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만 하던 글잡에 용기내서 내 얘기를 써볼까 해.
음.... 난 8년 동안 짝사랑 하던 오빠가 있었어.
초등학생 때 부터 쭉 .
처음에 만나게 된 건, 한 5~6월 쯤 내가 엄마 심부름을 하러 나갔던 때 였을 거야.
그 때 내가 살던 동네는 크기도 크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가면 여러가지 작은 가게들이 쭈루룩 많이 있는 되게 살기 좋은 동네였어.
그 날도 평소처럼 엄마 심부름을 마치고 비닐봉투를 빙빙 돌리면서 과일이나 채소, 사람들 구경하면서 걸어가고 있었는데
내가 성당을 다녔거든. 그리고 내가 형제가 없어.
그래서 그런 지 어릴 때 부터 혼자 되게 잘 놀았어. 어린애 답지 않게 사색이나 고독을 즐기는 것도 좋아했어.
근데 그 날 따라 성당에 있는 놀이터에 가고 싶었어.
그 때가 여섯일곱시 쯤 한창 저녁 먹을 시간 이었는데 밥 생각 보다 놀이터 그네에 앉아서 혼자 바람 타면서 그네를 타고 싶더라고.
그래서 성당이 좀 언덕 위에 있었는데, 심부름 갔다 올 날 기다리고 계실 엄마도 잊고 언덕을 꾸역꾸역 올라갔어.
성당에 도착해서 놀이터로 가니까 아무도 없었어.
잘됐다 하고 얼른 그네에 앉아서 발을 굴렀지.
그네가 놀이터 가장 왼쪽 끝에 있어서 한창 언덕 밑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네를 타는데 갑자기 몸이 높이 올라가는거야.
그래서 뒤를 돌아보니 어떤 오빠가 그네를 밀어주고 있었어.
내가 6~7살 때 옆 집 애기 타라고 만들어 놓은 그네를 몰래 탈 때 그 찌르르했던 기분을 그 때 이후로 처음 느꼈어.
지금 생각하면 무어라고 말을 했을 법도 한데 나도 그 사람도 아무 말 없이 그네를 타고 밀어주기만 했어.
그렇게 한참 높게 높게 그네를 타다가 갑자기 옆에 모래 위에 놓여 있는 심부름 한 비닐봉투가 보이고 정신이 번쩍 들었어.
아 엄마한테 죽었다......
그래서 얼른 가야겠다 싶었는데 그네를 멈출 방법을 모르겠는거야.
그냥 그네 좀 멈춰주세요 라던가 이제 그만 탈게요 라던가 이제 집에 가야돼요 .. 뭐 이런 말 하고 내릴 법도 한데 말이 턱 끝에 걸려서 안나오더라.
그렇게 얼마나 더 탔을까. 성당 안 쪽에서 누가 누굴 부르는 듯 한 소리가 들렸어.
그러더니 어떤 오빠가 놀이터 앞 벤치 쪽으로 와서 이 쪽을 보고 ㅇㅇ아 뭐 하냐 빨랑 와 이러더라구.
그리고 그네를 밀어주던 오빠는 그네 줄을 잡아 그네를 멈춰주고 안녕~ 이 한 마디 하고는 그 쪽으로 뛰어 갔어.
그렇게 그네에 앉아 둘이 뛰어가는 모습을 보다가 심부름 생각에 얼른 비닐봉투를 들고 나 역시 집으로 뛰어 갔지.
집에선 역시나 혼이 나고 그렇게 며칠이 지났어.
사실 그 때는 그렇게 그 오빠 생각을 안했던 거 같아. 그냥 주말에 성당으로 어린이 미사 드리러 갔다가 그네 탈 때 가끔 생각 난 정도.
얼굴을 정확히 본 것도 아닌데 계속 시간이 흐르니까 그 흐릿한 얼굴도 점점 잊어버리게 되더라구.
그렇게 여느 아이들 처럼 학교 갔다가 학원 갔다가 놀다가 집에 가는 평범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어.
그러다가 여름 방학을 하고 성당에서 벼룩시장을 했어.
초중고 학생들은 그 동안 미사 드리러 나가면서 하루하루 출석 도장 찍었던 갯수 만큼 쿠폰을 받아서
쿠폰으로 떡볶이도 사먹고 게임 같은 것도 하고 장난감도 사고 옷도 사고 이런 건데 난 꽤 열심히 미사를 나가서 쿠폰 부자였지.
그래서 아침 일찍 가서 성당 친구들이랑 이것 저것 하면서 놀고 저녁이 가까워 올 때였어.
수녀원 앞 야외 주차장에서 애들끼리 피구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공 맞고 수비하러 밖으로 나가면서 화장실 좀 갔다 온다고 빠져나왔었어.
화장실 갔다 나오는데 그 때 초등부 선생님이 떡볶이 남은 거 먹으라고 퍼다 주고 계셨어.
그래서 줄 서서 기다렸다가 내 차례 되서 앞으로 갔는데
음... 그래. 내가 서 있던 줄에 떡볶이 담아주는 사람이 그 때 그 오빠였어.
거의 까먹다 싶이 했던 얼굴인데 보니까 기억이 확 나더라.
근데 그 오빠는 날 기억 못하는 건지 제대로 못 본 건지 그냥 떡볶이만 주더라구.
그렇게 떡볶이 받고 뒤로 나와서 계속 그 오빠를 보고 있는데 되게 예뻤어.
글쎄 왜 잘생겼다 멋있다가 아니라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앞치마 매고 머릿수건 하고 열심히 주걱으로 떡볶이 싹싹 긁어서 컵에 담아 주는 모습이 예뻐 보였나봐.
아마 그 때 부터 좋아하게 된 것 같아.
다시 주차장으로 갔을 때 남자애들이 떡볶이 훔쳐 먹으려는 거 소리 지르면서 내꺼라고 먹지 말라고 했던 것도 그래서인 것 같아.
그렇게 엄마한테 집 오라는 전화를 받고 집에 가서도 계속 그 오빠가 생각이 났어.
그 날 이후로 정말 하루가 멀 다 하고 성당을 갔던 것 같아.
괜히 여기저기 둘러보고 성당 뒷편에 창고에도 가보고 그러다가도 또 혼자 탐정 놀이도 하고 그랬었어.
근데 잘 안보이더라구.
그 날 이후로 미사시간에 딱 한 번 보고 못 봤어.
그 때도 가족끼리 있는 것 같아서 다가가지도 못하고 멀리서 보기만 했지.
그렇게 여름 방학이 반 쯤 지났을 때 성당에서 여름 캠프를 가게 됐어.
성당으로 가서 버스 옆에서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줄 서있고 난 앞에 선 친구랑 새콤달콤 나눠 먹으면서 얘기하고 있는데
오엠쥐... 그 때 네 번째 그 오빠를 봤어.
고등부쪽에 줄 서 있더라구.
그 때부터 여름 캠프가 더 설레게 느껴졌어.
오늘은 여기까지만 쓸게. 음... 진도가 좀 느리나? 궁금한 거 있으면 댓글 달아줘ㅎ
실화라서 재미 없어도 끝까지 읽어줘서 고맙고 다음에 또 올리면 또 읽어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