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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하고 아름다운 신들의 세계


 


 


 


지상의 사람들은 갈 수 없고, 존재의 유무도 모르고 그저 섞여 사는 존재들만 아는 세계가 있다. 바로 십이지신이 지키고 사방신이 다스리는 세계. 지상에도 널리 알려진 쥐[子]・소[丑]・범[寅]・토끼[卯]・용[辰]・뱀[巳]・말[午]・양[未]・원숭이[申]・닭[酉]・개[戌]・돼지[亥]를 일컫는 십이지신과 백호, 청룡, 주작, 현무 그리고 중앙을 통치하는 황룡까지 사방신을 가리키는 것이 맞다.


 


 


그곳의 모두는 때로는 동물, 때로는 인간의 모습을 하며 산다. 십이지신이 그들의 근본이며 각 십이지신의 가문을 대표하는 가주들을 십이신왕이라고 부른다. 그 십이신왕이 속해 있는 열두 가문 중에 가장 위세가 높은 가문은 호랑이 가문인 인(寅) 가문, 용의 가문인 진(辰) 가문, 뱀의 가문인 사(巳) 가문, 닭의 가문인 유(酉) 가문이 있었다.


 


 


이유는 그 가문이 사방신인 백호, 청룡, 주작, 현무 그리고 이 사방신의 균형을 맞춰줄 황룡까지 다섯의 신을 가장 많이 배출해 냈기 때문이다.


 


 


특히 백호나 용 같은 경우는 더더욱 사방신의 형태와 비슷한 십이지신이 사방신이 되기에 유리한 조건이었다. 그래서 호랑이 가문인 인(寅) 가문이 열두 가문 중에 사방신을 가장 많이 배출해 낸 가문이 되었다.


 


 


 


 


 


 


 


# 호랑이 소년과 소년의 여동생


 


 


십이지신의 가문 중에 가장 잘나가는 호랑이 가문은 남 부러울 것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걱정거리가 있었다. 몇 대 째 사내아이들만 태어나고 여자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것이 그 걱정이었다. 호랑이 가문의 가주이자 인의 신왕인 김 호현은 양 가문 출신인 아내 미연이 첫아이를 가졌을 때 팔불출로 유명했다. 미연의 다리가 땅에도 닿지 못하게 했고, 육식성인 주제에 그녀가 입덧으로 못 먹는 풀이 먹고싶어 할 때 풀을 씹어라도 주는 호랑이의 풀 먹방 원맨쇼까지 했다. 그는 자신의 아내를 닮은 귀여운 딸이길 바랐건만 12월의 끝자락 으앙, 하고 울음을 터트린 건 아들이었다.


 


 


그래도 수고한 미연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고 입을 맞추며 아이의 이름을 크게(泰) 형통한(亨)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태형이라 지었다.


 


 


그런 태형이 태어나고 2년 후, 가을. 호현의 바람대로 귀여운 호랑이 소녀가 태어났다. 이름은 연화(姸華). 예쁘고(姸), 빛나는(華) 사람이 되라고 김연화라는 이름을 가진 호랑이 소녀가.


 


 


 


십이지신들은 인간의 모습으로 잉태를 하고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났어도, 에너지의 유지를 위해 대부분은 동물의 형태를 했다. 3살이 되어 아기 호랑이의 모습보다 세 살배기 남자아이의 모습이 더 오래 유지되고 있는 태형의 관심사는 온통 동생이었다. 어찌나 동생을 예뻐하는지 매번 나는 호랑이인데 왜 야채를 먹어야 하냐며 입술을 댓 발 내밀며 거절하던 야채도 어른들이 하는 좋은 오빠가 되려면 야채도 잘 먹어야지 하는 꼬임에 넘어갔다. 태형은 먹기 싫은 잘게 썬 야채 볶음밥을 입에 넣고, 눈물이 그렁그렁 하면서도 동생이 귀여워서 헤벌쭉 보다가 꿀꺽 삼키고 한 입 먹고 또 울상이 되다가 동생을 보며 꿀꺽 삼키고를 반복했다.


