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돈 좀 있냐? " 정말 돈이 급해서 물어본 거였는데 준회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좀 말투가 쎄긴 했음. 근데 뭐 어때, 뺏는것도 아니고 빌리는 건데. " 김진환 돈 있냐고. " " 왜? " " 넌 뭐야? " " 그건 내가 할 말이지. " 분명히 김진환한테 물어봤는데 갑자기 한빈이(=기생오라비)가 험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끼어듬. 옆에서 진환이는 고개 푹 숙이고 눈치만 슬슬 보고있고. " 난 얘한테 물어봤는데 니가 왜 끼어드냐고. " " 내가 너같은 놈들 한두번 본줄 알아? " " 저.. 한빈아.. " 욱하는 거라면 어디든 빠지지 않는 준회지만, 한빈이 성격도 그에 못지 않게 불같음 둘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한빈이가 벤치에서 일어나려던 찰나에 " 야 구준회!! 오늘 동혁이가 쏜다니까 그냥 빨리 와!! " 자신을 얕게 노려보는 한빈이를 뒤로하고 준회는 운동장 쪽으로 다시 뛰어감. 한빈이에 대한 소개를 하자면 어렸을 때부터 진환이와 같이 자란 동네 친구. 내성적이고 몸집도 작은 진환이와는 달리 성격도 쾌활하고 리더십도 출중한 편이라 항상 골목대장을 맡아 애들이랑 몰려다님 몸집이 작아 항상 괴롭힘의 타깃이 되는 진환이를 유치원 다닐 때부터 지켜줬던 흑기사. 얘네 집도 꽤 유복한 편인데 중학교 2학년이 끝날 때쯤 아버지 사업 때문에 이사갔다가 그 후 진환이가 괴롭힘을 당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진환이를 지켜주러 부모님께 박박 우겨서 지금 고등학교로 전학옴 - 친구들과 시원하게 음료수 한 캔 하고 땀 범벅으로 교실에 들어온 준회. 진환이는 역시나 앉아서 공부하고 있음. 그런데 진환이를 보니 아까 그 기생오라비가 생각나기도 하고 자기가 부르면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한빈이한테는 잘도 말하는것이 꼭 자기가 무시받는 느낌이 들어 자존심이 약간 상함.. " 아 더워. " 그래서 준회는 땀에 젖은 셔츠를 벗어 괜히 진환이 쪽으로 던짐. 무슨 초딩이 심술부리듯 ㅋㅋㅋㅋ 진환이 책상에 철푸덕 펼쳐진 셔츠. 하늘에서 갑자기 내려온 셔츠에 당황한 진환이가 어쩔줄 몰라 그대로 굳은 채 셔츠 아래 애꿎은 손가락만 꼬물거림 준회는 그 모습이 재밌는지 풉. 하고 잠시 지켜보다가 진환이 머리를 헝크러트림. 갑자기 놀라서 쳐다보는 모습도 재밌음. " 뭘 봐? " " 아.. 미안.. " " 알면 눈 깔아. " 너무 세게 말했나? 뭐 어때 장난인데. 황급히 고개를 내리는 진환이를 보며 장난이었다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가오 죽을까봐 그냥 아무 말도 안함. - 그 날 이후로 준회는 가끔 진환이를 관찰함. 같은 반에는 친한 친구들이 별로 없기도 하고, 가끔 툭툭 건드렸을때 나오는 반응이 너무 재밌어서 어떻게 하면 잘 놀려먹을 수 있을까 탐구하기 위해서기도 함. 초딩도 아니곸ㅋㅋㅋㅋㅋㅋ 〈구준회의 김진환 관찰일지> 1. 김진환의 등교 시간은 내가 맨날 지각해서 알 수 없지만 오자마자 공부를 하는 것 같다. 2. 화장실이라거나 특별한 일이 없을땐 계속 자리에 앉아서 공부를 한다. * 특별한 일 = 기생오라비가 부를 때, 기생오라비가 매점 가자고 할 때 등등.. 3. 가끔 엎드려 잘 때도 있는데 옆으로 얼굴을 살짝 내놓고 잔다. 그때 귀에 바람을 불면 놀라는것중에 가장 크게 놀란다. 4. 피부가 뽀얗다. 