쳐내기만 하였다. 그러다 형은 내 품안으로 들어와서는 왜그러냐며 눈물을 떨어뜨린다. 난 형을 밀쳐내며 자리를 피할수밖에 없었다. 계속 밀어내면 언젠간 형이 날 정리하겠지, 날 그저 나쁜놈으로 기억하겠지? 차라리 그렇게 됬으면 좋겠다, 나도 그만 상처 주고 싶어. 난 그렇게 고개를 떨구며 자리를 피했다. 그러자 어느순간부터 형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자리에서 멈칫했지만 이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 멈추면 안돼. 난 그렇게 서럽게 우는 형을 두며 자리를 떠났다.
두 사람이 서있다, 내 앞에선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손을 꽉 잡고 있는 두사람. 형을 피하고 다닌지 한달째였을때 또다른 모습으로 나에게 찾아왔다. 송민호의 등뒤에 숨어 날 빼꼼히 바라보는 진우형, 난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미소를 지어주었다. 송민호는 진우형을 뒤에 숨기며 굳은표정으로 날 바라보다 그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왜 이렇게 피해다니냐?라는 말을 내뱉는다. 난 송민호의 말에도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둘이 좋게됬나봐?라는 말을 뱉자 송민호 또한 아직도 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송민호의 뒤에서는 아직도 그 큰 눈망울로 나를 빤히 보는 진우형이 보였다. 그 여린손으로 송민호의 옷자락을 꽉 붙잡고 있었다. 난 옷자락을 붙잡는 손을 향해 내 손을 뻗었지만 이내 송민호로 인해 제지당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진우형이 내 손을 잡았다, 그때처럼. 나 또한 형의 손을 잡으며 웃어주었다. 그러자 굳은 표정이였던 형의 얼굴이 밝아졌고 옛날 내가 보던 형의 웃는 모습이 내 눈앞에 있었다.
"민호가 잘 해줄꺼야, 송민호 믿을만하잖아. 그지?"
형의 표정이 안 좋아지고 내 손과 형의 손은 멀어졌다. 송민호는 다시 진우형을 자신의 뒤로 숨기더니 이내 자리를 뜬다. 망할새끼, 좀 더 얼굴 보고싶었는데 데려가냐? 그래도 봤으니까. 난 멍하니 형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보고싶었어, 멀리 떨어진 진우형에게는 안 들리겠지만 형을 향한 나의 외침이였다. 보고싶어, 형. 보고싶고 가지고싶고 형을 품에 가두고 싶어. 그래도 난 형의 자리가 아니야. 송민호가 잘 해줄꺼야. 나랑 싸우긴 했어도, 믿을만한 놈이니까. 울지말고, 지금처럼 이쁘게 제발 형.
***
나쁜놈, 강승윤. 정말로 나 그냥 가지고 논거였어? 난 그 말 너가 진심으로 안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전 날까지 날 안 놓는다고 했으니까. 그냥 믿었는데 널 믿은 내가 멍청이지. 요즘 세상에 나같은 바보가 또 살까? 시발, 강승윤 나쁜놈. 망해라. 죽어라. 너 때문에 내가 그런 수모를 겪으면서도 송민호를 택했는데 넌 반응이 그게 뭐냐? 잘해줄꺼라고? 그래봤자뭐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넌데. 너만 계속 생각이나고, 너만 보고싶고. 사랑해, 승윤아. 난 공책에 조그마하게 사랑해라며 글자를 적다 이내 지워버렸다. 그래도 승윤이는 날 버렸어. 그냥 한번 안아준거였어? 시발, 그것도 모르고 나는. 공책에는 어느새 무언가가 계속해서 떨어졌고, 난 급히 눈을 닦아내었다. 남자가 쪽팔리게 이게 뭔짓이야. 난 급하게 닦으며 눈물을 그치려고 했지만 이 놈의 눈물샘은 드디어 미친건지 멈출생각을 않는다. 보고싶다고, 보고싶어.
"이 개놈아, 보고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