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go -Yiruma 1. 박지성그의 곁에 남은 지 일 년, 내가 말라가기 시작한지 일 년. 그는 언제나 영국에 있었고 내가 지쳐 그에 대한 마음을 점차 놓을 때서야 내게 손을 뻗었다. 영국에-. 그의 구역에 발을 들여놓은 처음 그 순간, 숨이 멎을 듯이 기뻤다. 그 생생한 순간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곧이 곧대로 남아있다. 더 이상 추억 속 잔상을 그리며 눈물 짓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거라는 생각에 행복했다. 세상 그 어느 여자보다도 행복했다. 신혼부부 같은 생활, 그것을 기대하며 꿈에 부풀었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 나는 그것이 단지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채 허황된 기대를 접었다. 언제나 훈련을 위해 떠나는 그의 짐가방을 챙기며 마지막, 이번이 끝이라고 되새겼다. 짐가방 하나에 한 달. 그런 가방을 일년에 수도 없이 싸면서 한국을 그렸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더 나았다. 그를 만지지 못하는 것이 비록 허점이라면 허점이었지만. 지친 하루를 넘기며 침대 머리에 기대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오아시스, 그래 오아시스에 도달한 기분이었다.오늘 아침 또한 어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이었다. 혼자 침대에서 일어날 때의 그 허전함, 외로움.멍하게 창밖을 내다보고 까칠해진 얼굴을 쓸었다, 머뭇거리며 전화를 들다 딱딱한 자동응답에 다시 내려놓았다.이 또한 일상이라면 일상, 피곤한건지 익숙한건지 여느때와 똑같은 패턴으로 쇼파에 몸을 뉘였다.새하얀 천장을 마주하며 내가 미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뒤로 눈을 감았다."으-."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축 늘어진 몸에서 작은 비명소리가 났다.어지러운 머리를 감싸며 쇼파를 지탱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이 켜진 부엌에 조심스레 다가가자 물을 꺼내마시는 오빠가 보였다.오빠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차가운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헝클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한숨을 내쉬었다.근 2주만이었다. 보고싶었다느니, 사랑한다느니. 그런 낯간지러운 말은 기대도 안했다.그저 잘 지냈냐는 한 마디가 필요했다. 매일같이 혼자 둬서 미안하다는 말. 주말에 잠깐이라도 나가자는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도 괜찮았다. 너무 지쳐서, 이 지독한 패턴에 물려버려서 그만 끝내려고 하는데 그는 눈치조차 채지 못하고 있었다. "오빠-." "응?" "나, 한국 갈래요." "...어쩌지, 이번엔 시간이 안 되는데-." "아뇨, 혼자 가요." 식탁에 유리컵을 내려놓는 오빠의 손이 멈칫했다. 잠깐의 정적과 함께 내려진 유리컵의 소리는 생각 외로 컸다. 오빠는 아무 말 없이 뒤를 돌아 냉장고에 물병을 넣었다. 그리고 다시 조용해진 집안. "가서 안 와요." 오빠는 숨을 깊게 내쉬었고 나는 숨을 들이켰다. 왼손의 반지가 이상할만치 무거워 양손을 맞잡았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혹시나 말하면서 눈물을 펑펑 쏟을까 잡아달라고 하소연할까 걱정했는데 오빠도 나도, 모두 이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가." "......" 이렇게 쉽게 정리할 거, 왜 그렇게 가슴 졸였을까. 왜 그렇게 울었을까. 왜 그렇게 힘들어 했을까. 그를 사랑한 내가 지독히도 미워질 무렵, 그런 내가 무딜만큼 원망스러워질 무렵. "가서 정리하고 와." "....네?" "너 하루종일 멍하게 있는 거, 나 없으면 여기서 잠도 잘 못 자는 거 다 알고 있었어." "......." "내 옆에 계속 묶어두고 싶은데 그러다가 너 정말 나 미워할까봐 보내주는거야." "오빠." "이렇게 될까봐, 겨우 참고 있었는데 니가 와버렸잖아." "......" "보내줄게, 다시 와." 2. 기성용 "나 영국 가." 움직이던 칼이 손가락 위로 멈췄다. 뚝뚝 흐르는 피에 어쩔 줄 몰라하는 오빠를 뒤로 키친타올을 뽑아 따끔이는 손가락 위에 감쌌다. 빨갛게 물드는 타올을 멍하게 내려보았다. 깊게 베여 욱신거리는 검지 손가락보다 어딘가 마음이 더 아렸다. 붉은 피로 얼룩진 도마 위의 채소들을 신경질적으로 개수대에 부었다. 작은 한숨과 함께 냉장고 벽에 기대는 오빠가 느껴졌다. 