 


 


아직은 호랑이의 모습인 연화가 하품을 하면 태형은 동생이 너무 귀엽다며 쥐고 있던 이불자락을 더 꼭 쥐었다. 그러면 옆에서 흐뭇한 얼굴로 남매들을 지켜보단 호현은 인의 신왕의 위엄도 버린 체 미연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우리 애들 너무 귀엽다며 속닥거렸다. 미연은 그 부자를 지켜보며 미소를 짓고, 아무것도 모르는 연화는 단 꿈을 꾸는지 자그마한 분홍빛 혀로 쨥쨥 입맛을 다시는. 그리고 그런 연화를 귀여워하는 두 부자. 무한 반복의 행복한 굴레였다.


 


 


연화가 조금 커서 인간의 모습에 익숙해지고, 태형은 자유자재로 호랑이와 남자아이의 모습을 바꿀 수 있을 때 태형은 연화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연화도 그런 게 익숙해서 태형과 붙어 다녔다.


 


 


태형이 고사리 같은 손에 나무 줄기를 엮어만든 작은 바구니를 든 연화를 보고


 


 


-연화야, 어디 가?


 


 


하고 물어보면,


 


 


-나 산딸기 딸 거야. 오빠두 같이 가.


 


 


이렇게 말해놓고 쫑쫑쫑 산딸기를 따러 저택 뒤 정원으로 작은 발을 옮기는 연화가 있었다.


 


 


 


또 태형이 바닥에 쪼그려 앉아 가만히 바닥만 보는 연화에게


 


 


-연화야, 뭐 봐?


 


 


하고 물어보면,


 


 


-나 개미 봐. 오빠두 같이 봐. 쟤가 대장 개미야.


 


-왜?


 


-몸이 제일 크니까.


 


 


하고 태형을 잡아끌어 같이 구경하는 연화가 있었다.


 


 


엄마가 맛있는 쿠키를 구워주면 연화는 꼭 입가에 쿠키 부스러기를 묻히고 먹었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태형이 입가에 묻은 부스러기를 틀어주며


 


 


-연화야, 맛있어?


 


 


하고 물어보면,


 


 


-웅. 오빠도 아 - 해.


 


 


하고 가장 예쁜 쿠키를 태형의 입에 쏙 넣어주는 귀여운 연화가 있었다.


 


 


그러니 태형이 끼고 돌지 않을 수가. 태형은 오빠로써 연화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지금처럼 늘 연화가 태형이랑만 놀 것이라고 내심 자신만만해 했다.


 


 


 


 


-연화야 오늘은 뭐하고 놀까?


 


-오늘은 찐 오빠랑, 꾸기랑 놀 거야.


 


 


 


 


 


그럼 오빠는?


 


 


라이벌이 등장하기 전까진 그랬다.


 


 


 


 


 






 


 


 


 


# 미래를 보는 소년


 


 


 


용은 환상 속에서 나온 동물이다. 신화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십이지신의 세계에서도 용은 신기한 영물이었다. 용의 가문 진 가문의 특징은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날씨를 맞추었고, 누군가는 가까운 미래를 예견했으며, 누군가는 아주 먼 미래를 예언했다. 이런 점을 살려 아래 세상에 가서 투자를 해 돈을 많이 끌어모으기도 했다. 상상 속의 영물이라도 금은보화는 좋아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하지만 용 가문은 끊어질듯 말듯 대를 이어갔다. 여자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가 가주가 되었고,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가 가주가 되었다. 먼 방계에서라도 용이 태어나면 즉시 호적에 올렸다. 용은 상상의 동물인만큼 아주 귀했다.


 


 


그런 진 가문의 미래의 신왕 후계자인 석진은 역대 용들보다 가장 강한 미래를 볼 수 있었다. 석진의 미래는 꿈으로 오거나, 갑자기 어느 순간 석진의 머릿 속을 스쳐갔다. 파노라마 처럼. 때론 너무 먼 미래라서 터무니 없다며 미친 사람 취급하며 비웃는 존재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핸드폰이 없는 십이지신의 세계에서만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이 나오기 10년 전에 스마트폰의 존재를 맞추어 버린 것.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가지고 셀카를 찍던 자신의 모습이 머릿속에 필름 한 부분을 재생 시키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일단 아래세계의 물건에 관심이 없었거니와, 아래세계를 출입하던 이들이 그럴리 없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석진의 능력을 믿는 자들은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비슷한걸 만든다고 하면 투자를 했다. 결과적으로 그 투자들은 막대한 부를 가져왔다. 석진의 승리였다.


 


 


그리고 그것은 곧 가장 강력한 용의 피가 흐른다는 증거가 되어주었고, 미래의 석진이 사방신인 청룡, 혹은 황룡에 가깝게 될 확률이 높다는 얘기였다.


