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17살의 너를 처음 만난 건
어느 철 이른 추위의 가을밤이었다.
' ** 병원 시 낭독의 밤- 정택운 시인'
민망하기 짝이 없는 현수막이 걸린 병원의 작은 강당에서
'넌, 눈을 감은 채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금방이라도 바스라져 버릴 것 같은 꼴을 하고서는
기어코 낭독회가 끝날 때 까지 너는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그러더니 낭독회를 마치고 걸어나가던 나를 붙잡고는
다자고짜 바늘 자국이 가득한 손을 내밀며
번ㅇ
"이재환이에요."
상처투성이인 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잘게 떨리는 네 손에 닿은 그 순간,
세상의 모든 풀들이 서걱거리고
세상의 모든 새들이 한꺼번에 날아올라 나를 덮쳐왔다.
이재환,
이 소년을 독점하고 싶어졌다.
나는 불길한 운명을 우려하는 가을의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대담하게 너를 사랑하고 싶어졌다.
그 때 부터였을까,
우리의 가을이 가고 겨울이 불어닥치기 시작한 게.
너를 만난 철 이른 가을밤.
그 날 밤부터 나는 시인이고 말았다.
17살의 이재환을 만난 그 밤부터.
문정희 시인의 첫만남- 릴케를 위한 연가를 통해 쓴 조각 입니다.
시를 꼭 읽어 주시면 좋겠네요!
처음이라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실 때 댓 하나만 달아주시면...코ㅎ맙습니다.