고요한 적막이 원망스러웠다. 여기서 말 한마디 안 하는 오빠가 더 원망스러웠다. 앞치마를 벗어 걸어놓고 하얀 방문을 열었다. 소리닫게 문을 닫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느끼며 침대 위에 주저 앉았다. 온통 빨간 타올을 버리고 서랍 위에 놓인 티슈를 뽑아들었다. 피는 멈출 기미없이 왈칵 흘러나오고 있었다. 눈가가 시리더니 이내 시야가 뿌예졌다. 툭툭 소리없이 떨어지는 눈물에 두 손바닥 위로 얼굴을 묻었다.조심스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슬리퍼 소리가 화장대 께에서 멈칫 멈추는 것도 느껴졌다.그는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기다려주고 있었다. "OO아.""......""오빠 좀 보자-.""나랑 결혼 왜 했어?"오빠는 대꾸없이 한숨을 몰아쉬었다. 어느 새 내 앞에 서서 손목을 움켜쥐는 그에 신음이 새어나왔다.울컥-, 치미는 분노에 거칠게 손목을 빼내고 힘 없이 걸음을 옮겼다. 곁을 지나치자 그 특유의 짙은 체취가 코를 찔렀다.어질한 머리에 장롱 벽을 집고 한숨 돌렸다. 푹 숙인 고갯새로 한 발자국 뒤로 다가온 그가 느껴졌다. 등 뒤로 식은 땀이 흘렀다."우리 결혼한 건 맞아?""OOO.""어쩜 결혼 전보다 못해-." "...OO아.""그만할래 우리?"힘 없이 툭 뱉은 말에 우리를 겨우 지탱하던 살얼음이 쨍-하고 깨졌다. 그는 더 이상 나를 달래려들지 않았고 나는 기대하지 않았다. 어깨를 거칠게 붙잡으며 벽으로 몰아붙인 남자를 올려보는데 괜시리 눈물이 났다. 우리가 왜 이렇게 됐을까-.욕망도, 사랑도 아닌 분노-, 그리고 원망으로 가득 찬 눈이 날 내려보았다. 이 눈에 어느 정도 무뎌졌다고 생각헀다.하지만 그의 날선 눈빛은 여전히 날 곤두세웠고, 절벽 끝으로 몰아세웠다.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할 무렵 그는 거칠게 입술을 내리찍었다.피할수록 턱 끝을 잡아 보채는 그의 입술에 나는 그저 내어줄 수 밖에 없었다. 치열을 훑고 혀를 감아올리던 그는 원피스 단추를 하나씩 풀어내리기 시작했다.목에, 그리고 쇄골에 입술을 놀리는 그에게 아무 말도 없이, 그리고 아무 감정 없이 몸을 내어주고 있었다."나랑 이러려고 결혼했니?"".....""맘 편히 이러려고?" 쇄골에 멈춰 할짝이던 그는 자신의 목에 감았던 내 팔을 풀어냈다. 힘 없이 추욱 쳐지는 몸을 내려보던 그는 말없이 나를 고쳐안았다.눈물이 흐르는 눈을 쓸어내리는 오빠의 손을 붙잡아 내리고 고개를 돌리자 거칠게 내쉬던 숨이 멈췄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해외 리그에서 찾을만큼 대단한 선수였고 그걸 알면서도 그가 내민 손을 잡은 나였다. 그런데 너무 지쳐버려서, 힘들어서-."놔 줘.""......""오빠, 나 좀 살게-.""......""숨 좀 쉬게 놔 줘."그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뻗었다, 시선을 피하는 나를 뒤로 갈 곳을 잃은 손은 허공에 머물더니 하얀 벽에 부딪혔다.그리고 오빠는 고개를 숙였다. 아-. 한숨도, 탄식도 아닌 그의 짧은 비명에 나는 주저앉고 말았다. 뿌연 눈으로 올려본 그는, 세상에서 제일 강해보이던 이 남자는 단지 나란 여자로 인해 무너지고 있었다. 주저앉은 내게 손을 뻗어 안아들은 그는 가엾게도 아직 나를 사랑하고 있었고,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그와의 관계가 부서진 이후, 나는 처음으로 손을 들어 그의 목을 감싸안고 있었다. 침대 위로 나를 내려놓은 오빠는 침대 맡에 앉았다. 돌아누운 나에게 등을 보이며 앉아 한숨을 깊게 내쉰 오빠는 어린아이 같기도, 외로움에 지친 남자 같기도 했다. "몰랐어-."".......""네가 그렇게 힘든지 몰랐어.""......""알았다면-." "...오빠."내 앞에서 한번도 울지 않던 그는 나를 뒤로하고 어린아이 마냥 울고 있었다. 고개 숙여 우는 그의 등이 너무도 넓어서-.그 넓직한 등이 너무도 허전해보여서-."가지마.""......""나 두고 가지마." 3. 박주영건조한 눈을 깜빡였다. 제발 뜨지 않게 해달라 기도했던 눈, 그 눈으로 내다보는 세상은 구역질이 날만큼이나 잔인했다.축축한 아랫도리를 의식하며 화장실로 향했다. 팬티에 묻은 붉은 혈흔, 눈 앞에 펼쳐진 현실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고-. 아직도 살아있다고 생각하는데 야속하게도 내 몸은, 현실은 그런 나를 짓밟고 있었다.오지않던 생리, 임신이라던 진단, 기뻐하던 그의 모습. 생생하게 느껴지던 태동. 그리고 그 모두를 부숴버린 나.아이를 유산한 지 한 달이 되는 오늘, 생리가 왔다.화장실을 나서는 두 다리에 감각이 없다. 욱신거리는 아랫배를 무시하며 방문을 열자 썰렁한 집 안에 나만이 남아있다. 식탁 위에 정성껏 차려진 아침밥을 내려보다 뚜껑을 열자 따뜻한 달걀찜 냄새가 코를 찔렀다.뚜껑을 닫고 찬물 한 컵을 들이켰다. 차갑게 쓰린 속을 식히자 조금은 기분이 싸해졌다.