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기타 방탄소년단 정해인 변우석 엑소 세븐틴 빅뱅
소격동 전체글ll조회 259l







사람들은 저마다의 학창 시절을 품고 산다. 내 기억 속 가장 깊숙이 자리한 그 애는 남들이 시시하다 할 농담에도 고개를 젖혀 두 눈꼬리를 접으며 꺄르르 행복하게 웃던 사람이었다. 아마 그 애는 죽어도 모르겠지. 그 웃는 입꼬리가 그 시절 나를 얼마나 설레게 했는지. 세월이 지나 우리가 다시금 마주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땐 이렇게 말해야지. 넌 몰랐겠지만, 내가 정말 후회 없이 좋아한 아이는 너였어. 너만 괜찮다면 서로 후련한 마음으로 한 번 안아 보고 헤어질 수 있을까. 더 이상 어떠한 감정도 담기지 않는 눈으로 그 애를 바라보며 환하게 떠나보내자고. 가족과 동아리 후배들이 건네준 분홍 꽃다발과 케이크를 품에 가득 안은 채 마이크를 쥔 교장 앞에 서 고개를 꾸벅이는 그 애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남몰래 그리 다짐했다.




오랜 인연을 거쳐 비로소 운명이 된,
저희 두 사람의 의미 있는 날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박지민
&
윤슬

퍼플유 웨딩홀

―――――――――――――――
2021.03.21
2:00 pm
―――――――――――――――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눈물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면서도 눈물샘이 고장나기로 한 듯이 끊임없이 눈물이 흘렀다. 잊으러 하였으나, 너를 잊지 못하였다. 어느 사극 드라마의 한 대사처럼 여전히 나는 박지민을 잊지 못한 채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쫓기듯 번호를 바꾸었음에도 어떻게 알아냈는지, 여주 넌 꼭 왔으면 좋겠다고. 자기만큼이나 예쁜 청첩장을 문자로 보내 온 박지민에 나는 어떤 답장을 보내야 할지 몰라 그저 이틀간 핸드폰을 꺼 놓는 수밖에 없었다.

그냥 가만히 앉아 있다 네 얼굴만 보고 조용히 나올까. 그러다 오히려 눈이라도 마주치면 그대로 무너져서 인사는커녕 눈물만 흘리다 나오는 거 아닐까. 그냥 가지 말아야겠다. 우리는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선택 하나로 살아간다는데, 반오십이라 불리는 나이가 됐음에도 나는 죽음의 기로에 선 것처럼 어차피 후회할 선택지들을 두고 밤낮을 망설이며 고민했다.




고민을 하는 데 있어서 우위를 둔 것이 있다면, 그건 후회였다. 아마 난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어떠한 이유로든 후회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박지민의 만남을 그냥 그렇게 흘려보내거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그 애를 만나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나열하다 더는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고 또다른 상처를 안고 나온다거나. 물론 선택함으로서 얻는 좋은 일도 있을 거다. 나는 그냥, 이보다 조금 더 세월이 흐른 시점에서 이 시절을 꺼내 볼 그때의 내게 덜 아픔을 주고 싶어서. 그 어떤 때보다 신중히 생각하는 거였다.

“어머. 쟤 김여주 아니야?”
“그러게, 맞는 거 같다. 내가 가서 불러올 테니까 여주 자리 좀 하나 맡아 줘.”

핸드백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식장에 왔는데도 먼 걸음하느라 고생했다는 그 애의 부모님의 손을 마주잡고 나니 그냥 이대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바쁘신 부모님을 두고 홀로 수능장을 향했을 때도 이렇게까지 발걸음이 무겁진 않았다. 마음이 가볍지 않아 그런가.

“혼자 왔어, 김여주?”
“아, 응.”
“저기 우리반 애들 기다리고 있어. 보이지. 쟤들 봐봐, 하나도 안 변한 거.”
“그러니까. 그대로다.”
“너는 손댄 거 없어 보이는데, 진짜 예뻐졌다.”
“젖살이 빠져서 그런가 봐. 그리고 너도 갸름해지고 예뻐졌는데.”
“얘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부는 존나 잘 떨어.”

언제 들어도 외모 칭찬은 부끄럽다는 주연은 새로 한 듯한 물결펌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어 배배 꼬고는 내 팔꿈치를 쿡 찔렀다. 쟤들 빨리 오라고 손 흔든다. 가자.

결혼식은 대게 이루어지는 방향대로 무난하고 평범하게 흘러갔다. 하나뿐인 장녀의 손을 팔에 끼고서 묵묵히 걸어가는 신부의 아버지는 보고 있는 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으며, 울컥하는지 그 옆에 따라 걸으며 애써 입꼬리를 올려 보이는 백색의 신부는 이곳에 머무는 그 누구보다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J에게 | 인스티즈


“.......”

그리고 그 신부를 다정한 미소로 기다리는 남편 박지민은, 그 시절 내가 보았던 입꼬리 중 가장 예쁘다 할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찬란했다. 그래서 그랬던가. 차마 마주친 눈을 계속 두기엔 네가 너무 눈부셔서, 나도 모르게 피하고 말았던 건.

“애들아, 나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 봐야 할 거 같아.”
“왜 다 끝나가는데, 너무 바쁘면 사진만 찍다 가.”
“미안해. 지민이한테 결혼 축하한다고 전해 주라. 연락할게.”
“많이 바쁜 일인가 보네. 알았어. 조심히 가고, 연락해. 만나서 술이나 한 잔 먹자.”

잘하지도 않는 연기를 쥐어짜내듯이 하느라 온몸에 피로가 쌓이는 기분이었다. 애초에 오기 전에 이럴 거라 생각은 했지만,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당분간 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을 듯 싶었다.