 


 


그런 신통방통한 석진의 첫 예언은 연화와 관련이 있었다. 석진이 3살 때, 석진의 아버지는 친우인 호랑이 가문의 신왕인 호현에게 아이가 생긴다는 말에 호랑이의 저택에 놀러 갔다. 아장아장 걷다가 용으로 변해 허공을 떠다니듯이 뽀르르 날다가 어린 아이로 변했다. 아버지에게 손을 뻗던 어린 석진은 호현을 보곤 낯을 가리며 아버지의 다리 뒤로 숨었다. 그러다 당시 태형을 임신하고 있던 미연에게 다가가 배를 가리키면서 꽃 두 송이를 주곤 공주님이라고 말했다.


 


 


내심 딸이길 바랐던 호현은 그걸 보고 손뼉을 칠 정도로 기뻐했다. 석진은 어리지만 예지력이 뛰어난 용의 가문의 적통 후계자였다. 하지만 호현의 기대를 져버리고 호랑이 가문에 처음 태어난 건 건강한 사내아이인 태형이었다. 그 사실을 그저 그런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잊고 있던 2년 후 연화가 태어났을 때 모두는 생각했다. 꽃 두 송이가 2년이었구나. 석진이 준 꽃은 연화가 태어난 가을에 피는 코스모스였다.


 


 


원래도 사이가 좋았지만 이 일로 두 집안은 더더욱 사이가 좋아져서 왕래가 잦아지게 되었다. 항간에선 석진과 연화가 미래의 약혼으로 내정 되어있단 소문이 생기기도 했다. 물론 소문이었다. 아직까지는.


 


 


석진도 가끔 아버지 따라 오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술을 마시던 호현이 그 얘기를 단골 술자리 레파토리처럼 꺼냈다. 아버지 옆에서 안주로 내놓았지만 맛있는 음식들을 얻어먹으며 듣고 있던 석진은 이제 막 태어난 연화가 궁금했다. 태형은 장난꾸러기라서 쟤가 세살이 맞나싶을 정도로 사고를 치는데 연화도 크면 그럴까. 그런 생각을 하던 중 호현이 석진에게 연화를 구경시켜주기로 했다.


 


 


어느새 젓가락질을 멈추고 아버지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며 잔뜩 궁금하단 눈으로 쳐다보는데 모른 체 하기가 더 힘들었다.


 


 


아직 태어난지 100일이 조금 못된 연화는 요람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감은 눈의 속눈썹이 많은 것이 태형을 닮기도 한 것 같다. 빤히 보고 있으니 코를 찡긋거리던 연화는 불편한지 팔을 조금 버둥대더니 새끼 호랑이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석진에게 여러 장면이 아주 길게 스쳤다. 자신이 부르면 오빠! 하고 달려오는 어떤 소녀. 그리고 다른 이들. 식사를 같이 하고, 웃고 떠들고 소녀가 든 카메라에 모두 서서 사진을 찍은 본인을 포함한 소년들.


 


 


입을 살짝 벌리고 허공을 주시하는 석진의 동공이 용의 눈처럼 파충류 특유의 동공이 되었다. 석진이 타고난 하얀 빛이 석진의 주위를 감쌌다. 용이 예지를 보는 증상 중 하나였다. 석진의 나이대엔 기운이 흐려야 정상이지만 또렷한 색으로 일렁이는 빛에 두 가주는 석진에게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곧 석진의 기운이 갈무리 되고 허공을 바라보던 석진이 정신을 차린 듯 아, 하는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곤 검지를 뻗어 새끼 호랑이 상태로 자는 연화의 핑크 젤리 발바닥에 갖다댔다. 연화의 젤리 발바닥이 꼬물거리더니 다시 사람이 되어 작은 손으로 석진의 검지를 감싸쥐었다. 그 모습을 보던 호현이 입을 열었다.


 


 


 


 


"무엇을 보았니?"


 


 


"이 아이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는 거요."


 


 


"행복해 보였니?"


 


 


"네."


 


 


 


석진의 얼굴은 무언가 그리운 것도 같았다. 그만큼 미래에 집중했던 것의 여파였다. 호현의 물음에 웃으며 답하던 석진은 얼른 그 미래가 오길 바랐다.