베란다에 다가가 커튼을 걷었다. 맨바닥에 앉아 아침공기를 맞이하는데 추울만큼이나 싸늘했다.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배를 감쌌다. 그리고 더 이상 부풀지 않은, 납작한 배에 화들짝 놀라며 손을 뗐다. 지금 내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일어나 열린 방충망을 닫으려 발을 떼는데 까마득한 아래가 보였다. 여기서 떨어지면 많이 아플까-.괜한 생각에 고개를 젓으며 문을 닫고 거실로 들어와 쇼파에 앉았다. 참 오랜만에 거실에 나왔구나.병원에서 지내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 안에 풍기는 묘한 분위기에 안방에서만 줄곧 생활을 해왔다.창 좀 열어두었다고 그새 서늘해진 집안에 담요를 챙기러 일어서다 쇼파 밑 발치에 무언가 걸리는 걸 느끼고 내려보았다.작은 딸랑이, 오빠가 처음으로 아가에게 선물한-. 숨이 턱 막히는 게 느껴졌다. 어떻게 숨을 쉬는지 잊었다.띠리릭-.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에 떨리는 눈으로 고개를 들자 반가운 듯한 표정의 오빠가 보였다."왠일이고, 네가 거실에 나오고-."".....아."대답 대신 단발마의 신음이 흘러나오자 그는 의아하게 나를 훑으며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손 끝에 잡힌 그것을 발견했다.잠깐의 정적, 그리고 당황한 듯한 오빠의 낯빛. 그는 신발도 벗지않은 채 다가와 날 끌어안았다 그리고 손에 들린 딸랑이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딸랑-. 고요한 적막 속에서 두어번 울리는 딸랑이 소리에 멍하게 오빠의 팔을 감쌌다. 그새 스르르 주저앉는 나를 오빠는 붙잡았다."미안하다, 다 치운 줄 알았는데."".....""괜찮다."고개를 들어 흐린 시야 앞으로 눈물을 닦아주는 그의 손길 덕에 눈 앞은 맑아졌다. 그리고 나는 유산 후 처음으로 그의 눈을 마주했다.둔기에 맞은 것 마냥 머리는 어지럽고 몸은 무거워졌다. 오빠의 시선, 나를 원망하는, 아이 하나 지키지 못했다고 책망하는 듯한 눈빛.사실 그럴리는 없었다, 그는 언제나 아이보다 날 먼저 챙겼으니까. 너만 괜찮으면 됐다고 날 보듬던 오빠였으니까-.하지만 나는 그에게서 아이를, 세상 빛도 보지 못한 아이에게서 아빠를 빼앗았다. 그것은 어떤 변명에도 가려지지 않는 현실이었다.주저앉은 여자에게서 듣기싫은 신음, 그리고 울음소리가 났다. 점차 흐느끼는 그 여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나서야 그것이 나의 흐느낌임을 깨달았다.이 집에 내 울음소리가 아닌, 젖먹이의 칭얼거림이 울음소리가 들릴 수도 있었다. 그런 아이를 달래는 오빠와 그의 주머니 속 딸랑이를 흔드는 내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그만-.""....오빠.""그만하자.""......""이쯤하면 됐다.""....나, 잘할 수 있었는데-.""안다""......""설마 내가 모를까-."나는 주저앉은 자리에서 한참을 울었다. 그만 놓아주자는 그의 말은 내 심장을 두드렸다. 내가 그만 이 아이를 놓아도 되는지, 아이가 못난 엄마를 탓하진 않을지. 꿈에서 한번이라도 볼 수는 있을지-.오빠는 나를 붙잡아 일으켰다. 끌려오다시피 그에게 기대어 침대에 누웠다. 나른한 몸이 무겁게 침대를 파고들었다."......오빠.""자라-.""...내가 다시 엄마 할 수 있을까?""...뭔 소리고.""난 그럴 자신이 없는데.""...내가.""......""내가 옆에 있을게-." 4. 구자철인터넷을 켰다. 여전히 두근거리는 심장. 아닐거라는 머릿 속과 달리 직감하는 심장.그리고 실시간 검색어 버젓이 오른 그의 이름 석자. 떨리는 손으로 클릭하자마자 순식간에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스캔들 기사들.그와 동시에 울리는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받자 평소와 다름없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떨리는 손을 들어 겨우 물 한모금을 넘겼다."어디야?""....집.""나올래? 지나가는 길인데.""오빠...""응?""아, 아니야. 내려갈게."전화를 끊고 멍하게 한참을 서있었다. 어쩜 이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지-. 한 마디 없을 수가 있어.매번 터지는 스캔들에 이렇게 넘어가는 게 맞는건지, 그 때마다 조용히 숨죽이며 눈치보는 게 맞는건지. 요즘은 조금 지치기 시작했다. 어지러운 머릿 속을 차가운 물로 식히며 씻어냈다. 머리 속이 개운해질 때 쯤 아쉬운 마음으로 문을 열고 나오자 거실에 앉아 있는 그가 보였다."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씻었네?""......""저녁 나가서 먹을까, 여기서 먹을래?""...오빠.""응?""...정말 몰라? 아니면 모른 척 하는거야?""