볼에 점이 하나 있다. 5. 친구는 옆반에 기생오라비 한명이다. 이름은 김한빈이고 올해 전학왔는데 춤을 잘 춰서 댄스동아리에 들어갔다고 한다. 6. 근데 김한빈은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 이유는 아직까지 모른다. 그냥 미치ㄴ놈인것 같다. 7. 공부도 잘 하는데 기숙사에서 안 산다. 학교 끝나자마자 바로 어디로 뛰어간다. - 평소와 다름없는 평화로운 수업시간. " 숙제 안한사람 일어나. " 익숙하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유유히 뒷문으로 나가는 준회. 하여튼 숙제를 해온 꼴을 못 봐요. 아 예 하고 보란듯이 입을 삐죽거리고 얄밉게 뒷문을 닫는 준회 덕에 선생님은 오늘도 약이 제대로 오르심.. " 김진환 너도 일어나. " 어리둥절한 진환이에게 내려진 재앙같은 선생님의 명령.. " 짝이 숙제를 모르면 알려주는 성의라도 있어야지. 넌 구준회 책 들고 나가서 오늘 숙제 범위까지 다 풀게 하고 와. " 망했다. 안그래도 요즘 한빈이랑 같이 있을 때마다 이유없이 째려봐서 준회가 더 무서워진 진환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섬주섬 책을 들고 복도로 나감 그 와중에 준회 책 진짜 새거라서 그냥 서점에 내다 팔아도 제 값 받을수 있을거라는 생각함 ㅋㅋㅋㅋㅋ 복도에서 천하태평하게 xx팡을 하고 있던 준회. 인기척이 느껴지자 바로 옆을 슥 봤는데 웬일이래.. 책을 두 권 들고 우물쭈물하며 서 있는 진환이가 보임. " 넌 왜 나왔냐? " " 이거.. 숙제.. " " 숙제 뭐. " 이상하게 진환이가 말끝을 흐릴수록 더 세게 다그치게 됨. 말을 더 잇지 못하고 입술만 오물거리는 게 보다보면 나름 재밌음. " 숙제.. 다 해야된대.. " " 싫은데? " 왜냐면 난 복도가 좋거든. 내가 xx팡 점수로 김동혁한테 밀려서 상당히 자존심이 상한단 말이지. 방금 막 게임을 시작해서 고도의 집중상태가 된 준회에게는 진환이의 한 마디도 커다란 방해요소임. " 너 다 해야 나도 들어갈.. " " 아 x발 그럼 니가 하던가. 오 신기록!! " 신기록이지만 미세한 차이로 순위가 밀림..ㅠ 게임에 푹 빠진 준회를 보며 괜히 또 한껏 겁먹은 진환이는 샤프를 꺼내 준회 숙제를 대신 해줌 " 구준회. 숙제는 다 해놓고 게임하냐? " " 아 그게, " " 책 봐봐. " " 쌤.. 아 잠깐만요!! " 복도로 갑자기 검사하러 나오신 선생님. 책을 슥 펼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준회의 당황한 표정이 역력함 회초리로 50대는 맞을 생각하던 준회의 각오와는 다르게 책 검사를 끝내고 흐뭇하게 웃으며 준회의 머리를 쓰다듬는 선생님. " 그래 준회야~ 너도 하면 되잖아. 어서 마무리하고 수업 들으려 들어오렴~^^ " ????????? 기분 좋게 교실로 들어가신 선생님과 어리둥절한 준회. " 너 진짜 내 숙제 했냐? " " 아.. 그냥 복습하는 겸.. " " 아 진짜? " " 응.. 그냥.. 얼마 안 걸려 생각보다.. " " 그래? 그럼 계속 대신 해줘라. " 고맙단 말은 할걸 그랬나? 고민하다가 또 남자가 가오가 있지.. 그놈의 가오.. 자기 책 집어들고 유유히 교실로 들어가는 준회. 쟤는 복습하고 나는 숙제 해가고. 서로 좋은거지 뭐. 아싸 뜻밖의 개이득! - 댓글 달아주신 분들 전부 고맙습니다! 정말 큰 힘이 돼요..♡ 준환러들은 물론 이 글 보시는 분들 모두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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