 


 


 


 


 


 










 


# 이름은 하나인데 모습은 서너개


 


 


 


연화가 태어날 쯤에 특이한 아이가 하나 태어났다. 이름은 전정국, 토끼 가문인 묘(卯)가문에서 태어난 사내아이였다. 아이는 아주 특이하고, 특이했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도깨비 얘기를 해야한다. 최고신인 황룡의 심부름꾼이자 이 세계의 존재를 지키는 도깨비는 십이지신으로 태어나 100일이 지나도록 본체인 동물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자들이었다. 혹은 황룡의 피를 묻은 물건이 황룡의 염원을 담은 소망으로 도깨비가 되거나. 그래서 인간세상에 사람의 피가 묻은 물건이 오래 되면 도깨비가 된다는 소리가 나돌았던 것이다.


 


 


정국이 그랬다. 토끼인 아버지와 매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는데 사람의 형태를 한달동안 유지 했다. 황룡신이 등장 할 때에 맞춰서 도깨비도 나타나기에 정국이 도깨비일지도 모른다고 마음의 준비를 했을 쯤, 정국이 하얀 아기 토끼로 변했다.


 


 


부모는 안도 했다. 그러나 다음날 토끼인 정국에게 분유를 먹이고 눕히니 매의 새끼로 변해 삐-! 하고 우는 것을 보곤 경악했다. 모습이 두개인 신이라니! 여태 역사엔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십이지신의 열두 신왕들이 모였다. 아직 어리지만 어렸을 때 닭의 가문에서 태어나자마자 돌이 되기도 전에 주작이 된 닭의 가문인 유(酉)가문의 박지민도 아직 세살인지라 부모의 품에 안겨 참석 했다. 정국은 그 사이에 토끼가 되었다가, 인간이 되었다가, 매가 되었다가,검은 맹수 새끼로도 변했다. 그 모습을 본 호랑이 가문의 신왕인 태형과 연화의 아버지가 한 마디 했다.


 


 


이번엔 흑표범이군.


 


 


 


토끼는 매를 기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매는 흑표범을 기를 수 없었다. 흑표범이라고 토끼나 매를 기를 수 없었다. 결국 모습이 변하는 것에 해당 되는 일주 동물들이 정국을 도맡아 기르기로 하였다.


 


 


태형이 끓어넘치는 호랑이의 본색으로 애기 호랑이 모습을 한 체 친구들과 산과 들을 쏘다닐 때, 그때 연화는 아직 아기라서 새끼 호랑이와 아기의 모습을 바꿔가며 요람에서 열심히 뒤집기를 했다. 그러면 정국도 옆에서 연화가 아기라면 아기의 모습으로, 연화가 새끼 호랑이가 되면 흑표범의 모습으로 변하며 연화를 따라했다. 몸을 열심히 뒤집던 연화가 배가 고파 분유를 달라며 울면, 정국도 따라 울었다. 연화는 정국에게 좋은 스승이었다.


 


 


그러다 꼭 태형이 올 시간인 저녁쯤만 되면 토끼로 변해 새근새근 잠을 잤는데 그래서 태형은 정국을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았다. 저 쪼그만 토끼가 우리 연화를 뭐 어떻게 하겠어? 물론, 태형의 큰 착각이었다.


 


 


 


연화가 엄마, 아빠, 태형이,오빠, 맘마. 이렇게 네 단어를 배운 다음 연화, 그리고 정국이라는 단어를 배웠다. 엄마 아빠가 하도 태형이 태형이 해서 연화도 따라서 태형이 태형이 하는 걸 보고 충격 받은 태형이 하루종일 태형이 오빠라고 정정해주고, 만날 때마다 오빠라고 강조해서 태형이와 오빠를 둘다 익혔다. 마찬가지로 연화와 정국은 유모가 하도 연화와 정국이 이름을 불러서 입에 익은 거다. 하지만 이제 말을 배우기 시작한 연화는 쌍자음이 어려웠다. 그래서 오빠보다 먼저 입에 붙었던 태형이를 더 잘 불렀다.


 


 


 


"태형이, 태형이. "


 


"태형이 아니고, 오빤데..."


 


 


미연(엄마)이 잔뜩 시무룩한 태형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랬다. 연화가 조금 더 크면 오빠라고 불러줄 거야. 아직 어려서 쌍비읍 소리가 힘든 가봐. 착한 오빠인 태형이가 조금만 기다려주자.