......""그것도 아니면, 내가 이상한거야?"화장대 앞에 서서 거울을 내려보는 그와 그 거울을 노려보는 나의 눈이 맞았다. 미묘한 표정의 오빠를 두고 한숨을 쉴 무렵 조용한 적막을 먼저 깬 건 그였다.머리를 쓸어내리던 오빠는 눈을 깜빡이다 몸을 틀어 내 침대 맡으로 다가갔다. 마른 세수를 하던 그는 내게 툭하니 뱉었다."스캔들? 왜 그래, 한 두번도 아닌데.""뭐-?"욕짓거리가 목구멍까지 차올라왔다. 공들어 지은 탑이, 겨우 겨우 지탱하는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까슬하게 일어난 입술을 깨물다 주먹을 꼭 쥐었다. 무언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너랑 나랑 연애하는 거 세상 사람 다 아는데, 스캔들이 뭐 어때서.""......""별거냐, 눈 한번 마주쳤다고 기사 나는데.""나랑 연애하는 거 세상 사람 다 아는데 그 여자들이랑 기사가 괜히 나?""낸들 알겠냐-."작은 하품과 함께 침대에 엎어져 옆자리를 툭툭 치는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 더 이상 지나면 나만 힘들겠구나. 여기가 마지노선이구나-.뻑뻑하게 눈가가 어느새 촉촉해 눈물방울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입가로 짠 물이 들어왔다."그만할래.""그래, 괜히 신경쓰지마.""오빠랑 만나는 거 그만할래."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웅얼거리던 오빠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었다. 마주친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본 건지 숨을 들이키는 그가 보였다.부스스한 머리를 훑어내리며 상황을 정리하려는 듯한 그의 눈빛이 어지러웠다. 침대맡에 앉아 내 손목을 잡아끄는 그에게 이끌려 오빠 앞에 섰다."오빠가 다른 여자 없다는 거 알아.""응.""스캔들 다 거짓말이라는 것도 알아.""...응.""다 아는데, 괜찮은데- 오빠가 날 안 봐줘서 너무 힘들어."오빠는 내 양손을 꾹 잡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의 머리는 내 배에 닿아 있었고 나는 그것을 의식하며 몸을 뒤로 기울였다.오빠를 내려보는 것을 그만두고 창 밖을 내다보았다. 잔잔하게 내리던 이슬비는 점차 굵은 빗발로 떨어지고 있었다."오빠가 평생 나만 봐준다고 약속해서, 내 옆에 있어준다고 약속해서.""......""그래서 오빠 옆에 있었어-.""......""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OO아.""나 좀 봐줬으면 했어." 쉴 새 없이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한번 터진 입은 멈출 기미 없이 울컥울컥 쌓인 투정을 풀어냈다.나 좀 봐달라는 건데, 그게 그렇게 힘들어? 사랑한다며. 나 좋다며-. 원망스레 가슴팍을 두드리는 내 손을 그가 무겁게 움켜쥐었다.그의 손아귀에 꾹 잡힌 손은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눈을 들어 마주한 그는 화가 나 있었다. 도대체 왜?"보고 있었어.""......""언제나 내 옆에 있는 건 너였으니까." 너구리의 말독자님들 조으다 조으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노트북이 고장나서 글을 써놓고도 못 올렸네여ㅕㅠㅠㅠㅠㅠㅠㅠㅠ 흑흑 내일, 아니 이제 오늘ㅇ이네ㅠㅠ오늘도 올릴게여 기다리신 분들이 있다면 그저 감사할 ㅂ뿐.... 굽신거릴 뿐...... 죄송하지만 제꺼 하세여....ㅋㅋㅋㅋㅋㅋㅋㅋ 쿄쿄언제나 하는 생각이지만 브금 고르는 건 왜케 힘들까여? 그래도 나름 제 취향으로 꽂아놓고 있어여,,,^*^제가 원ㄹ래 의지가 모자라서 항상 쓰다가 포기하는뎈ㅋㅋㅋㅋㅋㅋㅋ 붂뜨붂뜨 이번 망상은 굉장히 오래가네여...! 벌써 삼회야 소근소근 이게 뭐라고 그러냐구여?!독자님들! 제 글은 질보다 양이거든여? 분량 굉장히 길자나여!!!!! 망상 한편 쓰는데 무려 이틀ㄹ걸린다고여!!! 비록 고일이지만!!! 이과생에게 망상 쓸 시간이 넘쳐나는 줄 아세여? 흥!!!!!!!!!1은 무슨,, 사실 넘쳐납니다.,,,, 죄송해여,,, 제 신체 속 관심분자가 깝툭튀,,, 제 친구들이 제 망상을 보더라고여,,,내가 글쓴이다 이냔들아1!!!!!라고 소리지르고 싶었ㅈㅣ만 그냥 짜짐,,, 고것들이 눈팅만 하고 가더라고여,,,ㅎㅎㅎㅎ,, 추천이라도 누르지,,,ㅎㅎㅎㅎㅎ보면서 이과생답지 않다 그러대여,,? 문과생 같대여,,,, 저도 느껴여,,, 전과할까 고민중ㅇ이거든여,,,^^,,,,,,, 아무래도 미적분 아가들은 저랑,,,ㅎㅎ갠글이 길어졌네여,,, 그냥 댓추만 하구,,, 가주시라는 게 포인ㄴ트ㅇ임당,,, 낼도 올게여 사랑하는 독자님들 안녕+ 오빠가 자봉씨 닮았다고 보내왔어여! ㅁ1친..ㅁ7ㅁ8 뭐야 닮았어,,,,
Indigo -Yiruma
1. 박지성
그의 곁에 남은 지 일 년, 내가 말라가기 시작한지 일 년.
