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보기 |
한동안 연락이 두절이 되는 걸로 시작이 되었다. 며칠 밤새 저를 앓게 해놓고는 정작 친구랑 놀고 다른 일 때문에 저한테 연락 한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서운 했다. 그래도 그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저를 이만큼이나 사랑 해 주는 사람은 극히 드물테고, 또 서로의 마음이 잘 맞는 경우도 굉장히 드문 경우니까 말이다. 괜찮을거다. 하고 마음의 위안을 그 시간을 삼으며 버텨왔다. 하지만 그 긴 기다림 끝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죽을 죄를 지었다는 듯 한 표정에 어물쩍 거리며 말을 더듬기에 왜 그러냐 묻자 그제서야 이실직고할 맘이 생긴 모양인지 한껏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낸다.
“미안해” “…응.” “그래도 진짜 좋아 했었던 거 알지?”
「좋아했던」 어느덧 두 사람이. 아니 우현이 사랑이라 치부했던 감정은 과거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꼬인거지? 우현은 성규가 쉴새없이 이별 통보를 하는 그 순간에도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도대체 무엇이 진실이고 또 어떤 것이 거짓인지를. 우현은 제가 딴 생각 하는 줄도 모르고 여전히 쉴새 없이 입을 놀리고 있는 성규의 말이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혼란스러웠다. 「좋아했었던. 좋아했던.」 과거형의 말을 쓰는 성규에 우현은 생각했다. ‘그럼 지금은 안 좋아한단 이야기가 되나‥.’
“어?”
아차. 마음 속 으로만 생각 한다는 것이 제 잇새사이로 소리가 새어나간 모양이다. 하지만 다행이도 성규는 제대로 듣지 못한 듯이 되물어오는 말을 할뿐이었다.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성규가 ″내 말 듣고 있었던거야?″한다. 사실 잠깐동안 다른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별의 상황에서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도 조금 우습지 않은가싶어 듣고있었단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미안. 약속 못 지켜서” “….” “이해..해 줄거지?” “….” “알잖아 너도. 나 이번 시험 중요한 거”
우현은 다시 한 번 생각에 잠겼다. ‘나보다 더 중요한게 있었구나’ 그러다가도 이내 이기적인 제 생각에 절레절레 고개를 내 저었다. 우현의 이상한 행동에 성규가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라고 물어왔다. 다시 한번 아차 싶은 우현이 마른 침을 삼키고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성규가 계속해서 정말 어디 안 좋은거 아냐? 하고 물었지만 우현은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냐, 아무것도.” “그럼..나 하던 말 마저 해도 돼?” “…응.”
내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러니까 내말은‥’ 하며 다시 제 입을 놀리기 바쁘다. 근데..헤어지는 마당에 어디 안 좋냐니..모순이다. 정말로 정을 떼놓고 헤어지고 싶었으면 걱정따위 하지 않아야 정상일텐데. 우현은 생각했다. 하긴, 고백도 심혈을 기울여서 한 네가 헤어질 때라고 예외는 없겠네..하고 이제 할 말이 모두 끝난건지 쉴새 없이 움직여대던 입을 멈추곤 미안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은 성규의 얼굴을 보고 우현은 애꿎은 침만 삼켜댔다. 고요함 속에 우현이 침을 삼키는 소리만이 공간에 존재 하고 있었다. 어색함이 흐르는 시간 속 한동안 성규의 말을 가만히 들어 주기만 하던 우현이 입을 열었다.
“‥괜찮아, 난.” “….” “중요 한 거잖아 시험.”
의외로 아무렇지 않게 무덤덤하게 말하는 우현의 행동에 성규는 당황함과 동시에 미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덜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가슴 한 구석이 저려 오는 건 역시 우현을 많이 좋아..아니 사랑 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 해 본다. 우현은 마지막 말을 끝으로 애꿎은 제 입술만 잘근씹어댔다. ‘차라리 욕이라도 좋으니 나한테 무슨 말이라도 하면 좋을텐데..’하고 성규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있지, 나는..네가 너무 좋아.” “….” “근데..아..그러니까..”
우현은 말을 꺼내려던 와중에 갑자기 먹먹해져선 성규를 제대로 바라 볼 수가 없었다. 지금 보면 금방이라도 주저앉아 울어 버릴 거 같아서. 모든게 엉망이 된 터라 머릿속에서 할 말이 정리가 쉬이 되지 않았다. 우현은 마치 녹음테이프를 틀어 놓은냥 ‘그러니까..내 말은..아..’만 반복 해댔다. 물론 사랑이란 것이 비단 영원한 것만은 아니지만 왜 저는 이리도 짧은 사랑만 찾아오는 것인지에 대한 원망도 들었다. 우현도 성규도 한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긴 침묵을 깬 것은 다름아닌 성규였다.
“나도 이렇게 까지 될 줄은 몰랐어..” “….” “..약속..못 지킨거에 대해선..미안하게 생각해.. 하지만 이대론..이대로는 안돼 우현아.. 알잖아 너도..”
내가 뭘 아는데? 하고 말이 턱 끝까지 차올라 왔지만 정작 소리를 내어 말하지는 못 했다. 정말로 저렇게 말했다간 영영 못 볼 것만 같아서. 물론 말은 안 해도 못보는거야 피차 마찮가지였지만 말이다. 계속 미안하다, 중요한 시험이다.하는 성규에게 우현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됐어. 그정도면 충분해.” “아..” “네 마음 잘 알았어.” “...미안해”
‘결국 너는 끝까지 미안하단 말 밖에 안 하는구나.’ 하고 우현은 생각했다. 사랑한다고. 마지막이라도 좋으니 사랑한다고 말 해 줬으면 했는데, 너무 큰 바램이었나? 그렇게 우현은 성규와 마지막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성규는 우현에게서 멀어져갔다. 우현은 한 동안 주변인들이 다 우울 해 할 정도로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성규는 우현에게서 꽤나 큰 존재였기 때문에. 우현은 성규를 쉽사리 지울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성규가 되 돌아 올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 때문에. 하지만 한편으론 생각했다. ‘다신 안 오겠지..’하고.
|
역시 제일 어려운건 끝마무리네요 ..또르르..☆★
또 하나의 똥글 조각글이 탄생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