 


 


하지만 태형은 연화가 조금 더 자란 어느 날 보고 말았다. 정국이한텐 전꾸! 라고 부르는 연화를.


 


 


정확히는 어느새 앉아서 옆에 잠든 정국이를 전꾸 자장 자장 하고 토닥이는 연화를.


 


 


미연은 아차싶어 아들의 얼굴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태형은 그걸 보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이 연화 앞까지 가서 엎드려서 엉엉 울었다. 그걸 보던 연화는 태형이 앞으로 기어가 작은 손으로 태형의 머리를 토닥였다.


 


태형이 고개를 드니


 


 


"태태 ?"


 


 


하고 저를 올려다보는 연화가 있었다. 태태라고...불렀다... 태태라고 불렀어! 방울방울 맺혀있던 태형이 눈물들이 후두둑 떨어지고 어느새 미소가 걸려있었다.


 


 


"엄마, 아직 정국이는 애칭 없죠? "


 


 


미연은 아들의 기분을 이해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응. 아직 없지. 우리 태형이가 처음이네? "


 


 


 


얼마 전에 꾸꾸라고 불렀던 건 비밀로 해야겠다고 미연은 생각했다.


 


 


 


 


 


연화는 일곱살이 되었다. 정국이는 조금 크더니 새가 되어서 주작님네 집에 가서 연화랑 놀 수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연화는 아직 주작님인 지민을 본 적이 없었다.


 


 


 


 


"엄마, 연화가 정국이 안 물 수 있어요. 아직 애기니까 괜찮은데..."


 


 


 


 


태형이 연화더러 우리 애기~ 하면 빽빽 거리며 연화 이제 애기 아니야! 하던 연화가 미연의 무릎에 앉아 종알 거렸다. 정국이는 나 없으면 우유도 못 먹고, 과자도 못 먹는데.... 정국이는 새지만 야옹이인데... 야옹이는 호랑이가 지켜줘야 하는데... . 미연은 정국이는 야옹이가 아니라 흑표범이라고 정정해줄까 생각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흑표범이면 새가 위험하니 우리 집에 와야한다고 할게 뻔했으니까. 아이들은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은데 다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잠에서 깬 정국이가 날개가 된 제 손을 보고 삐익- 삐익- 울었다. 인간화를 한 정국이는 미연에게 달려와 안기며 엉엉 울었다. 저 이제 연화랑 헤어져요? 헤어진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았을까. 미연은 정국을 안아들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정국아, 헤어지지 않아. 잠깐, 정말 잠깐. 정국이가 다치지 않게하기 위해서 열 밤 정도 지민이 형네서 자고 오는 거야."


 


 


"하지만 연화가 저를 잊으면 어떡해요. "


 


 


"연화는 정국이를 잊지 않아. 둘은 친구잖니. "


 


 


 


 


미연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문이 드르륵 열리며 밖에서 태형과 놀던 연화가 들어왔다. 손에는 정국이 좋아하는 산딸기가 한 아름 들어있는 바구니도 들려있었다.


 


 


 


 


" 꾸야! 누나가 산딸기 가져왔어!"


 


 


"봐봐, 연화는 정국이가 산딸기를 좋아하는 것도 알아. 정국이 주려고 이만큼이나 따왔네? "


 


 


 


정국은 미연의 어깨에 파묻었던 고개를 들어 연화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산딸기 바구니를 내려놓고 자신에게 다가와 눈을 맞추는 연화가 있었다.


 


 


 


"꾸기 우러? "


 


 


"안 울었어..."


 


 


"거짓말...울지마아..."


 


 


 


연화와 정국은 같이 자라서 그런가 감정이 자주 동기화 되었다. 정국이 운것을 안 연화도 울먹이자 미연이 재빨리 화재를 돌렸다. 둘은 울면 서로 또 울지말라고 울어서 눈에 넣어도 안아플 아이들이지만 골치는 아팠다.


 


 


 


"둘이 뚝 하고, 산딸기 먹을까? 연화가 맛있는 산딸기를 따왔으니 엄마가 이번엔 케이크를 줄게. 거기에 예쁘게 장식해서 우유랑 먹자. 어떠니? "


 


 


"좋아요!"


 


 


 


대답도 동시에 하는 걸 보면, 그것대로 귀엽지만.


 




































이러다가 아예 안 올리지싶어서 올리는 글....

연재텀 극악 예정 

김태태 호랑이파....에서 출발한 글 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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