그는 언제나 영국에 있었고 내가 지쳐 그에 대한 마음을 점차 놓을 때서야 내게 손을 뻗었다.
영국에-. 그의 구역에 발을 들여놓은 처음 그 순간, 숨이 멎을 듯이 기뻤다. 그 생생한 순간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곧이 곧대로 남아있다.
더 이상 추억 속 잔상을 그리며 눈물 짓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거라는 생각에 행복했다. 세상 그 어느 여자보다도 행복했다.
신혼부부 같은 생활, 그것을 기대하며 꿈에 부풀었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 나는 그것이 단지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채 허황된 기대를 접었다.
언제나 훈련을 위해 떠나는 그의 짐가방을 챙기며 마지막, 이번이 끝이라고 되새겼다. 짐가방 하나에 한 달. 그런 가방을 일년에 수도 없이 싸면서 한국을 그렸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더 나았다. 그를 만지지 못하는 것이 비록 허점이라면 허점이었지만.
지친 하루를 넘기며 침대 머리에 기대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오아시스, 그래 오아시스에 도달한 기분이었다.
오늘 아침 또한 어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이었다. 혼자 침대에서 일어날 때의 그 허전함, 외로움.
멍하게 창밖을 내다보고 까칠해진 얼굴을 쓸었다, 머뭇거리며 전화를 들다 딱딱한 자동응답에 다시 내려놓았다.
이 또한 일상이라면 일상, 피곤한건지 익숙한건지 여느때와 똑같은 패턴으로 쇼파에 몸을 뉘였다.
새하얀 천장을 마주하며 내가 미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뒤로 눈을 감았다.
"으-."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축 늘어진 몸에서 작은 비명소리가 났다.
어지러운 머리를 감싸며 쇼파를 지탱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이 켜진 부엌에 조심스레 다가가자 물을 꺼내마시는 오빠가 보였다.
오빠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차가운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헝클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근 2주만이었다. 보고싶었다느니, 사랑한다느니. 그런 낯간지러운 말은 기대도 안했다.
그저 잘 지냈냐는 한 마디가 필요했다. 매일같이 혼자 둬서 미안하다는 말. 주말에 잠깐이라도 나가자는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도 괜찮았다.
너무 지쳐서, 이 지독한 패턴에 물려버려서 그만 끝내려고 하는데 그는 눈치조차 채지 못하고 있었다.
"오빠-."
"응?"
"나, 한국 갈래요."
"...어쩌지, 이번엔 시간이 안 되는데-."
"아뇨, 혼자 가요."
식탁에 유리컵을 내려놓는 오빠의 손이 멈칫했다. 잠깐의 정적과 함께 내려진 유리컵의 소리는 생각 외로 컸다.
오빠는 아무 말 없이 뒤를 돌아 냉장고에 물병을 넣었다. 그리고 다시 조용해진 집안.
"가서 안 와요."
오빠는 숨을 깊게 내쉬었고 나는 숨을 들이켰다. 왼손의 반지가 이상할만치 무거워 양손을 맞잡았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혹시나 말하면서 눈물을 펑펑 쏟을까 잡아달라고 하소연할까 걱정했는데 오빠도 나도, 모두 이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가."
"......"
이렇게 쉽게 정리할 거, 왜 그렇게 가슴 졸였을까. 왜 그렇게 울었을까. 왜 그렇게 힘들어 했을까.
그를 사랑한 내가 지독히도 미워질 무렵, 그런 내가 무딜만큼 원망스러워질 무렵.
"가서 정리하고 와."
"....네?"
"너 하루종일 멍하게 있는 거, 나 없으면 여기서 잠도 잘 못 자는 거 다 알고 있었어."
"......."
"내 옆에 계속 묶어두고 싶은데 그러다가 너 정말 나 미워할까봐 보내주는거야."
"오빠."
"이렇게 될까봐, 겨우 참고 있었는데 니가 와버렸잖아."
"보내줄게, 다시 와."
2. 기성용
"나 영국 가."
움직이던 칼이 손가락 위로 멈췄다. 뚝뚝 흐르는 피에 어쩔 줄 몰라하는 오빠를 뒤로 키친타올을 뽑아 따끔이는 손가락 위에 감쌌다.
빨갛게 물드는 타올을 멍하게 내려보았다. 깊게 베여 욱신거리는 검지 손가락보다 어딘가 마음이 더 아렸다.
붉은 피로 얼룩진 도마 위의 채소들을 신경질적으로 개수대에 부었다. 작은 한숨과 함께 냉장고 벽에 기대는 오빠가 느껴졌다.
고요한 적막이 원망스러웠다. 여기서 말 한마디 안 하는 오빠가 더 원망스러웠다.
앞치마를 벗어 걸어놓고 하얀 방문을 열었다. 소리닫게 문을 닫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느끼며 침대 위에 주저 앉았다.
온통 빨간 타올을 버리고 서랍 위에 놓인 티슈를 뽑아들었다. 피는 멈출 기미없이 왈칵 흘러나오고 있었다.
눈가가 시리더니 이내 시야가 뿌예졌다. 툭툭 소리없이 떨어지는 눈물에 두 손바닥 위로 얼굴을 묻었다.
조심스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슬리퍼 소리가 화장대 께에서 멈칫 멈추는 것도 느껴졌다.
그는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기다려주고 있었다.