“저, 축의금 어디로 내면 될까요.”
“아, 저한테 주시면 됩니다.”
“여기요.”
“네. ...아 저,”
“이름은 고등학교 동문이라고 적어 주세요.”
“네. 성함은 따로 안 적고요.”
“네.”
“알겠습니다. 혹시 신랑, 신부에게 따로 하고픈 말씀 있으시면 여기 방명록에 적으시면 되거든요.”

쓸까 말까, 이것도 많이 고민한 거 같다.

“좋은 걸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J에게 | 인스티즈



「 결혼 축하해, 지민아.
그리고 하나뿐인 내 학창 시절을 예쁘게 밝혀 줘서 정말 고마워.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지내길 바라. 」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돼요!
 

혹시 지금 한국이 아니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정해인 [정해인] 무뚝뚝한 남자친구 짝사랑하기_0213 1억10.10 00:05
기타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1 유쏘10.16 16:52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기타[실패의꼴] 최종 면접에서 탈락하셨습니다 한도윤10.26 16:18
      
엔시티 행복한 날이다 그죠? 86 글쓰닝 03.23 17:34
엔시티 오마이 세상에나 오늘9 의댜 03.23 16:05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 본격! 서바이벌 남친 찾기 +4 명조 03.23 04:10
엔시티 조금 이른 이프와 스핀오프~60 의댜 03.23 01:59
엔시티 혹시 레드 놓쳤니?1449 의댜 03.23 00:27
엔시티 오늘의 별책부록 5.5호 인터뷰8 의댜 03.22 22:53
엔시티 레드 궁금한 공주60 의댜 03.22 21:38
엔시티 오요휴! 67 글쓰닝 03.22 21:23
엔시티 와 오늘 진짜 추추추추추47 의댜 03.22 18:30
방탄소년단 J에게 소격동 03.21 23:17
엔시티 모해? 158 글쓰닝 03.21 22:02
엔시티 공연 포스터 본문에 올려도 됩니까?3 의댜 03.21 21:07
엔시티 [OFFICIAL] ' NCT의 댄싱로맨스, 썸바디 3 ' 댄서 10인 캐스팅 난항 겪다 2인 출연 ..14 의댜 03.21 20:55
엔시티 몇시가 좋니19 의댜 03.21 20:15
엔시티 후라이드 반 양념 반7 의댜 03.21 16:58
방탄소년단 (가제) 범 내려온다 00 홀앙이 03.21 07:34
엔시티 이 새벽에20 의댜 03.21 01:54
엔시티 오늘의 별책부록 5호 인터뷰7 의댜 03.20 21:42
엔시티 차라리 대학교말고544 의댜 03.20 19:39
엔시티 심심한데 오랜만에 172 글쓰닝 03.20 18:49
엔시티 커넥 작업을 위한 294 글쓰닝 03.20 14:07
엔시티 - <판교에서 생긴 일> PDF 파일 메일링 최종 - 44 글쓰닝 03.20 14:02
엔시티 머리가 백지다 백지 (드래그29 의댜 03.19 23:47
엔시티 과제하다가4 의댜 03.19 22:46
엔시티 오늘의 별책부록 4호 & 4.5호 인터뷰10 의댜 03.19 22:34
엔시티 판교 2차 메일링 완료 (나 물어볼 게 있어) 66 글쓰닝 03.19 21:42
엔시티 오늘의 별책부록 3호 인터뷰8 의댜 03.19 02:21
추천 픽션 ✍️
thumbnail image
by 유쏘
아저씨! 나 좀 봐요!나는 지극히 연애쪽으론 평범한 백설 ... 25년 인생 100일은 단 한 번도 넘겨본 적 없는 암묵적인 모쏠(?) 백설이다...사실 나는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걸수도 ...?!"야!!!..
thumbnail image
by 커피우유알럽
양아치 권순영이 남자친구인 썰나에겐 중학교 2학년부터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 내가 지금 고2니까 현재로 4년째? 솔직히 내 남자친구라서 그런 게 아니라 얘가 진짜 좀 잘생겼다. 막 존나 조각미남!! 이런 건 아닌데 여자들이 좋아하는 훈..
thumbnail image
by 1억
무뚝뚝한 남자친구 짝사랑하기w.1억   "##베리야~ 아직 멀었어?""으응! 잠깐만!! 잠깐!!!"나에게는 8살 차이가 나는 남자친구가 있다. 흐음.. 만난지는 개월 정도 됐다!남자친구는 나와 아~~~주 정반대다. 우선..
by 알렉스
[배우/남윤수] 너를 삭제,ㅡ단편ㅡ  ㅡ내가 봐도 유치한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다. 어젯밤은. 발단은 돌아버릴 것 같은 심심함 때문이었다. 그 전까지 나는, 내 앞으로 산더미처럼 온 시나리오 책들을 읽고 또 읽고 있었다. 툭, 하고 나..
thumbnail image
by 한도윤
“도윤아…. 나 너무 아파. 도와줘.”슬이의 한 마디에 나는 기다리던 버스 대신 택시를 불러 슬이네 집으로 갔다. 슬이가 사는 오피스텔에 택시가 도착했을 무렵 슬이는 아픈 배를 쥐어 잡고 입구 앞 벤치에 쭈그려 앉아있었다. 나는 그런..
by 한도윤
대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에 돌아와 L을 만난 건 내 연애 역사 중 최고의 오점이다. 그때의 나는 제대로 사랑을 받아 본 적도, 줘본 적도 없는 모태솔로라고 봐도 무방했다. 어쩌다 나와 L은 커피를 한두 잔 같이 마셨고 무심코 던진 L의..
전체 인기글 l 안내
11/8 9:00 ~ 11/8 9:02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