"OO아."
"오빠 좀 보자-."
"나랑 결혼 왜 했어?"
오빠는 대꾸없이 한숨을 몰아쉬었다. 어느 새 내 앞에 서서 손목을 움켜쥐는 그에 신음이 새어나왔다.
울컥-, 치미는 분노에 거칠게 손목을 빼내고 힘 없이 걸음을 옮겼다. 곁을 지나치자 그 특유의 짙은 체취가 코를 찔렀다.
어질한 머리에 장롱 벽을 집고 한숨 돌렸다. 푹 숙인 고갯새로 한 발자국 뒤로 다가온 그가 느껴졌다. 등 뒤로 식은 땀이 흘렀다.
"우리 결혼한 건 맞아?"
"OOO."
"어쩜 결혼 전보다 못해-."
"...OO아."
"그만할래 우리?"
힘 없이 툭 뱉은 말에 우리를 겨우 지탱하던 살얼음이 쨍-하고 깨졌다. 그는 더 이상 나를 달래려들지 않았고 나는 기대하지 않았다.
어깨를 거칠게 붙잡으며 벽으로 몰아붙인 남자를 올려보는데 괜시리 눈물이 났다. 우리가 왜 이렇게 됐을까-.
욕망도, 사랑도 아닌 분노-, 그리고 원망으로 가득 찬 눈이 날 내려보았다. 이 눈에 어느 정도 무뎌졌다고 생각헀다.
하지만 그의 날선 눈빛은 여전히 날 곤두세웠고, 절벽 끝으로 몰아세웠다.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할 무렵 그는 거칠게 입술을 내리찍었다.
피할수록 턱 끝을 잡아 보채는 그의 입술에 나는 그저 내어줄 수 밖에 없었다. 치열을 훑고 혀를 감아올리던 그는 원피스 단추를 하나씩 풀어내리기 시작했다.
목에, 그리고 쇄골에 입술을 놀리는 그에게 아무 말도 없이, 그리고 아무 감정 없이 몸을 내어주고 있었다.
"나랑 이러려고 결혼했니?"
"....."
"맘 편히 이러려고?"
쇄골에 멈춰 할짝이던 그는 자신의 목에 감았던 내 팔을 풀어냈다. 힘 없이 추욱 쳐지는 몸을 내려보던 그는 말없이 나를 고쳐안았다.
눈물이 흐르는 눈을 쓸어내리는 오빠의 손을 붙잡아 내리고 고개를 돌리자 거칠게 내쉬던 숨이 멈췄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해외 리그에서 찾을만큼 대단한 선수였고 그걸 알면서도 그가 내민 손을 잡은 나였다.
그런데 너무 지쳐버려서, 힘들어서-.
"놔 줘."
"오빠, 나 좀 살게-."
"숨 좀 쉬게 놔 줘."
그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뻗었다, 시선을 피하는 나를 뒤로 갈 곳을 잃은 손은 허공에 머물더니 하얀 벽에 부딪혔다.
그리고 오빠는 고개를 숙였다. 아-. 한숨도, 탄식도 아닌 그의 짧은 비명에 나는 주저앉고 말았다.
뿌연 눈으로 올려본 그는, 세상에서 제일 강해보이던 이 남자는 단지 나란 여자로 인해 무너지고 있었다.
주저앉은 내게 손을 뻗어 안아들은 그는 가엾게도 아직 나를 사랑하고 있었고,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와의 관계가 부서진 이후, 나는 처음으로 손을 들어 그의 목을 감싸안고 있었다. 침대 위로 나를 내려놓은 오빠는 침대 맡에 앉았다.
돌아누운 나에게 등을 보이며 앉아 한숨을 깊게 내쉰 오빠는 어린아이 같기도, 외로움에 지친 남자 같기도 했다.
"몰랐어-."
"네가 그렇게 힘든지 몰랐어."
"알았다면-."
"...오빠."
내 앞에서 한번도 울지 않던 그는 나를 뒤로하고 어린아이 마냥 울고 있었다. 고개 숙여 우는 그의 등이 너무도 넓어서-.
그 넓직한 등이 너무도 허전해보여서-.
"가지마."
"나 두고 가지마."
3. 박주영
건조한 눈을 깜빡였다. 제발 뜨지 않게 해달라 기도했던 눈, 그 눈으로 내다보는 세상은 구역질이 날만큼이나 잔인했다.
축축한 아랫도리를 의식하며 화장실로 향했다. 팬티에 묻은 붉은 혈흔, 눈 앞에 펼쳐진 현실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고-. 아직도 살아있다고 생각하는데 야속하게도 내 몸은, 현실은 그런 나를 짓밟고 있었다.
오지않던 생리, 임신이라던 진단, 기뻐하던 그의 모습. 생생하게 느껴지던 태동. 그리고 그 모두를 부숴버린 나.
아이를 유산한 지 한 달이 되는 오늘, 생리가 왔다.
화장실을 나서는 두 다리에 감각이 없다. 욱신거리는 아랫배를 무시하며 방문을 열자 썰렁한 집 안에 나만이 남아있다.
식탁 위에 정성껏 차려진 아침밥을 내려보다 뚜껑을 열자 따뜻한 달걀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뚜껑을 닫고 찬물 한 컵을 들이켰다. 차갑게 쓰린 속을 식히자 조금은 기분이 싸해졌다.
베란다에 다가가 커튼을 걷었다. 맨바닥에 앉아 아침공기를 맞이하는데 추울만큼이나 싸늘했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배를 감쌌다. 그리고 더 이상 부풀지 않은, 납작한 배에 화들짝 놀라며 손을 뗐다. 지금 내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일어나 열린 방충망을 닫으려 발을 떼는데 까마득한 아래가 보였다. 여기서 떨어지면 많이 아플까-.
괜한 생각에 고개를 젓으며 문을 닫고 거실로 들어와 쇼파에 앉았다. 참 오랜만에 거실에 나왔구나.
병원에서 지내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 안에 풍기는 묘한 분위기에 안방에서만 줄곧 생활을 해왔다.
창 좀 열어두었다고 그새 서늘해진 집안에 담요를 챙기러 일어서다 쇼파 밑 발치에 무언가 걸리는 걸 느끼고 내려보았다.
작은 딸랑이, 오빠가 처음으로 아가에게 선물한-. 숨이 턱 막히는 게 느껴졌다. 어떻게 숨을 쉬는지 잊었다.
띠리릭-.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에 떨리는 눈으로 고개를 들자 반가운 듯한 표정의 오빠가 보였다.
"왠일이고, 네가 거실에 나오고-."
".....아."
대답 대신 단발마의 신음이 흘러나오자 그는 의아하게 나를 훑으며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손 끝에 잡힌 그것을 발견했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당황한 듯한 오빠의 낯빛. 그는 신발도 벗지않은 채 다가와 날 끌어안았다 그리고 손에 들린 딸랑이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딸랑-. 고요한 적막 속에서 두어번 울리는 딸랑이 소리에 멍하게 오빠의 팔을 감쌌다. 그새 스르르 주저앉는 나를 오빠는 붙잡았다.
"미안하다, 다 치운 줄 알았는데."
"괜찮다."
고개를 들어 흐린 시야 앞으로 눈물을 닦아주는 그의 손길 덕에 눈 앞은 맑아졌다. 그리고 나는 유산 후 처음으로 그의 눈을 마주했다.
둔기에 맞은 것 마냥 머리는 어지럽고 몸은 무거워졌다. 오빠의 시선, 나를 원망하는, 아이 하나 지키지 못했다고 책망하는 듯한 눈빛.
사실 그럴리는 없었다, 그는 언제나 아이보다 날 먼저 챙겼으니까. 너만 괜찮으면 됐다고 날 보듬던 오빠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에게서 아이를, 세상 빛도 보지 못한 아이에게서 아빠를 빼앗았다. 그것은 어떤 변명에도 가려지지 않는 현실이었다.
주저앉은 여자에게서 듣기싫은 신음, 그리고 울음소리가 났다. 점차 흐느끼는 그 여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나서야 그것이 나의 흐느낌임을 깨달았다.
이 집에 내 울음소리가 아닌, 젖먹이의 칭얼거림이 울음소리가 들릴 수도 있었다. 그런 아이를 달래는 오빠와 그의 주머니 속 딸랑이를 흔드는 내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만-."
"....오빠."
"그만하자."
"이쯤하면 됐다."
"....나, 잘할 수 있었는데-."
"안다"
"설마 내가 모를까-."
나는 주저앉은 자리에서 한참을 울었다. 그만 놓아주자는 그의 말은 내 심장을 두드렸다.
내가 그만 이 아이를 놓아도 되는지, 아이가 못난 엄마를 탓하진 않을지. 꿈에서 한번이라도 볼 수는 있을지-.
오빠는 나를 붙잡아 일으켰다. 끌려오다시피 그에게 기대어 침대에 누웠다. 나른한 몸이 무겁게 침대를 파고들었다.
"......오빠."
"자라-."
"...내가 다시 엄마 할 수 있을까?"
"...뭔 소리고."
"난 그럴 자신이 없는데."
"...내가."
"내가 옆에 있을게-."
4. 구자철
인터넷을 켰다. 여전히 두근거리는 심장. 아닐거라는 머릿 속과 달리 직감하는 심장.
그리고 실시간 검색어 버젓이 오른 그의 이름 석자. 떨리는 손으로 클릭하자마자 순식간에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스캔들 기사들.
그와 동시에 울리는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받자 평소와 다름없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떨리는 손을 들어 겨우 물 한모금을 넘겼다.
"어디야?"
"....집."
"나올래? 지나가는 길인데."
"오빠..."
"아, 아니야. 내려갈게."
전화를 끊고 멍하게 한참을 서있었다. 어쩜 이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지-. 한 마디 없을 수가 있어.
매번 터지는 스캔들에 이렇게 넘어가는 게 맞는건지, 그 때마다 조용히 숨죽이며 눈치보는 게 맞는건지. 요즘은 조금 지치기 시작했다.
어지러운 머릿 속을 차가운 물로 식히며 씻어냈다. 머리 속이 개운해질 때 쯤 아쉬운 마음으로 문을 열고 나오자 거실에 앉아 있는 그가 보였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씻었네?"
"저녁 나가서 먹을까, 여기서 먹을래?"
"...정말 몰라? 아니면 모른 척 하는거야?"
"그것도 아니면, 내가 이상한거야?"
화장대 앞에 서서 거울을 내려보는 그와 그 거울을 노려보는 나의 눈이 맞았다. 미묘한 표정의 오빠를 두고 한숨을 쉴 무렵 조용한 적막을 먼저 깬 건 그였다.
머리를 쓸어내리던 오빠는 눈을 깜빡이다 몸을 틀어 내 침대 맡으로 다가갔다. 마른 세수를 하던 그는 내게 툭하니 뱉었다.
"스캔들? 왜 그래, 한 두번도 아닌데."
"뭐-?"
욕짓거리가 목구멍까지 차올라왔다. 공들어 지은 탑이, 겨우 겨우 지탱하는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까슬하게 일어난 입술을 깨물다 주먹을 꼭 쥐었다. 무언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
"너랑 나랑 연애하는 거 세상 사람 다 아는데, 스캔들이 뭐 어때서."
"별거냐, 눈 한번 마주쳤다고 기사 나는데."
"나랑 연애하는 거 세상 사람 다 아는데 그 여자들이랑 기사가 괜히 나?"
"낸들 알겠냐-."
작은 하품과 함께 침대에 엎어져 옆자리를 툭툭 치는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 더 이상 지나면 나만 힘들겠구나. 여기가 마지노선이구나-.
뻑뻑하게 눈가가 어느새 촉촉해 눈물방울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입가로 짠 물이 들어왔다.
"그만할래."
"그래, 괜히 신경쓰지마."
"오빠랑 만나는 거 그만할래."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웅얼거리던 오빠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었다. 마주친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본 건지 숨을 들이키는 그가 보였다.
부스스한 머리를 훑어내리며 상황을 정리하려는 듯한 그의 눈빛이 어지러웠다. 침대맡에 앉아 내 손목을 잡아끄는 그에게 이끌려 오빠 앞에 섰다.
"오빠가 다른 여자 없다는 거 알아."
"응."
"스캔들 다 거짓말이라는 것도 알아."
"...응."
"다 아는데, 괜찮은데- 오빠가 날 안 봐줘서 너무 힘들어."
오빠는 내 양손을 꾹 잡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의 머리는 내 배에 닿아 있었고 나는 그것을 의식하며 몸을 뒤로 기울였다.
오빠를 내려보는 것을 그만두고 창 밖을 내다보았다. 잔잔하게 내리던 이슬비는 점차 굵은 빗발로 떨어지고 있었다.
"오빠가 평생 나만 봐준다고 약속해서, 내 옆에 있어준다고 약속해서."
"그래서 오빠 옆에 있었어-."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나 좀 봐줬으면 했어."
쉴 새 없이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한번 터진 입은 멈출 기미 없이 울컥울컥 쌓인 투정을 풀어냈다.
나 좀 봐달라는 건데, 그게 그렇게 힘들어? 사랑한다며. 나 좋다며-. 원망스레 가슴팍을 두드리는 내 손을 그가 무겁게 움켜쥐었다.
그의 손아귀에 꾹 잡힌 손은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눈을 들어 마주한 그는 화가 나 있었다. 도대체 왜?
"보고 있었어."
"언제나 내 옆에 있는 건 너였으니까."
너구리의 말
독자님들 조으다 조으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노트북이 고장나서 글을 써놓고도 못 올렸네여ㅕㅠㅠㅠㅠㅠㅠㅠㅠ 흑흑 내일, 아니 이제 오늘ㅇ이네ㅠㅠ오늘도 올릴게여 기다리신 분들이 있다면 그저 감사할 ㅂ뿐.... 굽신거릴 뿐...... 죄송하지만 제꺼 하세여....ㅋㅋㅋㅋㅋㅋㅋㅋ 쿄쿄
언제나 하는 생각이지만 브금 고르는 건 왜케 힘들까여? 그래도 나름 제 취향으로 꽂아놓고 있어여,,,^*^
제가 원ㄹ래 의지가 모자라서 항상 쓰다가 포기하는뎈ㅋㅋㅋㅋㅋㅋㅋ 붂뜨붂뜨 이번 망상은 굉장히 오래가네여...! 벌써 삼회야 소근소근 이게 뭐라고 그러냐구여?!
독자님들! 제 글은 질보다 양이거든여? 분량 굉장히 길자나여!!!!! 망상 한편 쓰는데 무려 이틀ㄹ걸린다고여!!! 비록 고일이지만!!! 이과생에게 망상 쓸 시간이 넘쳐나는 줄 아세여? 흥!!!!!!!!!1은 무슨,, 사실 넘쳐납니다.,,,, 죄송해여,,, 제 신체 속 관심분자가 깝툭튀,,, 제 친구들이 제 망상을 보더라고여,,,
내가 글쓴이다 이냔들아1!!!!!라고 소리지르고 싶었ㅈㅣ만 그냥 짜짐,,, 고것들이 눈팅만 하고 가더라고여,,,ㅎㅎㅎㅎ,, 추천이라도 누르지,,,ㅎㅎㅎㅎㅎ
보면서 이과생답지 않다 그러대여,,? 문과생 같대여,,,, 저도 느껴여,,, 전과할까 고민중ㅇ이거든여,,,^^,,,,,,, 아무래도 미적분 아가들은 저랑,,,ㅎㅎ
갠글이 길어졌네여,,, 그냥 댓추만 하구,,, 가주시라는 게 포인ㄴ트ㅇ임당,,, 낼도 올게여 사랑하는 독자님들 안녕
+ 오빠가 자봉씨 닮았다고 보내왔어여! ㅁ1친..ㅁ7ㅁ8 뭐야 닮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